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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분쟁 사이에서 조용히 이득 챙기는 국가 알아보기

by 칲 조 2024.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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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전 세계 모두에게 위기이기만 한 건 아닙니다. 누군가의 위기는 누군가의 기회이기 마련입니다. 공고했던 기존 글로벌 공급망에서는 방황했으나, 새로이 재편되는 공급망에서는 기필코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리라는 야망을 품은 나라가 있습니다. 오늘은 미국과 중국 사이를 바삐 오가며 기회를 노리는 커넥터(Connectors)’ 국가의 부상을 알아보겠습니다.


미국과 중국, 정말 헤어질까?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벌인 지 어언 7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동안 두 나라의 교역 관계는 크게 흔들렸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경제가 이제는 정말 헤어질 기미를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 서로가 일등

오랫동안 미국은 세계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였습니다. 중국은 21세기 들어 세계 최대 상품 수출국으로 급부상한 국가죠. 그러니 양국이 서로에게 일 순위 교역 파트너가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2017년만 해도 미국 수입의 21%가량이 중국에서 왔고, 중국 수출의 19%가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 ·중 갈등의 시작

그렇게 긴밀했던 교역 관계가 2018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잇따라 중국이 보복 관세를 매기면서 무역 전쟁에 불이 붙었는데요.

 

2021년 집권한 바이든 행정부도 디커플링 또는 디리스킹을 외치며 트럼프의 대중국 압박 기조를 이어받았습니다. 2017년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매기는 관세가 평균 3%대였지만, 지금은 20%에 육박합니다.

💡 바이든 행정부의 디리스킹과 그 결과!

https://chief-cho.tistory.com/706

 

미국의 중국 견제 방법 디리스킹, 효과는 어떨까

미국과 중국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습니다. 험한 말을 주고받은 정도야 나중에 주워 담을지 모르겠으나, 서로의 돈줄을 건드린 일은 수습할 수가 없습니다. 돈줄은 나라의 목숨줄이고,

chief-cho.tistory.com

 

📉 줄어드는 교역

중국 상품이 아무리 가격 경쟁력이 있어도 20%의 관세를 맞으면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위 그래프에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상품의 규모인데요.

그간 꾸준히 증가하던 수입액이 2018년 이후로 주춤거리더니 급기야 줄어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동안 미국이 전 세계로부터 수입한 상품 규모나 중국이 전 세계로 수출하는 상품 규모는 늘어난 걸 보면, 미국과 중국의 교역이 뒷걸음치는 모습이 선명히 보이죠.

🥉 빼앗긴 금메달

결과적으로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덜 중요한 교역 상대가 된 듯 보입니다. 작년 상반기 미국이 가장 많이 수입해 오는 국가(최대 수입국)의 지위에서 중국이 밀려 내려왔습니다. 10년이 넘도록 미국의 최대 수입국 지위를 지켜온 중국이 3위까지 미끄러진 건 충격적인 결과인데요. 미국의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721%에서 202313.2%까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수출 가운데서도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9%에서 202314.8%까지 내려왔습니다.


디커플링의 진실: 커넥터의 존재

얼핏 보면 미국과 중국이 완전히 절교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세계 1위와 2위의 경제 대국이 맺어온 교역 관계가 이토록 빠르게 깨질 수 있을까요?

 

중국은 제일의 고객을 잃고도 새로운 수출처를 찾았고, 미국은 세계 제일의 공급자 없이도 멀쩡히 대체할 공급자를 구했다고요? 어쩐지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인데요. 상황을 조금 더 면밀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새로운 1위 멕시코?

작년 중국을 밀어내고 미국의 최대 수입국으로 떠오른 나라가 바로 멕시코입니다. 멕시코는 2017년만 해도 미국에 연간 3,150억 달러 규모로 수출했는데요.

 

작년엔 무려 4,800억 달러까지 규모를 키웠습니다. 불과 6년 만에 수출액을 50% 이상, 1,600억 달러(한화 210조 원가량) 끌어올린 셈인데요. 분명 놀라운 성장이지만, 놀라기만 해서는 보다 중요한 사실을 놓칠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반대는 중국

멕시코는 미국에보다 많이 팔 동안, 동시에 중국에서 더 많이 사 왔습니다. 2017년 중국의 멕시코 수출 규모는 360억 달러 수준이었는데요. 2023년엔 800억 달러의 턱 밑까지 올랐습니다. 성장세로 보면 오히려 대미 수출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빠릅니다.

 

사실 멕시코의 대미 수출과 대중 수입은 동전의 양면인 셈이죠. 미국과 중국은 헤어진 듯 보였으나, 사실 제3의 친구를 껴서 간접적인 교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징검다리 국가

미국과 중국 사이 제3의 친구가 바로 커넥터(Connectors)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담을 쌓자, 그사이를 열심히 오가면서 존재감을 키우는 나라들인데요.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커넥터 국가에선 대미 수출(또는 대유럽연합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동시에 동시에 대중 수입 역시 급증합니다. 커넥터는 중국을 대체해 미국에 수출하는 국가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을 잇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하는 국가죠.

 

👀 중립 지대

지는 커넥터 국가로 멕시코와 함께 베트남, 인도네시아, 폴란드, 모로코를 꼽았습니다. 다섯 국가는 미국을 필두로 한 자유주의 진영에 속하지도 않고, 중국이 끌어모으는 반대편에 붙지도 않습니다.

 

새로운 지정학적 단층선을 가로지르는(straddling the new geopolitical fault lines)” 국가라고 설명되는데요. 어느 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쪼개지는 세계 경제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중국과 거래할 수 있고, 미국에 수출할 만큼은 사이가 좋은 절묘한 포지션 덕분입니다.

