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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국가 체질 변화 프로젝트, 네옴시티

by 칲 조 2024.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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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1월 우리나라를 방문한다는 소식에 관련 기업의 주가가 출렁이고 있습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의 석유 증산 요구를 거절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에 상처를 내기도 했습니다.


빈 살만, 그는 누구인가?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흔히 빈 살만 왕세자로 불리는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의 실질적 일인자입니다. 그는 형제 상속이라는 사우디의 전통을 깨고, 부자 상속을 통해 왕권을 계승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패한 왕자들을 숙청하고, 개혁과 개방을 통해 사우디 사회의 종교적 분위기를 완화하며 국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사우디 왕실 가계도 . 7 대 국왕 살만의 아들이 현 왕세자 빈 살만, 조선일보

 

1932년 취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 국왕인 압둘라지즈는 슬하에 37명의 아들을 뒀습니다. 사후 권력 다툼을 우려한 압둘라지즈 국왕은 왕위 부자 상속이 아닌 형제 상속을 통해 안정적인 왕위 계승을 추구했습니다.

 

하지만 201580세로 왕위에 오른 7대 국왕인 살만 국왕은 곧 왕세자였던 조카 빈 나예프를 폐하고, 당시 31세였던 자기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을 왕세자로 책봉합니다. 형제 상속의 전통을 끝내고, 부자 상속의 시대를 연 겁니다.

 

사실 살만 빈 국왕은 왕위 계승 1순위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형인 나예프 왕세자가 왕위를 이어받을 예정이었으나, 2012년 왕위 계승을 앞두고 심장마비로 사망해 버렸습니다. 이에 동생인 살만이 국왕이 됐습니다.

 

살만 국왕은 즉위 이후 조카인 빈 나예프를 왕세자에, 아들 빈 살만을 부왕세자에게 책봉했는데요. 하지만 살만 국왕은 조카가 아닌, 자신이 가장 아끼는 아들 빈 살만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싶었습니다. 다만, 형제 상속이라는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빈 나예프를 왕세자 자리에 앉혔다가, 2017년 자진하여 사퇴하게 했습니다.

 

2017 년 사퇴한 빈 나예프 전 왕세자

 

현재 살만 국왕이 86세의 고령인 데다 기저 질환이 있어 빈 살만 왕세자가 국정 전반을 도맡아보고 있습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실상 사우디의 일인자로 꼽힙니다. 막대한 부를 지닌 데다, 권력까지 거머쥐며 'Mr. Everything(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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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국민 여론은 매우 호의적인데요. 그가 개혁ˑ개방을 통해 석유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첨단 산업 중심으로 변화시키려 하고, 종교적 강경파를 몰아내며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적대 관계인 이란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모습을 보이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경제 개혁과 동시에 숙청 작업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했습니다. 자신의 삼촌인 빈 나예프 전 왕세자가 물러나자 그를 가택연금하고, 2020년에는 반역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 2017년 반부패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후 왕자와 장관, 성직자 500여명을 수도 리야드의 리츠 칼턴 호텔에 구금한 뒤 심문해 110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국고로 환수하기도 했습니다.

 

사우디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BBC

 

사우디 내에서 '개혁 군주'로 불리는 그는 몇 가지 사건으로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2019년 사우디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암살한 배후로 지목되며 인권을 중시하던 서방 국가들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사우디아라비아가 대가를 치르게 하고, 그들을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라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빈 살만의 개혁, 비전 2030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 정책은 '비전 2030'으로 대표됩니다. 비전 2030은 석유 중심의 산업구조를 첨단산업 위주로 재편해 사우디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국가 주도의 경제 청사진입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산업 구조를 개편하는 것뿐만 아니라 온건한 이슬람주의 노선을 추구하고, 여성의 경제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까지 담겼습니다.

 

2007년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미국이 에너지 순 수입국에서 순 수출국으로 변모하고, 러시아가 사우디와 석유 가격 경쟁을 벌이며 중동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습니다. 사우디 경제는 '석유자본'에 크게 의존해 왔는데, 2014년부터 저유가 지속되며 사우디의 경제 상황은 점점 악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간 사우디 왕조는 석유자본으로 국민들에게 다양한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각종 세금도 걷지 않았습니다. 이를 통해 통치의 정당성을 획득하고, 국민들의 '정치적 침묵'을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유가 장기화로 사우디의 외환보유고는 급감했고, 재정 적자도 심해졌습니다. 동시에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부양해야 할 고령층의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석유 수출 외엔 산업 기반이 거의 없었기에, 청년 실업률도 25~30%를 기록했습니다. 게다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가속하면서, 사우디의 입지도 위태로워졌습니다.

 

특히 사우디는 제조업 기반이 부족해 소비재의 90% 이상을 수입해 오는데요. 석유가 펑펑 나는데도, 정제 기술이 부족해 플라스틱, 섬유, 고무 같은 각종 석유화학 제품까지 대부분 수입해 올 정도입니다. 내부 산업 기반이 취약해 석유자본이 끊기면 언제든 경제가 크게 위축될 수 있습니다.

