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 대규모 투자로 몇 년간 적자를 본 끝에 작년에서야 흑자 기업으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과감한 투자에 나서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무려 세계 최대 명품 플랫폼인 파페치를 인수한 건데요. 나아가 쿠팡은 온라인에서 나아가 오프라인 유통 시장 진출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쿠팡은 왜 세계 최대 명품 플랫폼을 인수했을까?
🙌 명품 플랫폼 파페치 인수 결정
지난 12월 18일, 쿠팡이 영국의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 fetch)’를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파페치는 190개국에서 약 1,400개의 명품 브랜드를 판매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플랫폼인데요. 2022년 매출은 무려 23억 1,668만 달러(약 3조 원)에 달합니다. 이번 인수는 쿠팡이 그린옥스캐피탈과 손잡고 설립한 아테나라는 합자회사를 통해 진행됩니다. 인수 규모는 5억 달러(약 6,230억 원)나 됩니다.
🧐 확신 없으면 인수는 없다더니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은 인수합병(M&A, Mergers and Acquisitions) 결정에 조심스러운 편입니다. 지난 2021년, 활발하게 진행된 유통업계 M&A 전에서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인수합병을 안 하는 편’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 쿠팡이 갑작스럽게 파페치 인수를 결정하자 관심이 쏠렸습니다.
왜 하필 파페치일까❓
약점인 패션 영역 보완
쿠팡은 파페치 인수로 패션, 뷰티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꿈꿉니다. 그간 쿠팡의 명품 및 패션 분야는 백화점에서 온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한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에 비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명품 브랜드와의 네트워크가 약한 데다 이커머스 플랫폼이라면 겪는 가품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파페치를 인수하면 이러한 약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습니다. 파페치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데다가 100% 정품 보장으로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해외 시장 진출 확대
해외 시장에서의 파페치의 입지를 활용해 K패션의 수출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국내에도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명품 플랫폼이 여럿 있습니다. 이들 중 누구도 아직 해외 진출에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반면, 파페치는 이미 200여 개의 국가에 진출해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해외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 쿠팡 물류와의 시너지 극대화
쿠팡의 탄탄한 물류 인프라와 파페치의 명품 시장 경쟁력을 결합하면 명품 시장에도 로켓배송이 도입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해외 명품 브랜드 제품을 받아보는 데 며칠이 걸렸다면, 쿠팡에서는 이 기간을 반으로 줄일 수 있죠. 이 때문에 명품 시장을 주름잡던 백화점 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눈치입니다.
😎 파페치도 쿠팡이 필요했다고
마침 파페치도 새로운 자금줄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하고 시가 총액도 폭락했기 때문입니다. 2021년 230억 달러(약 30조 원)에 가까웠던 파페치의 시가총액은 올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올해 안에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 부도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급기야 파페치의 주요 투자자 리치몬트 그룹도 혀를 내두르며 신규 투자를 거부했죠. 이런 상황에서 쿠팡의 인수 소식은 반가울 따름이었습니다.
📉 인수 발표에 주가는 내려갔다
하지만 파페치 인수 소식에 쿠팡의 주가는 5%가량 떨어졌습니다. 인수 발표 후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 16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파페치가 최대 명품 플랫폼이라고 해도 불경기 속에서 파페치의 실적 개선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온라인 최강자 쿠팡, 오프라인까지 나아가나?
쿠팡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습입니다. 올해에만 두 차례에 걸쳐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는데요. 처음 개최한 오프라인 행사가 큰 인기를 얻자, 시장에서는 CJ올리브영과의 오프라인 경쟁까지 예상합니다.
🎀 오프라인 뷰티 체험관 오픈
쿠팡이 올해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오픈한 오프라인 뷰티 체험관 ‘메가 뷰티 쇼 버추얼스토어’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메가 뷰티 쇼는 쿠팡이 선정한 인기 브랜드를 소비자에 선보이는 행사로 방문 고객에게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8월 성수동에 오픈한 버추얼스토어는 오픈 첫날 방문 사전 예약이 매진돼 무려 1,000여 명이 넘는 소비자가 방문했는데요. 인기에 힘입어 11월에는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을 3일에서 한 달로 늘리고 메가박스와 협업해 오픈 개수도 8개로 확대했습니다.
