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떼먹은 건 티메프인데, 왜 PG사가 손해를 볼까

 

💡 3줄 요약

 

VAN사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 결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PG사는 가맹점에 온라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카드사와 계약을 맺어 가맹점의 정산 업무를 도와주는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PG사의 책임 범위, 2차 PG사로서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규제 필요성 등이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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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과 위메프(티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티메프는 당장 현금이 없어 소비자가 결제한 금액도 환불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는데요. 이에 카드사와 티메프를 이어주는 결제대행사(PG사)가 손해를 떠안게 됐습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돈을 떼먹은 건 티메프인데, 왜 PG사가 손해를 봐야 하는 걸까요? 이 사태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복잡한 이커머스 결제 구조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오늘은 PG사를 비롯한 결제 시스템의 구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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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시스템의 기본, VAN

PG사와 이커머스 결제 구조를 살펴보기 전에 온오프라인 결제에 없어선 안될 VAN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결제를 위해서는 카드사나 금융기관과 가게가 결제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망이 꼭 필요한데, 이것을 VAN이라고 부르죠.

토스 페이먼츠

 

🛜 VAN이란: VAN(Value Added Network)은 부가가치 네트워크로, 카드사와 각 가게(가맹점)를 잇는 통신망을 의미합니다. VAN을 운영, 관리하는 회사를 VAN사라고 부르죠. 가게나 식당 등에서 볼 수 있는 POS기나 결제 단말기를 만들고 관리하는 회사가 바로 VAN사입니다. VAN사는 가맹점에서 카드로 결제한 데이터를 정확하고 안전하게 카드사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 카드사와 VAN사의 관계

VAN사가 없다면 카드사는 각 가게마다 결제 단말기를 보급하고, 단말기와 결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관리해야 합니다. 신용카드 보급 초창기에 가맹점마다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 종류가 제한됐던 것도 VAN이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렇게 초기 비용과 고정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을 VAN사가 대신 해주기 때문에, 카드사는 VAN사에 결제액에 따라 정해진 수수료를 지급하는데요. 카드사는 VAN사 덕분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각 가맹점은 전표 업무를 VAN사가 대신 해주기 때문에 결제 문제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 전표: 전표란 회계거래가 발생했을 때 그 내용을 기록해 두는 양식입니다. 각 가맹점은 거래 사실을 기록한 전표를 만들고, 카드사는 이 전표를 매입해 거래액에 대해 정산금을 지급합니다.

 

🏢 대표적인 국내 VAN사는?

우리나라의 주요 VAN사로는 한국정보통신, 나이스정보통신, 케이에스넷, 스마트로, KIS정보통신 등이 있습니다. VAN사는 매출 대부분을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에 의존하는데요. 그래서 최대한 많은 가맹점을 확보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VAN사가 각 지역마다 대리점을 두고 새로운 가맹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죠.

 

🚨 VAN 업계의 위기?

다만, 국내 VAN 업계는 몇 년 전부터 여러 위기를 맞았습니다.

 

첫 번째 위기는 롯데카드가 불을 지핀 전표 직매입(EDC, Electronic Data Capture) 방식으로의 전환입니다. 롯데카드는 2017년부터 VAN사가 대신하던 전표 매입 방식을 직매입 방식으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국내 12개 VAN사는 롯데카드의 계약 중단이 불공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롯데카드가 법을 위반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죠.

 

이어 KB국민카드는 2023년 9월부터 전표의 수거와 보관이 필요 없는 간편결제에 한해 VAN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7월부터 VAN사에 매출전표 수거 및 보관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데요. 이렇듯 카드사의 전표 직매입, 간편결제의 대중화에 따른 전표 관리 필요성 약화로 인해 VAN사의 사업 영역이 축소되면서 VAN 업계에는 위기의식이 퍼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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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결제의 핵심, PG사

📱 PG사란

PG(Payments Gateway)사란 온라인 결제에서 카드사와 가맹점을 이어주는 회사입니다. 여러 가맹점들을 모아 가맹점 연합을 만들고 개별 가맹점을 대신해 카드사와 VAN사를 상대하는 업무를 대신 맡아준다고 생각하면 쉬운데요. 구체적으로 그 업무를 살펴보면 PG사는 가맹점을 대신해 카드사와 계약을 맺고, 각 가게에서 일어난 결제를 받아 PG사의 이름으로 각 카드사와 결제 데이터를 주고받습니다. 이후 카드사로부터 결제 대금을 전달받아 정해진 날짜에 가맹점에 정산해 주죠.

 

가맹점 입장에서는 PG사와 계약을 통해 여러 카드사와 거래가 가능해지고, 카드사마다 다른 정산일을 신경 쓸 필요 없이 PG사와 계약한 정산일에 맞춰 매출 흐름을 파악할 수 있죠. VAN사가 단순히 결제 데이터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PG사는 가맹점과 카드사의 계약부터 정산까지 조금 더 많은 일을 맡아서 합니다.

 

🔁 PG사를 통한 결제 구조

소비자가 PG사를 통해 결제를 진행하면, PG사는 소비자의 결제 정보를 받아 이를 VAN사에 전달합니다. 그러면 VAN사는 카드사에 결제 승인 요청을 보내고, 카드사는 이를 검토해 결제를 승인하죠. VAN사는 결제 승인 사실을 PG사에 전달하고, 카드사는 판매 대금을 PG사에 정산해 줍니다. PG사는 가맹점에 결제 승인 사실과 함께 소비자에게 상품을 배송해도 된다고 알려주고, 카드사로부터 받는 판매 대금은 정해진 정산 날짜에 일괄적으로 정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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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가 생기면 PG사가 환불해 준다?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은 VAN사와 달리 PG사는 카드사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대신 개별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냅니다. 물론 결제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카드사 대신 PG사가 책임을 지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환불 처리입니다.

