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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LETTER/경제 LETTER

행동주의 펀드 이모저모

by 칲 조 2024.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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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주총회 시즌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뉴스가 있습니다. 바로 행동주의 펀드가 주총장에 떴다는 소식인데요. 작년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사임, 그리고 하이브와 카카오의 지분 대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행동주의 펀드의 자취를 살펴볼 수 있죠. 오늘은 한때는 기업 사냥꾼, 최근에는 주가 지킴이라고 불리는 행동주의 펀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이모저모

👊 행동주의 펀드란?

행동주의 펀드란 특정 기업의 주식(지분)을 취득한 후 얻게 되는 주주 지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수익을 내는 펀드입니다.

 

일반적인 펀드는 주식을 취득하되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진 않고,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거두는데요. 행동주의 펀드는 경영 의견을 제시하거나, 주주들에게 배당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 행동주의 펀드 vs 사모펀드

사모펀드의 사전적 정의는 비공개로 소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입니다. 보통 사모펀드는 어마어마한 자금력을 가지고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기업 가치를 높인 후 기업을 매각해 수익을 추구하는데요.

 

행동주의 펀드는 사모펀드에 비해 자금의 규모가 훨씬 작고, 경영권 자체를 인수하기보다는 주주의 위치에서 적극적인 주주 제안을 통해 경영에 간섭합니다. 다만, 글로벌한 추세에서는 점점 행동주의 펀드와 사모펀드의 차이가 없어지고 있으며, 두 펀드 모두 어떤 형태로든 경영에 간섭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이후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거둔다는 공통점이 부각됩니다.

🙏 필요한 건 주주들의 지지

행동주의 펀드는 사모펀드에 비해 자금 규모가 적다 보니 경영권 확보를 위해 대량의 지분을 매입하는 사모펀드와 달리, 대부분 10%가 안 되는 지분을 취득하는데요. 대신 다른 대주주나 소액주주와 연대해 힘을 얻습니다.

 

보통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총회에서 주주에게 도움이 되는 안건을 제안하고 표 대결을 진행합니다. 이때 소액주주가 행동주의 펀드에 힘을 실어주면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주주 제안이 다수의 표를 얻어 채택되기도 합니다.

 

🧐 행동주의 펀드는 어떤 요구를 할까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요구하는 사항은 전부 주주가치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배당 증대, 기존 이사 해임, 행동주의 펀드의 입장을 대변해 줄 이사 또는 감사 선임, 자사주 매입과 소각, 비효율 사업부 매각 등이 일반적이죠.


점점 힘이 세지는 행동주의 펀드

🗓행동주의 펀드의 지난날

행동주의 펀드는 사실 2018년부터 조금씩 활동이 줄었습니다. 그러다 2022년에 여러 행동주의 펀드가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2018년 수준을 회복했죠.

 

행동주의 펀드는 미국에서 가장 잘 발달하고, 아시아에서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행동주의 펀드가 활동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2006년 처음 생겼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글로벌 흐름에 맞게 2018년부터 주춤하다가 역시 2022년에 다시 활동 반경을 넓혀가기 시작했죠.

 

🦠 첫 번째 배경, 코로나19

2022년부터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한 첫 번째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시기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가치가 많이 낮아졌습니다. 또한 자금 조달을 위해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기업도 늘어났죠.

 

행동주의 펀드에는 기업의 지분을 낮은 가격에 쉽게 매수할 기회가 열린 셈입니다. 자본이 비교적 덜 풍부한 행동주의 펀드도 기업의 지분을 매수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 두 번째 배경, 스튜어드십 코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란 기업에 투자한 기관투자자가 투자 기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도록 유도하는 행동 지침입니다. 기관투자자는 보통 국민이나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펀드를 운용합니다. 개인의 돈을 잘 맡아 운용하는 것은 마치 집사(Steward)와 같다고 해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6년 우리나라에 도입됐습니다. 이후 2018년에는 감사를 선임하거나 중임할 때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등 행동주의 펀드가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유리한 제도가 생겨났는데요.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더 많은 행동주의 펀드를 찾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스튜어드십 코드에는 200개가 넘는 기관투자자가 참여합니다.

비즈워치


유명한 행동주의 펀드 사례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도 꽤 유명한 행동주의 펀드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오래전부터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우리나라에서 활동한 사례도 많은데요. 우리나라 기업을 둘러싸고 활동했던 유명한 행동주의 펀드를 살펴보겠습니다.

 

1️⃣ 타이거펀드-SK텔레콤

1999년 미국계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는 SK텔레콤의 지분 6.6%를 확보했습니다. 이후 SK텔레콤의 2대 주주인 KT(지분율 19%)와 연합해 1대 주주인 SK그룹(지분율 21%)으로부터 SK텔레콤의 경영권을 가져오려고 시도했는데요.

타이거펀드 줄리언 로버트슨

 

경영권을 지키려는 SK텔레콤은 사외이사 제도 도입 등 타이거펀드의 요구를 수용했고, 유상증자를 실시해 SK그룹의 지분율을 늘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타이거펀드는 보유한 지분을 SK그룹에 고가로 매도했고, 6천억 원이 넘는 차익을 거뒀습니다. SK그룹은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2조 원 가까운 비용을 지불했죠.

