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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LETTER/국제 LETTER

세계의 화약고 중동. 다시 충돌하다

by 칲 조 2023.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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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화약고 중동. 결국 전쟁이 터졌습니다. 지난 7일(현지 시각)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격렬한 무력 충돌이 이어졌습니다. 세계의 화약고라는 별칭을 가진 지역임을 감안해도 이번 분쟁은 이례적으로 심각합니다.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 중인 가자지구의 한 건물 위로 화염이 피어오르고 있다. 2023.10.7 AFP 연합뉴스

현지 당국과 언론들의 보도를 모아 보면, 8일 오전 현재 이스라엘에선 300여명이 숨지고 1600여명이 다쳤고, 하마스가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선 232명이 사망하고 1697명이 다쳤습니다. 일각에선 불길이 중동 전역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이야기됩니다.

 

분쟁의 주요 당사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입니다. 하마스의 기습 공습으로 시작된 분쟁으로 이스라엘은 이번 분쟁을 간단하게 정리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토요일 새벽 팔레스타인의 무장 세력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가 이스라엘을 공격했습니다. 로켓 수천 발을 발사하고,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를 분리하는 장벽 너머로 병력을 투입해 교전을 치렀습니다.

 

이스라엘은 안보를 특히나 중시하는 국가입니다. 최첨단 미사일 방어 체계 아이언돔(Iron Dome)과 세계 최고 수준 정보기관 모사드(Mossad)를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진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언돔 시스템은 발사된 대규모 로켓을 완전히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아이언돔은 하마스가 쏘아 올린 로켓의 규모를 감당하지 못했고, 모사드는 하마스가 그만큼의 미사일을 보유한 걸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유대교 명절에 방위에 실패한 이번 분쟁, 1973년 이스라엘이 쓰린 피해를 보았던 욤 키푸르 전쟁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스라엘은 허를 찔려 큰 피해를 보았지만 어쨌든 공격을 막아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하마스 병력은 대다수 격퇴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영토를 방어한 걸로 상황을 끝맺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The first phase ends at these hours by the destruction of the majority of the enemy forces that penetrated our territory. At the same time, we started the offensive formation, and it will continue without reservation and without respite until the objectives are achieved,"

 

"영토에 침입한 적군 대다수를 격멸함으로써 현 시간부로 첫 국면은 끝났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공세를 시작하며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망설임과 주저함 없이 공세를 이어 나갈 것입니다.

-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영토를 방어한 건 첫 국면(first phase)이라며, 이제는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 상황은 전쟁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보복이 예고했습니다. 이스라엘 공군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폭격했고, 이스라엘 예비군에 동원령이 내려진 상황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역사가 깊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뿌리 깊은 분쟁이고, 오랜 역사만큼이나 유혈 충돌이 잦았습니다. 비록 지속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지역일지라도 단순히 피를 흘리기 위해 싸우지 않았습니다.

모든 분쟁에는 항상 구체적인 배경과 원인이 있으며, 이번 사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년 전에도 11일간의 전쟁이 발생하여 천 명 단위의 사상자를 낳았습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로켓을 발사하면서 무력 충돌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종교 문제가 주요 계기였습니다. 성지에서 종교적 제의를 올리려던 팔레스타인 무슬림들이 이스라엘이 막아서자 진압 과정에서 폭력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최근 상황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작년에 네타냐후 총리 중심으로 구성된 극우 내각은 여러 차례로 팔레스타인과 이슬람을 자극하는 도발 행위를 벌였습니다. 내각의 핵심 인사들이 2021년에 문제가 된 성지를 방문했으며, 이때 새로운 분쟁 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We warned the enemy not to continue their aggression against the al-Aqsa mosque … The age of the enemy’s aggression without a response is over.”

 

“우리는 적에게 알-아크사 모스크를 침범하는 행태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적의 침범에 대응하지 않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 하마스의 모함마드 데이프(Mohammed Deif) 사령관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하마스의 모함마드 데이프 사령관은 이스라엘의 극우 내각이 성전산의 알-아크사 모스크를 위협하는 것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했다며, 이제 성지를 해방하기 위한 전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마스가 이번 공습을 결정할 때 성지에서 일어나는 종교적 갈등만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분석가들은 이번 공습이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극우 행보에 항의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지지를 얻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는 두 개의 정파가 권력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정당한 정부로 승인받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그를 구성하는 파타당은 이란과 협상을 주장하며 반면, 하마스는 무력행사와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마스는 이번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사회에서 지도력을 입증하려 한 계산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분쟁은 기존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규모입니다: 2014년과 2021년에 비해 로켓 발사 수량이 많아졌고 직접 병력 투입을 하는 등 전에는 없던 행동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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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흑막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 8일(현지 시각) 주유엔 이란대표부는 “우리는 팔레스타인을 확고히 지지하지만 팔레스타인의 이번 대응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하마스가 공습을 감행한 후 이란 최고 지도자의 측근이 목소리를 냈습니다. 하마스의 군사 작전을 지지하며 팔레스타인과 예루살렘이 해방될 날까지 그들을 돕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란이 단순한 지지 성명만 낸 게 아니라, 배후에서 실질적으로 공습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이란은 하마스의 등을 떠밀 만한 동기가 있습니다. 이란은 역내에서 이스라엘, 사우디와 대립하는 지금까진 이스라엘과 사우디 둘의 사이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최근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 논의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이란으로선 두 적이 힘을 합칠지도 모르는 위협적인 상황입니다.

 

사우디와 이스라엘 양국 관계에서 팔레스타인은 껄끄럽습니다. 사우디로선 이스라엘이 사우디와 같은 무슬림이자 아랍 민족인 팔레스타인을 억압하는 한 함께 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우디는 관계를 정상화하려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존중하고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선제공격했습니다. 이스라엘이 대대적 보복을 천명한 이상 대규모 유혈 분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 논의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두 국가의 관계 개선이 우려스러웠던 이란이 좋아할 만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이란의 배후설을 지지할 만한 증거가 여럿입니다. 당장 하마스 대변인부터 이번 공습에 이란이 도움을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하마스와 이란 혁명 수비대의 지휘부가 레바논에서 회담을 가졌다는 사실과 함께 보면, 이란 개입설에 설득력이 실립니다.

 

지난 8일 레바논의 무력 집단 헤즈볼라까지 나섰습니다. 이스라엘이 영토 남부에서 하마스와 교전하는 동안,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에 박격포를 발포했는데요. 헤즈볼라는 이란 정부의 지원을 받는 걸로 널리 알려진 단체입니다. 이란이 배후에서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움직이고 조율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하마스가 이례적으로 병력까지 전개하고, 이스라엘은 전면전을 예고했으며, 동시에 레바논의 헤즈볼라까지 개입하고, 뒤에선 이란이 어른거리는 상황. 한마디로 화약고에 불씨가 붙은 상황입니다.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번져서 새로운 중동 전쟁이 발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터무니없지 않다는 겁니다.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적극적으로 중재하겠다 나서고 여러 국가가 즉각 교전을 중단할 걸 촉구하나,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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