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SNS에서 주목받는 여행지로 여의도의 더현대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미디어 파사드, 잠실 롯데월드몰의 크리스마스 마켓 등 백화점들이 빠짐없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의 화려한 조명과 크리스마스 장식은 사람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며, 추운 날씨에도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내 인증샷을 남기게 하죠.
평소 백화점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마저 연말에는 한 번쯤 눈길을 보내고 발길을 떼지 않을까 싶은데요. 오늘은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백화점 업계의 비밀, 정리해 봤습니다.
💸 백화점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뭐니뭐니 해도 명품입니다.
👀 어느 정도냐면
백화점 매출의 30% 이상을 명품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품목들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며, 지난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매출의 33%와 34.2%를 기록하였습니다. 또한 올해 3월부터 7월까지도 30%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어 명품의 인기가 계속됨을 보여줍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줄고 고물가와 고금리가 이어지는 경제 상황에서도 명품의 인기는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 명품도 흔들린다
그러나 지난 8월부터는 명품 매출이 약세를 보였습니다. 8월에는 전월 대비 7.6% 하락하였고, 9월에도 3.5% 감소하였습니다. 2015년 이후 8년 반 만에 처음으로 명품 매출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입니다. 명품 매출 비중도 29.1%로 떨어져 30%대를 유지하지 못하였습니다. 명품 매장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오픈런' 진풍경도 조금씩 자취를 감췄습니다. 명품 강자 갤러리아 백화점의 8월 명품 매출은 11% 감소하였고, 명품 브랜드 비중이 가장 높은 신세계 백화점의 3분기 명품 매출도 5% 줄었습니다.
🤔 이유 없는 붕괴 아냐
명품의 인기가 시들시들해진 데에는 명품 브랜드의 잇따른 가격 인상이 있습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명품 가격은 1년에 최소 두 번 이상 크게 오르는 추세입니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네 차례로 총 8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한 샤넬은 올해에도 이미 두 차례 가격을 올렸고, 루이비통은 작년 2월과 10월에 이어 올해 6월에도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렸습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의 피로도가 쌓이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었습니다. 또한 해외여행의 증가 등으로 소비가 분산되는 추세도 명품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돈 많이 버는 백화점은?
🔍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작년 기준 백화점 점포 매출 1위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반면 가장 매출이 적었던 점포는 롯데백화점 마산점이었습니다.
🎖️ 매출로 보면
전국 주요 70개 백화점의 매출을 조사한 결과, 전체 백화점 매출은 38조 9,51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8% 증가한 수준이었습니다. 매출 1조 원이 넘는 대형 백화점은 총 11곳이었고, 이 중에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2조 8,39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여 6년 연속 백화점 매출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일본의 이세탄 신주쿠(3조 853억 원)보다 적지만 영국 해롯 런던(2조 5,548억 원)과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약 1조 4,162억 원)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020년에는 전 세계 매출 1위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습니다. 2위는 롯데백화점 잠실점(2조 5,982억 원), 3위는 롯데백화점 본점(1조 9,343억 원)에 돌아갔는데요. 상위권 TOP3가 모두 서울 내 백화점이었지만, 부산의 신세계 센텀시티가 1조 8,449억 원의 매출로 3위권을 바짝 추격했습니다.
🧐 싸움의 결과는?
백화점 매출 순위를 보면 신세계와 롯데의 경쟁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 점포 매출 점유율에서는 롯데백화점이 35.1%로, 신세계백화점의 29.7%를 앞서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총 32개의 점포에서 13조 6,71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였고, 신세계백화점은 13개의 점포에서 11조 5,76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였습니다.
✨ 작지만 강한 곳, 갤러리아
한화그룹이 운영하는 갤러리아 백화점은 전국에 단 5개의 점포만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본점인 서울 강남 압구정의 갤러리아 명품관은 작년 매출이 1조 2,260억 원으로 매출 상위 10위에 들어, 경쟁력을 입증하였습니다. 갤러리아 명품관은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기존 점포의 고급화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3대 명품 브랜드가 국내에서 최초로 입점한 백화점답게, 한국 명품 시장의 중심지로 통하죠. 어중간한 명품 브랜드들은 입점조차 어려워 ‘찐부자’들은 갤러리아 백화점에 간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 한화그룹은 갤러리아 백화점의 브랜드 파워를 아파트 이름에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5년에 갤러리아 백화점 잠실점이 폐점한 자리에 지어진 주상복합 아파트의 이름을 '갤러리아 팰리스'로 지었고, 2011년에 성수동에 지어진 주상복합 아파트의 이름도 '갤러리아 포레'로 지었습니다. 서울숲 바로 앞에 위치한 우리나라 대표 고급 아파트 중 하나죠.