⛳️ 기회의 땅

커넥터의 또 하나 중요한 공통점은 아직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중 갈등 국면에서 인도가 새로운 경제 중심지로 떠오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데요.

 

커넥터 국가는 인도만큼 커다란 국가가 아닙니다. 다섯 국가를 합치면 전 세계의 GDP4% 정도를 차지하는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전 세계 그린필드 투자의 10%를 끌어왔습니다. 체급에 비해 우수한 성과는 커넥터 국가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 그린필드 투자(Greenfield Investment): 기업이 해외 국가에 직접 투자할 때는 두 가지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현지에서 이미 가동 중인 설비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게 대표적으로, 브라운필드 투자(Brownfield investment)라고 불립니다. 반면 그린필드 투자는 맨땅에서 설비를 지어가며 사업을 시작합니다. 브라운필드 투자는 기존 생산의 주인이 바뀌는 격이라면, 그린필드 투자는 현지에서 생산이 새롭게 일어나는 만큼 고용 창출 효과가 큽니다.

 

💸 새로운 투자처

실제로 세계의 유수한 기업이 커넥터 국가에서 미래를 보는 분위기입니다. 미국과 중국 경제 중 어느 하나를 택하고 다른 하나를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 둘 모두와 이어진 커넥터 국가가 가장 매력적인 대안으로 보이겠죠.

 

여러 기업의 그린필드 투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커넥터 국가의 생산력이 빠르게 증대되는 추세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도 존재감이 점차 커지고 있죠.


1️⃣ 차이나 플러스 원의 도착지

커넥터 국가에 주목하는 기업은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을 따릅니다. 그동안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기업의 상당수는 차이나전략을 믿었습니다.

 

중국은 인건비도 저렴하고 인프라도 빠르게 확충돼 사업을 하기에 좋았으니까요. 중국에 생산 설비를 올인하다시피 한 기업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고, 그에 따라 동남아시아의 커넥터 국가가 새롭게 주목을 받습니다.

 

🧱 중국 더하기 하나

중국에 생산을 의존하는 일은 점점 더 위험해집니다. 미국이 중국 상품에 매긴 관세도 문제지만, 점점 더 아슬해지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차이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차이나 플러스 원은 피할 수가 없는 시기죠. 여러 글로벌 기업이 당장 중국에서 발을 빼지는 않더라도, 다른 국가에 생산 설비를 분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 동남아시아의 부상

그렇다면 중국이 아닌 어디가 적합한가? 바로 그 질문에서 동남아시아가 매력적인 답으로 떠오릅니다. 우선 동남아시아는 생산 설비를 두기에 유리합니다.

 

지역의 인구수가 6억 명을 훌쩍 넘는 데다, 아직 경제 발전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해 인건비가 비교적 저렴합니다. 더구나 동남아시아 국가가 최근 해외 투자를 손 벌려 환영하면서 사업 환경이 개선되기도 했습니다.

 

🙌 IPEFRCEP

무엇보다 동남아시아가 미국과 중국 모두와 우호적인 교역국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ASEAN)은 미국 주도의 경제 협력체 '아시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가입했고, 동시에 중국이 주도하여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를 포괄하는 FTA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중추입니다. 커넥터인 동남아시아에 생산 거점을 두면 미국과 중국 양대 시장에 접근하기가 용이합니다.

🇻🇳 베트남의 사례

동남아시아의 커넥터로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대표적입니다. 특히나 베트남은 최근 폭스콘, 페가트론 등 애플에 납품하는 하청 업체의 대규모 투자를 받은 걸로 알려졌죠.

 

글로벌 기업이 중국으로 베트남으로 무게를 옮기는 데는 베트남과 중국의 경제가 긴밀하다는 사실이 중요했습니다. 중국을 떠나면서도, 중국의 중간재와 원재료, 생산 장비를 조달하는 이점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죠.


2️⃣ 중국의 우회적인 미국 수출

중국 기업 역시 커넥터 국가에 눈독을 들입니다. 글로벌 기업만 중국을 떠나는 게 아니라, 중국 기업도 중국을 떠나거든요. 중국에서 상품을 만들어봤자 미국의 높은 관세 탓에 수출이 어렵다면, 차라리 생산지를 해외로 옮기겠다는 계산입니다.

 

🇨🇳 중국의 해외 진출

최근 중국의 여러 기업이 해외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쏟아붓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해당 국가에 대규모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는데요. 현지 공장에서 만든 상품은 관세를 피해서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만든 중간재를 커넥터 국가로 수출하고, 커넥터 국가는 제품을 최종 조립해 미국에 보내는 식입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퇴보함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출 규모가 유지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 미국의 옆집, 멕시코

중국 기업이 특히나 많이 진출하는 국가가 바로 멕시코입니다. 멕시코에서 새로 개시되는 사업의 1/5이 중국 기업이라는 보고가 나올 정도입니다. 멕시코는 미국 바로 아래 위치한 국가이고, 미국, 캐나다와 함께 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은 국가입니다.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유리한 조건으로 미국 시장에 수출될 수 있죠.


커넥터 국가의 부상은 현재 세계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다투기 시작할 때만 해도 여러 전문가가 세계화의 퇴보를 걱정했는데요.

 

우려와 달리 전 세계의 교역 규모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모양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가운데 커넥터 국가를 껴서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인데요. 이를 보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여파는 심각하지 않은 수준에서 관리되리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옵니다. <Reuters> 지는 이런 현황을 전하는 기사에 글로벌 무역 전쟁? 또는 헛수고(Global trade war? or merry dance?)”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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