 

소비자가 일시불로 카드 결제를 했다면 카드사는 며칠 안에 PG사에게 대금을 지급합니다. 그리고 PG사는 이를 각 가맹점에게 다시 전달하는데요. 다만, 소비자가 카드값을 치르는 건 매달 한 번뿐입니다. 자연스레 가맹점이 돈을 받는 시점과 소비자가 대금을 치르는 시점에 차이가 생기죠.

 

만약 그사이에 쇼핑몰이 상품을 배송하지 않는 등 문제가 생기면 환불해야 합니다. 카드사 대신 PG사가 이를 책임져야 하는 거죠. 다만, PG사는 가장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카드사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국내 주요 PG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PG사로는 KG이니시스, NHN KCP, 토스페이먼츠, 다날, 나이스페이, 헥토파이낸셜 등이 있습니다. 특히 2019년 토스가 2019년 LG유플러스의 PG 부문을 인수해 PG 사업부를 출범시키며 국내 PG 시장의 다크호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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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기업의 PG 사업 진출

🤳 첫걸음은 간편결제부터

이커머스가 자체 결제 시스템을 갖추는 건 일반적인 일입니다. 특히 최근 이커머스 기업은 각자 간편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는데요. 간편결제는 소비자가 계좌 정보나 카드 정보를 등록해 두면 이후 비밀번호나 지문 인증 등 간단한 방법으로 결제를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네이버페이(네이버), 쿠페이(쿠팡), SSG PAY(신세계) 등은 이커머스 기업이 자체 간편결제를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간편결제와 PG사의 관계

온라인 결제를 편리하게 해주는 간편결제도 PG사와 연결돼 있습니다. 간편결제 서비스에서 소비자의 결제 정보를 PG사에 넘겨주면, PG사가 이후 결제 과정을 처리하는 방식이죠. 쿠팡의 쿠페이가 이런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한편, 간편결제를 제공하는 카카오페이는 자체 PG 시스템까지 구축해 간편결제와 PG 사업을 한 번에 영위하죠.

 

😏 이커머스, 결제 넘보는 이유는

이커머스 기업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가격경쟁력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가격경쟁력을 내세우기에 또 다른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한데요. 이때 등장하는 것이 결제의 편리성입니다. 소비자가 구매를 결심했을 때 얼마나 편하게 결제할 수 있느냐가 매출을 좌우하죠. 그래서 이커머스 기업들은 너도나도 간편결제를 통해 결제 편리성을 높였습니다.

 

또, 이커머스 기업이 결제 시스템을 내재화하면 결제와 관련한 더욱 많은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한 사업 전략을 세울 수 있죠. 여기에 더해 결제대행사에 지급하던 수수료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오픈마켓의 경우 중간 결제대행사 없이 빠른 정산을 통해 더 많은 셀러를 유치하고, 더 많은 제품과 소비자를 모아 매출을 늘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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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사태와 PG사

💸 티메프 사태, PG사가 우선 환불해 줘

PG사가 결제를 대행하기 때문에, 티메프 사태에서 소비자 환불 역시 여러 논의 끝에 PG사의 몫이 됐습니다. PG사는 우선 자체 자금력을 동원해 소비자 환불을 진행하고 이후 티메프에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티메프는 현재 자금력이 없는 상태라 이후 구상권 청구에 제대로 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데요. PG사가 손실을 그대로 떠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 구상권: 구상권이란 타인을 위해 채무를 변제해준 사람이 해당 타인에 대해 가지는 반환청구의 권리입니다. 쉽게 말해 남의 빚을 먼저 갚아주고, 이후 그 사람에게 대신 갚아준 빚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죠.

 

✌ 티메프는 2차 PG사

티몬과 위메프는 2차 PG사로 분류됩니다. 앞서 설명한 결제 대행과 관련된 업무는 1차 PG사가 담당하고, 티몬과 위메프 같은 오픈마켓은 입점 셀러를 대상으로 정산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2차 PG사로 분류되는 거죠. 다만, 본업이 전자상거래로 돼 있어 금융당국의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간 티메프의 자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위험 신호가 지속적으로 나왔음에도, 제대로 된 진상 파악이나 조처가 이뤄지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죠.

 

🚧 이커머스와 PG사 분리

이번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은 이커머스 기업과 PG사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기업이 PG 사업을 함께 영위하면 PG 사업을 통해 들어온 정산 대금을 이커머스 사업 등 다른 분야에 유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과거 이커머스와 PG 사업을 함께 하던 네이버와 쿠팡은 PG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운영 중입니다.

 

⛔ 또 다른 규제도 논의 중

한편, 2차 PG사로 분류되는 오픈마켓형 이커머스 기업도 금융당국의 규제 아래에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결제 사업과 관련한 자금을 다른 사업부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융당국이 이커머스 업체의 회계장부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며, 금융사가 지급준비율을 초과하지 않는 수준에서 자금을 운용하듯 이커머스 업체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결제 자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죠. 금융감독원은 이커머스 기업이 PG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발생하는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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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플랫폼과 PG 결제사는 복잡한 구조로 얽혀 있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의 규제와 감시 체계가 미흡했고, 결국 1조 원대의 대금 사태라는 재난이 발생했는데요. 자연스럽게 자금 펑크가 PG사에 전가되는 흐름입니다. 티메프 사태가 해결되는 과정에서 적절한 규제를 통해 커머스와 결제 관련 사업의 복잡한 연결고리가 단순해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