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위메프 모회사, 큐텐은 뭐하는 곳일까

👏 3줄 요약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해 온 큐텐 그룹이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인해 대규모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동안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무리해서 한국 유통 업체를 인수해 온 탓인데요.

 

큐텐의 다른 계열사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구영배 대표와 큐익스프레스는 나스닥 상장을 위해 티메프 사태에서 거리를 두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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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과 위메프의 모회사, 큐텐. 최근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모회사인 큐텐 그룹 전체가 흔들립니다. 정부는 티메프의 미정산 금액이 8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하는데요. 이번 사태로 구영배 큐텐 대표는 큐텐의 핵심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 대표직에서 물러나기까지 했죠. 오늘은 큐텐이 어떤 회사인지, 그동안 어떻게 몸집을 불려 왔는지, 이번 티메프 사태로 인한 영향은 무엇인지 담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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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뭐 하는 회사인데?

🇸🇬 싱가포르 기반의 이커머스 기업

큐텐(Qoo10)은 싱가포르에 설립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로, 지난 2010년 G마켓 설립자인 구영배 대표와 이베이(eBay)가 함께 설립한 합작 법인입니다. 현재 큐텐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홍콩, 중국 등 5개의 국가에서 사이트를 운영하는데요. 싱가포르에서는 전자상거래 업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끌죠. 이런 인기 덕분에 큐텐은 ‘동남아시아의 아마존’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 편리한 해외 직구 덕분에 급성장

큐텐이 빠르게 성장한 건 편리한 해외 결제 및 배송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입니다. 큐텐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해외 직구 과정이 상당히 복잡했습니다. 결제하려면 페이팔과 같은 해외 결제 시스템을 거쳐야 했고, 배송도 관세부터 시작해서 배송업체, 주소지 입력, 특정 지역 제한 조건까지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았죠. 하지만 큐텐에서는 해외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신용카드로도 바로 결제할 수 있고, 결제부터 배송까지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제공해 해외 직구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처음부터 한국 확장이 목표였다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긴 하지만, 구영배 대표는 큐텐 설립 시점부터 한국 시장으로의 확장을 꿈꿔왔습니다. 현재 큐텐 그룹이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AK몰 등 한국의 주요 유통 업체를 계열사로 확보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럼에도 싱가포르에 회사를 세운 건 G마켓을 매각하면서 맺은 약속 때문입니다.

 

지난 2009년, G마켓의 모회사 인터파크가 G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했는데요. 매각 조건으로 한국에서 10년간 경쟁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내걸었죠. 이 약속 때문에 큐텐은 어쩔 수 없이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시작한 후 10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한국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 직구 대신 역직구

다만, 큐텐의 한국 시장 진출은 단지 사업 확대를 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큐텐은 역직구 사업 확대라는 큰 그림을 그렸는데요. 한국 소비자가 중국이나 동남아, 유럽 등 상품이 제조되는 국가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배송받듯이, 해외 소비자가 한국의 경쟁력 있는 상품을 직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죠. 전자상거래와 물류 시스템 발전으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국경의 의미가 희미해진다는 점을 적극 이용해 국내 제조사와 유명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돕고 그 과정에서 이익을 얻겠다는 획기적인 발상이었습니다.

 

🌈 나스닥 상장 꿈꿨다는데

한국 물건을 해외에 수출하는 역직구 사업 확대, 나아가 새로운 글로벌 이커머스 공룡을 꿈꾸는 큐텐의 청사진 속에서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는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커머스 플랫폼 성장을 위해선 무엇보다 빠른 배송이 중요하다는 점 때문이었죠. 이는 곧 엄청난 자본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빠른 배송을 하려면 미리 물건을 납품받아 보관한 뒤,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재빨리 발송할 수 있는 물류 센터가 여러 곳에 갖춰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큐텐이 자금 마련을 위해 선택한 건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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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인 M&A, 다 생각이 있었나?

