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LETTER/국제 LETTER

G2 회담, 대만해협은 어떻게 흘러갈까

by 칲 조 2023. 11. 18.
728x90
반응형

한반도가 한 축의 한쪽 끝이라면 대만해협은 그 반대쪽 끝입니다. 어느 쪽이 흔들리든 결국엔 반대편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데요. 선뜻 이해되지 않겠지만, 냉전이란 게 그렇습니다. 세계가 두 패로 갈라져 다투는 새로운 냉전에서 중국과 대만의 갈등은 그 둘의 문제로 끝날 수 없습니다. 다툼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서방 동맹과 반서방 동맹의 전면적인 갈등으로 나아갈 겁니다.

 

그래서 요즘 대만해협의 상황은 불안하기 그지없습니다. 중국과 대만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거야 20세기부터 이어진 일이지만, 그때처럼 긴장이 고조된 적은 드물었습니다. 올해 새해부터 위태로운 대치가 벌어졌죠. 미국의 구축함은 올해도 대만해협을 가로질렀고 중국은 전투기와 폭격기를 띄워 불편한 기색을 팍팍 드러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과 대만, 미국의 전쟁을 가늠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는데요. 전문가는 물론이고 각국의 정부 당국자까지 전쟁을 가정하고 결과를 따져보고 있습니다. 대만의 외교부 장관과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이 2027년의 침공을 경고하는가 하면, 미군 해군 참모총장이 2023년에도 침공 가능성이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조마조마한 예언과 경고가 오가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임박했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유사시를 헤아려야 할 만큼 상황이 위험하게 돌아가는 건 분명합니다. 다른 어느 때도 아닌 지금, 한반도의 우리가, 대만해협의 위기를 알아보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시사저널

위태로운 타협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대만해협에도 따뜻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중국과 대만이 대화를 통해 화해할 수 있을 거라고, 나아가선 통일도 논해볼 수 있으리라고 서로를 믿었던 때였습니다. 양국은 아슬하고 위태로운 타협 위에서 미래를 이야기했습니다. 최소한의 합의를 디딤돌로 삼아 점차 교류를 늘려가고 멀어진 사이를 당겨보자는 구상이었는데요.

아주경제

🤝 92년 컨센서스

그 구상의 기초이자 결과가 바로 '92 컨센서스'입니다. 1992년 홍콩에서 중국과 대만 양국의 반관반민 단체가 논의 끝에 합의했습니다. 요지는 간단합니다. 중국과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합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중국과 대만은 서로 별개의 국가가 아닙니다. 언젠가는 통일에 이를 하나의 중국이죠.

 

🤷‍♂️ 합의 없는 합의

양국의 목표는 알겠지만, 그래서 어떻게 '하나의 중국'에 이른다는 걸까요? 문제는 '92 컨센서스'가 그 방법론에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하나의 중국'이 장차 어떤 모습으로 실현되는 건지 양국은 말을 아꼈습니다. 중국이 대만을 흡수하는 방식인 건지, 아니면 통일 끝에 두 체제가 융화된 새로운 국가가 성립되는 건지, 경제체제는 공산주의인지 자본주의인지 등 핵심적인 논의를 뒤로 미뤘습니다. 사실상 '92 컨센서스'는 합의의 결과물이기보다 향후 호의적으로 합의를 도모해 보자는 약속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 삼불 정책

이 알맹이 없는 합의는 그래도 제법 효과를 냈습니다. 특히 대만에서 마잉주 총통(대통령)이 집권한 2008년부터 양안의 교류는 대폭 확대됐습니다. 당시 대만은 삼불 정책을 견지했습니다. 서둘러 통일을 시도하지도(불통), 그렇다고 독립을 주장해 중국을 자극하지도 않으며(불독),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불무)는 원칙이었습니다. 한마디로 현상을 유지하려는 정책이었죠. 어려운 문제는 미뤄두고 중국과 대만의 경제적·문화적·인적 교류를 점점 늘려가자는 구상은 얼추 작동하는 듯 보였습니다.

 

🔑 현실적 조건

하지만 아슬아슬한 타협은 역시나 위태로운 현실적 조건 위에서나 가능했습니다. 타협의 필수 불가결한 조건으로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대만이 궁극적으로는 중국과의 통일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대만 내 여론이 중국을 통일 논의의 파트너로 신뢰하는 동시에, 중국도 대만의 통일 의지를 믿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구태여 무력 통일을 입에 담아서 대만을 재촉할 이유가 없습니다.

동시에, 만에 하나 중국이 조급해지더라도 섣부르게 행동하지 않게끔 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만과 그 동맹국이 중국의 군사력 동원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만큼의 억지력을 보유해 중국의 모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야 하죠.

