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하면 초코파이가 가장 먼저 떠오르실 텐데요. 최근 제과업체 오리온이 제약 바이오 업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습니다. 투자 금액도 상당합니다. 바이오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오리온의 당찬 계획과는 달리 시장에서는 우려하는 눈치입니다.
오늘은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인수 배경과 시장의 우려, 오리온의 사업 영역과 전망까지 담아봤습니다.
오리온, 제약업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손잡았다고?
💲 오리온의 바이오 업체 지분 인수
지난 1월 15일, 오리온이 신약 개발 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 지분 인수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기존 주식 140만 주를 인수하고 유상증자도 실시할 예정인데요. 이를 통해 오리온이 인수하는 지분은 25.73%, 인수 금액은 총 5,485억 원에 달합니다. 이번 투자로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됩니다.
👀 레고켐바이오, 어떤 회사길래
레고켐바이오는 2005년 설립한 국내 신약 개발 바이오텍 회사입니다. 주력 분야는 ADC 항암제와 합성 신약 분야입니다. 특히 ADC 분야에서 암세포에 붙는 항체와 약물을 연결하는 레고켐바이오의 링커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작년 12월 얀센과 맺은 계약을 포함해 레고켐바이오가 체결한 기술 이전 계약은 총 13건인데요. 총계약 규모만 8조 7,000억 원에 달합니다.
💡 항체-약물 접합체(ADC, Antibody Drug Conjugate): 암세포 표면에 결합하는 특정 항체와 세포를 죽이는 약물을 공유 결합한 것으로, 항체의 표적에 대한 선택성과 약물의 강력한 사멸 활성을 이용해 약물이 암세포만 골라서 파괴하도록 만들어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는 증대한 차세대 항암 약물
🥇 ADC 분야 선두 주자가 목표
두 기업은 이번 전략적 제휴로 ADC 분야에서 선두 주자가 되겠다는 큰 꿈을 밝혔습니다. 레고켐바이오는 향후 5년간 10개의 임상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연간 4~5개의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등 신약 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예정인데요. 시장 내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목표치를 2배가량 높인 결과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1조여 원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오리온으로부터 조달하겠다는 겁니다.
💊 바이오 투자, 오리온뿐만이 아냐
한편, 제약 바이오 업계에 새롭게 진출하는 움직임은 오리온 외에 다른 기업에서도 나타납니다. 오리온과 함께 식품 사업을 영위하는 CJ제일제당, 대상그룹 등의 기업도 바이오 투자에 적극적이죠. CJ제일제당은 지난 2021년 인수한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 ‘천랩’을 기반으로 ‘CJ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해 바이오 사업 확장을 시도해 왔는데요. 대상그룹도 바이오 기업 ‘대상 셀진’을 만든 후 계속해서 화장품 및 의약품 사업의 확장을 꾀합니다. 지난 1월 12일, 에너지·화학 산업에 주력하는 OCI그룹도 한미약품 그룹과의 통합 계획을 밝혔습니다.
시장의 걱정에도 무덤덤한 오리온
🤔 시장에서는 우려하는 눈치
하지만, 시장은 오리온의 지분 인수 결정에 회의적입니다. 레고켐바이오 인수 발표 하루 만에 주가가 18% 가까이 떨어진 데다 장중 52주 신저가까지 기록했죠. 이튿날에도 주가가 7.5% 하락하면서 무려 1조 원가량의 시가총액이 증발했습니다.
📉 레고켐바이오의 실적 부진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레고켐바이오의 영업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레고켐바이오는 코스닥 상장 이래로 2019년을 빼놓고 매년 적자를 기록해 왔습니다.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116.5%나 증가한 556억 원이었죠. 이러한 실적이 오리온의 재무제표에 반영되면 영업이익이 약 10%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막대한 신약 개발 자금 부담
ADC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오리온에서 계속해서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주가 하락의 큰 요인입니다. 작년 3분기 기준 레고켐바이오가 보유한 현금은 1,157억 원에 그치는데요. 향후 5년간 1조 원을 쏟아붓겠다는 레고켐바이오의 과감한 R&D 투자가 자칫 잘못하면 오리온의 근간인 제과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끄떡없다는 오리온
시장의 우려에도 오리온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입니다. 오리온은 당사가 1조 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안정적인 기업인 데다, 인수 지분이 25%에 그치기 때문에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거죠. 연구개발 자금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인데요. 레고켐바이오가 작년 12월 얀센으로부터 투자받은 1,300억 원과 오리온의 유상증자 참여 금액 4,700억 원을 합하면 1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오리온은 어떤 사업을 해왔을까?
