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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 휘청거리면 경제가 흔들리는 이유

by 칲 조 2023.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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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시장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하늘을 모르고 치솟았던 주택 가격이 주춤하고 있고,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한 곳에선 신규 분양 물량이 남아돌고 있죠. 건설사도 문제입니다. 분양이 잘되지 않고 자금조달까지 어려워지며 부도를 내는 경우가 많아졌는데요. 이에 건설 기업에 돈을 댄 은행이나 증권사 등의 금융기관에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부동산 위기가 우리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죠.

 

흔히 '부동산과 경제가 대체 어떤 관계야?'하는 의문이 들기 쉽습니다. 집값이 오르내리는 게 왜 한 나라의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지 잘 이해가 안 되기도 하는데요. 사실 부동산은 한 나라의 경제를 좋게도, 나쁘게도 만들 수 있는 핵심 경제 부문 중 하나입니다.

 

 

부동산,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 부동산의 개념과 특징

부동산은 토지와 건물로 구성된 자산입니다. 부동산, 특히 토지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부증성과 영속성입니다.

 

부증성

토지의 양은 고정돼 있어 재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자동차나 반도체는 생산 능력을 늘리면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지만, 토지는 애초에 면적이 정해져 있어 늘릴 수 없죠.

 

영속성

토지는 건물과 달리 감가상각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오래돼도 부식되거나 마모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은 가치 있고, 희소한 자산으로 인식되곤 합니다.

 

🏗부동산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실제로 부동산은 한 나라의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기준 전체 명목 GDP(국내총생산) 중 부동산 관련 산업(부동산 및 임대업과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5%에 달합니다. 미국과 일본의 비중은 약 18% 정도이고, 중국은 그 비중이 25%로 부동산 관련 산업의 비중이 높기로 유명합니다. 작년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 회사가 휘청이자 중국 경제 위기론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죠.

 

 

💰부동산이 가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 자산에서도 부동산의 비중은 작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75% 정도입니다. 중국은 약 65% 수준, 미국은 30% 수준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팬데믹 시기 집값이 급등했을 때 비금융자산 비중이 80%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개인들이 대부분의 자산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만큼 부동산 가격 변동에 따라 가계의 부가 크게 변동하는 것입니다.

 

🤔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 무슨 일이 생길까?

이론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 경제의 핵심 지표인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증가합니다. 먼저, 부동산 관련 산업이 활발해지며 생산이 증가하고, 개인의 자산가치가 늘어나며 소비가 증가합니다. , 건설투자가 늘어나면서 투자도 증가합니다. 이른바 '트리플 증가'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부동산 호황이 어떻게 한 사회의 경제 전체를 활발하게 만드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가계의 측면에서는 부의효과(wealth effect)와 담보 효과(collateral effect)가 작용하며 소비 지출이 늘어납니다.

 

부의 효과

자산가치가 올라가면 소비를 늘리게 되는 것을 뜻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개인의 자산가치가 높아지는데요. 그러면 벌어들이는 돈은 그대로라도 돈을 더 많이 쓰게 됩니다. 당장 월급은 그대로지만, 아파트 가격이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오르면 소비에 좀 더 여유가 생기겠죠.

 

담보 효과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담보가치가 높아지면서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주택 가격이 5억 원이라면 통상 2억 원에서 35천만 원 정도 대출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이 10억 원으로 오르면 빌릴 수 있는 돈이 두 배가 됩니다. 이렇게 빌린 돈으로 또 다른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경기는 더 활발해지는데, 이를 담보 효과라고 합니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부동산 가격 상승은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옵니다. 주택과 상가 등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당연히 건설사나 토지 주인은 더 많은 건물을 짓고 싶어 합니다. 자연스럽게 건설 공사 수주가 많아지고, 건설 경기가 좋아지며 경제 전체의 생산과 투자가 늘어나게 됩니다. 부동산 중개업이나 임대업 등 관련 업계도 함께 성장하는 것은 덤입니다.

 

금융 부문 경기도 부동산 호황과 함께 좋아집니다. 보통 건설 프로젝트는 돈이 많이 들기에, 은행이나 증권사, 상호금융기관(농협, 새마을금고)으로부터 돈을 빌려 자금을 마련합니다. 금융기관은 토지(담보대출)나 건설 프로젝트로 발생할 미래의 수익(부동산 PF)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줍니다. 어차피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손실을 볼 일은 없기 때문이죠. 금융기관은 이렇게 생긴 대출채권을 쪼개서 일반 투자자에게 금융상품으로 판매하고 추가적인 이익을 얻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부동산 호황을 유발하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수요와 공급, 인플레이션, 경제 정책 변화가 대표적입니다.

 

수요와 공급

부동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르기 마련입니다. 경제 성장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토지의 양은 한정돼 있지만 산업이 발전하며 상업용 부동산과 주거용 부동산 수요가 늘어나며 가격이 오르는 것이죠.

