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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이 빠진 깊은 구렁, 빠져나올 수 있을까?

by 칲 조 2024.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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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기차 사겠단 말이 쏙 들어간 것 같습니다. 전기차 관련 뉴스에 달린 댓글들은 주로 전기차를 구매하기 망설여지는 이유로 줄지어있는데요. 전기차 시장의 둔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러다 아예 시장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닌지 우려되기도 합니다.

 

“The big year for EVs gets off to a bumpy start”

 

지난달 28,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전기차에 있어 중요한 한 해가 평탄치 않은 출발을 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혁신의 상징으로 떠올라 탄탄대로를 걷다가 캐즘’(chasm, 수요의 정체기)의 단계에 접어든 전기차 시장. 과연 언제까지 주춤할지, 앞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전기차 시장, 확신의 캐즘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빠르진 않다

 

 자동차 전문 매체 켈리블루북 애널리스트

 

🧐 잘 나가다 왜 그래

매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는 늘지만, 성장률은 2021년을 기점으로 꺾였습니다. 20221,050만 대였던 전 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는 작년 1,420만 대로 30%가량 증가했는데요. 2022년 성장률이 약 6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반토막 난 겁니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죠. 2021117.1%이던 성장률은 202265.2%, 작년 26%로 떨어지더니 올해 역시 23.9%로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 나 지금 어질어질해

시장의 침체는 전기차 업체의 행보에서도 여실히 나타납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새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던 업계는 최근 전기차 생산을 줄이고,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미루고 있는데요.

 

테슬라

전기차 업체의 선두 주자 테슬라는 현저한 실적 부진에 암흑기를 맞았습니다.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 증가하는 데 그친 2516,700만 달러(334,796억 원), 영업이익은 47% 감소한 206,400만 달러(27,4573,920만 원)였는데요.

 

전기차의 가격은 인하한 반면 물류비, 연구·개발비 등 비용은 많이 증가했습니다. 테슬라의 영업이익률(8.2%)은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나 현대차에 선두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올해 성장률 전망(9.3%)은 작년보다도 더 안 좋습니다.

 

전기차 수요가 갈수록 줄어드는 와중, 다른 전기차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면서 자동차 판매 성장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테슬라 사이버트럭

포드와 GM

지난달 19(현지 시각), 미국 자동차 기업 2위 포드는 전기 트럭인 ‘F-150 라이트닝을 대폭 감산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차종은 출시 이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 트럭에 등극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전기차 시장 전반적으로 수요가 침체하는 가운데 해당 차량에 대한 수요도 줄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감산을 시작한 겁니다.

 

포드는 대신 내연기관 트럭인 레인저SUV ‘브롱코의 생산을 늘릴 계획입니다. 작년 11월에는 전기차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를 줄이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약 5조 원을 투자해 올해 가동할 예정이었던 미시간주 전기 트럭 공장 사업을 1년 늦췄습니다.

 

일본 혼다와 공동으로 저가형 전기차를 개발·생산하기로 한 계획 역시 철회했습니다. GM의 이런 결정 역시 불확실한 전기차 시장 전망에 따른 것입니다.

포드  F-150  라이트닝

미국만이 아니야

일본 닛산과 도요타는 저조한 전기차 판매 상황을 뒤집기 위해, 미국 자동차 딜러 등 판매업자에게 지급하는 전기차 판매 장려금을 2배 이상 늘렸습니다. 닛산의 리프아리아’, 토요타의 ‘bZ4X’ 한 대당 판매 장려금은 모두 업계 평균의 2배가 넘습니다.

토요타  bZ4X

 

프랑스 르노는 지난달 29, 전기차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산하 암페어를 기업 공개(IPO)하려는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암페어는 테슬라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에 대적할 경쟁자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르노 전기차 브랜드 암페어

 

🕳전기차 시장이 빠진 깊은 구렁

일각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캐즘에 접어들었단 평가가 나옵니다. 캐즘은 갈라진 틈 또는 깊은 구렁이라는 뜻으로, 기술 혁신이나 새로운 제품이 나온 뒤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정체기를 가리키는데요.

