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발사된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와 '리질리언스'는 '팰컨9' 로켓에 실려 달을 향해 날아올랐습니다. 이어 16일에는 대형 로켓 '뉴글렌'이 발사에 성공하며 우주 진출을 향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죠.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모두 민간 기업이 개발한 프로젝트라는 점입니다. 과거엔 국가가 주도하던 우주 산업은 이제 막대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분야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그야말로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하는 건데요. 오늘은 우주 산업의 변화와 최근 동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우주산업의 변천사
🌌 우주산업, 얼마나 커졌나
우주산업은 우주발사체, 항공우주선, 인공위성 등 다양한 우주비행체와 관련 소재를 생산하고 응용하는 사업입니다. 기술 개발의 난도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큰 위험 부담과 막대한 투자 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에 그동안에는 국가 주도로 개발되는 경우가 많았죠. 이에, 우주산업은 일부 국가만 기술을 보유한 선진국형 산업으로 분류됩니다.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리는 발사체 기술은 전 세계 11개 국가만이 가지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1톤 이상의 수송이 가능한 실용위성 급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린 건 러시아,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영국, 인도, 한국 등 7개 국가뿐입니다.
미국 위성 산업연합(SIA)에 따르면, 2022년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약 3,840억 달러(한화 약 552조 원)로 추산됩니다. 우주산업은 위성산업과 비위성산업으로 구분되며, 이 중 위성 산업이 전체의 73%를 차지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죠. 위성 사업은 인공위성을 설계, 제작, 발사, 운영하고 이를 통해 인터넷, 통신,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의미합니다.
반면, 우주여행, 교통 및 운송 서비스, 희귀 광물 채굴로 대표되는 비위성 산업은 현재 시장 규모가 작지만, 성장 잠재력은 훨씬 크다고 평가받습니다. 실제로 모건 스탠리와 PWC 등은 2020년에서 2040년 사이 위성 산업은 연평균 4% 성장하는 데 비해 비위성산업은 연평균 6%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이런 추세에 따라, 2040년에는 위성산업과 비위성산업의 격차가 53:47까지 줄어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이는 우주여행과 자원 채굴 등 새롭게 떠오르는 비위성 분야가 향후 우주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보여주죠.
🌕 올드 스페이스, 정부 주도형 우주 개발의 시작
우주 개발의 초창기, 이른바 ‘올드 스페이스’ 시대에는 우주 개발이 철저히 정부 주도로 이루어졌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아폴로 프로젝트를 들 수 있는데요. 이는 인류 최초로 달에 인간을 착륙시킨 역사적인 도전으로, 1960년대 냉전 시대에 미국이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추진한 국가적 프로젝트였습니다.
당시 NASA는 보잉, 록히드마틴과 같은 대형 항공우주 기업과 독점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우주선 설계부터 발사까지 모든 과정을 정부 주도로 관리했습니다. 아폴로 프로젝트는 미국 GDP의 2%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 사업이었는데요. 무려 40만 명 이상의 인력을 동원해 텔레비전 방송 기술, 미세 컴퓨터 기술 등 현대 기술의 초석을 마련하는 데 이바지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는 대형 항공우주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였으며, 막대한 비용과 자원의 투입으로 인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 뉴스페이스 시대의 도래
정부 중심의 비효율적 방식은 결국 새로운 방식의 필요성을 불러왔습니다. 2000년대 들어 민간 기업들이 우주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혁신적인 기술과 운영 방식이 등장하게 되는데요. 이 변화의 선두에는 스페이스X가 있었습니다.
스페이스X는 2008년, 팰컨 1 로켓의 궤도 진입에 성공하며 우주 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특히 재사용할 수 있는 로켓 개발을 통해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고, 이는 NASA와 민간 기업 간 협력의 기반이 됐죠. NASA는 상업용 우주 운송 서비스(COTS) 프로그램을 통해 민간 기업의 기술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우주 탐사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진했습니다.
뉴스페이스 시대를 대표하는 프로젝트로는 2017년 시작된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인간을 다시 달로 보내고, 궁극적으로 화성을 탐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NASA는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다이네틱스 같은 민간 기업과 협력해 우주선, 발사체, 달 착륙선 등 주요 장비를 개발하고 운영합니다.