💥 CJ올리브영과 격전 예고인가
일각에서는 쿠팡의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행사 개최에는 CJ올리브영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숨어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7월, 쿠팡은 CJ올리브영이 당사의 매장에 입점한 중소 뷰티 업체의 쿠팡 납품을 막는다는 이유로 공정위에 신고했습니다. 이후 메가뷰티쇼 버추얼스토어를 오픈하며 중소, 중견 기업 브랜드가 여럿 포함됐다는 점을 강조해 CJ올리브영을 의식하는 듯한 느낌을 풍겼습니다. 쿠팡이 오프라인에서 뷰티 매장을 선보인 만큼 향후 쿠팡이 오프라인 진출을 확대한다면 CJ올리브영과의 격전이 예상됩니다.
💰 다시 한번 주목받는 홈플러스 인수설
쿠팡의 오프라인 진출과 관련해서는 홈플러스 인수설도 종종 언급됩니다. 쿠팡이 아마존과 유사한 전략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기 때문입니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 혜택부터, 지난 2020년 쿠팡플레이 출시로 OTT 사업에 진출한 것까지 아마존의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쿠팡이 과거 아마존의 오프라인 진출 전략을 따르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마존은 지난 2017년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 마켓을 인수해 오프라인 매장을 늘려왔는데요. 쿠팡이 아마존의 전략을 따른다면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도 있는 겁니다.
쿠팡의 질주를 우려한 정부, 새로운 규제 도입한다고?
계속해서 성장해 온 쿠팡이지만, 아무런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정부에서 거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독점을 막고자 새로운 법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규제가 도입되면 지금까지 별문제 없었던 쿠팡의 활동이 일부 제한을 받게 됩니다. 새롭게 신경 써야 할 것들도 생기죠.
👀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이란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해 규제를 도입합니다. 일명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인데요. 아직 세부 내용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1위인 쿠팡은 규제 대상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규제 대상은
규제 대상을 판별하는 기준은 크게 3가지입니다.
1️⃣ 시가총액 혹은 공정시장가치 30조 원 이상
2️⃣ 연평균 매출 3조 원 이상
3️⃣ 월평균 이용자 수 1,000만 명 혹은 이용사업자 5만 개 이상인 플랫폼은 규제 대상에 해당합니다.
쿠팡의 경우, 시가 총액이 289억 4,400만 달러(약 37조 6,859억 원), 2022년 매출이 205억 8,261만 달러(약 26조 5,917억 원), 2023년 초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Monthly Active Users)가 약 1,812만 명으로 세 기준을 모두 충족합니다.
규제 내용은
규제 대상 기업은 여러 측면에서 확장이 제한됩니다. 플랫폼상에서 다른 앱에 접근할 수 없고, 플랫폼을 사용하는 입점 업체와 소비자 간 직접 거래가 제한되며, 자사 우대 등도 제한됩니다. 매년 공정위에 사업개요, 불만 처리 현황, 정보공시 현황 등을 공개해야 할 의무도 생깁니다.
🗣️ 비판의 목소리가 꽤 크다고
한편, 규제 도입을 추진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많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기업의 성장을 제한해 국내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를 막고, 쿠팡, 네이버 같은 혁신적인 기업이 탄생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겁니다. 규제 대상이 주로 국내 플랫폼 기업에 한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문제입니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 플랫폼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거죠.
덩치가 커진 쿠팡, 논란도 많아졌다는데?
