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브스에 따르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4년 새해 목표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응답은 바로 ‘체력 향상’이었습니다. 다이어트나 체중 감량, 새해 다짐 목록에서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항목인데요. 그래서인지 건강과 몸 관리에 이렇게까지 진심일 때가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자연스레 글로벌 스포츠의류 시장이 주목받습니다.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왠지 옷이나 장비부터 갖춰야 할 것 같죠. 올해는 특히 파리올림픽까지 예정돼 있어, 업계가 잔뜩 분주합니다.
NO SPORTS, NO LIFE
최근 운동을 즐기는 인구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스포츠의류 수요가 덩달아 높아졌습니다. 월드컵과 올림픽 등 전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도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모양새입니다.
💚 초록 불 켜진 시장
현재 글로벌 스포츠의류 시장의 규모는 전체 의류 시장의 약 20%에 달합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켓.US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스포츠의류 시장은 1,859억 달러(약 241조 3,911억 원) 규모였는데요. 10년 후 2032년에는 2배 가까이 커져, 3,560억 달러(약 462조 524억 원)를 넘길 전망입니다. 10년간 연평균 6.9%에 해당하는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말이죠.
2022년 기준 전체 시장의 45% 정도를 차지한 핵심 시장은 북미 시장이었는데요. 현재 11% 정도인 아시아 시장 역시 핵심 시장으로 부상할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실제로 중국 스포츠 산업 총규모는 2020년 2조 5,800억 위안(약 481조 5,312억 원)에서 2025년 5조 위안(약 933조 2,000억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고, 한국 스포츠의류 시장은 2020년 5조 9,801억 원 규모에서 2022년 7조 1,305억 원으로 19% 성장했습니다.
🏃♀️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여성 스포츠 시장
스포츠의류 시장에서 남성 제품의 점유율이 가장 높지만, 여성 스포츠의류 시장의 성장세도 폭발적입니다. 2021년 1,780억 달러(약 238조 2,530억 원)였던 여성 스포츠의류 시장 규모는 2029년 2,690억 달러(약 360조 565억 원)까지 커질 전망인데요. 남성 스포츠웨어 시장이 8% 커질 때 여성 시장은 25% 커지는 정도입니다. 달리기, 요가, 축구 등 다양한 스포츠에 참여하는 여성이 늘면서 여성용 제품 수요가 늘어난 덕분입니다.
스포츠 브랜드들은 이런 현상에 주목해 앞다퉈 여성용 제품을 연구·출시하는 중입니다. 나이키는 작년에 생리혈이 새지 않는 여성용 축구복을 출시했고, 언더아머는 여성 발에 맞춘 러닝화를 내놨습니다.
💪 오운완의 시작
스포츠의류 시장의 전환점은 코로나19였습니다. 사람들이 건강에 높은 가치를 두기 시작한 건데요. 2020년 9월 기준 37만 9,932건이었던 ‘건강’ 관련 키워드는 작년 8월 69만 5,919건으로 3년 새 1.8배 증가했습니다. 또 하늘길이 막히면서 줄어든 해외여행 수요가 운동과 패션으로 옮겨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레이닝’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면서 스포츠의류 시장 규모는 몸집을 불렸습니다.
🏋️ 운동, 이제는 트렌드
팬데믹 이후에도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과 운동을 중시하는 문화는 이어졌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운동복을 입은 자기 모습을 SNS에 올리며 운동을 끝냈다고 인증하는 행위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몸매 관리와 운동에 몰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보여주는 행위도 중요하게 떠올랐습니다. 이에 스포츠의류 시장 생태계는 더 다양해질 수 있었죠.
⚽ 기회의 장이 열린다
여기에 올림픽,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는 글로벌 스포츠의류 기업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가 돼 왔습니다. 특히 올림픽은 선수 개인과 스포츠 연맹, 국가 대표팀 후원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거두는 기회의 장인데요. 오는 7월 개최되는 2024 파리 올림픽이 스포츠의류 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거란 기대를 받는 이유입니다.
어차피 1등은 나이키?
