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그야말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최근 그래미 어워즈에서 자신의 커리어 사상 네 번째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며, 마이클 잭슨에 견줄만한 팝스타가 나왔다는 평까지 나오는데요.
스위프트의 인기만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도 크게 주목받습니다. 콘서트가 열리는 곳마다 지역 경제가 활성화한다는 의미로 스위프트(Swift)와 경제(Economics)를 합성한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는데요. 오늘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인기 배경과 그의 경제적 파급력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현 세기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 테일러 스위프트
👱♀️ 컨트리 신성으로 데뷔한 18세 소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출신의 테일러 스위프트는 2006년 18세의 나이에 자신의 이름을 건 앨범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로 데뷔했습니다
북미 인기 장르인 컨트리 장르의 색채가 짙은 앨범으로, 데뷔와 동시에 컨트리계 혜성으로 떠오른 스위프트는 특유의 발랄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으로 큰 사랑을 받았죠. 그로부터 2년 뒤 정규 2집 '피어리스(Fearless)’로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손꼽히는 그래미 어워즈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앨범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휩쓸면서 팝스타 반열에 올랐습니다.
스위프트는 당시 만 20세의 나이로 최연소 올해의 앨범상 수상자 타이틀까지 얻었죠. 이후 발표하는 앨범마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입지를 다졌습니다.
🐍 거짓말쟁이로 몰린 스위프트
그러나 스위프트에게도 힘든 순간이 있었습니다. 2016년 미국의 힙합 가수 예(Ye·옛 칸예 웨스트)가 스위프트를 성희롱하는 내용의 ‘페이머스(Famous)’라는 곡을 발표한 것인데요.
칸예는 과거 2009년 MTV 비디오 뮤직어워즈(VMA)에서 스위프트가 ‘유 비롱 위드미(You belong with me)’로 올해의 비디오상 여성 부문을 수상했을 당시, 무대에 난입해 비욘세가 상을 받았어야 했다며 난동을 부린 바 있죠. 스위프트가 페이머스 가사에 대해 항의하자 예는 스위프트에게 미리 동의를 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칸예의 아내였던 모델 킴 카다시안은 예와 스위프트의 통화 기록을 공개하며 칸예의 주장에 힘을 실었는데요. 공개된 통화 기록에는 스위프트가 "미리 알려줘서 고맙다"라고 말하는 음성이 담겨있었죠. 이후 인터넷에는 스위프트가 거짓말쟁이라며 그녀를 간사한 뱀에 비유하는 말들이 빠르게 퍼져나갔고, 과도한 조롱에 스위프트는 그녀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폐쇄했습니다.
카다시안이 공개한 통화 녹음이 짜집기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누명을 벗었지만, 스위프트를 향한 조롱은 계속됐습니다. 스위프트는 작년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카다시안이 불법 녹음한 통화 내용을 짜깁기해 저를 거짓말쟁이로 몰았을 때, 심리적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라면서 "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 모든 사람을 밀어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 올드 테일러는 죽었다
스위프트는 정면 돌파를 택했습니다. 스위프트는 2017년 평판이라는 뜻을 지닌 정규 6집 '레퓨테이션(Reputation)'을 발매하며 “올드 테일러는 죽었다”라고 공표했는데요.
그녀는 자신을 조롱하는 의미로 쓰이던 뱀을 새로운 정체성으로 삼아 자신이 새롭게 태어났음을 알렸습니다. 앨범 프로모션으로 뱀 영상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게재하고, 뮤직비디오에 뱀을 등장시켰으며, 레퓨테이션 스타디움 투어에서 뱀 무대장치를 활용했죠.
칸예와 카다시안 부부를 대놓고 디스한 내용을 담은 레퓨테이션의 리드 싱글 ‘룩 왓 유 메이드 미 두(Look What You Made Me Do)’의 뮤직비디오는 공개 24시간 만에 4,320만 뷰를 돌파하며 당시 일간 최다 유튜브 조회수 기록을 깼고, 발매 일주일 만에 121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2017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 됐습니다.
이 앨범으로 스위프트는 상업성뿐만 아니라 그녀의 예술성을 인정받았는데요. 그녀는 2020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스 아메리카나’에서 이것은 스위프트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여성에 대한 혐오를 한 인간이 어떻게 벗어던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며 당시의 일을 회상했죠.