😨 새벽 배송 택배기사 과로사 논란
지난 10월, 쿠팡 택배기사가 연달아 사망하면서 과로사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야간 근무의 경우 실 근무 시간의 30%를 가산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고인의 사망 직전 주 평균 근무 시간은 67.6시간이었는데요. 산재 인정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였습니다. 하지만 쿠팡은 고인이 하청업체의 직원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러한 쿠팡의 모습에 질타가 이어졌죠.
🤫 이란과의 불법 비밀 거래 논란
최근에는 UN 제재 대상인 이란과 불법적으로 거래했다는 혐의도 받습니다. 쿠팡의 사내 변호사가 내부 고발 후 보복성 해고를 당하자, 소송을 걸어 화제가 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UN 제재 하의 국가와 거래를 하는 것은 불법으로 여겨집니다. 이란은 핵무기 문제로 UN의 제재를 받는 국가이지만, 쿠팡은 이란 대사관과 100건 이상의 거래를 진행하고도 정부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쿠팡은 그 과정에서 상품 인도를 막고 환불 처리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 기업인 만큼 논란의 여파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 입점 업체 대상 갑질 논란
입점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갑질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거래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판매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지웠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상품을 받지 못하거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이유 불문 판매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 겁니다. 거래 대금 정산까지의 기간도 지나치게 길어 판매자 사이에서 불만이 많았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쿠팡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귀책 사유를 명확히 판단해 입점 업체가 억울하지 않도록 하고, 대금 정산 기간을 줄이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계획된 적자 끝에 찾아온 쿠팡의 장밋빛 미래
쿠팡은 창립 이래 꾸준히 적자를 기록해 왔습니다. 물류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흑자를 내기 시작한 것도 이제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분기 신사업 부문에서 손실이 나긴 했지만, 쿠팡은 걱정보다는 더 나아질 미래를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 쿠팡의 첫 연간 흑자 기대
이커머스 업계가 불황을 맞으면서 여러 업체가 줄줄이 적자를 보고 있지만, 쿠팡은 사상 최초 연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쿠팡은 작년 3분기부터 5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지난 3분기에는 최초로 매출 8조 원을 넘겼는데요. 영업이익도 8,748만 달러(약 1,146억 원)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습니다. 장기간의 적자를 무릅쓰고 구축한 물류 인프라와 쿠팡 와우 멤버십, 여러 신사업에서의 매출 성장이 겹친 덕분입니다.
💫 신사업 부문 손실도 걱정 없다
지난 3분기 신사업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하긴 했지만, 쿠팡은 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신사업 부문의 올해 1~3분기 누적 손실은 3억 1,565만 달러(약 4,136억 원)로 4분기까지 합하면 예상치인 4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커머스 부문의 호실적 덕에 기업 전체 실적은 흑자이지만,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하지만 김범석 의장은 신사업 부문의 적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 비용이라며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멤버십과 쿠팡이츠의 연계
와우 멤버십 가입자에게 제공한 쿠팡이츠 할인 혜택은 멤버십 가입자 증대와 쿠팡이츠 매출 증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올해 4월부터 제공한 혜택 덕에 멤버십 회원이 90% 늘었고, 와우 회원의 쿠팡이츠 사용액도 2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쿠팡은 올해 안에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이 20%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만에서의 영향력 확대
1년 전쯤 진출한 대만 시장에서의 성과도 좋은 편입니다. 서비스 출시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만 내에서 쇼핑 앱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습니다. 내년이면 세 번째 풀필먼트 센터를 오픈할 예정인데요. 향후 대만을 시작으로 다른 동남아 국가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 풀필먼트(Fulfillment): 물류 전문업체가 판매자를 대신해 상품의 입고, 포장 배송 등 주문한 제품이 물류 창고를 거쳐 고객에게 배달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것
지금까지 쿠팡의 새로운 시도와 쿠팡을 둘러싼 여러 변화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몇 년 전 쿠팡이 신사업으로 택한 OTT 서비스 쿠팡 플레이도 처음엔 지지부진했지만, 지금은 OTT 시장에서 2위라는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먹거리로 삼은 명품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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