특히 스페이스X의 스타십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달 착륙선으로 선정되며, NASA의 우주 탐사 비용 절감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민간 기업은 혁신적인 기술력과 비용 효율성을 바탕으로 기존의 정부 주도형 우주 개발을 민간 주도형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올드 스페이스 시대, 주요 플레이어는?
✈ 보잉, 항공 우주 산업 원조
1916년 설립 이후 항공기 제조업을 선도해 온 보잉은 우주 개발 분야에도 지속해서 참여해 왔습니다. 아폴로 계획에서는 새턴 V 로켓 제작에 기여했으며, 국제 우주 정거장(ISS)의 주요 구성 요소 제작과 유지 보수를 담당하며 인류의 우주 탐사에 큰 공헌을 했죠.
새턴 V 로켓은 미국이 아폴로 우주 프로그램을 위해 개발한 대형 발사체로, 인류를 처음 달에 보내는 데 성공한 로켓입니다. 이 로켓은 최대 140톤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에 실어 보낼 수 있는 놀라운 성능을 자랑했는데요. 1967년부터 1973년까지 총 13회 발사됐으며,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로켓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보잉은 NASA의 상업 유인 우주 비행 프로그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현재는 스타라이너(CST-100 Starliner)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스타라이너는 우주비행사를 ISS로 안전하게 수송하고, 지구로 귀환시키기 위해 설계된 최첨단 유인 우주선이죠.
🔭 록히드마틴, 지구를 지키고 우주를 개척하다
록히드마틴은 현존 최강의 성능을 자랑하는 F-35 라이트닝 II의 개발사로 알려진 세계 최대 방위산업 기업입니다. 방위산업뿐만 아니라 우주 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이기도 하죠. NASA와 협력해 오리온 유인 우주선, 위성, 발사체 등을 제작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록히드마틴은 과거 화성 탐사선 바이킹(Viking)의 설계와 제작을 포함해 착륙선과 궤도선의 통합 시스템을 개발한 기업으로도 유명합니다. 바이킹은 NASA가 1975년에 발사한 화성 탐사선으로, 인류 최초로 화성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한 탐사선인데요. 두 대의 탐사선(바이킹 1호와 2호)이 화성의 지형, 기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조사하며 역사적인 과학 데이터를 제공했습니다.
뉴스페이스 시대 주요 플레이어는?
🚀 스페이스X, 우주 발사체 산업의 독보적 1등
스페이스X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대표하며 우주 산업의 혁신과 민간 주도의 우주 탐사 시대를 연 핵심 기업입니다. 전통적으로 정부 기관 중심이었던 우주 개발에서 민간 기업의 역할을 확대하며, 우주 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꿨죠. 특히, 재사용할 수 있는 로켓 팰컨 9의 성공을 통해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며 우주 개발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는데요. 이를 통해 민간 기업의 우주 산업 참여를 활성화하고, 상업적 우주 활동의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입증했습니다.
스페이스X는 상업적 성공을 넘어 인류의 우주 탐사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합니다. 유인 우주선 드래곤 2(Crew Dragon)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민간 승무원을 보내는 데 성공했으며,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를 통해 지구 전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통신망 구축을 추진 중입니다. 또한, 화성 식민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차세대 우주선인 스타십(Starship)을 개발하며 미래 우주 탐사에 대한 획기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죠. 스페이스X의 이런 혁신적 활동은 우주를 정부의 전유물이 아닌 민간과 대중이 함께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며, 뉴스페이스 시대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사건으로 평가받습니다.
🚀 블루 오리진, 우주 정착을 향한 비전과 도전
블루 오리진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2000년 설립한 미국의 민간 우주 기업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우주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베조스는 블루오리진을 통해 인류의 우주 진출을 앞당기고자 노력했죠. 실제로 블루 오리진의 비전은 "수백만 명이 우주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미래를 만든다"입니다.
