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여도 미국 경제가 잘 나가는 이유

 

👏 3줄 요약

미국 경제는 고금리에도 '골디락스' 수준의 호황을 구가합니다.

 

경기부양책과 이민자 효과, 생산성 향상 등이 호황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한편, 금리 정책의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미국 연준의 고민도 깊어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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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 시기가 시장의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음을 시인했는데요. 여전히 미국의 물가가 높고, 경기가 뜨겁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길 법도 합니다. 벌써 미국의 기준금리가 4%를 넘어선 지 2년이 넘었는데, 대체 왜 미국의 경제는 식어갈 생각을 안 하는 걸까요? 오늘에선 고금리에도 미국 경제가 호황인 이유와 함께 금융당국이 봉착한 어려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려 합니다.

 

잘 나가도 너무 잘 나가는 미국 경제

🇺🇸 요즘 미국 경제, 어떤데?

작년 3분기와 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4.9%, 3.2%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전체로 봐도 성장률이 3.2%에 달합니다. 보통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들은 2% 성장률만 달성해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데, 세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초강대국 미국이 3%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죠. 우리나라의 작년 경제성장률이 1.4%였음을 고려하면 이 수치가 더 크게 느껴지는데요.

✌️ 스태그플레이션? 걱정하지 마!

비록 올해 1분기 성장률이 1.6%(속보치)에 그치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왔지만 파월 연준 의장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모두 스태그플레이션은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고, 옐런 장관은 1분기 성장률이 상향 조정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둘 다 미국 경제에 대한 확신에 가득 차 있는 모습이죠.

🔍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

미국은 GDP를 속보치, 잠정치, 그리고 확정치로 세 번 발표합니다. 속보치는 기초 통계를 기반으로 빠르게 발표하는 수치이며, 이후 여러 자료를 추가로 종합해 잠정치를 발표하는데요.

 

마지막으로 모든 자료를 포함해 확정치를 발표합니다. 속보치는 정확성은 다소 떨어질지라도, 빠르게 경제 지표를 확인하고자 하는 기관이나 기업에 큰 도움이 됩니다.

 

🔍 스태그플레이션

경기침체(Stagn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물가와 실업률이 동시에 올라가는 현상을 뜻합니다. 경기는 가라앉는데 물가는 계속 올라 생계가 어려워지고, 탈출이 쉽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 너무 과열된 거 아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가 지나치게 과열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미국의 고용시장이 너무 뜨겁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에는 비농업 부문 고용이 30만3천 명 증가하며 전문가 예상치인 20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경제가 좋고 고용이 활발하면 좋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겠지만, 마냥 그렇진 않습니다. 이미 미국은 실업률이 3%대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수요가 계속 늘어나면 임금이 오르고, 기업은 임금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서 물가가 더 오르게 되죠.

🧈 걱정 마, 지금은 골디락스야

하지만 3일(현지 시각) 4월 고용 지표가 발표되면서 경기 과열 우려도 수그러들었습니다. 4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17만5천 명 증가해 전문가 예상치인 24만 명을 하회했는데요. 실업률도 3월 3.8%에서 4월 3.9%로 약간 상승했습니다.

고용시장의 과열세가 다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하루 만에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Goldilocks), 즉,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좋은' 상태에 도달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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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는 왜 이렇게 좋을까

그런데 참 아이러니합니다. 경기를 가라앉히고 물가를 내리려고 금리를 5%대로 올렸는데, 왜 미국의 경기는 오히려 좋아지는 것일까요? 2년 넘게 지속된 고금리에도 미국 경제가 끄떡없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몇 가지 이유를 제시합니다.

 

💰 초강력 경기부양책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펼쳤던 전례 없는 수준의 경기부양책이 아직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정부는 팬데믹으로 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수조 달러(수천조 원)에 달하는 돈을 풀었는데요.

 

1인당 수천 달러에 달하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한편, 반도체와 전기차 등 첨단 산업 분야의 기업에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했습니다. 이렇게 막대한 돈이 가계와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고금리 정책의 효과가 떨어졌다는 것이죠.

 

🚧 이민자 효과

팬데믹 기간 이민자들의 유입이 늘어난 것도 호황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미국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으로 자산 가격이 급등하자 노년층의 은퇴가 가속했고, 출산율까지 하락하면서 일할 사람이 부족해졌는데요. 이 빈자리를 이민자들이 메꾸면서 고용 호황이 지속되고, 소비 지출도 늘어났다는 것이죠.

