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각을 세우는 건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명확한 배경이 있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데요. 하지만 멕시코와 캐나다 같은 이웃 국가마저 트럼프의 강경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다소 의아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런 갈등 역시 단순한 감정적 반감이 아닌, 고도로 계산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도대체 왜 트럼프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경제적으로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두 나라를 타깃으로 삼았을까요?
북미 3국, 무슨 관계일까?
🇺🇸🇨🇦 미국과 캐나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군사 동맹으로
미국과 캐나다는 18세기 모두 영국의 식민지였지만, 미국의 독립 전쟁을 기점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됐습니다. 미국은 1776년 독립을 선언하며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났지만, 캐나다는 영국령으로 남아 충성파 이민자들의 중심지가 됐는데요. 이후 1812년 전쟁에서 미국이 캐나다를 침공하며 양국 간 갈등이 심화했지만, 19세기 후반부터 경제 협력이 강화되면서 관계가 점차 개선됐습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중 체결된 하이드 파크 협정은 양국 간 협력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전시 물자 생산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하며 급속도로 가까워졌는데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양국은 북미방공사령부(NORAD)를 설립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통해 군사 동맹을 강화해 나갔습니다. 미국은 캐나다를 소련 견제를 위한 북방 방어선으로 삼았고, 캐나다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 됐죠.
이후 캐나다는 미국에 원유나 천연가스 같은 자원을 공급하는 공급원이 됐고, 미국은 캐나다의 최대 수출 시장이 됐습니다. 또, 자동차 산업에서는 미국이 설계와 판매를 주도하고, 캐나다가 부품 제조와 조립을 담당하는 분업 구조를 형성했는데요. 강력한 군사적 동맹 관계가 산업적 동맹 관계로까지 발전한 것입니다.
🇺🇸🇲🇽 미국과 멕시코, 갈등에서 협력까지
미국과 멕시코의 관계는 초기부터 갈등으로 시작됐습니다. 1846년 멕시코-미국 전쟁에서 미국은 텍사스,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등 멕시코 영토의 절반 이상을 획득하며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됐는데요. 하지만 20세기 들어 지정학적 필요와 경제적 이익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쿠바 혁명 이후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멕시코를 파트너로 삼았고, 멕시코는 미국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 성장 기회를 모색했죠. 냉전 동안 미국은 쿠바에 대한 경제 봉쇄를 시행하면서 멕시코와의 경제 협력을 더욱 중요하게 여겼는데요. 멕시코는 미국에 석유를 공급하고 농산물을 수출하며 미국의 경제 파트너로 자리 잡았습니다.
1994년 체결된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는 미국과 멕시코의 경제적 관계를 크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NAFTA를 통해 멕시코는 미국의 제조업 기지로 자리 잡았고, 미국은 멕시코의 주요 농산물 및 자원 수입국이 됐죠. 멕시코 이민자들의 노동력은 미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반대로 멕시코는 이민자들의 달러 송금을 통해 외화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 NAFTA, 북미3국을 묶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는 1994년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통해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를 구축했습니다. NAFTA는 세 나라 간 상품과 서비스의 관세를 철폐하고, 투자와 무역의 자유화를 촉진함으로써 북미 경제를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으로 통합했죠.
🔍 1980년대는 블록화가 유행이었다고?
1980년대는 세계적으로 무역 블록화가 빨라진 시기였습니다. 유럽은 유럽공동체(EC, 후일 EU)를 통해 경제적 통합을 강화했고,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빠르게 성장하며 두각을 나타냈는데요. 미국은 이런 환경 속에서 북미 지역의 경제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고, 캐나다와 멕시코를 포함한 경제 통합을 추진하게 됩니다.
NAFTA는 세 나라의 강점을 기반으로 한 상호 보완적 관계를 강화했습니다. 캐나다는 원유, 천연가스, 목재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미국과 멕시코에 공급했고, 멕시코는 저렴한 노동력을 공급했는데요. 미국은 자본과 기술, 그리고 거대한 소비 시장을 제공하며 북미 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3국 협력 체제는 1990년대 북미 지역이 일본, 유럽 경제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산업이 NAFTA에 따른 3국 분업 체제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는데요. 미국은 연구·개발(R&D), 설계, 그리고 고부가가치 부품 생산을, 캐나다와 멕시코는 부품 생산과 조립 공정을 맡아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했죠.
🔍 NAFTA의 목적이 또 있었다고?
미국 입장은 NAFTA를 통해 멕시코의 경제 성장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멕시코의 불법 이민자와 마약 유입을 차단하고자 했습니다. 당시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대규모로 유입됐고, 이와 함께 다량의 마약이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죠.