블루 오리진의 주요 프로젝트로는 재사용할 수 있는 우주 관광 로켓인 뉴 셰퍼드(New Shepard), 중대형 발사체인 뉴 글렌(New Glenn), 달 착륙선 블루문(Blue Moon) 등이 있습니다. 뉴 셰퍼드는 짧은 우주 관광 비행을 위해 설계됐으며, 2021년에는 제프 베조스를 포함한 민간인을 태운 최초의 유인 비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죠. 블루문은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따라 달 탐사를 지원하기 위한 착륙선입니다. 16일 발사 성공한 뉴 글렌은 달 표면에 착륙해 다양한 과학 실험을 시행하고, 미래 달 기지 건설을 위한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죠. 블루 오리진은 인간의 우주 정착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지속해서 기술 개발과 혁신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 스페이스X vs 블루 오리진
우주 발사체 산업은 스페이스X의 독주 체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23년 상반기 기준, 스페이스X는 전 세계 우주 발사체 시장에서 6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자랑했는데요. 작년 총 261회의 우주 발사 중 134회가 스페이스X의 발사체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16일 블루 오리진의 재사용 우주발사체 뉴 글렌이 발사에 성공하면서, 스페이스X가 주도해 온 민간 우주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됐습니다. 뉴 글렌은 스페이스X의 주력 로켓인 팰컨 9보다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중량이 약 2배 많으며, 탑재 공간의 지름도 2배로 넓습니다. 발사 비용은 6,000만~7,000만 달러로 팰컨 9와 비슷하지만, ㎏당 운송비용은 뉴 글렌이 1,500달러로 팰컨 9의 3,500달러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뉴 글렌의 성공은 블루 오리진이 그동안 겪었던 조롱과 설움을 씻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간 블루 오리진은 스페이스X와 매번 비교당하며 기술력에 대한 의심을 받기도 했는데요. 뉴 글렌은 2022년 NASA의 화성 대기권으로 과학 장비를 운송하는 프로젝트에 선정됐으나, 당시 발사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이 취소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뉴 글렌의 성공은 블루 오리진의 기술력을 확실히 입증하며, 민간 우주 시장에서 스페이스X와의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죠.
우주산업의 성장과 우리나라의 과제
📈 우주산업 전망은?
세계경제포럼(WEF)은 2023년 우주 통신과 위성 제조 등 우주 산업 관련 경제 규모는 약 6,300억 달러(한화 약 880조 원)에 이르렀으며, 2035년에는 1조 8,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메릴린치증권도 2040년 우주 산업 규모가 2조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며, 우주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내다봅니다.
현재 인공위성을 소유하거나 운용하는 국가는 80여 개국에 달합니다. 이는 우주기술이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다양한 국가가 우주 산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을 보여주죠. OECD는 우주산업이 이미 세계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형성한다고 평가하며, 독립된 ‘우주 경제’(space economy)의 등장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 한국도 노력 필요해
국내 시장은 2022년 누리호 발사 성공을 통해 1톤 규모 위성 수송이 가능해지면서 글로벌 우주개발 시장에 본격적으로 동참했습니다. 2030년까지 우주 무인 수송 능력을 갖추고, 2045년까지 유인 수송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는데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후발 참여자로서 시장 경쟁력이 높지 않은 상황이죠.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우주산업 규모는 약 3조 6,000억 원으로, 세계 우주산업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우주산업의 후발주자인데요. 일본과 중국이 빠르게 우주 기술을 확보하며 앞서 나가는 동안, 한국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습니다. 정부의 우주산업 예산 역시 미국의 3.25%, 중국의 6.81% 수준에 불과하죠. 민간 부문에서도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포스코, 효성, 코오롱 등 일부 기업들이 우주산업에 진출했으나, 아직 미미한 수준입니다.
우주산업은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꿈이 아닙니다. 국가 주도를 넘어 민간 주도로 빠르게 확장되며, 전 세계적으로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어가는데요.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 같은 혁신 선도 기업처럼, 우리도 도전과 혁신을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한국이 우주라는 새로운 경제 무대에서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지속적인 노력이 필수적이죠. 한계를 넘어 우주를 향해 도약하는 그날을 기대하며, 지금 우리가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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