💰 큐텐의 무자본 M&A

지난 2022년부터 큐텐은 수차례에 걸쳐 국내 대형 유통 업체들을 인수해 왔습니다. 2022년 티몬부터 시작해 인터파크 쇼핑 부문과 위메프, 위시(Wish), AK몰까지 인수했죠.

 

티몬

2022년 9월, 큐텐은 지분 교환을 통해 티몬을 인수했습니다. 인수 전 티몬 지분의 81.74%는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16.91%는 PSA 컨소시엄(티몬 글로벌)이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큐텐은 이 지분 전량을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 지분과 교환했죠. 인수 당시 티몬은 수년간 적자를 기록하는 등 완전 자본 잠식 상태였는데요. 이 때문에 큐텐이 티몬을 어떻게 되살릴지 관심이 쏠렸습니다.

 

인터파크커머스

큐텐은 2023년 3월 인터파크커머스 인수에도 나섰습니다. 인터파크의 최대 주주인 야놀자와 1,500억 원 규모의 지분 전량을 인수한다는 주식 매매계약(SPA)을 체결했죠. 인터파크커머스는 인터파크의 쇼핑 및 도서 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플랫폼인데요. 구영배 대표가 큐텐에 앞서 설립했던 G마켓이 인터파크의 자회사였다면, 이제는 그가 설립한 큐텐이 인터파크 사업부를 인수하는 입장이 된 겁니다.

 

위메프

큐텐은 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한 지 한 달 만에 또 한 번의 지분 교환을 통해 위메프까지 인수했습니다. 위메프 지분 전량과 더불어 경영권과 모바일 앱 소유권까지 확보했죠. 구체적인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티·메·파크(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3사의 인수 가격은 약 6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세 업체의 지분이 모두 더해진 결과, 큐텐은 국내 이커머스 산업에서 네이버, 신세계그룹, 쿠팡에 이어 4위로 올라섰습니다.

 

위시(Wish)

2024년 2월에는 미국 이커머스 업체인 ‘위시(Wish)’의 온라인 쇼핑사업 관련 부문을 1억 7,300만 달러(약 2,3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위시는 한때 기업 가치가 거의 40조 원까지 올랐던 기업인데요. 막상 큐텐의 인수 시점에는 매출이 3년 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고전하는 상황이었죠. 그럼에도 큐텐이 위시를 인수한 건 실적 부진으로 기업 가치가 떨어져 있는 만큼 좋은 매수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특히, 전체 거래 중 80%가 유럽 및 북미 지역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사업 영역을 전 세계로 확장하려고 시도한 겁니다.

 

AK몰

2024년 3월에는 애경그룹 AK플라자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약 5억 1,782만 원에 온라인 쇼핑몰 ‘AK몰’도 인수했습니다. 큐텐과 AK플라자가 서로의 역량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덕분에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인수할 수 있었죠. 큐텐은 AK플라자의 브랜드 역량을 활용해 상품 카테고리를 백화점 상품까지 확장하려는 모습입니다.

 

🙌🏻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이 목표였다

큐텐이 단기간에 여러 이커머스 업체를 연달아 인수한 이유는 큐익스프레스의 2024년 하반기 나스닥 상장을 위해 실적을 올리기 위함이었습니다. 큐익스프레스는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데요. 각 이커머스 업체에서 발생한 물류량을 모두 큐익스프레스로 몰면 큐익스프레스의 실적은 자연스럽게 늘 수밖에 없는 구조죠.

 

지난 몇 년간 큐텐이 인수한 기업을 살펴보면 인수 시점에 재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경우가 많은데요. 수익은 나지 않더라도 거래는 계속 발생한다는 점에 집중해, 각 업체의 기업 가치가 낮아진 상황에서 괜찮은 가격과 조건으로 인수해 몸집을 불린 겁니다.