2022년 미국에선 나이키, 아디다스, 언더아머가 스포츠의류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이 세 브랜드의 압도적인 파워를 이겨내고, 최근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며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 JUST NIKE
명실상부 스포츠의류 시장 1위입니다. 스포츠의류 브랜드 중 유일하게 미국 주식 시가총액 TOP 100(64위, 약 1,542억 달러) 안에 드는데요. 2019년 말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철수한 뒤 D2C로 방향을 틀어, 3년 만에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냈습니다.
나이키 회계연도 2분기(작년 9~11월) 매출액은 전년 대비 0.5% 증가한 134억 달러(약 17조 9,359억 원), 주당 순이익은 21.2% 증가한 1.03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중국에서의 실적 둔화, 생산 및 공급망 지연 등으로 주가가 주춤하기도 했지만, 선두를 이어갈 거란 전망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제품 구성의 단순화, 업무 자동화, 유통망 개선 등으로 향후 3년간 약 20억 달러에 이르는 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했고, 파리올림픽을 대비한 제품 라인업을 계획 중이기 때문입니다.
😬 아디다스, 올해가 운명의 해?
나이키에 이어 전 세계 매출 2위 스포츠의류 기업, 아디다스는 올해 성장 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할 전망입니다. 작년 초 CEO에 취임한 비에른 굴덴은 래퍼 카니예 웨스트와 아디다스 이지(Yeezy)의 콜라보레이션이 무산된 후 사업 전략의 변화를 시도하는데요. 2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던 아디다스의 주가는 작년 50% 넘게 오르며 회복에 대한 기대도 커졌습니다.
특히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육상 같은 대형 종목 외 소규모 비인기 종목에서 입지를 넓히려는 노력이 돋보이는데요. 브레이킹, 클라이밍, 스케이팅보드 같은 종목에 집중해 잠재 고객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하려는 의도입니다.
🇰🇷 아디다스, 한국 집중 관리 시작?!
한편, 국내에서 아디다스는 1위 나이키와 매출액이 두 배가량 차이 나고, 작년엔 뉴발란스에 밀려 2위 자리를 내주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올해 아디다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묶어 관리하던 한국 시장을 별도로 떼어내 단독 시장으로 관리한다고 발표했는데요. 한국 소비자 수요에 특화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 나이키, 아디다스 모두 물리친 곳
1991년 설립된 중국 최대 스포츠의류 기업 ‘안타스포츠(安踏體育)’(안타)는 2022년 중국 시장에서 미국과 아디다스를 제치고 매출 1위(약 10조 700억 원)에 등극했습니다. 2021년 중국 내 시장 점유율로는 이미 아디다스를 넘었고, 2022년 상반기에는 나이키의 중국 매출액까지 뛰어넘었는데요. 이에 2022년 전 세계 매출액을 기준으로 안타는 나이키, 아디다스에 이어 3위였습니다. ‘중국판 나이키’에 머물기 싫었던 설립자 딩스중은 외국 유명 브랜드를 여럿 사들이면서 시장을 제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국 기업인 휠라와 코오롱스포츠의 중국 사업권을 포함해 일본의 데상트, 핀란드의 아머스포츠가 모두 안타의 소유죠.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하는 중
🎢 이미지 확 바꾼 휠라
11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휠라는 유명 스포츠 스타 및 디자이너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며 글로벌 스포츠 시장의 주류 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일상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디자인과 가성비를 앞세워 1020 젊은 층의 인기를 이끌었는데요.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글로벌 스포츠 의류 시장을 주도할 주요 업체로 나이키, 아디다스 등과 함께 휠라를 꼽기도 했습니다. 올해 FW 시즌부터는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혁신을 강화하고자, 고가 전략을 내세운 프리미엄 라인 ‘휠라 플러스’를 글로벌 출시할 계획입니다.
🧘 스포츠 의류계의 샤넬
캐나다의 요가복 전문 브랜드 룰루레몬은 북미 지역을 비롯해 전 세계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레깅스 한 장에 10만 원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룰루레몬의 매출액은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완전한 우상향 곡선을 보였는데요.
