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아직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새로이 불이 붙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뿐만 아니라, 2020년대 들어서 서아프리카에서 쿠데타가 잇따르며 중동에서는 내전과 이슬람 극단주의의 준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주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난민 수가 급증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난민들이 다시 해일처럼 유럽에 몰려들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도망친 난민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수용할 여건은 부족하며 EU 회원국 간 입장 차이와 극단 정치 세력의 발호 등으로 인해 유럽의 난민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2020년대 들어 유럽을 향한 난민 및 이주민 수가 다시금 치솟았으며, 2015년과 2016년 '유럽 난민 위기' 당시 상황에 근접한 상태입니다. 여전히 불안정한 중동과 아프리카 정세가 주민을 유럽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 유럽 난민 위기
유럽은 2015년과 2016년에 역대 최대 규모의 난민 홍수를 경험했습니다. 말 그대로 위기의 순간이었습니다. 지중해를 건너던 난민이 선박 난파로 집단 몰살하는 참사가 여러 차례 벌어지는가 하면, 유럽은 기존의 난민 수용 절차로 그 막대한 수를 감당하지 못해 패닉에 빠진 데다, 유럽 국가 내부와 국가 간에는 극심한 갈등이 싹을 틔우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두 해가량 홍역을 치른 이후엔 난민의 수가 줄어드는 추세였는데요.
📈 늘어난 난민
최근 유럽을 향하는 난민의 수가 다시 급증하고 있습니다.
2022년 동안 망명 신청자 수는 전년 대비 53% 증가했습니다. 그 증가세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망명 신청자 수는 2022년 상반기 대비 28% 증가했습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를 집계하면 망명 신청자 수가 무려 80만 명에 달합니다. 이는 '유럽 난민 위기'로 불렸던 2015년과 2016년의 규모와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더불어 EU 외곽 국경에서 적발된 국경 불법 통과 건수도 최근 여섯 해 동안 가장 큰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증가의 원인
난민들은 주로 정세가 혼란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유럽으로 도망치고 있습니다. 2015-16년 천문학적 수의 난민을 만든 시리아 내전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최근엔 서아프리카 지역 및 사헬 지대의 난민도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이슬람 극단주의의 준동과 참혹한 내전이 다수의 아프리카인을 유럽으로 내몰았죠.
서로 다른 처지, 서로 다른 입장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1967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에 조인한 국가들은 국제법적 의무로서 난민을 수용하고 보호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국가의 재정과 인력이 있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최근 유럽으로 몰려드는 난민 수가 급증함에 따라 EU 회원국 사이에서도 마찰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러 국가로 구성된 EU인 만큼, 그 안에선 난민에 대한 입장이 천차만별입니다. 무엇보다 국가마다 처지가 다릅니다. 특히 EU 안쪽 국가들보다 바깥쪽 국가들은 직접적으로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 화난 남부 국가
대체로 유럽의 남부 지역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은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곳입니다. 최근 이러한 지역들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EU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습니다. 당장 난민을 받아야 하는 자신들은 너무나 힘든데, EU의 다른 회원국은 책임을 나눠 지지 않고 방관한다는 게 요지입니다
특히 이탈리아는 주요 도착지 중 하나로, 현재 이탈리아 남부의 람페두사섬에서는 주민이 수천 명에 불과한데, 하루에도 수천 명의 난민이 도착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따른 부담 때문에 이탈리아는 이미 몇 달 전부터 비상사태를 선포해 왔습니다.
📝 항의 서한
갈등은 한층 심화하여 최근엔 이탈리아와 독일 간 마찰까지 일어났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난민 구조 단체들이 난민을 구조해 이탈리아로 수송하는 게 눈엣가시인데 독일이 그런 구조 단체를 재정 지원한다고 하자, 이탈리아 총리가 독일 총리에게 “경악(astonishment)”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항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 난민 받거나, 돈 내거나
사실 EU의 난민 수용 정책과 그 책임을 둘러싼 갈등은 오래된 문제입니다. 특히 2015년 유럽 난민 위기 이후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EU가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이 보이긴 합니다.
2015년부터 시작된 "회원국 간 난민 책임 분산" 주장은 2020년 EU 집행위원회에서 '신(新) 난민 협정안(New Pact on Migration and Asylum)'을 발표함으로써 구체화하였습니다. 이 협정안에는 회원국 간 난민 재배치 및 기금 등, 즉 책임을 여러 회원국에 분산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랫동안 일부 회원국의 반발로 합의가 어려워 보였으나, 최근 EU 이사회에서는 난민 위기 시 적용되는 새로운 규정에 대해 합의를 보았습니다. 규정이 실제 발효되려면 유럽의회와 협상을 거쳐야 하나, 이사회에서 합의를 본 것 자체로 큰 진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합의된 내용에서 크게 주목받는 건 회원국의 책임을 다룬 부분입니다. 국가별로 몰린 난민 수에 따라 다른 회원국들에 연대를 요청할 수 있으며, 요청받은 국가들은 자신들의 국가 규모에 따라 난민을 수용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기금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합의 결과를 통해 이동 경로상 첫 번째 나라들과 그 외 나라들 사이에서 타협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난민을 의무적으로 수용하지 않을 선택지를 제공하면서도, 대신 기금을 지불하도록 하여 첫 번째 나라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제공되도록 한 점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두운 전망: 반(反)이민 정서와 극우의 확대
최근 EU 내에서 난민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반(反)이민 정서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불투명합니다.
🙅 동유럽의 반대
합의 자체도 만장일치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동유럽 국가인 헝가리와 폴란드는 반대 의견을 표명하였으며,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기권하였습니다. 특히 차기 및 차차기 EU 의장국을 맡게 될 헝가리와 폴란드의 태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 “이민, 난민 반대!”
비단 동유럽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유럽과 남유럽에서도 반(反)이민 정서가 확산하고 있으며,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 역시 그 추세를 타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난민 친화적으로 알려진 독일에서조차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이 20% 이상의 지지를 받는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반(反)이민 정서 확산과 함께 극우 세력들의 성장은 내년 6월 유럽 의회 선거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추세라면 극우 정치인들이 의회에 대거 입성해 EU 내 이민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결국 어떤 해결책을 마련하더라도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수백만 명의 이주자를 감당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이들이 고향을 떠나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원인을 해결해야 합니다. 이는 국제사회가 아프리카와 중동의 불안정한 정세에 대해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NEWSLETTER > 국제 LETT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마스 지원 안돼' 이란 8조 원 석유대금 재동결 (1) | 2023.10.19 |
---|---|
미국,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 (0) | 2023.10.19 |
세계의 화약고 중동. 다시 충돌하다 (1) | 2023.10.17 |
"45일짜리 임시예산안" 미국 하원 통과 (1) | 2023.10.17 |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16년만에 최고치 (1) | 2023.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