📍 잠깐,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업계 빅3를 이루는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을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키워 갑니다. 특히 올해 더현대 서울의 약진이 두드러지는데요. 더현대 서울은 2021년 2월에 오픈한 이후 3년도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누적 매출이 1조 41억 원을 기록하였습니다. 매출 1조 원 돌파까지 걸리는 시간이 국내 백화점 중 가장 짧다는 타이틀을 갖게 됐죠. 이에 대한 비결로는 백화점 공간에 대한 180도 전환이 꼽힙니다.
날씨에 울고 웃는 백화점
🌡️ 이상기후 때문에
올해 가을은 평년보다 온화한 날씨가 이어져 백화점 매출은 부진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일반적으로 9월은 백화점의 가을·겨울 패션 수요가 높아지는 시기지만, 올해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해 패션 전반의 매출이 감소하였습니다. 10월에도 이어진 따뜻한 날씨로 여성 캐주얼을 제외한 모든 패션 품목에서 매출 감소를 경험하였습니다.
⛄ 한파가 몰아닥치면
갑작스럽게 찾아온 한파는 백화점에게는 호재로 작용하였습니다. 실제로 지난 11월 말부터 12월 초에 이르는 기간 동안 기온이 급격히 떨어짐에 따라 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의 정기 세일 매출은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아웃도어 매출이 45% 성장한 것을 시작으로, 스포츠(25%), 남성패션(10%), 여성패션(10%) 등도 모두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하였습니다. 명품 수요와 패션 수요가 줄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었던 백화점 업계는 이를 통해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 백화점 인기가 급상승할 때
찜질방이나 얼음장 같은 극한의 날씨는 실내 공간인 백화점의 매력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예를 들어, 지난달 더현대서울에서 진행된 '푸바오의 집들이' 팝업 매장에는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와 행사 기간 동안 1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였습니다. 꼭 소비 목적이 아니더라도, 더위나 추위에 백화점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 백화점 실적도 자연스레 개선될 거란 기대가 큽니다.
💡 백화점에 창문이 없는 이유도 바로 날씨 때문입니다. 하늘이 어두워지거나 갑자기 흐려질 경우, 사람들은 더 늦기 전에 또는 비가 오기 전에 서둘러 백화점을 나서려 하겠죠?
백화점이 돈을 버는 방법
3️⃣ 3가지 수익 통로
백화점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백화점은 판매 주체로서 직접 상품을 구매해 판매하는 직영 매출이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식품이나 수입 브랜드의 편집샵이 이에 해당합니다.
백화점에 입점한 의류, 가전, 잡화 등 대부분 품목의 입점 브랜드는 매출의 일정 비율을 판매 수수료로 내야 합니다. 이를 '특정 매출'이라고도 부르며, 백화점은 평균 21.3%의 판매수수료를 수익으로 얻습니다.
백화점은 입점 매장으로부터 고정된 임대료를 받습니다. 명품이나 남성복 같은 브랜드는 특정 매출과 임대 매출이 합쳐진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 백화점, 세일 안 돼요?
백화점에서 할인행사를 진행하면, 할인이 가능한 매장이 있고 아닌 매장이 있습니다. 이는 백화점과 입점 브랜드 간의 계약 방식에 따라 다른데, 임대료를 정기적으로 내는 임대 매출 방식의 브랜드는 백화점의 할인 행사를 따를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백화점 할인 행사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것이죠.
백화점이 믿는 건 VIP
🔍 백화점이 경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비결은 VIP 고객에게 있습니다. VIP 고객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는 49.6%,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에서는 약 45%로 매우 높습니다.
🤑 VIP는 이 정도
백화점의 VIP는 1년 동안의 총 구매 금액에 따라 등급이 결정되며, 선정 기준 금액은 매년 바뀝니다. 신세계백화점은 6개 등급으로 VIP를 나누고, 구매 금액 상위 999명에게만 최상위 등급인 트리니티를 부여합니다. 롯데백화점은 5개, 갤러리아백화점은 7개, 현대백화점은 6개 등급으로 VIP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구매 실적이 1억 2,000만 원 이상인 자스민 블랙을, 갤러리아 백화점에서는 구매 실적이 최상위 0.1% 또는 자체 기준으로 선정한 PSR 블랙을 VIP 최고 등급으로 두고 있습니다.
🎁 크고 확실한 VIP 대접
백화점의 VIP 고객이 되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VIP 등급에 따른 전용 라운지 이용, 쇼핑 할인, 기념일 선물, 1:1 맞춤형 퍼스널 쇼핑 서비스 등이 기본 혜택이며, 5성급 호텔 스위트룸 숙박권, 프라이빗 골프 레슨, 인천공항에서 진행되는 프라이빗 행사 등의 특별한 혜택도 제공됩니다. 여기에 큰 손 VIP를 잡으려는 핀셋 마케팅도 활발합니다. VIP 전용 구독 서비스가 대표적인데요. 갤러리아백화점은 와인 구독 서비스를 통해 ‘이달의 와인’을 3개월간 매달 한 병씩 배송해 주고, 아트 구독 서비스를 통해 국내 작가 작품 중 고객이 원하는 작품을 3개월 대여해 줍니다. 반려견 용품과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구독 서비스도 있습니다.
