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이제 100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인 만큼 중요성이 아주 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아직도 ‘총선룰’을 정하지 못했다는 건데요.
선거의 규칙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꽤 오래전부터 나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정치권에서는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두고 공방이 이어지면서 아직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선거제도 개편을 둘러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국회의원 선거 제도 복습하기!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은 300명입니다. 이 중에서 253명은 지역구 의원이고, 47명이 비례대표 의원입니다. 지역구는 내가 사는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을 뽑는 거고, 비례대표는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하면 정당끼리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눠 갖는 겁니다.
총선에 투표하러 가면 종이를 두 장 주는데요, 한 장은 내가 사는 지역의 지역구 의원을 뽑는 종이고, 한 장은 비례대표 의석을 주고 싶은 정당을 뽑는 종이입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모두 선출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예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지금의 선거제도는 ‘양당 정치’를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는 규모가 큰 두 개의 당이 의회 좌석을 독식하는 현상이 심합니다. 이렇게 두 개의 거대 양당이 의회를 이끌어가는 양당제는 의사 결정의 주체가 적기 때문에 국정 운영의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작은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선거제도는 거대 양당에 유리한 방식입니다. 그렇다 보니 민의를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다양한 국민의 뜻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가 필요하다는데, 어떤 제도를 택해야 좋을까요?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제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지역구 의원은 어떻게 뽑을까?
1️⃣ 소선거구제
현재 한국의 지역구 의원 투표 방식입니다. 선거구마다 1위를 차지한 한 명의 의원만 당선됩니다. ‘승자독식’ 구조이기 때문에 낙선자들을 뽑은 표가 사표(죽은 표)가 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51%의 표를 받아 1등으로 뽑힌 사람이 당선됐다고 하면, 나머지 49%의 표는 무의미해지죠.
2️⃣ 중대선거구제
선거구를 넓게 잡는 대신 여러 명을 뽑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제주는 현재 소선거구로 3개 지역구로 나뉘어서 각 지역구에서 한 명씩을 뽑는데, 지역구를 하나로 묶은 뒤 제주도를 통틀어 3명을 뽑는 겁니다. 그러면 2등과 3등에 투표하는 사람들의 표가 반영되면서 기존에 버려지던 사표가 줄어드는 효과가 생깁니다.
1년 전 윤석열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선거제 개편 논의에 불을 지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기존의 소선거구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비례대표 의원은 어떻게 뽑지?
사실 이번 선거제 개편의 핵심은 비례대표제입니다. 지난 2020년 제21대 총선 때 비례대표제가 한 차례 바뀐 적 있는데요, 바뀌기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지, 새로운 형태로 바꿀지 정치권에서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1️⃣ 병립형
지난 총선에서 바뀌기 전까지 한국은 쭉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택해 왔습니다.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정당을 각각 따로 뽑는 방식으로, 두 투표의 결과가 서로 아무 영향도 주지 않습니다.
예컨대 A 정당이 10%를 득표했으면, 비례 의석 47석 중 10%인 4.7석(반올림 5석)을 가져갑니다.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을 가져가는 단순한 방식이지만, 거대 양당의 득표율이 높다 보니 다른 정당이 비례 의석을 얻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2️⃣ 연동형
이런 병립형 비례대표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연동’합니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얻은 정당 득표율대로 의회에 자리를 주는 거예요. 만약 어떤 정당이 비례대표 선거에서 높은 득표율을 얻었는데도 불구하고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이 너무 적다면, 비례대표에서 대신 채워주는 제도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A당이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득표율이 10%라면 우리나라에서 10%의 사람이 이 당을 지지한다는 뜻이에요. 그러면 의회에서도 전체 300석의 10%인 30석을 받는 게 맞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소수 정당이 지역구에서 10석밖에 차지하지 못했다면 비례대표에서 20석을 채워주는 거예요. 반대로 만약 지역구 선거에서 이미 30석을 채웠다면 비례대표 자리는 얻지 못합니다.
지역구에서 당선 가능성이 큰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의석까지 독차지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국회 내에서 제3의 정당, 제4의 정당 목소리가 더 반영될 수 있겠죠.
3️⃣ 준연동형
완화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동형에서 채워줘야 할 비례대표 의석수에서 절반만 채워주는 제도가 준연동형 비례제입니다. 비례대표 투표에서 10%를 득표한 정당이 연동형에서는 30석을 받아야 했다면, 준연동형에서는 15석만 받게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처음 도입했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완전히 도입하지는 않았어요.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30석에 한해서만 준연동형을 적용했고, 나머지 17석은 기존의 병립형 비례제를 유지했습니다.
이런 것도 논의 중
권역별 비례대표제❓
위에서 말씀드린 3가지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하나의 구역으로 가정하고 정당에 투표하는데요, 지금 정치권에서는 또 다른 옵션도 논의 중입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눈 뒤 권역별로 정당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선출합니다. 위의 3가지 비례대표제와 조합해서 ‘권역별 병립형’, ‘권역별 연동형’ 제도 등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장점은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다는 건데요. 현재 정치권에서는 전국을 수도권·중부권·남부권 3개 권역으로 나누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만약 전국이 3개 권역으로 나눠진다면, 가장 지역주의가 심한 영남과 호남 지역이 모두 ‘남부권’으로 묶이게 돼요. 그러면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만 찍어주는 현상은 지금보다 완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후보가 해당 지역 출신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을 수 있습니다. 비례대표는 지역의 이익과 무관하게 국가적 차원의 논의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렇게 출신 조건이 붙으면 인재 등용의 폭이 좁아진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번 선거에는 어떤 룰이 적용될까❓
2023년은 국회의원 선거제 개편 논의가 뜨거웠던 한 해였습니다. 역사상 최초로 일반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까지 치렀는데요.
하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습니다.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이해관계를 따지며 어떤 식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기하고 과거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당시에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했었죠.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의견이 합치되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자는 입장과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입장이 반반 나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밖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어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죠. 선거를 얼마 남기지 않고 닥쳐서 급하게 규칙을 결정하는 게 맞는지... 국회는 과연 합의점에 이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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