 

본격적인 대중화 이전에 시장 성장률이 급격하게 떨어져, 예상치 못한 침체나 후퇴를 겪는 것입니다. 캐즘이 길어지면 시장이 소멸할 수도 있는데요. 확산하나 싶더니 주춤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을 두고, 전기차 시장이 캐즘의 덫에 빠졌다는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시장 정체를 일으키는 정체는

전기차 시장이 쭉쭉 성장하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는 이유는, 갈수록 전기차를 사려는 수요는 약해지는 반면, 전기차를 생산하는 비용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 여전히 높은 가격 장벽

전기차의 높은 가격과 충전 요금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돼 왔습니다. 많은 업체가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며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 사이에선 전기차가 고가라는 인식이 강한데요. 게다가 고금리와 경기 침체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소비자의 마음은 비싼 값을 주고 전기차를 사느니, 프리미엄 내연기관 차를 산다는 쪽으로 기울었죠. 전기차 수리 비용이 가솔린 차량의 약 2배에 달한다는 점도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만듭니다. 이는 결국 전기차 업계가 중저가나 보급형 전기차를 출시함으로써 판매 실적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 전기차 가격의 새로운 변수

작년 10,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최장기 파업을 통해 포드, 스텔란티스, GM과의 임금 인상안 합의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 가격의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을 키웠는데요. 자동차 1대당 850~900달러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인건비는 결국 자동차 생산 비용의 상승을 유발합니다. 결국 소비자가 전기차 가격 상승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 보조금마저 없다니

여기에 전기차 보조금의 축소도 수요 위축을 부추깁니다. 보조금 혜택이 축소될수록 소비자들은 그만큼 전기차 가격이 인상된 것으로 받아들이는데요. 더 이상 전기차를 구매할 유인을 찾지 못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 중국은 자국의 전기차 업계 경쟁력이 강화되고 공급이 활발해지자 보조금을 폐지했습니다. 독일 역시 작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액수를 줄여오다, 내년엔 아예 지급 중단을 단행할 전망이죠. 미국 정부의 규제로 인해 테슬라는 올해부터 7,500달러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 모델이 줄었습니다.

 

🙅 매력 없는 전기차

전기차 자체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 역시 존재합니다. 여름과 겨울엔 배터리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 한 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내연기관차보다 짧다는 점이 걱정거리인데요.

 

이에 전기차보단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고, 전기차 재고량은 증가했습니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 역시 꾸준히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충전시설의 확대나 급속 충전 등 충전의 효율이 높아지지 않는 이상, 전기차 보급에는 제약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큰 틀에서 어차피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전기차 시장의 암울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현재의 수요 부진이 숨 고르기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전기차 산업은 결국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보이는 건데요.

 

🤗 한번 대세는 영원한 대세!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 조사기관 BNEF는 올해와 내년을 비롯해 2026년까지도 전기차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사그라들긴 했으나, 전체 자동차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7%에서 올해 20%로 늘어나는 등 지속해서 커진다는 거죠.

 

특히 한국과 일본, 그리고 신흥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판매량이 대폭 늘면서 전체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거란 예측을 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143,000, 149,000대에서 내년 239,000, 223,500대로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입니다.

 

인도 역시 최근 3년간 전기차가 급격히 확산했습니다. 작년 1~9월 동안 100만 대 넘게 판매된 전기차는 전년도 전체 판매량을 3분기 만에 돌파할 정도입니다.

전기 자동차 시장 규모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친환경

탄소중립 등 친환경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쏠리면서, 전기차 전환 기조는 계속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30년까지 미국 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50%가 전기차가 되도록 하는 목표를 제시했는데요.

 

캐나다 역시 2030년까지 신차의 60%를 무공해 차량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이에 혼다와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발 빠르게 현지 전기차 공장을 신설 및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북미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런던은 모든 자치구에서 초저공해 자동차(Ultra Low-Emission Vehicle)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차량에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는데요. 이에 따라 전기차 도입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예정입니다. 유럽연합(EU) 역시 203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대부분을 금지하는 협약을 마무리 지었죠.

