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으로 급격히 꺾인 유럽의회

 

“이민자 그만 받자!”, “우리나라 국민이 우선이야!”, “친환경 정책 반대!” 이게 다 무슨 얘기냐고요? 유럽 곳곳에서 뜨고 있는 극우 정치 세력들이 밀고 있는 주장인데요. 지난 6일~9일(현지 시각)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에서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런 극우 세력이 힘을 쫙 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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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

유럽의회는 EU의 국회와 같은 곳이에요. EU 유권자 3억7300만 명이 나라별로 선거를 치러 의원 720명을 뽑고요.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 국경 없는 의회

유럽의회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경을 뛰어넘어 구성되는 의회예요. 의원들은 자기 나라의 이익이 아니라 EU 전체의 이익을 위해 활동해야 하고요.

 

🤝 이념으로 뭉쳐

의원들은 국적이 아니라 정치적 성향에 따라 뭉쳐요. 예를 들어 독일의 A 정당과 이탈리아의 B 정당·스웨덴의 C 정당이 “우리, 좀 잘 맞겠는데?” 싶으면 유럽의회에서 함께 활동할 ‘정치그룹’을 만드는 것. 현재 유럽의회에는 이런 정치그룹이 7개 있습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무소속으로 활동하는 의원도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냐면

EU에는 국가의 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집행위)가 있는데요. 유럽의회는 집행위원장과 집행위원을 뽑고, 집행위가 제안한 법을 수정하거나 거부할 수 있어요. 집행위가 짠 예산안을 심의하기도 합니다.

 

근데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왔어?

극우 정치그룹이 의석수를 확 늘렸습니다. 투표가 끝난 뒤 나온 잠정 예측 결과에 따르면, 강경 우파·극우 정치그룹의 의석이 13석 늘어날 예정입니다. 특히 EU에서 힘이 가장 센 두 나라, 프랑스와 독일에서 극우 정당의 바람이 세게 불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대표적 유럽 극우 정치인 중 하나인 마린 르펜의 국민 연합이 30% 넘는 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독일에서는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2위를 기록했는데요. 다만 유럽의회 전체로 따지면 중도 우파 성향의 정치그룹이 여전히 1당 자리를 지켰습니다.

프랑스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공동 대표인 앨리스 바이델(가운데)과 티노 흐루팔라(왼쪽)가 9일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의회 선거 투표 마감 뒤 당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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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뭐래?

유럽 여러 나라에서 극우 정치 세력의 인기가 높아진 건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2019년과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극우 세력이 의석을 꾸준히 늘려왔는데요. 그 배경을 살펴보면:

 

💸 먹고 살기 어려워

경제가 시들시들하고 물가가 오르며 살림살이가 팍팍해지자 “이민자 그만 돕고 우리 국민부터 챙겨야 해!” 주장하는 극우 정치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유럽에 온 이민자는 2022년 510만 명을 넘었는데요. 1년 전보다 2배 넘게 늘어날 예정입니다. 극우 정당들은 확 늘어난 이민자 때문에 일자리·주택이 부족해졌다고 주장하며 호응을 얻었습니다.

😎 이미지 바꿨어

극우 정당들이 예전과 달리 과격한 주장을 피하고, 민생을 챙기는 정책을 내놓으며 이미지를 바꾼 것도 이유로 꼽힙니다. 극우 정당과 선을 딱 긋던 사람들도 “이 정도면 지지해도 되겠는데?” 하게 됐다는 것. 젊은 극우 정치인들은 SNS를 활용해 친근한 이미지를 쌓고 있죠.

지난 3월 프랑스 동부 몽벨리아르에서 열린 집회에서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의 유럽의회 선거 유력 후보인 조르당 바르델라(가운데)가 지지자들과 셀카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르델라는 농부들을 처벌하는 ‘징벌적 생태학’과, ‘대량 이민’에 반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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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떻게 될까?

유럽의회 안에서 극우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며 EU의 정책도 영향을 받을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유럽의회는 이미 지난 4월 난민을 더 까다롭게 받자는 내용의 새로운 협정을 통과시켰는데요. 더 강력한 이민 정책을 요구하는 극우 세력의 입김 때문에 EU가 더욱 강력하게 난민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환경 분야에서는 탄소국경세 등 EU가 밀고 있는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