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에서 가성비로? 저비용 항공사 업계 알아보기

 

💡 3줄 요약

 

항공사는 크게 대형 항공사를 의미하는 FSC, 저비용 항공사를 뜻하는 LCC, FSC와 LCC의 장점을 결합한 HSC로 구분됩니다.

 

국내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아항공 합병으로 LCC 업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할 거란 기대를 받는 LCC 업계지만, 비용 부담과 잦은 지연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

비행기 탈 때 선호하는 항공사 있으신가요? 조금이라도 저렴한 항공권을 찾는다면 제주항공이나 진에어 같은 LCC, 비행의 편안함을 추구한다면 대한항공 같은 FSC를 선택하실 텐데요. 최근 LCC 업계가 눈에 띄게 성장하면서 FSC 못지 않다는 평가가 들립니다.

 

작년 LCC는 매출 실적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 FSC는 코로나19 기간 누렸던 화물 특수가 식고 고정 비용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했죠. 오늘은 기존 항공사만큼이나 친숙해진 LCC 업계를 들여다봤습니다. FSC와 LCC의 차이가 무엇인지, 큰 변화를 앞둔 국내 LCC 업계의 현황과 LCC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한지 지금 바로 만나 보시죠.

---

항공사를 구분하는 FSC, LCC, HSC

🛫 LCC vs FSC, 내 픽은?

통상 항공사는 규모와 특성에 따라 FSC와 LCC로 구분합니다. FSC는 Full Service Carrier의 줄임말로,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 항공사를 가리키는데요. 기내식과 수하물 등 비행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가 티켓 가격에 포함돼 있습니다.

 

Low Cost Carrier의 줄임말인 LCC는 FSC보다 티켓 가격이 저렴한 저비용 항공사로,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이 대표적입니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대폭 줄여 티켓 가격을 낮췄죠.

 

주로 FSC는 장거리 노선 취항에 적합한 대형기종을, LCC는 근거리 노선 취항 위주의 비행 효율이 좋은 소형기종을 보유·운용합니다. LCC는 항공기 보유 기종을 단일화해 객실승무원, 정비사 등의 교육 훈련이나 유지·정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도 하죠.

🏆 우리나라 LCC, 최고는?

국내엔 경영난으로 잠시 운항을 멈춘 플라이강원을 포함해 총 9개의 LCC 항공사가 있습니다. 올해 1분기 LCC 업계는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쓰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는데요. LCC 8곳의 국제선 항공편은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고,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의 여객 수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수준을 넘기며 최고치를 달성했습니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3사는 작년에 나란히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올해 1분기 기준 매출 1위는 제주항공이, 영업이익 1위는 진에어가 차지했습니다.

 

점유율에서는 제주항공이 26.5%를 기록하며 선두를 달렸고, 진에어가 21.5%로 2위를 기록했는데요. 그 뒤로는 티웨이항공(20.8%), 에어부산(16.3%), 이스타항공(9.8%), 에어서울(4.0%) 순이었습니다.

 

🆕 HSC(Hybrid Service Carrier)의 등장

한편, FSC와 LCC 외에도 HSC라는 색다른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뜻하는 HSC는 FSC와 LCC의 장점을 결합했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FSC보다 티켓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LCC보다 풍성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HSC는 오랜 기간 공식처럼 여겨져 온 ‘FSC는 장거리, LCC는 근거리’라는 틀을 깨고 중장거리 노선도 운항하죠.

 

💺 에어프레미아, 이런 곳은 처음이야

우리나라 최초의 HSC는 2017년 설립된 에어프레미아입니다. 2022년 첫 취항한 에어프레미아는 아예 HSC로서의 정체성을 내세우며 중장거리 노선 전문 항공사로 출발했는데요. 넓은 좌석 간격과 좌석별 모니터, 3시간 넘는 비행 시 기내식 제공 등 LCC보다 진일보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항공권 가격은 웬만한 FSC보다 저렴합니다

 

실제 8월 1일 출발 일정의 인천-미국 LA 노선 항공편 가격(일반석 기준)은 1,320,000원으로 2,042,500원인 대한항공보다 약 54% 저렴하죠. 이코노미석보다 편안한 프리미엄 이코노미석도 1,890,000원으로 대한항공의 일반석보다 저렴한 수준입니다.

