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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반군, 글로벌 물류 거점 홍해 입구 막았다.

by 칲 조 2023.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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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지난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할 때부터 전 세계가 우려했습니다. 중동에서 터진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이었는데요. 걱정은 결국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전쟁이 연쇄적인 반응을 낳은 끝에 세계적 해상로 홍해가 막혔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 물가와 유가 상승이 예견되는 상황입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새로운 전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360㎢ 남짓한 가자 지구에서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해입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만 엮인 문제가 아니다 보니,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투가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중동 각지의 친(親)이란·반(反)미국 민병대가 이스라엘에 칼을 갈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멘의 후티도 그중 하나인데, 후티는 홍해에 새로운 전선을 열었습니다.

 

연합뉴스

🇾🇪 홍해의 예멘

홍해는 아프리카와 서아시아 사이에 길쭉하게 난 바다를 말합니다. 그 홍해 남단을 면하는 아라비아반도에 이슬람교 아랍 국가 예멘(Republic of Yemen)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예멘은 2014년부터 세 개 세력으로 나뉘어 내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 예멘의 후티

예멘 내전의 삼파전에서 하나의 세력이 후티 반군입니다.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단체이자, 예멘 서쪽 홍해의 해안선(위 지도)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세력입니다. 같은 이슬람 종파(시아파)에 속하는 이란으로부터 군사적인 지원을 받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신은 가장 위대하시다,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유대인에게 저주를, 이슬람에게 승리를! God Is the Greatest, Death to America, Death to Israel, A Curse Upon the Jews, Victory to Islam”

 

후티 반군의 슬로건

🎙️ 후티의 선전포고

지난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하자 일명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이라 자칭하는 중동 각국의 시아파 친(親)이란 군사 조직이 이스라엘에 선전포고했습니다. 후티 반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1,700km도 넘게 떨어진 이스라엘까지 미사일과 드론을 쏘아 올리더니, 11월부터는 홍해에서 이스라엘을 향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나섰습니다.

 

🚢 무차별 공격?

11월 19일엔 실제로 이스라엘이 지분 일부를 가진 화물선(영국 소유, 일본 운행)을 나포했습니다. 지금까지 홍해에서 최소 10척 이상의 선박이 공격 또는 위협을 받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후티는 이스라엘을 향하는 선박, 이스라엘과 관련 있는 선박만 공격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홍해를 지나는 선박 전부가 위험한 상황입니다.

 


홍해, 아니면 아프리카 희망봉

지금, 여느 한 바닷가에 군사 분쟁이 벌어진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홍해는 유럽과 아시아가 직통으로 연결되는 세계의 핵심 해상로 중 하나입니다. 폭이 좁디좁아서 길목이 막히면 해상로가 통째로 막히는 바다입니다. 하필이면 후티가 손을 뻗을 수 있는 위치에 홍해가 있어 전 세계 해상 무역에 비상벨이 울리게 된 셈입니다.

 

📦 홍해의 물동량

유럽과 아시아가 바닷길로 상품을 옮기는 최단 경로가 홍해를 지납니다. 당연히 홍해는 전 세계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거치는 핵심 해상로가 됐습니다.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3개 중 1개가 홍해를 지나고, 바다로 옮겨지는 석유의 12%가 홍해를 거쳐 갑니다.

 

서울신문

🌊 후티의 앞바다

홍해가 길쭉한 빨대라고 한다면 윗구멍은 수에즈 운하고, 아랫구멍은 바브엘만데브 해협(Bab-el-Mandeb Strait)입니다. 홍해를 지나기 위해선 반드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길목에서 예멘의 후티 반군이 호시탐탐 습격의 기회를 노리는 것입니다.

 

🤦 홍해 포기한 해운사

선사(船社) 입장에선 홍해 통행을 강행하다가 나포되기라도 하면 재앙과 같은 손해를 떠안아야 합니다. 하는 수 없이 뱃머리를 돌릴 수밖에 없는데요.

 

이달 들어 세계 10대 해운사 중 9개 회사가 홍해를 지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렸습니다.

이미 150척이 넘는 컨테이너 선박이 항로를 틀었습니다. 후티의 공격이 멈출 때까지 홍해를 피하는 선박의 수가 점점 늘어날 예정입니다.

 

🌍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홍해를 지나지 않으면 남은 길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 큰 아프리카 대륙을 둘러서 희망봉을 지나는 경로인데요. 홍해 경로에 비해 9,000km가량 길어 운송 기간도 늘어나고, 연료와 인건비도 더 들기 마련입니다.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에서 싱가포르까지 상품을 운송한다 가정하면, 홍해로는 34일 만에 갈 수 있는 반면 희망봉을 거치면 43일이 소요됩니다. 넉넉잡으면 운송 기간이 2주 가까이 추가됩니다.

 

당연히 해상 운임도 껑충 뛰었습니다. 대체로 컨테이너 운임이 30~40%가량 올랐는데, 몇몇 구간에서는 운임이 2배, 3배로 오르기도 했습니다.


홍해 없는 글로벌 경제는?

후티 반군의 공격이 홍해를 틀어막으면서, 그 여파가 전 세계 경제로 퍼져나갈 걸로 보입니다. 수직으로 상승하는 해상 운임이 아직 유가와 물가를 끌어올리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홍해 리스크가 가격에 반영되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습니다. 사태가 조속히 매듭지어지지 못한다면 글로벌 공급망이 큰 타격을 입을지도 모릅니다.

 

🚢 에버기븐호의 기억

지난 2021년 에버기븐호 사태를 떠올려 봐야 합니다. 당시 초대형 화물선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하면서 6일 동안 홍해 항로가 막혔는데요. 그 며칠 동안 유가가 6% 넘게 뛰었습니다. 홍해는 그만큼 세계 경제에서 핵심적인 길목입니다.

 

🛢️ 오르는 유가

실제로 홍해 리스크는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진정되는가 싶었던 유가가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다시 오름세를 탔습니다. 지난 18일은 세계 2위의 석유 업체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가 홍해 운송 중단을 발표한 날입니다. 유조선이 홍해를 지나지 못하고 더 먼 길을 택하다 보니, 늘어난 운송비가 유가에 반영되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 유가 걱정은 기우?

일각에서는 유가가 수직 상승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홍해가 막히는 건 다만 원유 운송이 오래 걸리는 문제고, 원유 생산량이 줄어드는 건 아니기 때문인데요. 이미 세계 전반적으로 원유 생산량이 충분한 상태라 유가 충격은 제한적이리라는 평가입니다.

 

📈 물가도 오를까?

물가도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단 해상 운임이 늘어났고, 또 운송 기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재고를 관리하는 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의류, 가전제품 등의 상품 중 40%가량이 이번 사태의 영향권에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관건은 시간

유가든 물가든, 홍해 리스크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낳을지는 시간에 달려 있습니다. 사태가 며칠 안에 종료되면 일시적인 운임 증가 정도의 해프닝으로 상황이 매듭지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상황이 몇 달을 가면 글로벌 공급망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 다국적 함대 출범

지난 18일 미국은 후티 반군에 대응하기 위해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미 해군을 주축으로 10개국 이상의 다국적 함대를 꾸려 민간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겠다는 계획인데요. 희망적인 소식이지만, 이로써 상황이 얼마나 빨리 종결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해운사나 석유사는 상황이 완전히 끝났다는 확신이 없으면 홍해로 돌아올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공급망에 묶여 있는 만큼 여파를 피해 가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한국은행의 총재도 홍해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한 해를 꼬박 넘어 지속되는 고금리 국면에도 물가 상승은 점점 요원한 목표가 되어가는 암울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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