트럼프, NAFTA를 공격하다
🥷🏻 "일자리 도둑 NAFTA"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 집권할 때부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NAFTA를 "미국 일자리 도둑"으로 규정했습니다. 특히 멕시코의 저렴한 노동력과 캐나다의 보호무역 정책(특히 유제품 보조금)을 강하게 비판하며, 무역 재협상을 통해 미국 중심의 경제 질서를 재구축하려 했죠.
트럼프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은 무역적자와 불법 이민·마약 문제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가 수출의 70%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면서도,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미국의 무역 적자를 유발한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캐나다가 는 농업, 목축업, 목재, 철강 등의 주력 분야에서 자국 기업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외국 기업의 시장 접근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멕시코는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해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가 낮은 임금과 느슨한 노동 규제를 통해 미국 기업의 공장 이전을 유도하며, 미국 노동자에게 불리한 경쟁 환경을 조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 NAFTA를 대체한 USMCA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NAFTA를 폐기하고 새로운 무역 협정을 통해 더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려 했습니다. 결국 집권 3년 차인 2020년 7월,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가 새롭게 체결됐는데요. NAFTA의 기본적인 틀은 유지하면서도 변화된 상황에 맞게 여러 규정을 개정하거나 추가한 것이 특징입니다.
자동차 산업 규정 강화
북미산 부품 사용 비율을 62.5%에서 75%로 상향하고, 자동차 생산의 40~45%는 시간당 최소 16달러 이상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담당하도록 규정했습니다. 기존 NAFTA 체제에서는 북미산 부품 사용 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했기에, 북미 3국 이외의 지역에서 제조된 부품이 자동차 생산에 상당 부분 사용됐는데요. rm뿐만 아니라 멕시코의 저임금 노동력이 대거 투입되면서 미국 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농업 시장 접근성 확대
캐나다는 미국산 유제품(예: 우유, 치즈, 버터 등)에 대한 수입 쿼터를 확대하고 시장 개방을 약속했습니다. 농산물 교역에서는 기존 NAFTA의 무관세 원칙이 유지됐고, 이를 통해 북미 3국 간 농업 제품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됐는데요. 이와 또, 농산물 무역에서의 비관세 장벽(관세 외의 무역 장벽) 완화를 통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농업계의 교역을 더욱 원활하게 하는 데 기여했죠.
노동·환경 기준 강화 및 협정 유효기간 도입
USMCA는 멕시코의 노동자 보호와 노동조합 독립성 강화, 환경 보호 조항을 추가하며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협정은 16년 유효하며 6년마다 재검토 조항을 둬 수정 가능성도 열어뒀죠.
🔍 트럼프가 멕시코 노동자를 걱정했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NAFTA 재협상 과정에서 멕시코 노동자 보호 문제를 크게 문제 삼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멕시코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와 공정 경쟁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목적이 더 컸는데요. 트럼프는 멕시코의 저임금 노동 환경이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빼앗고, 미국 기업이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게 만든다고 비판했었죠.
한층 더 세진 트럼프의 압박
🗣 자, 시작해 볼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무역 정책을 재검토하고, 2월 1일부터 두 나라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런 조치를 통해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의 조기 재협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정 재협상 시간은 협정 체결 6년 뒤인 2026년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가능한 빠른 재협상을 통해 성과를 과시하고자 하는 만큼, 관세 인상과 방위비 증액 등 각종 카드를 총동원할 전망입니다.
왜 또 그러는 거야❓
트럼프는 재선 이후에도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더욱 공고히 하며,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정책을 이어갑니다. USMCA가 도입되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캐나다와 멕시코가 무역에서 미국에 더 큰 이익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이렇게 캐나다와 멕시코를 압박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층, 특히 중서부 제조업 노동자와 농업계 유권자를 결집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멕시코의 저임금 노동이 미국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주장은 여전히 설득력 있는 정치적 메시지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의 유제품 관련 규제를 강력히 비판한 것은 미국 내 농업 종사자의 불만을 해소하고, 이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으로 사용되곤 했습니다.
⚔ 공격이 곧 방어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를 미국의 경제적 방어선으로 활용하려 합니다. 두 나라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거나 북미 경제권 내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상황을 강력히 경계하는 것인데요. 양국에 대한 강력한 통상 압박도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죠.
이런 압박은 단순한 제재가 아니라,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강화하고 북미 경제권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핵심 광물 수출이나 멕시코의 제조업 기지를 통해 북미 내 공급망이 강화되면,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트럼프의 강경책은 당연히 단순히 갈등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북미 경제를 더 단단히 묶고, 미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 질서를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는데요. 캐나다와 멕시코를 압박하는 동시에 미국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도록 유도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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