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거래 시간 연장, 선진 금융시장을 위한 발걸음

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 첫날을 맞아 오후 9시 30분경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하나은행 딜링룸을 방문했다. 최상목 부총리(사진 왼쪽 두번째),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사진 왼쪽 첫번째),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 왼쪽 세번째)이 하나은행 런던 지점 및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SSBT) 런던 지점과 화상 연결 종료 후 현지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제공=하나은행]

 

💡 3줄 요약

 

국내 원/달러 외환시장 거래시간이 오후 3시 30분에서 다음 날 새벽 2시까지로 연장되며, 글로벌 외환 시장과의 연계성이 강화됐습니다.

 

이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 규모 감소와 함께 외환시장의 접근성을 높여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선진 금융시장은 외국인 투자자가 신뢰하고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자본시장을 가진 국가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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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부터 새벽 2시까지 실시간 시장 환율로 외환 거래가 가능해졌습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글로벌 선진 금융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걸음이라 평가했죠. 한국 증시는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10년째 선진 금융시장 편입에 고배를 마시는 중인데요. 오늘은 외환 거래 시간 연장 조치의 의미, 선진 금융시장의 개념과 특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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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거래 시간 연장

🌙 오후 3시 30분에서 새벽 2시로 연장

지난 1일부터 국내 원/달러 외환시장 거래시간이 기존 오후 3시 30분에서 다음 날 새벽 2시까지로 연장됐습니다. 이는 외환 거래 규모가 가장 큰 영국 런던 금융시장의 거래 시간(한국 시각 기준 오후 5시부터 새벽 1시 30분까지)을 모두 포괄하는 시간인데요.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과 투자자가 주 거래 시간에 원화를 거래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죠. 국내 투자자도 야간에 투자할 때 임시 환율이 아닌 시장 환율로 환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난달까지는 미국 주식·채권을 매수하기 위해서는 시장 환율에 5%가 할증된 환율로 1차 환전을 하고, 다음 날 실제 환율에 맞춰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거래했는데요. 환율이 할증되다 보니 그만큼 주식 가격이 올라서, 최악의 경우엔 매수 가능한 주식 수가 줄어들 수도 있었죠.

 

📉 역외 NDF 감소 기대

금융당국은 외환시장 거래 연장에 따라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 규모가 줄어들기를 기대합니다. 역외 NDF 거래는 주로 외국인 투자자의 투기적인 경로로 이용됐는데요. 오후 3시 30분에 국내 증시가 종료된 이후 발생한 해외 이벤트로 원화 대비 달러 가치가 급변할 것으로 예상될 때, 역외 NDF 거래로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 인사의 매파적 발언이나 소비자물가지수 등 미국의 거시경제지표 발표 등의 이벤트가 있을 때 원/달러 환율이 하룻밤 사이 급변하곤 했는데요. 지난 2022년 11월에는 한국 시각 기준 밤 10시에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7.7% 상승한 것으로 발표되자, 다음 날 개장 시간 기준 원/달러 환율이 전날 종가 대비 30원 폭락했죠.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 세계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일평균 현물환 시장 거래 규모는 351억 달러로 전체의 1.7%를 차지했지만, 전 세계 NDF 시장에서 원화의 일평균 거래 규모는 498억 달러로 전체의 23%를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막대한 NDF 거래 규모는 국내 환율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데요. 외국인이 차익 실현성 NDF 거래를 늘리면 국내은행은 그 손실분을 메꾸기 위해 현물환 매입을 늘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 역외 NDF 거래는 홍콩 등 역외 시장에서 거래 당사자 간 계약 원금을 주고받는 것이 아닌, 계약 시 미리 약속된 선물 환율과 만기 때의 실제 현물 환율 간의 차액만 달러화로 거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원화 없이 달러화만 있으면 거래가 가능하고, 차액만을 교환해 결제 위험이 적다는 점이 큰 이점이죠.

