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의 쓰나미를 끝내겠다" 네덜란드에 부는 극우바람

네덜란드는 정치·사회·문화적으로 진보적인 나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랬던 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극우 정치인이 나라를 이끌 것 같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 무슨 일이야?

지난주에 치러진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자유를 위한 정당(PVV·자유당)'이 1위를 차지한 것입니다. 하원 150석 중 37석을 얻어, 25석으로 2위를 차지한 좌파 녹색·노동당 연합(GL-PvdA)을 크게 앞섰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보통 작은 정당 여러 개가 협상을 벌여 정부를 꾸리는 연립정부를 구성하며, 1위 정당 대표가 총리를 맡게 됩니다. 이번 협상에 성공하면 PVV 대표이자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리는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총리가 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트럼프, 헤이르트 빌더르스

반(反)이민과 반(反)이슬람입니다. 그의 주장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네덜란드 퍼스트!

빌더르스는 이민자 유입을 막고, 미등록 이민자를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민의 쓰나미를 멈춰야 한다!"라며, 물가 상승과 주택난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네덜란드인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이슬람 금지!

또한 그는 네덜란드 내 이슬람 사원(모스크)을 전부 폐쇄하고,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금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네덜란드는 이슬람의 나라가 아니다!"라며 이슬람을 종교가 아니라 "열등한 문화 이념"이라고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빌더르스는 2006년 자유당을 창당한 이후, 네덜란드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논란과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습니다. 이번에 이토록 큰 차이로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없었기에 많은 사람이 깜짝 놀랐습니다.

 

 

근데 어떻게 1위까지 했대?

💸경제난과 반이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반이민 정서가 퍼진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네덜란드는 최근 심각한 주택난을 겪고 있는데, 빌더르스는 "이런 상황은 모두 이민자와 난민의 증가 때문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유럽의 극우 바람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내전과 쿠데타가 잇따르는 아프리카 등에서 유럽으로 이동하는 이민자가 증가하면서 사회 갈등이 커지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을 공략한 극우 정치인들이 유럽 곳곳에서 '○○의 트럼프'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내년에 치러질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4년 전보다 더 강한 '극우 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 극우 바람, 어느 정도야?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극우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탈리아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 총리가 탄생했고, 핀란드와 스웨덴에서는 극우 정당이 두 번째로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 문화가 짙은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이 2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프랑스 대선이 내일 당장 치러진다면 유럽의 대표 극우 정치인으로 자리한 르펜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여론조사도 있습니다.

 

🌍🙅

유럽의 극우 정치인들은 반이민 정책뿐만 아니라 '반녹색' 정책도 밀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유럽연합(EU)의 강력한 환경 규제에 대한 불만을 공략하는 것이죠. 또한,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경제적·군사적으로 지원하는 것에도 부정적입니다. 이들이 권력을 잡게 되면 EU를 탈퇴하는 영국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더라도, EU 내부에서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EU가 앞장서 왔던 기후 위기 정책이나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 등이 큰 변화를 겪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