 

🚨 달라진 조건

이 두 조건이 2010년대 중반부터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대만해협에 적극적으로 간여하는 당사국, 즉 대만과 중국, 더 나아가 미국의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인데요. 그 결과로 대만해협은 일촉즉발의 화약고가 됐습니다.


중국인? 아니 우린 대만인!

우선 대만의 여론이 달라졌습니다. 중국과 통일해야 한다는 당위에 동의하지 않거나 그 현실성을 믿지 못하는 이들이 확연히 늘었습니다. 세대가 교체되고 여론이 변화하면서 정권도 바뀌었습니다. 2016년 중국국민당을 밀어내고 집권한 민주 진보당은 반중·친미 노선을 내세우는 정당입니다.

☝️ "나는 대만인!“

대만과 중국은 왜 통일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가장 확실한 대답은 대만과 중국 모두 같은 중국인이라는 의식에 있었습니다. 양안의 통일은 같은 민족(nation)이 같은 정치 공동체(state)를 꾸려야 한다는 일견 당연한 생각에서 나온 발상이었죠. 하지만 요즘 대만인들의 생각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자신이 중국 본토의 중국인들과 동일한 민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으셨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 오로지 대만인 ' 이라고 답한 비율이 자신이  ' 대만인이자 중국인 ' 이라 답한 비율의 두 배 가까이 된다 .  자신이  ' 오로지 중국인 ' 이라 답한 이는  5% 가 채 되지 않는다 . - 한국경제

 

🤔 "통일, 그거 해야 해?

당연한 결과로 통일의 당위에 동의하는 이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현재 대만에서는 현상을 유지하자는 여론이 지배적입니다. 그리고 현상 유지 끝에 통일을 시도하자는 비율은 1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오히려 현상 유지 뒤에 독립을 노려보자는 이들의 비율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 우리도 홍콩처럼 되는 건가?

이런 흐름 속에서 홍콩 민주화 운동 사태는 쐐기가 됐습니다. 지금까지 중국과 대만의 통일 논의는 '일국양제'라는 방법론을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한 나라가 되더라도 중국과 대만은 각각의 체제를 유지하고 상호 존중한다는 그림이었는데요. 대만이 일국양제 방법론이 적절한지를 가늠할 수 있는 모형은 이미 현실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바로 홍콩이죠. 홍콩은 1997년부터 일국양제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9, 홍콩의 민주화 운동이 중국 중앙정부에 의해 과격하게 진압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체제 존중과 자치의 원칙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 광경을 본 대만인들은 생각했습니다. 중국과 통일한다면 작금의 홍콩이 자신들의 미래일지도 모르겠다고요.

 

🖐 민진당의 집권

대만인들의 정체성 변화와 최근 홍콩 민주화 운동의 충격, 이 두 요인은 대만에서 민주 진보당(민진당) 정부를 만들어 냈습니다. 민진당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집권당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경쟁 정당인 국민당과 비교하면 민진당의 노선은 뚜렷합니다. 상황에 따라 강약을 조절하기는 하나, 근본적으로는 통일이 아니라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정당입니다.

 

😡 중국의 반응

이런 대만의 움직임을 중국은 무척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대화와 협의를 통해서 대만을 흡수할 수 있으리란 가능성을 점점 낮춰 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10년대 후반부터는 민진당 정부를 대화 파트너로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공산당의 한 인사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의 독립 시도를 단호히 분쇄"하겠다는 문장을 적어서 대만의 반발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중국: 통일하기 위해 남은 선택지는?

대만과 중국이 대화를 통해 통일에 이를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는 듯 보입니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몇 없습니다. 첫째는 중국이 통일을 포기하는 겁니다. 대만이 통일을 원하지 않으니, 중국만 통일을 포기한다면 양국은 서로 다른 주권국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지도자 시진핑은 대만 통일을 단념할 생각이 추호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입니다. 위협의 목적이든 아니면 진정 점령 및 합병의 목적이든 군사력을 동원하는 겁니다.

 

'대국굴기'의 상징

중국은 대만을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중국에 있어 대만은 실리를 떠나 이미 이념적인 문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1995~1996년의 제3차 대만해협 위기를 일종의 트라우마로 여기고 있습니다. 당시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결국 미국이 항모전단을 대만해협에 파견하고 나서야, 중국은 그 이상의 군사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고개를 수그려야 했죠. 이후 중국 정부의 시선에서 대만은 그저 분단된 영토가 아닙니다. 중국이 대국으로 일어서서(대국굴기) 외세 미국의 간섭을 이겨내고 성취해야 할 목표가 됐습니다. 더구나 미·중 갈등이 점점 격화되는 요즘, 대만을 바라보는 중국의 눈은 더욱더 타오르고 있을 겁니다.