2️⃣ 칼 아이칸-KT&G

행동주의 펀드로 유명한 투자자 칼 아이칸은 2006년 한국담배인삼공사(KT&G)의 지분을 5% 정도 확보했습니다. 당시 KT&G는 민영화가 이후 지배구조가 취약한 상황이었는데요. 이를 틈 타 칼 아이칸은 행동주의 펀드 연합을 구성했고 KT&G에 인삼공사를 매각하고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처분하도록 하는 등의 요구 사항을 전달했습니다.

칼 아이칸

 

KT&G는 결국 28천억 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죠. 덕분에 KT&G의 주가는 약 1.5배 가량 상승했지만, KT&G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했습니다. 이후 칼 아이칸은 보유한 KT&G 지분을 대부분 매각했고 1,500억 원의 차익을 챙겼습니다.

3️⃣ 엘리엇-삼성물산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도 행동주의 펀드가 개입했습니다.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매수한 엘리엇 매니지먼트라는 행동주의 펀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평가절하당했고, 이는 주주가치 훼손이라며 합병에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주주총회 결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에 성공했는데요. 다만, 엘리엇과 삼성의 싸움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우리나라 정부(국민연금)가 관여해 주주에게 피해를 줬다며 국제투자 분쟁(ISDS)을 신청한 겁니다. 결국 작년 6,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우리나라 정부가 엘리엇에 1,300억 원이 넘는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당시 정부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했고, 이에 따라 손해가 발생했으니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는데요. 우리나라 정부는 이에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소송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4️⃣ KCGI-한진그룹

대표의 이름을 따 강성부펀드로도 잘 알려진 KCGI(한국 지배구조개선펀드)는 대표적인 우리나라 행동주의 펀드입니다. KCGI2018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이유로 한진칼의 지분 9%를 매입했고 이후 지분 보유량을 약 15%까지 늘렸습니다.

 

2019년 한진그룹은 오너 3세인 조원태 회장 체제로 전환했는데, 이 과정에서 KCGI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제동을 걸었습니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사건 등을 근거로 KCGI는 한진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서야 한다고 요구했죠.

파이낸셜 리뷰

 

결국 경영권 분쟁을 잠재우기 위해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면서, 인수를 지원하는 산업은행을 한진칼의 대주주로 데려왔습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대한항공의 성장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KCGI는 산업은행의 진입을 막고자 했으나 실패했고, 2022년 보유한 한진칼의 지분을 호반건설에 매각하며 투자금의 100%에 달하는 차익을 거뒀습니다.

 

5️⃣ 얼라인-SM 엔터

얼라인파트너스는 1%가 채 안 되는 지분으로 SM엔터테인먼트(SM)를 뒤흔들며 유명해진 행동주의 펀드입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021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0.92%를 매입했는데요. 이후 SM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 맺은 '황제 계약'을 폭로하면서 SM의 지배구조 개선을 끌어냈습니다.

비즈워치

 

지배구조 개선 덕에 당시 SM의 주가는 30%가량 상승했죠. 이후 SM의 경영권을 두고 하이브와 카카오가 경쟁했던 배경에도 얼라인파트너스가 존재합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성수 CAO(Chief Artists and repertoire officer, 음반 사업 총괄)와 협력해 이수만 총괄을 경영진에서 끌어내렸고, 이수만-하이브 연합을 제치고 SM의 경영권을 카카오에 넘겼습니다.

 

다만, 카카오는 SM이 임직원의 측근 회사를 인수하는 등 불투명한 운영이 계속되고 있음을 파악하고 내부 감사를 진행 중입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의 지배구조 개선에는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그 이후 새롭게 꾸려진 경영진의 일탈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고, 이후 일부 지분을 매각하면서 결국 수익 창출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미래

💰 먹튀 논란을 벗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행동주의 펀드는 점점 규모를 키우고,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하우를 축적하는 중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행동주의 펀드가 더 많은 소액주주의 지지를 얻고 성과를 내려면 단기적인 수익에 집중한다는 오명을 벗어야 합니다.

 

단순히 주가 상승과 차익 실현을 목표로 한 주주 제안이 아니라 개별 기업의 실제 경영 환경을 제대로 분석한 뒤 지배구조와 경영 실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주주 제안이 필요하죠. 주주 제안이 받아들여진 이후에 행동주의 펀드가 차익을 실현하더라도 탄탄하게 개선된 기업가치가 소액주주의 주주가치를 높여준다면 더 많은 행동주의 펀드가 소액주주의 지지를 얻을 것입니다.

 

🍃 행동주의 펀드는 온건해지는 중?

과거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점에서 경영진의 적으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단기적으로 주가를 올려놓은 뒤 차익을 실현하고 빠지면서 주가변동성을 지나치게 높이고, '먹튀'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적도 많았죠.

비즈워치

 

그러나 최근에는 행동주의 펀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주주환원책 강화에 앞장선다는 인식이 커집니다. 또한 행동주의 펀드는 과거처럼 기업의 약점을 공략해 주주제안을 통과시키기보다는 소액주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기업과 주주의 상생을 돕는 역할에 집중하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키워내기도 합니다.


올해 주식시장의 키워드는 주주환원 정책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기업이 주주 친화적인 경영에 힘을 씁니다.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와 같은 입장에 서서 기업으로부터 주주에게 유리한 정책을 요구하는 훌륭한 도구기도 하지만, 여전히 공격적인 전략으로 기업의 경영을 방해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장기적으로 행동주의 펀드가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 강화라는 긍정적인 면모를 더욱 강화해 나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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