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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닛케이지수 3만 9000포인트 돌파, 일본 경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by 칲 조 2024.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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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요즘 일본 증권 시장(증시)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 지난 22일에는 일본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지수가 39000포인트를 돌파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닛케이지수는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올해 들어서도 17%쯤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4만 포인트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1989년 버블을 넘어선 일본 증시

닛케이지수의 기존 최고치는 19891229일 기록한 38915포인트였습니다. 당시는 일본 경제가 사상 최악의 거품을 만들어냈던 시기입니다. 1960년대부터 오랜 대호황을 누리던 일본은 1980년대 중반을 지나며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풀어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을 썼는데요. 이때 그야말로 투자 광풍이 불면서 1980년대 후반에는 집값과 주식값이 상상하기 힘든 수준으로 폭등해 버렸습니다.

 

너무 과열된 부동산·주식 시장은 당연히 각종 부작용을 일으켰어요. 그래서 일본 중앙은행과 정부는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에 걸쳐 부랴부랴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고 돈을 거둬들이기 위한 정책을 썼습니다. 이후 투자 열풍이 식고, 거품은 순식간에 꺼져버렸죠. 그렇게 닛케이지수 39000은 다시 보기 힘든 수치로 기록됐어요.

 

닛케이지수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를 겪던 20093월엔 한때 7054포인트까지 추락하기도 했고, 이어서 2011년엔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부침을 겪었습니다. 다만 2012년부터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 활성화 정책이 장기간 이어지며 회복세로 돌아섰죠. 물론 아베노믹스로 꽤 회복했던 시기에도 2만 포인트 정도에 불과했으니, 1980년대 후반 일본 증시의 거품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일본 증시 왜 잘나가는 거야?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최근 들어서 더욱 강해졌습니다. 일본 주가지수를 끌어 올린 요인으로는 보통 세 가지가 꼽히는데요. 엔저 현상과 정부의 부양책, 그리고 AI용 반도체 호황입니다.

 

1️⃣ 엔저 현상

지난 2022년부터 미국과 유럽 주요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했습니다. 세계적인 고물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는데요. 하지만 일본은 달랐습니다. 디플레이션(마이너스 물가 상승률)까지 겪었던 탓에, 오히려 0% 수준의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경제 활성화 효과를 노린 겁니다.

매일경제

 

돈의 가치이기도 한 엔화 금리를 낮게 유지하자, 엔화의 상대적 가치는 하락했습니다. 이걸 엔저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번엔 정도가 좀 심해서 슈퍼 엔저로 부르기도 합니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일본의 기업들은 물건을 수출할 때 유리해져요. 예를 들어 ‘1달러=100이었던 환율이 ‘1달러=150이 되니까, 외국에 상품을 수출하고 달러로 대금을 받았을 때 더 많은 돈을 벌게 되겠죠. 똑같이 100달러를 받아도 1만엔이 아니라 15천엔을 벌게 되니까요.

 

이런 슈퍼 엔저로 실제 일본 내 수출 기업들의 실적은 좋아졌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큰 기업인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2023(20234~20243) 순이익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4%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기존에 제시했던 실적 예상치들을 상향 조정해서 발표하기도 했어요.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실적이 좋아지니 투자자들도 몰렸어요.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자 중 하나인 워런 버핏은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2️⃣ 증시 부양 정책

엔저 현상으로 개선된 기업 실적과 함께 일본 정부의 주식 시장 활성화 정책도 영향을 줬습니다. 일본은 지난해 3월 주가순자산비율(PBR)1보다 작은 저평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 가치를 올릴 개선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어요. 정부가 간접적으로 개입해 주가 상승을 유도한 겁니다.

중앙일보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는 결정들을 했습니다. 작년에 일본 기업들은 96000억엔(85조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했고, 주주에게 돌려준 배당 금액도 역대 최고인 157000억엔(139조원)에 달했습니다.

 

상대적인 매력도가 높아진 일본 증시는 중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을 끌어들였어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주도권 다툼이 날로 심해지고 중국 정부의 정책까지 자주 바뀌면서, 중국에 투자했던 돈을 회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거든요. 일본 증시 분위기가 좋으니, 중국에서 뺀 돈을 일본에 넣는 사람들도 많았겠죠.

 

오늘(26) 우리나라도 이런 일본의 증시 활성화 전략을 참고해서 비슷한 정책을 발표해요. 얼마 전에 소식 전해드렸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딱 일본의 사례를 본떠서 만든 정책입니다.

머니S

 

3️⃣ AI 반도체 호황

지난주에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기업가들 소식을 전해 드렸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AI용 반도체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서,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쩐의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는 뉴스였습니다.

 

일본 증시는 엔비디아와 AI 반도체 호황 덕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주에도 1년 전보다 983% 증가한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 이 여파로 일본에서도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어드반테스트와 통신 기업인 소프트뱅크그룹 등 관련 주식들이 강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 기업들은 일본의 대표적 AI 반도체 관련 기업이어서 엔비디아 3형제로 불립니다.

 

이렇게 기업 실적, 정부 정책, AI 산업의 성장 등 3개 요인을 등에 업은 일본은 앞으로도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모양새예요. 일본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올해 말 닛케이지수의 전망치를 4만 포인트로, 야마토 증권은 43000으로 기존 예상보다 대폭 높여 잡았습니다.


경제 움직인다기대하는 일본

주식 시장 호황을 맞은 일본은 오랜 경기 침체를 끝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입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본 경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올해는 이런 움직임을 정착시킬 승부의 해라고 말했습니다.

BBS 뉴스

 

사실 일본이 2022년부터 세계적으로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추세를 따르지 않고, 초저금리 정책을 고집하는 동안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어느 정도 의도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정부와 일본은행도 이런 정책을 장기간 고수하기는 힘들어요. 엔화 가치가 심하게 하락한 상황을 계속 두고 볼 수만은 없겠죠. 엔화 가치 하락이 수출에는 유리해도 수입에는 불리하니까요. 달러 등 외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져서 수입품을 비싸게 사와야 하니, 물가 상승도 일으키게 되죠.

 

이제 일본은 물가 상승률 추세를 지켜보며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경제 활성화올인 정책은 언제쯤 방향을 바꿀까요? 대호황을 맞은 일본 증시가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지켜볼 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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