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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 이번에도 테슬라가 먼저?

by 칲 조 2023.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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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 앞당기려는 미국 정부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중 전기차 비율을 50%까지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관련 사업에 대한 지원금 제공,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제한 등의 규제 새롭게 도입하는 등,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려는 의도입니다.

 

미국이 전기차 시대 준비를 위해 중점적으로 집중하는 한 가지가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입니다. 기존에 기름으로 운행되던 자동차 대신 전기자동차가 일반화되려면, 현재 주유소처럼 다양한 장소에 많은 수의 전기 충전소가 설치되어야 합니다. 아직 충전소 수는 부족하므로, 이를 빠르게 확충해야만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수 있겠죠.

따라서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 내에 최소 50만 개의 전기자동차 충전소 설치를 위해 75억 달러(약 9조 9000억원) 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입니다. 이 금액은 수년 동안 사용될 예정이며, 이런 보조금은 업계에서 매우 큰 유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하지만 보조금 지급에는 조건이 붙어있습니다. 모든 종류의 전기자동차가 사용할 수 있도록 충전소가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충전 방식은 '결합 충전 시스템(CCS)'이며, 대부분의 업체들이 CCS 방식을 채택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테슬라: ‘우리 고객 전용’

하지만 테슬라는 CCS 방식을 쓰지 않고, 테슬라 외 차량에 충전소를 개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습니다. 테슬라 전기차 전용 급속 충전기인 ‘슈퍼차저’와 완속 충전기 ‘데스티네이션’에는 북미 충전 규격 기준(NACS, 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이라는 방식이 사용됩니다. 이 충전기들의 플러그는 테슬라 차량 소유자만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죠.

 

이전에는 이런 충전소 운영 정책이 테슬라에 많은 이익들을 가져다줬습니다. 테슬라 차량만 이용할 수 있다는 독점성 때문에 테슬라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생겨났고, 테슬라는 그렇게 늘어난 소비자들을 위해 슈퍼차저를 세계 곳곳에 꾸준히 늘였습니다. 지난해 기준 테슬라가 운영하는 슈퍼차저는 세계적으로 4만 대를 넘겼는데, 단일 기업이 운영하는 규모로는 단연 세계 최다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앞으로는 속도를 더 높여서 내년 말엔 17만 700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충전소 보조금을 준다고??

문제는 독점적인 서비스를 위해 미국 표준인 CCS를 쓰지 않고, 충전 시설을 다른 브랜드 차량에 개방하지도 않았던 테슬라가 미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었습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테슬라가 보유한 충전소는 아까운 기반 시설이었습니다. 테슬라가 이미 미국 곳곳에 깔아둔 충전소가 1만 9000개가 넘습니다. 급속 충전기만 따졌을 땐 미국 전역에 있는 충전기 중 약 60%가 테슬라 전용입니다. 이걸 모든 전기차가 함께 이용할 수 있게만 해도 충전 네트워크 확충을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테슬라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국 내 자체 충전소 약 7500개를 CCS를 쓰는 모든 전기차에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테슬라의 플러그를 CCS 전기차가 사용할 수 있도록 커넥터를 쓰는 방식입니다.

 

내가 바로 '미국 표준'

이런 현상을 두고 사람들은 다양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매출과 영향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브랜드의 독점성이 약해지고, 충전 망 관리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독점적으로 테슬라 충전소를 쓰던 테슬라 차량 소유자 중 일부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전기차 충전소 공유라는 일련의 변화를 테슬라가 최소한 지난해부터 철저히 준비해 왔다는 겁니다. 막대한 보조금 혜택도 누리면서, 테슬라의 방식을 ‘미국 표준’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죠.

 

사실 테슬라의 충전 방식인 ‘북미 충전 규격 기준(NACS)’의 원래 이름은 ‘테슬라 전용 커넥터(TPC, Tesla Proprietary Connector)’였습니다 지난해 11월에 NACS로 명칭을 바꿨고, 다른 기업들이 채택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도 공개했습니다.

 

테슬라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미국의 1·2위 자동차 기업인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가 테슬라의 충전소를 함께 사용하는 ‘충전 동맹’을 택했습니다. 두 회사는 앞으로 생산할 전기차 모델에는 기존에 쓰던 CCS 대신 테슬라의 NACS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CCS 방식의 차량도 커넥터를 끼워서 테슬라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지만, 충전 속도가 느려지는 등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어차피 나중에 소비자들이 자주 쓰게 될 충전소가 NACS라면, 처음부터 NACS로 만들어서 파는 게 낫겠죠.

 

테슬라와 GM, 포드는 전기차를 만드는 미국 기업 중 1~3위를 차지합니다. 세 기업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70%가 훌쩍 넘습니다. 이 회사들이 충전 동맹을 맺은 후 미국에서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는 대부분 회사는 ‘우리 충전소도 NACS 커넥터를 제공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충전소 운영업체들로서는 테슬라의 충전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미국 표준’ 눈앞에 둔 테슬라

NACS가 미국의 전기차 충전 방식 표준으로 자리 잡아 가는 분위기는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27일에는 볼보가 미국에서 테슬라의 충전 방식을 채택하겠다고 밝혔고, 29일엔 폭스바겐이 북미 시장의 NACS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전기차 충전소의 숫자는 전기차 대중화를 늦추는 걸림돌입니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로선 테슬라의 충전소를 쓰면 전기차 보급이 훨씬 수월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겠죠. 최근 흐름은 미국의 기존 표준인 CCS를 누르고 시장 점유율을 장악하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아무리 기존에 정해둔 표준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 업체가 다른 방식을 사용하면 대세는 바뀔 테니까요.

 

최근 테슬라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했던 것도 테슬라의 충전 방식이 미국 시장을 장악하게 될 거라는 기대 때문도 있었습니다. 미국의 한 투자은행은 테슬라가 GM·포드와의 계약으로 내년부터 2030년까지 충전소에서만 30억 달러(약 3조 9600억원), 2032년까지 54억 달러(약 7조 1200억원)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대차그룹 등 아직 NACS 도입을 결정하지 않은 자동차 회사들은 고심에 빠졌습니다. 대세를 따라 북미 시장에서 테슬라와 손을 잡을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경쟁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타이밍인 거니까요. 아직은 북미에 국한된 현상이지만, 결국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머리가 아플 만합니다.

 

정말 테슬라는 세계적 자동차 기업들과의 ‘충전 동맹’으로 미국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게 될까요? 나머지 경쟁 업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전기차 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 한번 지켜볼 만한 분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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