😮 VIP 되기 위해 이렇게까지…?
백화점 VIP의 혜택이 너무 막강해서일까요. 최근에는 백화점 VIP가 되려고 다른 사람의 영수증을 수백만 원에 사들이는 현상까지 벌어집니다. 다른 사람의 영수증을 모아 구매 실적을 올리기 위해선데요. 백화점에서 500만 원짜리 제품을 구매한 영수증은 15만 원 정도에, 6,500만 원짜리 제품을 구매한 영수증은 300만 원정도에 ‘꼼수 거래’됩니다. 이외에도 VIP 혜택 중 하나인 무료주차 티켓이 최고 70만 원에 중고 거래되기까지 하죠. 그러나 이런 행위는 모두 부정 사용으로, 적발될 시 VIP 자격 박탈도 될 수 있습니다. 백화점 업계는 영수증 부정 적립 차단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관리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 VIP의 실체는
백화점 VIP 고객의 연령대는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40대 이상의 전문직이 VIP였지만, 현재는 유튜버나 온라인 쇼핑몰 CEO 등 2030 세대가 VIP로 자리매김 중인데요. 실제로 2019년과 2022년 비교 시, 2030 세대 VIP 비중은 신세계백화점에서 18%에서 25%로, 현대백화점에서 19%에서 28%로, 롯데백화점에서 15%에서 25%로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영앤리치'에 대한 마케팅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2030 전용 VIP 멤버십 '클럽 YP'를 만들었습니다. 2024년 기준 1985년 이후에 태어난 39세 이하이면서 연간 구매 금액이 3,000만 원 이상이어야 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발레 파킹과 무료 주차 서비스, 전용 라운지 혜택과 함께 패션과 뷰티 일부 브랜드에서 최대 50% 가격 할인과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백화점 가는 사람이 많아진 이유
🔍 백화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맛집', '휴식', '콘텐츠' 등의 트렌드 변화에 있습니다. 사람들이 백화점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전략 경쟁에 나선 결과입니다.
🍔 백화점, 먹으러 갈지도
지난 3분기, 백화점 매출을 지탱한 건 식품이었습니다. 지난 3분기에도 다른 품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은 낮지만, 지속적으로 식품 수요가 증가하여 식품 매출이 늘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비식품군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반면, 식품군의 매출은 4.6% 증가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백화점을 쇼핑을 위한 곳이 아닌, '맛집'으로 보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 찾았다, 새로운 투자처!
백화점 업계는 식품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갑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에 노티드 도넛과 런던베이글뮤지엄 등 맛집 유치에 사활을 걸며 오픈런 대란을 일으켰는데요. 최근에는 인천점 지하 1층에 3,500평 규모의 프리미엄 식품관을 오픈해, 전 세계 와인을 모은 와인관과 맞춤형 식품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SSG푸드마켓을 인수하여 프리미엄 미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 백화점에서만 가능한 것
백화점이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전략 중 하나는 공간 활용입니다. 쇼핑과 휴식, 여가, 즐길 거리를 동시에 제공하여 복합공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대표하는 예가 바로 더현대 서울입니다. 기존 백화점이 빽빽하게 브랜드를 입점시켜 매출을 노렸다면, 더현대 서울은 전체 면적의 49%를 조경과 휴식공간으로 채워 사람들의 발길을 유도했습니다.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를 지하 1층에 모아 백화점 진입의 문턱을 낮추었습니다.
🎄 왜 백화점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공을 들일까?
더현대 서울의 H빌리지,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미디어 파사드, 잠실 롯데월드몰의 크리스마스 마켓. 모두 백화점 3사가 오직 크리스마스를 위해 준비한 이벤트입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백화점들이 크고 화려한 규모의 이벤트를 준비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매출을 늘리기 위함입니다. 더현대 서울은 H빌리지에서 현대백화점의 PB 상품을 판매하며, 크리스마켓이 개설된 이후 목표 매출의 200% 이상을 달성하였습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미디어 파사드 점등 이후 크리스마스 시즌 고객 수가 주말 기준으로 3배 늘었으며,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대형 크리스마스 마켓 운영을 통해 절반 이상의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백화점은 1852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시작되어, 1920년대에 우리나라 명동에 처음 들어섰습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백화점은 사람들에게 항상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백화점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되며, 이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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