이후 스위프트는 컨트리 뮤지션의 정체성을 담은 '포크로어(Folklore)', 자신의 출생 연도를 타이틀로 강렬한 여성을 내세운 '1989', 성숙한 사랑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레드(Red)', 몽환적인 분위기를 담은 '미드나이츠' 모두 큰 사랑을 받으며 명실상부 현 세기 최고의 팝스타 반열에 올랐습니다.
🏆 2023년은 스위프트의 해
스위프트는 지난해 11월 '2023 빌보드 뮤직 어워즈'(Billboard Music Awards·BBMAs)에서 10개의 상을 받는 대기록을 썼습니다.
스위프트가 데뷔 이래로 BBMAs에서 받은 상은 총 39개로 캐나다 출신 힙합 가수 드레이크와 함께 BBMAs 역대 최다 수상자가 됐죠. 최근 열린 ‘제66회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정규 10집 '미드나이츠'로 올해의 앨범상을 받으며,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네 번 수상한 최초의 가수가 됐습니다.
프랭크 시내트라, 폴 사이먼, 스티비 원더의 3회 수상 기록을 뛰어넘었죠. 또 스위프트의 재녹음 앨범도 큰 사랑을 받으면서 '빌보드 200'에서 현역 가수 중 최초로 탑10에 다섯 개의 앨범을 동시에 올리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지난 한 해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가수로 기록되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스위프트 신드롬에 미국 타임지는 2023년 올해의 인물로 테일러 스위프트를 선정했습니다. 올해의 인물에 엔터테인먼트 인사가 단독으로, 그리고 사회적 이슈가 아닌 가수 본업으로 선정된 건 96년 역사상 이번이 최초입니다.
전 세계를 뒤흔든 스위프트의 ‘디 에라스 투어’
🎤 투어 매출 전 세계 1위
작년 3월 시작된 스위프트의 월드 투어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작년 북·남미 투어에 이어 올해 아시아·태평양·유럽 투어로 이어지는 디 에라스 투어는 열릴 때마다 기록을 경신하는데요.
작년 11월 디 에라스 투어의 매출이 역사상 최초로 10억 달러(약 1조 3,275억 원)를 돌파했습니다. 영국 팝 거물 엘튼 존의 고별 투어인 ‘페어웰 옐로 브릭 로드 투어’의 기록을 깨고 역대 팝스타 월드 투어 매출 1위 기록을 세웠는데요.
페어웰 옐로 브릭 로드 투어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328회 공연으로 9억 3,000만 달러(약 1조 2,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죠. 스위프트의 디 에라스 투어는 8개월간 60회 공연만으로 역대 콘서트 매출 1위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 과열된 티켓팅에 대통령이 입장 표명까지
디 에라스 투어 티켓 예매 오픈 당시 접속이 몰려 8시간 넘게 티켓 예매처 사이트가 먹통이 되기도 했는데요. 티켓 예매처가 티켓 판매를 재진행하지 않자,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이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연방의회가 직접 나서 스위프트 티켓 판매 취소에 따른 소비자 불만 사례를 접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죠.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티켓 구하기에 디 에라스 투어 티켓의 평균 리셀가가 1,607달러(약 214만 원)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테일러의 5년 전 투어 티켓 평균 리셀가(191달러)보다 8배 가까이 올랐죠. 과열된 분위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가격 폭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 중국에서도 콘서트 영화 흥행
스위프트의 디 에라스 투어의 콘서트 실황 영화도 흥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기준 2억 6,000만 달러(약 3,455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역대 콘서트 영화 수익 중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특히 이번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를 거치지 않고 스위프트가 직접 제작과 배급을 담당했는데요. 일부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는 스위프트의 영화와의 경쟁을 피하고자 자사 영화의 개봉 시기를 변경하기도 했다는 후문입니다.
팝스타의 공연이 금지된 중국에서는 더 에라스 투어 실황 영화가 9,500만 위안(약 175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그 인기에 힘입어 오는 3월 1일까지 상영이 연장되기도 했습니다.
