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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다섯가지 고민, 같이 답을 찾아주셨으면

by 칲 조 2024.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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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지난 1,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2024년 한국경제학회 공동학술대회에 참석해 한국은행 총재로 지내면서 당면했던 통화정책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총 다섯 가지의 통화정책 연구 과제를 소개하며 학계가 함께 답을 찾아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는데요.

 

오늘은 이 총재가 언급한 다섯 가지 고민과 그와 관련된 최근 통화정책 이슈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

12월 FOMC 점도표, 연준

📝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한 이 총재

이 총재는 먼저 한국형 점도표(Dot Plot)라 불리는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의 방향성에 대해 제언을 부탁했습니다.

 

이 총재는 20224월 취임한 직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3개월 시계를 기준으로 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기록하는 포워드 가이던스 방식을 국내에 도입했는데요.

 

포워드 가이던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의 중앙은행이 도입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중앙은행이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미래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해 시장 참여자가 변화를 대비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한국은행은 현재 조건을 밝히고 조건이 맞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 이에 맞는 금리 전망 경로를 제시하는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 방식을 따릅니다.

 

😊 선제적 적응 가능

이 총재는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그간 한은이 고수해 온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금리 정책 예측에 있어 한은은 전통적으로 미래의 금리정책에 대해 가능한 한 명확한 언급을 피하면서 위험부담을 덜고자 했는데요. 이 총재는 포워드 가이던스와 전략적 모호성, 두 방식 중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가에 대해선 이견이 있지만, 중앙은행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전망의 전제 조건을 충분히 설명하고, 전제 조건 변화에 따라 정책도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이해시킨다면 오히려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경제주체가 경제 여건 변화에 더욱 선제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죠.

 

😯 변동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어

다만, 이 총재는 미래의 정책 경로에 대해 밝힌 상태에서 이후 경제 상황이 달라져 정책이 변화할 경우 시장 변동성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전했습니다.

 

실제로 20229월에는 이 총재가 당분간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발표한 지 한 달도 안 돼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예고가 나오면서, 포워드 가이던스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총재의 포워드 가이던스가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 총재는 25bp씩 인상하겠다는 것에는 조건이 있었다고 해명했는데요. 이 총재는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한지, 또 그렇다면 어느 정도 시계까지 확장해서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현재 고민하고 있다고 학계에 밝혔습니다.


금융중개 지원 대출 활용 여부

이데일리

🤔 중앙은행이 할 일인가?

이 총재는 다음 주제로 금융중개 지원 대출(금중대)이 중앙은행의 정책 도구가 될 수 있는지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중대는 금융기관에 중소기업 대출 실적을 토대로 한은이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인데요. 30조 원의 규모로 운용되며, 무역금융지원, 신성장·일자리 지원, 중소기업 대출 안정화, 지방중소기업 지원 등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데 쓰입니다.

 

이 총재는 특정 부문에 신용 공급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금중대가 본질적으로 중앙은행이 아닌, 정부가 담당해야 할 정책금융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에 시기상조인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한시적 방안으로서 금중대가 중앙은행이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41로 갈린 의견

이에 앞서 지난달 11일에 개최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도 금중대 규모 확대를 두고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금통위원 5명 중 4명은 금중대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으나, 평소 매파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조윤제 위원은 강력히 반대 의사를 표했는데요. 조 위원은 금중대 규모가 확대될 경우 현행 통화정책 기조와 다른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직 통화정책을 완화 기조로 전환할 것이라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금중대 규모를 확대할 경우, 포워드 가이던스와 대출 제도의 일관성이 떨어지게 되고 이에 따라 통화정책의 유효성과 신뢰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인데요. 이에 더해 금중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다른 부문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놓일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 9조 원 한시적 지원 결정

이에 금통위는 금중대 한도를 현재의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대신 오는 9월부터 예비비 성격으로 남겨둔 한도 유보분 9조 원을 지방 중소기업 대출에 활용하기로 했는데요.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지방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시점에서 확보된 한도 유보분을 활용해 한시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설명입니다.


중립 금리 추정

뉴스원

⚖️ 중립 금리 연구 부탁

이 총재는 중립 금리 추정에 대한 학계의 연구도 부탁했습니다. 중립 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잠재적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을 말하는데요.

 

각국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준거 금리가 됩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경우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중립 금리가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반면 다른 선진국, 특히 미국의 경우 그동안 추세적으로 하락해 왔던 중립 금리가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미국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95% 수준으로 늘어나는 등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국채를 더 많이 팔려면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하고 이는 자연히 시중금리와 중립 금리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이 총재는 기후변화 대응으로 투자 수요가 많이 늘어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등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 중립 금리의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 조기 금리 인하 안 하는 이유가 혹시?

