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들의 오너 3세 경영이 본격화하면서 젊은 총수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립니다. 창업에 직접 관여했던 재벌 1~2세와 달리 3~4세들은 어릴 때부터 경영수업을 받으며 성장했고, 기존의 전통 산업의 한계를 넘어서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과제를 짊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3세 경영자들이 자신들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미래를 위한 신사업을 개발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3세 경영인으로 꼽히는 현대차 그룹의 정의선 회장, LG그룹의 구광모 회장, 한화그룹의 김동관 부회장,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의 최근 실적과 경영전략에 대해 자세히 정리해 봤습니다.
정의선의 현대차그룹, 전기차 시장 정면 돌파
현대차그룹은 2020년 10월에 정의선 회장으로 20년 만에 총수를 교체하며 3세 경영을 시작했습니다. 정의선 회장 체제 4년 차를 맞은 올해, 현대차 그룹이 역대급 실적을 내면서 정 회장의 앞으로의 행보에도 기대가 모이고 있습니다. 정 회장은 차세대 모빌리티를 위해 전기차, 소프트웨어 사업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 역대 최고 실적이지만 전기차는 글쎄
지난 3분기,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2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아직 4분기도 남아 있어 올해 실적은 더 치솟을 전망인데요. 그러나 전기차 판매량은 목표치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올해 10월 기준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각각 23만 대, 15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했습니다. 현대차는 목표량(33만 대)의 70%, 기아는 목표량(25만 8,000대)의 59%에 그쳤습니다. 친환경 차 보조금 축소,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강세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 전기차 투자 대폭 확대
올해 전 세계 전기차 등록 대수는 1,377만 대로 예상됩니다. 이는 상반기 예상치보다 7.2% 감소한 수치입니다. 한편,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은 2021년의 세 자릿수에서 올해 30%대, 내년에는 20%대로 조금 꺾일 전망입니다. 국내에서도 올해 1~3분기 전기차의 새로운 등록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한 7만 9,313대에 그쳤죠. 그러나 정의선 회장은 전기차 시장에서 정면을 돌파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상대적으로 전기차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판매량이 감소했음에도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정 회장은 직접 유럽과 인도네시아 등을 방문해 현지 공장을 점검하고, 미국 조지아주와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신설 공장의 경우 AI, 정보통신기술(ICT), 로보틱스 등 첨단기술을 융합한 제조 시스템으로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 차세대 모빌리티 개발에 집중
또한 정 회장은 차세대 모빌리티 개발을 위해 로보틱스, 자율주행, AAM(항공 모빌리티),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에 대한 투자도 확대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4족 보행 로봇 스팟은 미국 등에서 재난 현장에서 활용됩니다.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은 연말 라스베이거스에서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죠. 2021년 현대차 그룹이 미국에 세운 AAM 사업 독립 법인 슈퍼널의 경우 미국과 유럽의 항공 모빌리티 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SDV 역시 핵심 계열사인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인재 및 기술 확보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임원진까지 모두 젊은 피로 바꾼 LG그룹
1978년생인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2018년 6월 등기이사 선임과 함께 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취임 이후 대규모 임원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단행했습니다. 벤처캐피탈을 통해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합니다.
💼 확 젊어진 임원진
올해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까지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고(故) 구본무 선대 회장 시절 임명된 부회장단은 모두 현직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그룹 전체 신규 임원의 97%가 1970년 이후 출생자로 구광모 회장이 세대교체를 가속화하고 친정 체제를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 미래 기술 위주로 재편
LG그룹은 올해 LG이노텍과 배터리 계열사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좋은 실적을 기록했는데요. 구 회장은 지난달 있었던 임원 인사에서 LG에너지솔루션에 1969년생인 김동명 사장을, LG이노텍에는 1970년생인 문혁수 부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카이스트 출신의 연구개발 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인재로 기술에 대한 전문성과 젊은 리더십을 갖췄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전체 승진 규모는 작년보다 줄어들었지만, 그룹 내 R&D 임원 규모는 역대 최대인 203명이었는데요. 구 회장이 미래 기술 위주로 빠르게 사업을 재편하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방식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벤처캐피탈로 신사업 확장
구 회장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운용 펀드 규모를 1조 원으로 확대했습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로 LG 계열사의 주요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거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혁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구 회장은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지난 5년간 AI, 바이오, 배터리, 모빌리티 등 미래 기술과 관련된 64곳의 글로벌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탈 펀드에 4,000억 원 이상 투자했습니다.