 

📑 공산당 20차 당대회

하지만 평화 통일의 가능성은 그리 밝지 않은 지금의 상황. 중국의 조급함은 작년 10월 중국공산당 당대회에서 확인됐습니다. 그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대만과 평화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면서도, 무력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시진핑과 중국의 태도가 바뀐 건 아닙니다. 중국은 단 한 번도 무력이라는 수단을 버리겠다고 밝힌 적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어조는 바뀌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당대회에서 무력을 직접 언급한 건 중국이 대만 통일은 얼마나 조급해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늘어난 군사 행동

무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듯, 중국은 대만 인근에서 군사 행동을 늘려오고 있습니다. 대만과 미국의 행보에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대만해협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최근만 해도 굵직한 사건이 여럿입니다. 연초에는 미국 이지스함의 대만해협 항해에 항의해 실전 훈련을 벌였고, 작년 연말에는 미국이 대만의 무기를 판매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자 군함과 전투기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작년 8월 미국의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땐 미군과 중국군이 아슬아슬한 대치를 보이기도 했죠.

 

중국군의 제일 목표

그저 주먹을 휘두르며 위협하고만 있는 게 아닙니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군사력을 키워왔습니다. 목표의 제일 앞줄에는 대만이 있습니다. 중국군은 현실적인 작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요. 대만을 침공해 가능한 한 빨리 점령하는 동시에, 점령 과정에서 미국 및 서방 동맹국의 전력을 남중국해에서 밀어내는 겁니다. 2010년대에 적극적으로 추진된 군 개혁 및 현대화의 목적이 바로 이에 있었습니다.


미국 : 중국을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

 

미국은 고민이 깊어집니다. 물론 아직 미군이 우세에 있는 건 언급할 필요도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이 정말 목표를 이룰 역량을 갖추리라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 워게임은 현재 중국군의 전력으론 대만 점령에 실패할 거라면서도, 침공을 막아 세우는 미국과 대만, 일본의 피해가 막심할 걸로 내다봤습니다. 과거처럼 항공모함 몇 대를 대만해협에 오가게 하는 것만으로 중국을 억제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 전략적 모호성

미국은 지금까지 일부러 말을 아꼈습니다.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참전할 건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중국의 모험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미국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모르면 중국은 항상 최악을 상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침공 시 대만과 함께 미군을 상대해야 한다는 계산 속에서 중국은 신중해지기 마련입니다.

 

😨 유통기한이 다 된 모호성?

하지만 미국 내에선 이제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략적 모호성이 더는 전략적이지 못하다는 겁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에 대한 억지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미국은 이제 어지간한 전력으로는 중국의 침공과 국지전을 막아낼 수 없습니다. 정말 중국을 막아 세우려면 무거운 각오를 하고 전면전을 감수해야만 하는데요. 따라서 중국의 섣부른 행동을 저지른 뒤에 대응하는 건 현명하지 못합니다. 과거엔 적은 비용으로 중국의 시도를 저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중국의 사소한 도발에도 미국이 득달같이 대응할 거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 우크라이나와 의심

더구나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라도 미국은 입장을 분명히 할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적으로 군을 투입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대만을 우크라이나와 직접 비교하는 건 부적절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번 미국의 행보는 전 세계적인 의심을 부르고 있습니다. 유사시에도 미국이 몸을 사리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중국은 미국의 모호성을 '참전하지 않을 것'으로 해석해 군사적 모험에 나설지도 모릅니다.

 

😤 전략적 명확성

그러니 이제는 전략적 명확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미국이 레드라인을 확고히 정하고 그걸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중국이 선을 넘으면 미국은 반드시 응징과 보복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는 게 요점입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유사시에 군사를 투입하겠다는 발언을 몇 차례 내놓았는데요. 그 뒤에 미국 국방성이 중국의 항의를 무마하고 논란을 수습하기는 했지만, 미국의 입장이 점차 명확성으로 돌아서는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만해협 문제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중국과 대만의 전쟁이 벌어지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한미군이 참전하는 걸 우리는 허용해야 할까요? 중국이 주한미군 기지를 타격하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요? 만약 우리도 참전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참전해야 할까요? 미군을 후방 보급하는 정도일까요? 아니면 정말 파병까지 감행하는 걸까요?

 

전쟁이 너무 먼 이야기로 들린다면, 당장 우리와 국경을 맞대는 북한을 생각하는 것도 좋습니다. 중국은 항상 대만해협과 한반도를 대미 외교에서 연동된 카드로 사용해 왔습니다. 미국이 대만해협에서 자신을 자극하면 한반도에서 깽판을 놓겠다는 식의 경고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북한의 도발을 봐서라도 중국과 대만 갈등은 주의 깊게 바라보아야 할 이슈입니다. 모든 문제가 두 진영의 갈등으로 수렴되는 신냉전의 시대, 피곤하겠지만 우리는 한반도 그 너머도 항상 주시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