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에 반도체 불황의 타격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주가가 6만 원 선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TV나 가전 수요도 예전만 못한데 시장에서는 HBM 등 차세대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 2분기 연속 반도체 적자 기록한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액은 약 60조 1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나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95%가량 감소한 6,700억 원에 그쳤습니다.
💡 삼성전자의 사업 부문
DX(Device experience): TV, 모니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HHP(스마트폰 등), 네트워크시스템, 컴퓨터 등의 제품 생산 및 판매
DS(Device Solutions): D램, 낸드 플래시, 모바일 AP 등의 제품 생산 및 판매
SDC: 중소형 OLED 등 디스플레이 패널(DP) 생산 및 판매
Harman: 디지털 콧핏(Digital Cockpit), 텔레매틱스(Telematics), 스피커 등 생산 및 판매
💥 최초 반도체 쇼크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 부문의 대규모 영업손실 때문입니다. 2023년 상반기 반도체 부문 적자는 9조 원에 가까웠습니다.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가 난 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14년 만이라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반도체 불황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LSI, 파운드리 등 각 영역에서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한 탓입니다.
2분기엔 반도체 부문 실적이 1분기 대비 조금 개선됐습니다. 최근 AI 열풍이 일면서 HBM, DDR5 등 차세대 메모리 제품 수요가 증가한 덕분입니다. 지난 4월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작한 메모리 감산의 효과도 긍정적이었습니다. 계속해서 높게 유지되던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지난 5월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에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2분기에도 반도체 부문의 적자 규모는 여전히 4조 3,600억 원으로 상당했습니다.
📈 연속되는 호재, 이제 좀 나아지나?
다행히 2분기부터는 삼성전자에 여러 호재가 잇따랐습니다. 실적 부진의 주범이었던 반도체 시장이 회복되는 추세입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가전 시장에서도 업계 1위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장기간 침체했던 반도체 시장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 모양새입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및 파운드리 부문의 실적도 일부 개선됐습니다.
낸드 플래시 시장
낸드 플래시 가격이 상승하는 동시에 쌓였던 재고도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작년 4월 이후로 낸드 플래시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낸드 플래시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는데 낸드 플래시 제품 수요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512Gb TLC(Triple Level Cell) 가격이 2.9% 상승했습니다. 낸드 플래시 재고 일수도 크게 줄었습니다. 올해 최대 28주까지 올랐던 재고 일수는 이제 18주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재고 일수: 구입 또는 제조한 제품이 실제로 판매되기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일 단위)
D램 시장
D램 시장에서는 AI 열풍에 따라 DDR5, HBM 등의 고성능·고사양 D램 제품이 인기입니다. 덕분에 수요 둔화로 감산까지 단행한 D램 부문의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삼성전자의 2분기 D램 매출은 전 분기 대비 8.3% 증가한 45억 3,000만 달러(약 6조 535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차세대 반도체의 견조한 수요로 DDR5의 시장 가격도 계속해서 높은 선을 유지 중입니다.
파운드리 시장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행보도 희망적입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2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난 2분기 파운드리 매출의 증가로 1위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를 좁혔습니다.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11.7%로 전 분기 대비 1.8%P 증가했지만, TSMC의 점유율은 전 분기 대비 3.8%P 하락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 1위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애플에 밀리지 않고 1위를 지켰습니다. 스마트폰 수요 둔화로 2분기 출하량은 1분기보다 줄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19.8%로 2위인 애플보다 높았죠. 다가올 3분기에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 격차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최근 애플이 아이폰15 목표 출하량을 낮춘 데다 이미지 센서 수율 문제까지 겹쳐 애플의 유의미한 역전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TV 시장 1위
TV 시장에서도 수요 둔화를 딛고 안정적으로 1위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31.2%였죠. 17년 연속 글로벌 1위를 놓치지 않은 동시에, 최근 삼성전자가 미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했습니다. 프리미엄 TV 시장 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무려 61.7%에 달했는데요. TV 시장의 요충지인 북미와 유럽 지역의 초대형 TV 시장에서도 절반이 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LG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의 2위 업체는 LG전자입니다. 지난 상반기 기준 LG전자의 TV 시장 점유율은 16.2%로 삼성전자의 절반을 조금 넘었습니다.