방산 분야 수직계열화 이룬 한화 김동관 부회장
한화그룹은 작년 8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40)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한화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으로 3세 경영 체제에 들어갔습니다.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한화그룹의 방산·화학·신재생에너지 부문 사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 한화오션 인수합병 성공적 마무리
김동관 부회장은 작년 그룹 주요 현안이었던 한화오션 인수합병을 올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데 이어 첫 흑자전환까지 이루면서 호평받았습니다. 김 부회장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위주로 선별적으로 수주를 받는 전략을 통해 한화오션의 실적을 개선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1,800% 넘게 치솟았던 한화오션의 부채비율을 3분기 기준 396.3%까지 줄일 수 있었습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매출 성장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 방산 사업의 핵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2030년까지 글로벌 톱10 방산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1.1%, 64.5% 증가한 1조 9,825억 원과 1,043억 원을 기록했는데요. 연말까지 호주 정부와 레드백 장갑차 수출 본계약이 체결되면 올해 방산 부문 수주잔고가 30조 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 이차전지, 태양광 사업 투자 확대
김 부회장은 또한 이차전지, 태양광 사업 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화솔루션은 현재 미국에서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3조 2,000억 원을 투자해 태양광 종합단지인 솔라 허브를 구축 중입니다. 또한 한화 모멘텀 부문은 올해 3분기 이차전지 공정 설비 수요 증가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하면서, 관련 부문에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위기의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개혁 성공할까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회장이 2020년 아들 정용진 부회장과 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에게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증여하면서 세대교체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이명희 체제로 복귀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성과 중심 체제로의 변화를 강조하며 개혁에 나섰습니다.
😥 쿠팡에 1위 뺏긴 이마트
작년 팬데믹에 따른 보복 소비 증가로 역대 최고실적을 기록한 신세계그룹은 올해 고물가로 인해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그룹 성장세가 꺾였습니다. 특히 유통업계 1위를 지켜온 이마트는 올해 1분기부터 쿠팡에 선두 자리를 내줬습니다. 올해 상반기 394억 원 적자를 낸 것에 이어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2.6% 감소했습니다.
🤦 무리수였던 온라인 사업 확장
정용진 부회장은 작년 신년사에서 2022년은 신세계그룹이 디지털로 전환하는 기념적인 시기라고 이야기하며 온라인 회사로의 진화를 주장했습니다. 이를 위해 옥션·G마켓을 보유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해 신세계그룹의 부진을 두고 신규 사업의 부진으로 인해 발생한 그룹 인적·물적 자원의 낭비가 그룹 전체 위기로 확산한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이베이코리아의 적자가 이어지고, 올해 출시한 신세계그룹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 성과 중심 체제로 개혁 선언
지난 9월 신세계그룹은 강도 높은 쇄신의 시작으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경영전략실을 중심으로 성과 중심 체제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요. 신세계그룹의 경영전략실은 이명희 회장의 직속 조직으로 이 회장의 컨트롤타워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불어 신세계,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조선호텔, 스타벅스 6곳 중 스타벅스를 제외한 5곳 수장을 모두 교체했는데요. 이 회장이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실적 부진을 질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경영전략실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든 인사와 보상은 철저하게 성과에 기반하고 평가 지표도 구성원 모두가 수긍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명확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수립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 다시 오프라인 중심으로 복귀
더불어 온라인 사업 확장보다는 오프라인 경쟁력 회복에 다시 힘을 싣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새롭게 이마트 대표이사로 부임한 한채양 대표이사는 지난 10월 본업 경쟁력 강화에 모든 힘을 쏟겠다며 이마트 영업 기반이자 주요 성장 동력인 점포의 외형성장 계획을 밝혔습니다. 한동안 중단했던 신규 점포 출점을 재개하고, 리뉴얼을 통해 노후 점포를 체류형 매장으로 바꾸는 등 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설명입니다.
지금까지 현대차그룹, LG그룹, 한화그룹, 신세계그룹 3세 경영자들의 경영 성적과 향후 전략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각 그룹의 3세 경영자는 공통으로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와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구조 재편을 단행했습니다. 기존의 영광을 지키는 것을 넘어 글로벌 그룹으로 도약하고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 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 젊은 총수들이 어떤 혁신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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