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Wework)가 파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이전에는 470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 가치를 자랑하며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만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의 확산, 고비용 구조를 극복하지 못하고 추락했습니다.
Wework
공유오피스는 좋은 입지의 사무실을 비교적 저렴하게 쓸 수 있어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특히 인력 수급과 사무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주 고객이었습니다. 스타트업 투자 증가와 함께 국내에도 여러 공유오피스 기업이 등장했는데 위워크의 붕괴가 자칫 공유오피스 산업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 공유오피스 산업 구조
공유오피스 기업은 사무용 부동산 공간을 장기간 임대하고 이를 쪼개서 재임대합니다. 이런 형태를 부동산 용어로 ‘전대’라 합니다. 크게 특별하지 않은 이 사업모델은 대도시 부동산 가격 폭등과 스타트업 붐이 겹치며 주목받았습니다. 저렴한 임대료와 교류하기 쉬운 공유 공간이 스타트업의 성향과 맞아떨어져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주목받았던 키워드 중 하나는 공유 경제입니다. 자동차, 부동산, 커머스 등 각 분야에서 공유 경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습니다. 공유오피스는 사무용 부동산과 공유 경제의 결합인데 기존의 공유오피스는 탕비실, 응접실 등 제한된 공간만 공유했던 서비스드 오피스(Serviced Office)였습니다. 임대료 절감이 주목적이었기에 최소한의 공간만 공유하고 업무는 여전히 개인 사무실에서 이뤄졌습니다.
공유 업무 공간(Coworking Space) 등장과 함께 공유오피스는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습니다. 이제 더 이상 단순히 공간을 나누는 것을 넘어 법률·세무 서비스 제공, 입주자 간 네트워킹, 다양한 편의시설 등이 결합하였습니다. 입주 기업에 회원 자격을 부여해 각종 투자 기회도 먼저 제공했는데 특히 초반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이러한 지원은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렇게 공유오피스는 비용 절감을 위한 궁여지책에서 트렌디한 업무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주요 대학교와 IT 기업은 대부분 동부와 서부의 대도시에 몰려 있습니다. 인력 수급이 중요한 스타트업도 이들과 가까이 위치해야 하는데 특히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남부의 임대료는 최근 5년간 절반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이에 공유오피스 기업은 정기 임대뿐만 아니라 시간제로도 공간을 빌릴 수 있게 만들었고, 낮은 임대료로 여러 팀이 번갈아 사용해 공실률을 낮출 수 있었습니다.
🌏 글로벌 공유오피스 산업
2022년 글로벌 공유오피스 시장은 143억 달러 규모로 추산됩니다. 2028년까지 연평균 17% 성장이 예상되며, 나라별, 지역별로 다양한 회사들이 등장하며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제 스타트업 오피스 권역을 넘어 중앙업무지구(CBD)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공유오피스는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건물주들도 이를 선호하고 일반적인 임대계약보다 높은 임대료도 매력 요소입니다. 스타트업 또한 미국 외 지역에서도 활성화되며 꾸준한 수요가 뒷받침됩니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만족하는 공유오피스 산업은 앞날이 창창한 듯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업계 1위 위워크는 장기 부진 끝에 파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공유오피스 산업을 둘러싼 여러 리스크와 거시적인 환경 변화가 겹쳐 벌어진 사건인데 자체적인 힘으로 극복하기엔 늦었다는 평입니다.
위워크 위기의 원인
위워크 위기의 시발점은 코로나19였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이었던 재택근무는 팬데믹 이후에도 유지됐는데 임대료와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채택했습니다. 이에 IT 기업 입주 비중이 높은 공유오피스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습니다. 출근을 유지한 기업도 유연근무를 확대해 사무실 체류시간을 줄였습니다. 공유 오피스를 개별 근로자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수익성 감소는 막을 순 없었습니다.