 

인플레이션

물가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화폐의 가치는 물론, 예금과 증권의 가치도 하락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치가 보존되는 실물 자산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데, 대표적인 게 부동산입니다. 이런 투자 수요로 부동산 수요가 늘고 가격이 상승합니다.

 

경제 정책

경기 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거나,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 부동산 가격이 오릅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은행 예금이나 채권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기보다, 돈을 빌려 수익률이 높은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지는데요. , 종부세, 보유세 인하, 다주택자 규제 완화 등 부동산 관련 규제가 풀리면 부동산 투자 수요와 거래량이 늘며 가격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요인들로 부동산 가격이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사람들 사이엔 FOMO(Fear of missing out, 뒤처지는 듯한 두려움)가 확산하고 온갖 대출을 동원해 집을 사들이는 이른바 '영끌'이 성행합니다. 이때는 금융기관도 가격 상승세를 믿고 쉽게 돈을 빌려줍니다. 이렇게 부동산 가격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치솟고,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은 더욱 소비를 늘리며 경제가 과열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너무 과열되면 어떻게 될까?

문제는 집값이 언제나 오르기만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일단 집값이 정상적인 수준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면 실질 가치와 가격이 괴리되는 '버블'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 버블은 언젠가 터지거나, 터뜨려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유는 인플레이션과 가계 부채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

일단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부의 효과로 소비가 많이 늘어나고, 물가가 치솟기 시작합니다. 그대로 둘 경우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약화하면서 경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계 부채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함께 관련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기업과 가계의 부채 부담이 급증합니다. 금리가 낮을 때야 괜찮지만, 부채가 너무 크면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부도와 파산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버블 상황이 발생하면 정부와 중앙은행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그대로 둘 경우 인플레이션과 부채 위기가 겹치며 국가 경제가 한순간의 나락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죠. 경제 과열 상태를 해결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것입니다.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며 버블이 꺼지고, 과열된 경기도 가라앉습니다.

 

📉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가격은 왜 하락할까?

금리가 상승하면 부동산 구매 수요가 줄어듭니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돈을 빌려 집을 사기 어려워지고, 부동산 투자의 인기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가령, 부동산 투자의 수익률이 10%인데, 예금금리가 2%에서 5%로 오른다면 추가로 얻는 수익률은 8%에서 5%로 낮아집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부의효과와 담보 효과가 반대로 작용하면서 경기도 소강상태에 접어듭니다. 건설 업계의 분위기도 냉각되고, 돈을 빌려줬던 금융권까지 바짝 긴장하게 되죠.

 

가계 소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 가치가 하락하면서 가계가 소비를 줄이게 됩니다. 앞서 살펴본 부의효과와 담보 효과가 반대로 나타나는 것인데요.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하락할 때는 상승할 때 소비를 늘린 것보다 더 크게 소비를 줄이는 비대칭적 파급효과가 나타납니다.

 

생산과 투자

건설사는 신규 착공을 줄이고, 건설 관련 투자도 줄어듭니다. 이미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에도 돈줄이 마르기 시작합니다. 기존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믿고 돈을 척척 빌려주던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면 자금 지원을 끊거나 상환을 요구합니다. 대규모 건설 공사는 여러 차례 중도금을 나눠서 마련해야 하는데, 중간에 중도금 마련이 어려워지면 공사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건설사는 각종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부도를 낼 가능성이 커지죠. 건설사가 부도나면 프로젝트에 돈을 댔던 투자자는 선순위 채권자 일부를 제외하면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됩니다. 게다가 땅 주인은 기존 차입금 상환을 위해 땅을 팔아야 하는데, 그러면 부동산 가격은 더 빠르게 하락하죠. 자칫 부동산 가격이 너무 급하게 내려가면 땅 주인은 땅을 팔고도 빚을 다 갚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금융기관이 부실채권을 떠안고, 도산할 위험이 커집니다.

 

과거 일본의 버블 경제가 붕괴할 때가 딱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일본의 토지 가격은 1991년 거품이 터지기 직전 5년간 3배가량 폭등했지만, 금리가 오르며 거품이 터지자 10년 만에 1/3토막이 났습니다. 버블 붕괴로 건설사들이 줄부도를 맞았고, 부실채권 떠안은 금융기관들이 줄도산했습니다. 도산한 은행에 돈을 맡겨둔 기업과 개인도 막대한 손실을 봤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심상치 않은 신호가 나옵니다. 금리가 오르고 공사원가가 높아지며 주택 구매 수요가 잦아들고, 미분양 물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이 부동산 관련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건설사의 줄부도 우려가 나옵니다.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이 최대 4조 원에 달하리란 전망도 나오죠.

 

 

부동산은 한 나라 경제를 불붙게 할 수도, 얼어붙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정부와 중앙은행이 부동산 가격의 변동을 적절한 수준으로 제어하는 것인데요.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거나 내리지 않도록 해야 나라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중앙은행은 가격 변동을 제어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띄워 경제를 살려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규제 풀며 침체한 부동산 경기 살려보고자 하나,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과 가계 부채 증가에 따른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며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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