지나가는 곳마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스위프트노믹스
🤑 스위프트+이코노믹스=스위프트노믹스
스위프트가 콘서트를 여는 지역마다 소비가 많이 늘어나면서 '스위프트노믹스'(스위프트+이코노믹스)란 신조어까지 만들어졌습니다.
테일러의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로 가게가 북적이고, 호텔이 가득 들어차면서 지역경제가 일시에 살아났다는 건데요. 각종 외신에서 스위프트노믹스를 주목한 데 이어, 올해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시상식장으로 입장하자 MC를 맡은 트레버 노아가 "그녀가 지나가는 곳마다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라며 스위프트노믹스를 간접적으로 언급했습니다.
🏦 미 연준이 경제효과 언급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지역 경제보고서에도 스위프트의 경제효과가 언급됐습니다. 연준은 작년 7월 발간한 경제 동향 보고서에서 필라델피아의 5월 호텔 매출이 스위프트의 콘서트로 인해 팬데믹 이후 가장 호조였다고 소개했죠.
미국 여행협회에 따르면 작년 테일러 콘서트의 지역 경제효과가 100억 달러(약 13조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더 에라스 투어의 관객이 해당 지역에서 지불한 숙박, 식사, 관광 비용이 평균 1,300달러(약 173만 원)로 조사됐는데요.
다른 콘서트의 평균 지출 비용(300달러)과 비교해 4.3배 더 많은 수치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스위프트의 투어와 비욘세 투어가 작년 7~9월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54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 끌어올렸다고 보도했죠.
🌏 아시아 전역에서 몰려든 도쿄돔 공연
스위프트는 이번 달 일본 도쿄돔에서 4일간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했습니다. 스위프트의 이번 아시아 투어는 도쿄와 싱가포르에서만 열리는 터라 일본 팬만 아니라 한국, 중국 등지에서도 많은 팬들이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재팬 타임즈는 그녀의 이번 도쿄돔 공연의 경제효과가 341억 엔(약 3,035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티켓 판매액만 54억 엔에 일본 팬들이 지출한 교통비와 숙박비만 18억 엔에 달한다는 설명인데요. 이번 도쿄돔 공연은 해외에서 방문한 팬들도 많다는 점에서 경제적 파급력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 남자 친구 직장 NFL까지 이득
현재 테일러 스위프트는 슈퍼볼 결승에 오른 캔자스시티 치프스 소속 미식축구 선수 트래비스 켈시와 공개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스위프트가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NFL에 4,000억 원이 넘는 경제효과를 창출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스위프트가 처음 남자 친구의 경기장을 찾은 날 캔자스시티의 유니폼 판매량이 400% 오르고, 평균 시청자 수가 작년 대비 7% 늘었는데요.
스위프트가 10일 도쿄돔 공연을 마치고 11일 슈퍼볼 현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슈퍼볼 입장권 가격이 전년 대비 70% 급등하기도 했죠. 빠듯한 일정 탓에 스위프트의 슈퍼볼 관람이 가능할지 인터넷에서 논란이 일자, 미국 워싱턴DC 주재 일본 대사관이 "스위프트가 제 시간 안에 슈퍼볼 현장에 도착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NFL 사무국에 따르면 올해 시즌 시청자 중 여성 시청자의 시청률이 2000년 이후 제일 많은데요. 이 역시 스위프트노믹스 효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주식까지 영향
주식 시장에서도 스위프트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위프트는 오는 4월 19일 정규 11집 ‘토처드 포이츠 디파트먼트(Tortured Poets Department)’를 발표하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스위프트의 11집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의 주가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며, 전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의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스위프트가 지난해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가수인 만큼, 스위프트의 새 앨범 발매가 스포티파이의 구독자 수와 월간 활성 사용자 숫자 등이 늘어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하죠.
미국 타임지는 2023년 올해의 인물로 테일러 스위프트를 선정하며 "테일러 스위프트는 분열된 세계에 남은 유일한 단일 문화(She’s the last monoculture left in our stratified world)"라고 소개했습니다. 최근 하버드와 스탠퍼드를 비롯한 미국 대학 10여 곳에선 스위프트의 음악 세계와 파급력을 연구하는 ‘스위프톨로지(Swiftology)’ 강좌가 열리기도 했는데요. 존재 자체가 신드롬인 테일러 스위프트. 그 영향력이 어디까지 갈지 기대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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