요가와 필라테스가 일상적인 운동이 되면서 탄탄한 고소득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내에서도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를 넘나드는 ‘LAP’ 라인을 한정으로 내보이는 등 해외 시장 공략이 활발한데요. 룰루레몬은 기존 여성 요가복 위주의 제품을 넘어 남성복, 가방(벨트 백) 같은 신규 카테고리의 매출 확장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습니다.
🤸♀️ 일상과 스포츠를 넘나드는 ‘애슬레저 룩’
운동을 뜻하는 애슬레틱(athletic)과 여가를 뜻하는 레저(leisure)가 합쳐진 ‘애슬레저’는 운동복과 일상복으로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옷을 의미합니다. 평상시 생활하기에 편안하고, 운동을 하기에도 충분한 기능을 가져 유행을 이어가고 있죠. 티셔츠나 바지뿐만 아니라 스포츠 양말, 레깅스, 모자 같은 다양한 제품이 있으며, 최근에는 출근용으로도 손색이 없는 제품이 활발히 출시되는 중입니다. 글로벌 강자 룰루레몬 외에도 국내에는 안다르, 뮬라웨어, 젝시믹스 등의 여러 브랜드가 있습니다.
스포츠 의류 시장, 앞으로는?
엔데믹 시대로 전환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는 스포츠의류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다소 누그러지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신규 제품을 출시하고 기존 라인업을 늘리는 등 돌파구를 찾는 모습인데요.
👀 너도나도 눈독 들이는 중
주요 패션 기업들은 스포츠 의류를 성장 동력으로 삼고 관련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캐주얼 의류 기업 ‘갭’은 여성 스포츠의류 브랜드 ‘애슬레타(Athleta)’를 출시해 미국 시장의 주목을 받았고, 영 캐주얼 브랜드 ‘아베크롬비앤피치’ 역시 ‘YPB’라는 스포츠의류 전문 라인을 선보이며 시장에 발을 들였는데요.
글로벌 패스트패션 대표 기업 ‘H&M’은 스포츠의류 전문 컬렉션 ‘H&M Move’와 함께 무료 요가, 피트니스 수업을 진행하는 전문 매장까지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작년 삼성물산이 ‘메종키츠네’의 골프 컬렉션을 새롭게 내놓았고, 코오롱FnC는 2019년 철회했던 스포츠 브랜드 ‘헤드’를 재정비한 뒤 작년에 다시 출시한 바 있습니다.
🎾 장비빨의 한계는 없다
스포츠의류 시장은 이제 의류를 넘어서 운동 보조용품이나 액세서리 같은 제품으로도 발을 넓힙니다. 요가 매트나 바디용품 등 다양한 파생 제품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는데요.
미국에서 대세로 떠오른 요가복 브랜드 ‘알로요가(Alo Yoga)’는 스노보드, 디퓨저, 스킨케어 제품까지 아우르며 소비자층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소비자들이 의류처럼 이미 가지고 있는 기본적 아이템 외에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에도 관심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지속가능성도 놓치지 않아야
추가로, 소비자가 중시하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한 기업이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자신의 가치를 기반으로 소비하는 방식을 일컫는 ‘미닝아웃’이 부상하면서, 친환경적인 제품 개발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적, 윤리적 지속가능성을 부각하는 마케팅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대표적으로 나이키는 2025년까지 주요 소재에 친환경 소재 사용 비율을 50% 늘리고 제품 공정에 사용되는 물 사용량을 25% 줄이는 ‘Move to Zero’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갭’의 ‘애슬레타’ 역시 자사 요가매트를 화석연료가 아닌 천연고무를 주성분으로 만들어 차별점을 뒀습니다.
2024년 새해가 밝은지도 어느덧 한 달이 되어갑니다. 다이어트나 몸 관리를 새해 다짐으로 삼으셨던 분들의 진행 상황이 궁금해지는데요. 운동과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식을 줄 모르는 현재, 스포츠의류 시장의 승승장구도 당분간 계속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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