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집회에 대한 뉴스가 많았습니다. 경찰 추산 23만 명, 주최 측 추산으로는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는데요. 궁금했을 분들을 위해, 차별금지법에 대해 싹 정리해 봤습니다.
차별금지법이 뭐였더라?
성별·장애·인종·종교·학력·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누구도 차별받지 않게 하기 위한 법이에요.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개별적 차별금지법
성별·장애 등 특정 이유나, 고용 등 특정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말합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남녀고용평등법 등이 대표적이에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 차별을, 남녀고용평등법은 채용 등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것.
포괄적 차별금지법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입니다. 특정 범주에 속한 사람만 아니라 성별·성적지향·장애·인종·종교 등 어떤 이유에서든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은 불법입니다!” 박아두는 것.
우리나라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아직 제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2007년 법안이 처음 발의된 이후 10차례 넘게 법안이 발의됐지만, 보수 기독교계 등의 반발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일부 정치인들의 반대 때문에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모두 폐기됐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왜 따로 만들려고 하는 거야?
“차별은 한 가지 이유로만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야!”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한 장애 여성 노인이 차별을 겪었을 경우 그 차별은 ‘장애’, ‘여성’, ‘노인’이라는 여러 정체성에 대해 복합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데, 개별적 차별금지법만 있으면 이런 피해를 설명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 내가 겪은 차별이 개별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하나하나 따지기 힘들고, 아직 마땅한 개별법이 없는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모든 종류의 차별을 다루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반대하는 얘기도 많던데?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얘기가 나올 때마다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는데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며 주로 나오는 주장과, 이에 대해 실제 사실은 어떤지 살펴봤습니다.
1️⃣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역차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동성결혼 법제화 등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거나, 성소수자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기만 해도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일반적인 사람들’의 자유가 제약받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는
단순 차별적 언행만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2020년 장혜영 전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차별금지법은 직장·교육기관·행정기관 등에서 일어나는 차별만 제재 대상으로 보고 있어서, 단순 차별 발언이나 교회 설교 등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동안 나왔던 법안들을 보면 차별에 대한 조치는 대부분 형사처벌이 아닌 조정·시정 권고였습니다.
2️⃣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만을 위한 법이다?
“차별금지법은 동성애자 보호법이나 마찬가지야!” 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생기면 동성결혼이 법제화되고, 성소수자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리’를 주게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성소수자에 대한 반대 역시 성소수자 차별로 처벌을 받게 될 거라고 말하기도 하죠.
실제로는
차별금지법은 성 정체성·성적지향뿐 아니라 나이·종교·사상·경제적 지위·장애 등에 따른 차별을 모두 금지하는 법이라, 성소수자만을 위한 법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앤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지만, 동성결혼 법제화는 차별금지법과 별도로 논의되는 문제입니다. 차별금지법이 일상에서 성소수자 차별 발언·행동을 했다고 해서 처벌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진 않습니다.
3️⃣ 해외에서는 이미 차별금지법의 병폐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국·호주·캐나다 등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시행한 나라들이 이에 따라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시행으로 미국 일부 주에서 공립학교에 ‘성 중립 화장실’ 설치가 의무화되거나,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 없이 성 확정(성전환)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성범죄도 늘고, 트랜스젠더로 스스로를 정체화하는 청소년 비율이 급증하는 등 문제가 많다는 것.
실제로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의됐던 차별금지법안에 성 중립 화장실을 의무화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성중립 화장실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공공기관이 아닌 사기업들도 점점 성중립 화장실을 늘려나가는 추세고, 우리나라에서도 성중립 화장실을 확대한 개념인 ‘모두의 화장실’이 잘 자리 잡은 사례가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때문에 범죄가 늘어난다거나 사람들이 위험해진다는 주장은 근거를 찾기 어렵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건 세계적인 흐름인데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갖추고 있지 않은 나라가 드물고, 유엔 인권 기구들이 2007년부터 우리나라에 “하루라도 빨리 차별금지법 만드세요!” 10번 넘게 권고했죠.
전문가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차별금지법은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기 위한 법이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차별에 노출되어 있는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드러나도록, 합리적 근거에 기반한 토론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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