최근 미국 연준 인사들이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회의적인 발언을 내놓는 것도 중립 금리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연이어 매파적 발언을 내놓으며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꺾어버렸는데요. 지난 1FOMC 회의 직후엔 3월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정도의 확신을 가질 것 같지 않다고 발언하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오는 6월 이후로 밀릴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중립 금리가 예전보다 높은 수준에 형성돼 금리 인하 필요성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는 팬데믹 이후 경제를 제약하는 중립 금리 수준이 높아졌을 수 있다며, 중립 금리 수준이 높아지면 고금리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긴축 정책이 경제 회복을 방해할 위험이 적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앙은행 대출 제도 개선

🏦 자금조정대출 비은행권까지 확대

이 총재는 이어 중앙은행 대출 제도, 그중에서도 상설대출 기구인 자금조정대출 제도의 개선을 언급했습니다.

 

자금조정대출은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 등 특수한 상황에 제공하는 대출인데요. 작년 7월 새마을금고 사태 이후로 국내 비은행권의 뱅크런 우려가 커지자 한국은행은 위기 상황에는 은행만 아니라 새마을금고중앙회를 비롯한 비은행권에도 신속하게 대출해 주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습니다.

 

비은행은 한은법 80조에 따라 예외적인 상황에 금통위원 4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요. 한은법 창제 이래로 80조가 발동된 건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때뿐이었죠. 한국은행은 앞으로 이 조항을 더 적극적으로 발동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대신 은행보다 소폭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죠.

💡 뱅크런 직전까지 갔던 작년 새마을금고 사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https://chief-cho.tistory.com/216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안 발표, 새마을 금고 뱅크런 알아보기

지난 7월,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지표가 급속히 악화하여 위기설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불안감이 조합원들 사이에서 확산하자, 새마을금고와 정부는 상황을 안정화하기 위해 여론 진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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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적 해이 방지해야

이 총재는 학계에 비은행금융기관을 자금조정대출의 대상 기관으로 포함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어떻게 예방할지에 대한 검토와 연구를 부탁했습니다.

 

금융기관이 위기에 봉착하더라도 한은에서 손쉽게 자금을 빌릴 수 있게 되면, 이는 평상시 자금 운용 등에서 긴장감을 떨어뜨리게 되는데요. 특히 일각에서는 비은행권에 대한 규제와 감독이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점에서, 이번 조처가 비은행에 대한 시장규율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한은은 이에 비은행 금융기관의 수신 비중이 이미 은행을 넘어섰고, 은행과 비은행 간 연계성도 커졌다는 점에서 비은행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신 이번 간담회를 통해 이 총재는 비은행금융기관 감독 및 조사 측면에서 정부와 어떻게 공조해야 하는지 학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시장규율: 주주, 예금자 및 채권자 등이 금융기관의 위험 추구 행태에 대응해 신호를 보내는 일련의 행동을 지칭합니다. 예를 들어 은행이 부실해질 경우, 예금자는 약속된 기일에 이자와 원금을 지급받지 못할 것을 대비해 높은 금리를 요구하거나 예금을 인출하는 등의 규율을 행할 수 있습니다. 채권자 역시 채권 회수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높은 채권수익률을 요구하거나 채권을 매입하지 않는 등의 규율을 행할 수 있습니다.


공개시장 운영 방식

연합뉴스

🧐 최적의 방식 찾아야

이 총재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단기자금시장 구조를 고려할 때 최적의 공개시장 운영 방식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개시장 운영은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한은이 직접 시장에 참가해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단기자금이 부족할 때 각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 지방채 등을 매입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고, 일정 기간 후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채권을 해당 은행에 정해진 가격으로 환매하는 방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죠.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단기금융시장에 초단기 환매조건부채권 말고도 3년 미만의 다양한 만기의 통화안정증권(91일 물, 1, 2) 등이 포함돼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단기자금시장 구조 덕분에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과 달리 한국은행은 원할 경우 초단기 금리만 아니라 3년 미만의 단기금리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최적의 공개시장 운영 방식은 무엇인지, 또 공개시장 운영 시 통화안정증권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비은행권도 대상 기관 포함

한편,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은 공개시장 운영 대상 기관 선정 범위에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을 포함하는 내용의 공개시장 운영제도 개편을 의결했습니다.

 

상호저축은행·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6개 중앙회와 개별 저축은행이 이번 개편으로 대상 기관에 추가됐는데요. 한국은행은 이번 개편안을 두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자산운용 건전성을 제고하고, 지난해 새마을금고 사태와 같은 위기 상황 발생 시 유동성 공급 경로 확충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자산운용사까지 확대

또 한국은행은 자산운용사도 공개시장 운영 대상 기관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는데요.

 

자산운용사는 현행 규정상 대상 기관 선정 범위에 이미 포함돼 있으나, 선정 기준과 입찰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실제 대상 기관에 포함되지는 못했죠. 앞으로 한국은행은 자산운용사를 별도 평가그룹으로 분리하고 정책적 유효성 등을 고려해 대상 기관 선정 방식을 신설하는 한편, 평가 항목·배점 등 기준을 변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학계에 당부한 다섯 가지 통화정책 연구 과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금융비용 부담이 증가한 상황에서, 연내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시사되면서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한국은행과 학계가 협력해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건설적인 토론이 진행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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