부동산을 매개로 한 공유오피스 산업은 변동비 비중이 높습니다. 건물주에게 지불하는 임대료부터 시설 관리비, 인테리어 비용은 모두 매출 증가와 비례합니다. 위워크의 매출은 2021년 5억 9,300만 달러에서 올해 2분기 8억 4,400만 달러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2분기 지출한 변동비만 8억 8,9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매출이 늘어도 영업이익이 늘어나지 않아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팬데믹 이후 치솟은 금리가 적자를 눈덩이처럼 불렸습니다. 남은 건 임대료 변경 협상이지만, 건물주 또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부진으로 낮은 임대료를 수용할 여력이 없습니다.
위워크의 파산 신청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그림자가 드리울 전망입니다. 세계 33개국, 610개 지점을 둔 위워크가 파산하면 다량의 오피스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데 오피스 공간 수요가 꾸준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임대인과 대출 기관까지 피해가 확산할 수 있습니다. 올해 1분기 기준 위워크는 뉴욕 맨해튼에 680만 평방피트 이상의 부동산을 점유 중입니다. 잠재적으로 위험에 노출된 부동산 담보 증권 규모만 75억 달러(약 9조 8,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돼고 있습니다.
해외의 암울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아직 건재합니다. 공유 오피스 기업은 스타트업 외에 대기업의 ‘거점 오피스’ 수요를 유치하며 낮은 공실률을 유지 중입니다. 올해 2분기 서울의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2.2% 수준인데 1분기(2.6%)에 비해 오히려 0.4%P 하락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이 몰려 있는 강남권(GBD)은 공실률 1.5%를 기록하며 자연 공실률인 5%를 밑돌았습니다. 다만 전년 대비 16.7% 상승한 실질임대료는 불안 요소로 남아있습니다.
국내 공유오피스는?
위기에 놓인 위워크와 달리 국내 공유오피스 기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 중입니다. 무리한 확장 대신 비용 관리에 힘써 건강한 재무구조를 유지했습니다. 재택근무의 영향이 미국보다 덜한 것도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위워크
위워크의 추락은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 불어닥친 투자 한파의 이유를 보여줍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설립된 위워크는 창업 9년 만에 세계 120여개 도시, 800개 이상 지점을 운영하며 가파른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손정의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규모 확장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 이후 한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한 채 파산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위워크는 2021년 팬데믹 기간 46억 3,200만 달러의 순손실을 냈습니다. 소프트뱅크 펀드는 비위 논란이 일었던 초기 창업자 애덤 노이만의 경영권 박탈을 위해 23억 달러를 쏟아야 했습니다. 결국 올해 기업 채무불이행과 파산을 관리한 사외이사를 선임하며 정리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패스트파이브
2015년 서울 남부터미널역 인근에 1호점을 내며 공유오피스 시장에 뛰어든 국내 회사입니다. 작년 매출 1,186억 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 손실은 39억 원에서 93억 원으로 확대됐습니다. 임차료 비용과 광고선전비가 2021년 대비 두 배 증가했습니다. 작년 말에만 학동, 마곡, 홍대 등 3개 지점을 오픈해 외형 성장에 집중했습니다. 덕분에 작년 말 기준 전국 43개의 지점을 보유했으며 이는 국내 공유오피스 업체 가운데 최대입니다. 공실률을 3%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 위험 요소는 적다는 설명인데. 올해 경영 및 지점 운영의 효율화에 집중해 순이익 창출을 실현하겠다는 포부입니다.
스파크플러스
2016년 설립한 국내 공유오피스 업체로, ICT 전문 투자사인 SK스퀘어가 최대 주주입니다. 작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재정 건전성을 높였습니다. 작년 매출 63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436억 원) 대비 45% 성장했습니다. 1억 7,915만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영업 손실에서 탈출했는데 재택근무 확산에 맞춰 지하철역과 상업지구에 거점 오피스를 만든 전략이 유효했습니다. 앱을 이용해 전 지점의 개방된 사무 공간을 사용할 수 있어 대기업 고객이 크게 늘었습니다.
공유 오피스 산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운영비가 많이 들지만, 일단 자리 잡으면 안정적인 수익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국내 공유오피스 기업이 스타트업 업계의 불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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