 

⚙ HSC로 거듭나는 플라이강원?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로 기업 회생 절차를 밟아야 했던 플라이강원이 운항 중단 1년 만에 생활가전제품 생산·판매 업체 위닉스에 인수됩니다. 위닉스는 이르면 7월 초 인수를 완료하고 플라이강원을 HSC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대형항공기와 소형항공기를 함께 운영해 LCC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재운항 전까지 회사 이름을 바꾸고 취항 노선을 확장하겠다는 위닉스의 계획이 어떻게 현실화될지 기대를 모으죠.

---

지각 변동 앞둔 LCC 업계?

2020년 11월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야기는 4년 넘게 이어져 옵니다. 국내 1, 2위 항공사의 결합은 FSC는 물론 LCC 업계의 판도도 뒤바꾸는데요. LCC의 통합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LC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노선과 사업을 이어받는 등 이합집산이 벌어지고 있죠.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들여다보기

https://chief-cho.tistory.com/580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유럽 조건부 승인 마지막으로 미국만 남았다

 

👪 집안 전체 합칠 준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마친 후 진에어와 에어서울, 에어부산을 통합할 계획입니다. 진에어는 대한항공의 자회사,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기 때문인데요.통합 FSC를 만든 다음 통합 LCC까지 만드는 게 목표인 거죠.

 

만약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 세 곳이 합쳐진다면 LCC 업계 최대 규모 항공사가 됩니다. 현재 각 사가 보유한 항공기는 진에어가 27대, 에어부산이 21대, 에어서울이 6대입니다. 통합 LCC로 54대의 기체를 운영할 수 있다면, 제주항공(42대)과 티웨이항공(30대)을 가뿐히 제치는 규모죠. 작년 3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68대 수준과도 엇비슷해집니다.

 

🔢 LCC 업계 순위도 바뀌겠네

실제 통합 LCC가 출범한다면 LCC 업체 간 순위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이 매출 1위를 두고 벌이던 3파전 구도가 진에어-제주항공의 양자 대결로 좁혀질 확률이 높습니다. FSC를 중심으로 활성화돼 온 항공 동맹이 LCC 업계로 옮겨갈 수도 있죠. 항공 동맹은 마일리지 연계, 공동운항을 통해 승객 편의와 항공사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최대 수혜자는 티웨이?

대한항공은 합병을 추진하면서 유럽 노선 4개를 반납하라는 유럽연합(EU)의 조건을 받아들였습니다. 티웨이항공이 대한항공의 인천-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노선 운수권과 슬롯을 넘겨받게 됐는데요. 대한항공으로부터 장거리 운항을 위한 항공기와 인력도 지원받습니다.

 

🔍 슬롯: 항공사가 한 공항에서 항공편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항공사는 더 많은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더 좋은 운항 스케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슬롯이 항공사의 경쟁력으로 통합니다.

 

티웨이항공이 유럽 노선 취항으로 장거리 운항을 본격화하면서 티웨이항공의 매출 증대를 예상하는 증권가 분석도 나옵니다. 유진투자증권은 티웨이항공이 3,000~4,000억 원의 추가 매출을 올릴 것으로 봤는데요. 이렇게 되면 LCC 매출 1위인 제주항공을 뛰어넘습니다.

 

✈ 커지는 LCC의 역할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항공권 가격을 밀어 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습니다. 초거대 항공사의 독과점 가능성 때문인데요. 그러나 LCC 업계가 이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할 거란 기대도 큽니다. 합병 과정이 길어지는 동안 LCC가 많이 성장했고, 양 사의 독점 노선을 넘겨받은 LCC가 오히려 가격을 낮춰 운항할 수 있다는 거죠.