 

🔍 현물환: 매매계약의 성립과 동시에 현실적인 환 거래가 이루어지는 외국환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선물환은 장래의 일정 기일 또는 기간 내에 미리 정한 금액과 종류의 외환을 약속한 환율로 건네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 환율 변동성 커질 수 있어

다만 기대만큼 새벽 시간대 거래량이 늘지 않을 경우 오히려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새벽 시간대에 주요 해외 이벤트가 발생해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이동할 때,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달러·원 환율이 더 큰 폭으로 변동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외환시장 구조개선은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한 우리 경제의 위상에 맞춰 외환시장을 개방적, 경쟁적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구조개선 이후 외환시장이 과도한 변동성을 겪지 않도록 시장 동향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야간 시간대에도 시장 안정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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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금융시장이 목표

👟 선진시장으로의 전환

이번 조치로 기대되는 긍정적인 효과는 바로 선진 금융 시장 진입입니다. 선진시장이란 말 그대로 자본시장이 선진화한 국가를 뜻하는데요. 외국 투자자가 신뢰하고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선정 기준입니다.

 

선진시장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은 대표적으로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Inc., MSCI)이 있습니다. MSCI는 매년 심사를 통해 전 세계 주요 증시를 선진시장, 신흥시장, 프런티어 시장, 독립시장으로 분류합니다. 이곳에서 선진시장으로 인정받은 국가는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는데요. 미국계 펀드의 95%가 이 지수를 기준으로 삼을 정도로 글로벌 펀드를 운용하는 데 활용되는 주요한 지표로 여겨집니다.

 

🚀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재추진

지난 2021년 11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본격적으로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한국은 현재 브라질, 체코, 그리스, 중국, 인도, 대만 등과 함께 신흥국 시장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선 먼저 선진국 지수 관찰 대상국에 1년 이상 이름을 올려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2008년 처음으로 MSCI 선진국 지수 관찰 대상국에 이름을 올렸으나 2014년 이후로는 관찰 대상국 명단에 포함되지 못하는 중입니다. 매년 6월에 관찰 대상국 심사가 이뤄지나 올해도 관찰 대상국 명단에 들지 못하면서, 국내 증시는 다시 내년 6월 심사를 바라보게 됐죠.

 

💡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의 효과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금 유입이 가능해집니다. 선진시장이 되면 유동성이 증가해 자산을 빠르게 사고팔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낮아져 장기 투자자와 단기 투자자 모두에게 매력적이죠.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경우 최대 547억 달러(약 76조 원)의 자금 유입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 가장 큰 문제는 시장 접근성

MSCI가 선진시장 승격에 사용하는 기준은 크게 1️⃣ 경제 발전 수준, 2️⃣ 시장 규모 및 유동성 수준, 3️⃣ 시장 접근성 수준입니다. 이 중에서 한국의 선진시장 편입에 걸림돌이 됐던 부분은 시장 접근성 기준입니다.

 

특히 MSCI는 우리나라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와 역외 환율 시장의 부재를 문제로 지적했는데요. 이런 조치가 외국인의 국내 증시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주된 이유죠. 그 외 기준은 한국이 이미 일부 선진국을 능가하긴 합니다. 경제 발전 수준을 나타내는 GDP나, 시장 규모 및 유동성 수준을 보여주는 시가총액이나 거래대금 모두 선진시장에 속하는 싱가포르, 벨기에, 오스트리아보다 월등히 높죠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금융위원회를 마치고 공매도 제도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9X4PJHLCL

 

전문가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한국이 선진국 지수에 편입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막대한 자본을 가진 글로벌 시장 투자자들은 신흥국 증시를 일반적으로 고위험·고수익 시장으로 여기는데요. 1990~2019년 MSCI 선진국 지수와 신흥국지수의 변동성을 분석한 결과 신흥국 증시에서 투자자금이 급격하게 유입되거나 유출된 경우가 잦아 변동성이 선진국보다 60% 큰 것으로 나타났죠.