 

놀라운 것은 이런 이민자들의 상당수가 불법 이민자란 것입니다. 불법 이민을 강력하게 통제하던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달리, 바이든 정부는 팬데믹 기간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다소 완화된 이민정책을 폈습니다. 그 결과 2023년엔 미국의 순 이민자가 무려 330만 명에 달했고, 이 중 240만 명이 불법 이민자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 점점 좋아지는 생산성

미국의 노동생산성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도 주효했습니다. 노동생산성이란 노동자가 일정 기간 얼마나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데요.

 

작년 3분기와 4분기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각각 5.2%, 3.2%(연이율 기준) 상승했습니다. 올해 1분기 0.3%로 다소 둔화하긴 했지만, 작년 생산성 개선이 두드러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고숙련 이민자의 유입과 지속적인 첨단 기술 혁신, 재택근무 확산 등이 노동생산성을 높였고, 이것이 고금리에도 미국 경제가 침체하지 않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고금리가 호황을❓

기존 경제학 이론과는 배치되지만, 고금리가 오히려 호황을 불러왔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높은 금리로 기업과 가계의 예금 자산이 늘어나면서 소비와 투자가 늘고, 경제가 호황을 맞았다는 것인데요.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인 데이비드 아인혼 그린라이트캐피털 회장이 이와 같은 주장을 하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는 "고금리로 미국 가계가 13조 달러의 단기 자산에서 매년 4천억 달러의 이자 수익을 내고 있다"라며 오히려 금리가 내려가면 미국 경제가 둔화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죠. 이는 고금리가 경기 둔화와 물가 하락을 가져온다는 전통적인 통화정책과 배치되는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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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고금리, 괜찮나?

미국 경제가 호황이라지만, 고금리 장기화는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기업이나 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는데요. 높은 수준의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지만 정책 목표가 잘 달성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커집니다. 통화정책의 파급경로가 망가졌다는 이야기부터 중립 금리 자체가 높아졌다는 분석까지 나오죠.

 

📈 슬슬 높아지는 연체율

2년 넘게 높은 금리가 이어지면서 미국의 가계부채와 신용 부문에서도 연체율이 고루 높아집니다. 작년 4분기 미국의 카드 빚 연체율은 6.26%로 전년 대비 2.35%P 상승했는데요. 2008 금융위기의 여파가 이어지던 2011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 금리의 약발이 잘 안 먹혀

고금리 장기화로 연체율이 오르고 고용도 둔화하지만, 과거에 비해 금리라는 통화정책 수단의 효과가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보통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여러 파급 경로를 따라 금리 인상의 효과가 경제 전반으로 퍼지는데요.

 

경제 체제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이런 파급 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한국은행은 핀테크 서비스 확산을 파급효과 감소의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시중은행의 대출 축소로 이어지지만, 핀테크 서비스의 발전으로 은행 외에도 대출받을 수 있는 곳이 늘어나며 긴축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 통화정책의 파급 효과 더 알아보기

https://blog.naver.com/chief_cho/223303264025?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금리가 오르면 물가가 내려가는 이유

 

🔄 미국 경제가 변했다?

미국 경제의 체질이 변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제조업에서 IT 산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변하면서, 금융기관을 통한 대규모 자본조달의 중요성이 줄었다는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고금리의 영향을 기존보다 덜 받게 됩니다. 또, 미국 경제의 중립 금리 자체가 올랐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중립 금리란 인플레이션도 디플레이션도 유발하지 않는 '딱 적당한' 기준금리 수준을 이르는데, 최근 미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높아지면서 이 중립 금리 자체가 올라갔다는 거죠. 중립 금리가 오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금리를 더 많이 올려야 긴축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중립 금리가 올랐는지에 관한 논쟁이 뜨거운 감자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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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국 경제가 고금리에도 건재한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경제가 급속히 수축할 것이라던 과거의 기대와는 명백하게 다른 모습인데요. 미국 경제가 호황인 것은 좋은 일이지만 금리를 활용한 통화정책 운용이 점점 더 어려워짐에 따라 미국 연준의 고심도 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