🔥 최선을 다하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여러 호재를 발판으로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습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차세대 메모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가전 분야에서는 생성형 AI를 접목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로봇, AI, 전장 등 미래 먹거리 산업 개발도 놓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DDR5, HBM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DDR5
삼성전자는 지난 9월 1일 12나노급 32Gb DDR5를 공개했습니다. 새로 공개한 모델은 현존하는 단일 칩 기준 최대 용량을 자랑합니다. 연내 상용화가 목표라고 합니다. 삼성전자는 DDR5 단일 제품 개발에 그치지 않고 향후 1TB 용량의 모듈까지 구현할 계획입니다.
D램 모듈
D램 여러 개를 묶어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반도체. 정보가 영구적으로 기록되는 낸드플래시에 저장되기 전에 재빨리 데이터를 잠시 저장해 두는 역할을 합니다.
HBM
HBM 시장에서는 턴키 전략을 시도합니다. 삼성전자가 HBM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한 번에 제공하면 고객사가 HBM을 공급받기 위해 여러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턴키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내년 중으로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을 2배 이상 증대할 예정입니다. 올 하반기에는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MB3P’ 공개로 점유율 확대를 노립니다.
턴키 서비스: 파운드리, 메모리 반도체 공급, 패키징(포장), 테스트 등 반도체 제조와 관련된 일련의 과정을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가전에는 생성형 AI 활용
가전 영역에서는 내년부터 기존 가전제품에 생성형 AI를 접목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기존 음성인식 플랫폼 빅스비가 한 가지 명령만을 수행하는 데 그쳤다면, 생성형 AI를 접목한 가전제품은 더욱 복잡한 명령을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및 주변 환경 인식은 물론 사용자 맞춤 서비스 제공까지 가능해집니다.
다양한 미래 먹거리
삼성전자는 올해 초 로봇, AI, 전장(자동차용 전기·전자장치)을 3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밝혔습니다. 반도체나 가전 등 기존 사업 부문에서의 수익성 증대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새로운 성장 동력 개발도 놓치지 않습니다.
웨어러블 로봇
삼성전자는 로봇 기술 개발 및 제품 출시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합니다. 2023년 내 걷기 보조용 로봇 ‘EX1’ 출시를 목표로 로봇 전문 회사에 지분 투자를 하고 로봇 관련 우수 인재도 영입했습니다. 현재 EX1은 제품 검증 단계로 곧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자체 LLM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LLM)도 개발합니다. 올해 안에 GPT 3.5의 기술 수준 이상의 LLM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자체 생성형 AI가 개발되면 외부 AI 사용에 따르는 보안 문제를 최소화하는 한편 업무 생산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전장 사업 강화
6년 전 인수한 전장기업 하만을 중심으로 전장 사업도 강화합니다. 자동차의 전동화에 따라 전장 사업은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영역입니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고 자동차 전용 기술 개발에도 힘씁니다. 덕분에 작년 하만의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 실적인 8,8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 HBM, 삼성전자의 황금알이 될까
삼성전자 실적 증대에 가장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단연 HBM입니다. 삼성전자는 턴키 서비스를 중심으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자,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도 회복세에 접어들었습니다.
긍정적인 HBM 시장 전망
HBM 시장은 AI 수요 증가와 함께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내년 HBM 시장 규모는 올해 대비 두 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의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일한 턴키 서비스 제공 업체
다행히 현재로서 HBM 턴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합니다. 덕분에 고객사 확장에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최근 삼성전자는 HBM 시장의 최대 고객이 엔비디아와 HBM3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HBM 시장 1위 SK하이닉스를 빠르게 뒤쫓고 있습니다. 내년 중으로 패키징 생산 역량이 확대되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48%까지 오를 전망입니다.
💸 9만 전자 바라보는 증권가
증권가에서는 일제히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9만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그만큼 HBM 영역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2분기 최저점을 찍은 반도체 불황이 끝나갈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했습니다. 덕분에 8월 내내 6만 원 선에 머물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최근 7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암울했던 상반기 실적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각 사업 부문의 전략, 앞으로 삼성전자가 맞이할 미래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다행히 삼성전자가 HBM 부문에서 확보한 경쟁력이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 사업 영역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기에 삼성전자가 앞으로 어떠한 전략으로 대응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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