 

🕑 외환시장 연장 운영으로 접근성 높여

이번 외환시장 개장 시간 연장은 MSCI 선진시장 승격을 대비한 여러 가지 제도 개선의 일환입니다. 정부는 아직 24시간 원화 거래는 불가능하지만 시장 개장 시간을 새벽 2시로 연장해 국내 외환시장의 개방도 및 편의성을 높여 MSCI의 평가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또 이제부터는 정부 인가를 받은 해외 소재 외국 금융 기관에 한정해 국내에 지점이 없어도 새벽 2시까지 시장 환율로 원화를 거래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특정 국가의 주식에 투자할 때 언제든지 해당 통화를 달러로 환전할 수 있는 시장의 존재 여부는 MSCI의 중요한 평가 기준인데요. 그러나 여전히 24시간 현물환 거래는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역외 현물환 시장이 생기면 환율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하고, 이는 결국 위기 상황에서 거시경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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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시장의 특징과 국내 시장의 과제

대표적인 선진시장으로는 미국의 뉴욕 금융시장과 영국의 런던 금융시장이 있는데요. 각각의 특징은 무엇이 다를까요?

 

🗽 기축통화 지위를 공고히 하는 뉴욕 금융시장

뉴욕 금융시장은 미국 경제의 중심임과 동시에 국제 금융시장의 중심 역할을 합니다. 이는 달러가 기축통화이고, 자본이 풍부하며, 선진화된 시장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외국인의 참가가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뉴욕은 2022년 기준 전 세계 외환 거래의 약 19.4%를 차지하며, 런던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외환 거래 시장이죠. 현재 뉴욕의 외환 시장은 역외 현물환 거래가 허용돼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며, 일일 거래량이 수조 달러에 달합니다. 주로 미국 달러(USD)와 관련된 통화 쌍이 주로 거래되죠.

 

미국 정부는 외환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는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국제 무역, 금융 거래, 외화 보유액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외환 거래의 접근성을 낮춰 달러화의 유동성을 높이고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달러화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함입니다.

 

💂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런던 금융시장

런던은 전 세계 금융 기관이 모여 있는 중심지로 세계 최대의 외환 거래 시장입니다. 국제결제은행(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런던은 전 세계 외환 거래의 약 38.1%를 차지하는데요. 이는 런던 시장의 개장 시간이 아시아와 미국 시장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기준으로 런던 시장은 오후 5시부터 새벽 1시 30분까지 운영되는데, 이는 아시아 사장의 마감과 미국 시장의 개장과 이어져 글로벌 금융 거래자들이 연속적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해주죠. 예를 들어 아시아 시장에서 일어난 뉴스나 사건에 대한 반응이 런던 시장을 통해 이어지고, 이는 다시 미국 시장으로 연결되는 식입니다.

 

런던의 외환 시장은 현재 24시간 운영되며, 전 세게 투자자들의 다변화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유로(EUR), 영국 파운드(GBP), 스위스 프랑(CHF) 등 다양한 통화 쌍과 금융 상품이 제공됩니다.

런던 금융중심지 더 시티

 

🌏 아시아 중심으로 금융 글로벌화 추진해야

전문가들은 선진시장으로 나가기 위해선 국내 금융시장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금융 글로벌화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금융 글로벌화 전략으로는 크게 외국 금융기관을 국내로 유치하는 금융중심지 정책과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진출 전략이 있는데요.

 

비교적 최근 선진시장으로 성장한 싱가포르 등의 경우를 참고했을 때,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 금융센터에 직접 진출해 바로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금융 서비스 규제를 국제 표준에 맞춰 지속해서 개선하고, 여러 국가와의 금융 협력을 강화해 국제 금융 시장에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글로벌 금융 기관이 자국에 본사를 설립하도록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 첨단 금융 인프라를 구축해 금융 거래와 데이터 관리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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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 한국 증시가 MSCI 선진국 지수 후보군에 들어가면, 2026년 6월에 선진국 지수 편입이 정식 발표되고 실제 편입이 이루어지는 건 2027년 6월이 될 전망인데요. 이번 외환 거래 시간 연장 조치로 외환 거래의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여전히 큰 걸림돌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