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총선 때 투표했던 분들 있나요? 길어도 너무 길었던 투표용지에 놀랐던 기억 있을 텐데요. 두 달 뒤 총선에서도 긴 투표용지를 만날 것 같습니다.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사이에서 고민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선거도 준연동형으로 치르겠다고 결정했거든요.
병립형? 준연동형?
알고 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총선에선 우리 동네(=지역구)를 위해 일할 국회의원 말고도 비례대표 의원을 같이 뽑습니다. 투표용지 2장 중 한 장은 지역구 후보를 찍고, 나머지 한 장은 정당을 찍으면 그걸로 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겁니다. 준연동형과 병립형은 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각각의 방식을 뜻해요.
준연동형
지난 총선 때 생긴 제도입니다. A당이 정당 투표에서 10%를 얻었다면 국회의원 전체 300명 중 10%인 30명을 국회에 보낼 수 있는데요. 만약 지역구에서 이미 10명이 뽑혔다면, 이 숫자를 뺀 만큼 비례대표 의원으로 채워집니다. 나머지 20명을 100% 채워주는 게 연동형인데, 준연동형은 절반인 10명만 채워주는 겁니다.
병립형
지역구에서 몇 명이 뽑혔는지와 상관없이 정당 득표율만큼 비례대표 의원 자리를 나누는 거예요. 전국에서 B 당의 정당 득표율이 10%라면, 전체 비례대표 의원(47명)의 10%인 5명이 B당 비례대표 의원이 되는 것. 지난 총선 전까지는 계속 이렇게 비례대표 의원을 뽑았습니다.
권역별 병립형
‘권역별’이라는 건 전국을 수도권·중부·남부 3개 권역으로 나눈다는 뜻인데요. 전국의 정당 득표율을 한꺼번에 계산하는 병립형과는 달리, 권역별 득표율로 비례대표를 뽑는 거예요. 준연동형과 병립형 사이에서 절충안으로 꼽혀왔습니다.
지난 총선 때는 어땠지?
민주당과 정의당이 손잡고 준연동형을 도입했습니다.
💭 소수정당에 기회 주자
준연동형으로 바꾸면 이론적으로는 인지도가 낮아서 지역구에서 후보를 당선시키기 어려운 소수정당에 유리합니다. 우리나라 국회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큰 정당 2개가 국회를 꽉 잡고 있는데(=양당제),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해 !”하며 제도를 바꾼 거예요.
🛰️ 갑자기 분위기 위성정당
하지만 예상과 다른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후보만 내는 당(=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따로 만든 것. “그러면 의원 더 많이 당선시킬 수 있겠네?” 그러자 민주당도 “우리도 질 수 없지!” 하며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습니다. 선거제도를 바꾼 취지와 어긋나는 거라 ‘위성정당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 선거제도 다시 바꿔
총선이 끝난 뒤, 선거제도를 다시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위성정당 때문에 소수정당이 가져갈 수 있었던 의원 수가 확 줄었기 때문인데요. 민주당은 ‘위성정당 금지하는 법 만들자!’ 했는데. 국민의힘은 ‘예전처럼 병립형으로 하자!’는 입장이라, 의견을 모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다는 거야?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준연동형을 유지하겠다고 했습니다. 선거 제도를 바꾸려면 법을 바꿔야 하는데요. 국회 의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입장을 딱 정하면서 이번 총선에 적용될 비례대표 제도가 사실상 정해진 거죠.
이 대표는 위성정당을 다시 만들게 된 점에 대해 거듭 사과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이 이미 위성정당을 만들고 있어서, 민주당도 가만히 앉아서 손해만 볼 수는 없다고 했어요. 대신 이 대표는 민주당만 아니라 소수 정치 세력도 끌어들인 민주·개혁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는데요. ‘꼼수 위성정당’ 논란은 이번에도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당과 야당 모두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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