 

빈 살만의 경제 개혁 정책  ' 비전  2030' 의 구조,  DIVERSE+ASIA

 

개혁적인 성향의 빈 살만은 왕세자 책봉 이전부터 이런 사우디의 경제 구조개혁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2015년 그의 아버지 살만이 왕위에 오르면서 빈 살만은 경제개발위원회 위원장, 국방부 장관, 아람코 회장 등 주요 요직을 맡아 비전 2030을 추진했습니다.

 

비전 2030의 핵심은 사우디를 석유 수출국에서 첨단 제조업ˑ기술 국가로 탈바꿈하는 것입니다. 석유자본을 산업 육성에 투자해 경제 자립을 이뤄낸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 사우디의 국영 석유회사이자 세계 최대의 기업인 '아람코'의 지분을 일부 매각하고, 사우디 공공투자 기금(PIF)을 국부펀드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이런 투자 기금을 세계 각국의 첨단 제조 기업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 해외 제조 기업들과 합작 회사를 설립해 사우디에 공장을 세우는 등 국내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2018 년 사상 최초로 여성에게 운전 면허증을 발급한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는 첨단산업 투자와 함께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려 합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노동력의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우디에선 그동안 이슬람주의의 영향력 아래 여성의 사회참여가 제한돼 왔고, 이는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살만 국왕 취임 이후 여성의 참정권이 보장되고, 여성의 운전이 가능해지는 등 여성의 권리가 크게 신장했습니다. 비전 2030은 이렇듯 여성의 사회 참여를 높여 노동력 활용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사우디 내 급진적인 이슬람 세력을 억눌러야 합니다.

 

그래서 빈 살만 왕세자는 온건주의 이슬람 노선을 택하고 있는데요. 그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으로 사우디에 "변질되고 왜곡된" 급진적 이슬람주의가 침투했고, 이런 "급진적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우디는 종종 급진주의자들의 테러 표적이 되곤 하는 만큼,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선 이런 불확실성을 차단해야 합니다. 이에 빈 살만 왕세자는 국방력을 강화하고, 이스라엘과 협력해 이란의 위협에 강력히 대응하려 하죠.


사우디의 미래, 네옴시티

최근 빈 살만 왕세자의 미래 도시 계획인 네옴 프로젝트가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네옴시티는 약 650조원이 투입되는 사우디의 신도시 건설 계획인데요. 우리나라 건설사들도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네옴 프로젝트의 일환인 길이  170km 의 선형도시  ' 더 라인 ', 네옴

 

사우디는 수도 리야드와 신도시 네옴을 스마트시티로 조성해 사우디를 '스마트 네이션'으로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네옴은 사우디 북서쪽 홍해 인근에 건설되는 신도시로, 총공사비 650조원이 투입돼 서울시 44배 면적의 스마트시티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네옴 프로젝트에는 크게 3개의 주요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선형도시 '더 라인', 부유식 산업단지 '옥사곤', 미래형 산악관광 단지 '트로제나'가 그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kz5vEqdaSc

더 라인 프로젝트, 네옴 유튜브

 

더 라인은 길이 170km, 200m, 높이 500m의 대규모 신도시로, 선형 건물 안에 상업, 주거, 업무 등 모든 시설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습니다. 탄소배출이 없는 친환경 스마트 시티를 표방합니다. 우리나라의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올해 6월 더 라인의 지하에 들어가는 13천억원 상당의 철도 터널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습니다.

 

네옴 프로젝트의 일환인 부유식 산업단지  ' 옥사곤 ' , 네옴

 

옥사곤은 세계에서 가장 큰 부유식 산업 공간으로, 항구 근처에 위치해 첨단 물류 허브와 산업 단지 역할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사우디는 친환경적인 도시 설계에 더해,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해 옥사곤을 세계 무역의 새로운 중심지로 삼고자 합니다.

초대형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 트로제나 ' , 네옴

 

트로제나는 2026년 개장을 목표로 건설되는 초대형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입니다. 네옴 근처의 산악단지를 개발해 인공호수와 스키장, 호텔, 전망대 등을 지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지역은 사우디의 다른 지역과 달리 겨울철 온도가 영하까지 내려가 스키장 건설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렇듯 사우디는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 아래 네옴시티라는 초대형 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 가능한 사우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올해 11월 우리나라를 방문해 네옴 프로젝트 관련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소식에 얼마 전 국내 건설주가 일제히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네옴 프로젝트가 지나치게 원대하고, 비현실적인 계획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국부펀드와 네옴의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지만, 결국 자금 부족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과연, 빈 살만 왕세자는 네옴 프로젝트와 비전 2030을 통해 사우디의 경제 구조 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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