 

지난달 정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독점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해 LCC에 운수권을 집중 배분하기도 했습니다. 부산-발리(에어부산), 부산-자카르타(진에어), 청주-발리(티웨이), 부산-울란바토르(진에어, 제주항공) 노선 등이 새롭게 취항하게 됐죠.

 

이달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아항공의 독점으로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던 인천-발리·자카르타 노선도 제주항공이 운항할 수 있게 되면서 LCC의 경쟁력은 더욱 향상될 전망입니다.

---

LCC를 향한 시선

1분기 실적 잔치에 웃음 지었던 LCC 업계는 2분기에도 호실적이 기대됩니다. 보통 2분기(4~6월)는 방학, 명절, 휴가 등과 겹치지 않아 비수기로 여겨지는데요.

 

그럼에도 해외여행 수요가 꾸준히 늘고 주춤했던 중국 노선까지 회복세를 보이면서 실적 순항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실제 4~5월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의 국제선 여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3%, 38.9%, 29.1%의 상승세를 기록했죠.

 

✨ LCC, 이젠 차별화의 시대

LCC의 국제노선이 확대되는 등 LCC 업계의 판 자체가 커지면서, 각 사는 고객 유치와 입지 강화를 위한 공격적 전략을 펼칩니다. 더 멀리, 더 저렴하게, 더 편리하게 승객을 나르겠다는 건데요.

 

일본·동남아시아 같은 단거리 노선 대신 장거리 노선 운항을 늘리고, 특가 프로모션을 비롯해 현지 투어나 골프 연계 상품이 포함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의 노력이 돋보입니다. 항공사별 단독 노선 취항 경쟁도 활발하죠.

 

제주항공은 일본의 마쓰야마, 시즈오카 등 소도시 노선 확대를 추진했고, 이스타항공과 진에어는 최근 인천-상하이, 인천-미야코지마 노선 단독 취항을 확정했습니다.

 

🤔 LCC 믿어도 될까?

그러나 LCC 업계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인건비와 항공유 가격 등이 크게 오른 데다가 환율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기 때문인데요. 항공사는 항공기와 기재의 리스(임대) 비용을 달러로 지불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 시 실적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제주항공의 리스 부채(4,876억 6,000만 원)는 직전 분기보다 87.8% 증가했고, 같은 기간 진에어와 티웨이도 각각 9.1%, 5% 증가했습니다. FSC와 LCC의 공급량이 대폭 늘면서 공급 경쟁이 과열된 상황이기도 하죠. 이외에도 주요 공항 탑승수속시설을 FSC가 장악하고 있어 LCC가 기존의 FSC 항공사보다 열위라는 점이 우려 사항으로 지목됩니다.

 

🤦 지연에 결항까지

최근 지연과 결항이 잦아진 LCC 업계를 두고 신뢰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티웨이항공은 6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 사이에만 5건의 지연이 발생했는데요.

 

특히 13일 낮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 예정이던 오사카행 TW283편이 11시간 지연됐는데, 알고 보니 결함이 생긴 유럽행 항공기를 오사카행 항공기로 바꿔치기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항공서비스 운영 역량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습니다. 올해 하반기 취항할 예정인 유럽 노선을 앞두고 기대보단 의구심이 더 큰 배경이죠.

 

에어프레미아와 제주항공에서도 최근 지연과 결항이 잇따르면서 LCC 이용이 망설여진다는 여론이 더 커집니다. 코로나19로 감축한 인력과 기자재는 그대로 둔 채 운항 횟수만 늘린 것이 반복되는 지연과 결항의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결국 고객 불만이 커지면 항공 운임이 비슷한 외항사로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

이제 LCC는 FSC와의 경쟁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항공 운임과 노선, 서비스의 모든 측면에서 고객 만족을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인데요. 화물사업에 진입하며 몸집을 불리고, 국내 공항을 거쳐 가는 제3국 환승객 운송 유치에도 공을 들입니다.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는 LCC 업계가 앞으로도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