 

😞 하지만 물 건너간 큐익스프레스 상장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 사태가 불거지면서 큐익스프레스의 상장도 그림의 떡이 됐습니다. 소비자와 판매자의 피해 규모가 어마어마한 데다 법적 조사까지 받게 된 상황에서 모회사 큐텐이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큐익스프레스는 자생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으며 최대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는데요.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 캑터스 PE, 코스톤 아시아 등의 재무적 투자자(FI, Financial Investor)는 큐익스프레스의 상장을 바라보고 총 1,6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하기도 했죠. 이런 상황에서 큐익스프레스의 지배구조가 변동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는데요. 아직은 큐텐(65.8%)과 구영배 대표(29.3%)가 큐익스프레스 지분 95.1%를 보유하지만, FI가 모두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FI 연합의 지분율이 50% 이상에 달할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전환권: 투자자가 계약상 조건에 따라 일정 기간 안에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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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희망 남아있을까?

❌ 인터파크, AK몰도 정산 중단

티메프 사태는 큐텐의 다른 계열사에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 7월 30일,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도 판매정산을 중단했죠.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 대금 미정산으로 인해 판매 대금 정산이 함께 늦어지는 데다, PG사의 결제 대금 지급까지 보류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인터파크커머스가 7월 31일부로 해외 직구 서비스 ‘인팍쇼핑’ 운영을 종료하는 탓에 인터파크커머스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 회생 신청한 티몬과 위메프

사안이 점점 커지자, 티몬과 위메프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지난 8월 2일에는 티몬과 위메프가 신청한 ARS 프로그램이 승인받았는데요. 이에 따라 양사가 본격적인 회생 절차에 들어가기 전 채권자들과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협의할 수 있도록 최대 3개월의 시간이 주어질 예정입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매각, 인수합병, 투자 유치 등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업 정상화와 피해 보상에 힘쓰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 회생을 신청한 것이 형사 책임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회생 절차가 몇 년에 걸쳐 진행되는 동안 채무를 나눠서 상환할 수 있는 만큼 시간을 벌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는 겁니다.

 

🔍 ARS 프로그램: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한 기업이 본격적인 회생 절차 개시 전 최대 3개월간 자율적으로 채권자와 구조조정 관련 협의를 거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 구영배 축출 가능성

한편, 구영배 대표는 지난달 27일 큐익스프레스 대표직을 내려놨습니다.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 대금 미정산 문제의 해결이 시급한 상황에서 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는 취지인데요. 일각에서는 구 대표의 대표직 사임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티메프 사태가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에 걸림돌이 될까 봐 꼬리를 잘라낸 조치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큐익스프레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큐익스프레스의 FI들은 구 대표의 경영권 박탈까지 검토하는 중입니다.

 

🤚🏻 큐익스프레스, 티메프와 거리두기

큐익스프레스는 이번 사태로 인한 영향을 최대한 줄이고자 티몬과 위메프의 사업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입니다. 지난달 31일, 큐익스프레스는 국내 물류센터와 관련된 업무를 일부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행히 큐익스프레스의 전체 거래량 중 한국의 비중은 10% 수준으로 높지는 않아 이번 티메프 사태가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다만, 거래 비중이 높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판매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부정적인 여론으로 인한 타격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그룹 해체 가능성도

사안이 심각해지면서 큐텐 그룹이 해체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큐텐 계열사 중 하나인 인터파크커머스는 최근 모회사 큐텐을 대상으로 내용증명을 발송했는데요. 그동안 큐텐 그룹 때문에 받지 못한 미수금과 대여금이 무려 650억 원대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내용증명은 일반적으로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인터파크커머스 대표가 인터파크커머스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인터파크커머스의 큐텐 결별설이 더욱 주목받습니다. 티몬과 위메프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모회사 큐텐으로부터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매각을 시도하고 있죠. 실제로 위메프의 매각 요청을 검토하는 기업도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다만, 대중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매각 절차 역시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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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과 위메프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오는 하반기 큐익스프레스를 상장하려던 큐텐의 꿈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기업회생절차 신청이 승인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큐텐을 둘러싼 우려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큐텐 그룹이 입는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큐텐이 과연 티메프 사태를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을지, 큐익스프레스가 계획대로 미국 증시에 발을 들일 수 있을지, 그리고 큐텐이 글로벌 디지털커머스 플랫폼의 꿈을 지킬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