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한 심각한 일이 많았다”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언급했죠. 이후 “말도 안 되는 얘기야!” 하는 반박이 쏟아졌는데요.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나도 들었어. 무슨 말이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약 2분 뒤, 계엄군이 가장 먼저 투입된 곳은 선관위였습니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크게 승리한 건 선거 결과 조작 때문인 것 같아. 선관위 확인해!” 지시한 거라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선관위를 북한이 공격했어”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작년 하반기, 북한 해커들이 선관위를 비롯한 국가 및 헌법 기관을 공격한 사건이 발생해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정보 유출과 전산시스템 안전성을 점검하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선관위가 협조하지 않았다고 했죠.
“선관위 보안 엉망이야”
결국 작년 7~9월에 국정원과 선관위,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선관위에 대한 합동 보안 점검을 해봤더니 “선거 전산 시스템이 엉터리”였다고도 했습니다. 국정원 요원이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할 수 있었다는 것.
“그래서 선관위 점검 지시했어”
윤 대통령은 이 때문에 국방부 장관에게 비상계엄 때 선관위 전산 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지시한 거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담화에서 윤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은 주로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는 ‘부정선거 음모론’의 전형적인 내용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계엄군이 선관위에서 촬영해 간 ‘통합선거인명부’ 서버도 일부 극우 유튜버가 제21대 총선 사전투표 조작의 핵심 증거로 주장하는 거라고 하죠.
‘부정선거 음모론’, 진짜야?
“북한 해킹도, 국정원이 선관위 점검할 근거도 없었어”
담화가 발표된 후, 선관위는 “국정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킹 흔적은 없었어”라고 반박했습니다. 국정원이 선관위의 시스템 보안을 점검한 것도 법적 근거와 유례가 없는 일이었죠. 국정원은 대통령(행정부) 소속의 기관으로, 법에 따라 중앙행정기관 등의 사이버 보안을 책임집니다. 선관위는 별도의 독립된 헌법기관이라서 원래 국정원의 보안 점검 대상이 아닙니다.
“국정원 점검 때는 일부러 해킹 쉽게 한 거야”
선관위는 보안 점검을 위한 가상 해킹 당시에는 평소와 달리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국정원에 제공하고, 자체 보안시스템도 꺼뒀다고 했습니다. 특별히 해커가 침입하기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 원래 우리나라 선거 관리시스템은 외부 네트워크와 아예 분리되어 있어서, 시스템 정보가 없으면 밖에서 뚫고 들어올 수 없습니다.
“부정선거 하려면 더 많은 걸 조작해야 해”
선관위는 실제 부정선거가 이루어지려면 전산 시스템 조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권자가 실제 종이에 기표하고 손으로 투표지를 여는 시스템을 활용하며, 전자장치는 보조 수단일 뿐이라는 것. 진짜로 선거 결과를 마음대로 바꾸려면 실물 투표지도 조작하고, 전국 곳곳의 개표소에 있는 수많은 정당 참관인도 다 끌어들여야 해서 부정선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제21대 총선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은 그전에도 여러 번 제기됐지만, 수사기관과 사법기관 모두 “검증해 보니 근거가 없어”라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선거 시스템은 자신이 대통령으로 뽑힌 2022년 대통령 선거 때도 적용된 거라, 그 결과까지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일은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와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헌법상 계엄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군대나 경찰이 법을 집행하고, 시민의 이동과 같은 일반적인 자유를 제한하는 등 정부(행정부)나 법원(사법부)의 권한에 관해서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는데요. 국회·선관위 같은 다른 헌법기관은 건드릴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계엄군이 선관위에 들어간 것 자체가 헌법을 어긴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한편, 검찰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게 검찰에 나와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헌법재판소도 오늘(16일) 첫 재판관 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탄핵 심판 일정과 세부 절차에 관해 얘기할 예정입니다. 남은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 선관위 계엄군 투입이 그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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