 

🇳🇴 보란 듯이 캐즘 극복한 노르웨이

적극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펼치는 노르웨이는 일찌감치 전기차를 도입해, 전기차 시장의 선두 주자로 여겨져 왔습니다. 내연기관 차량보다 전기차가 주류인데요. 작년 1~3월 기준 신차의 약 85%가 순수 전기차였습니다. 내년에는 세계 최초로 내연기관 차량을 전국적으로 금지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노르웨이 역시 2015년부터 2016년 사이 캐즘을 겪었습니다. 전기차 판매량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약 10%에서 17%까지 꾸준히 늘다가, 2016년에는 오히려 소폭 줄어든 것입니다. 그러나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확대된 2017년 이후 판매량이 다시 급증하면서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노르웨이 전기차 시장의 이런 추이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 트럼프의 입김은 여기에서도

다만,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은 전기차 시장의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력한 당선 후보로 떠오르면서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정책 기조가 뒤집힐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인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 정부의 친환경 차 정책을 맹비난하면서, 자신이 당선된다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BNEF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11%를 차지하는 미국이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올해도 주요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하지는 못할 거라고 예측합니다.


전기차 시장, 살려내야만 한다

전기차 업계는 캐즘을 극복하고 또 한 번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인 가격 문제에서 돌파구를 찾는데요.

 

🚗 가성비 전략

전기차 가격의 인하 경쟁은 캐즘 극복과 대중화에 촉매 역할을 합니다. 자동차 업체는 소비자가 감당 가능한(affordable) 가격을 제시하는 데 열을 올리죠. 과거 시장 형성 초기, 높은 수익과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고급화 전략을 취하던 것과는 반대되는 양상입니다.

 

테슬라는 중국과 유럽에서 모델Y’ 가격을 이전 가격 대비 약 6~10%까지 내렸고, 중국의 비야디(BYD) 역시 독일에서 아토3’ 가격을 15% 낮췄습니다. 현대차는 2024년형 아이오닉5’ 같은 일부 차종에 최대 7,500달러(990만 원)의 할인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 낮춘 방법

전기차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 바로 배터리입니다. 배터리에서 원가를 줄일 수 있다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보급형 전기차를 선보일 수 있죠. 이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업계의 주목을 받습니다.

 

LFP는 배터리 제조에 투입되는 원자재로 인산철이 사용되는데, 니켈이나 코발트 같은 광물보다 저렴합니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안정적이고 배터리 수명이 긴 건 장점입니다. 그 결과 L­­FP가 전기차에 탑재되는 비중은 202117%에서 2022년에는 36%까지 늘었습니다. 테슬라의 모델Y 역시 LFP 배터리를 탑재했습니다.

 

🚙신규 라인업

아예 가성비 또는 중소형 전기차를 새로 출시하기도 합니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에 캐스퍼 일레트릭을 출시할 예정인데요. LFP 배터리를 사용했고, 가격은 2천만 원대 초중반으로 예상됩니다.

 

기아 역시 상반기에 LFP 배터리를 탑재한 소형 전기차 ‘EV 3’, 하반기에 준중형 전기차 ‘EV 4’를 출시할 예정이죠. EV 3은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경우 3천만 원대로 구입이 가능해 가성비 전기차로 불립니다. 테슬라는 25,000달러(3,340만 원) 수준의 저가 전기차를 선보여 시장의 흐름을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아 ev 3, ev 4


험난한 한 해를 지났다는 전기차 시장. 화려한 등장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예전만 못한 성장세에 관련 업체는 줄지어 울상을 짓는데요. 전기차 시장은 이차전지 등 후방 산업에도 덩달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만약 캐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의 선택과 친환경이라는 글로벌 이슈 한 가운데에 있는 지금, 전기차는 주류 시장으로 올라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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