🍪 오리온의 핵심은 식품 사업
오리온의 핵심은 단연 식품 사업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과자류에 특화된 기업이죠. 오리온의 제품 카테고리는 크게 파이류, 스낵류, 비스킷류, 껌/캔디/젤리류 등으로 구분되며, 출시한 제품 브랜드만 80개가 넘습니다.
오리온은 탄탄하게 구축한 식품 브랜드를 기반으로 지난 몇 년간 호실적을 이어왔습니다. 2022년 오리온의 매출은 전년 대비 22.0%가량 증가한 2조 8,732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도 약 25.2% 증가했는데요. 2023년에도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 해외에서도 인기몰이
오리온은 해외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며 인기몰이 중입니다. 출시한 국가만 50개국에, 중국, 베트남, 러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미국에 법인이 있죠. 특히, 2022년에는 각 법인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 이상을 기록했는데요. 영업이익도 대폭 증가했습니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선 2022년 무려 1조 2,74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내수 매출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 제과를 넘어 음료와 간편대용식도
지난 2017년, 오리온은 오리온홀딩스를 인적 분할해 음료와 간편대용식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제과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선 건데요. 식품 사업에 기반을 둔 회사이기에 유관 사업 영역인 음료와 간편대용식에 투자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입니다. 2022년 기준 두 사업 영역이 오리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로, 오리온은 꾸준히 신제품 라인을 출시하며 사업을 키워 나갑니다.
🤗 바이오도 처음은 아니다
오리온의 제약 바이오 분야 투자도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오리온홀딩스는 음료, 간편대용식과 함께 제약 바이오 분야도 3대 신사업으로 선정했습니다. 약 3년 전부터 합자 법인을 설립하고 임상 시험을 시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는데요.
대장암 진단키트 상용화 추진
오리온홀딩스가 중국 산둥루캉의약과 설립한 합자 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는 중국 시장에서 암 중증질환 조기 발견을 위해 체외 진단 및 백신 개발에 힘써 왔습니다. 지난 2021년 5월에는 암 체외 진단 업체 지노믹트리와 계약을 맺고 대장암 진단키트 상용화를 추진했는데요. 지노믹트리가 개발한 진단키트 ‘얼리텍-C’는 빠르면 2024년 내 대장암 조기진단 의료기기 품목으로 허가될 전망입니다.
큐라티스와의 결핵 백신 개발
오리온홀딩스는 결핵 백신 개발을 위해 국내 백신 기업 큐라티스와도 협력합니다. 지난 2021년, 중국 시장 내 청소년 및 성인용 결핵 백신 상업화를 위해 큐라티스에 50억 원을 투자했죠. 작년 2월에는 결핵백신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위한 합자 법인 설립도 추진 중입니다. 큐라티스는 올해 결핵백신 외에도 주혈흡충증 백신 임상 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이에 따라 오리온의 추가 투자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립니다.
치과 질환 전문 치료제 개발
지난 2022년 11월에는 국내 치과 질환 치료제 개발 업체인 하이센스바이오와도 합작 법인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습니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는 특히 중국, 동남아시아, 러시아 지역에서 치과 질환 치료제를 상업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요. 지난 9월에는 한국에서도 하이센스바이오의 제품 개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죠. 현재는 시린 이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오리온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까
레고켐바이오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
오리온이 제약 바이오산업에 투자를 시작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지만, 레고켐바이오 지분 인수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오리온이 직접 투자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바이오 분야 투자는 오리온홀딩스나 합작 법인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오리온홀딩스는 신사업 투자, 오리온은 제과 산업에 주력하도록 구분해 왔던 것입니다.
💸 비식품 사업 투자 확대 예상
이번 투자를 계기로 업계에서는 향후 오리온이 비식품 사업 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이는 식품 투자 감소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는데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은 좋지만, 바이오 분야는 식품 분야 대비 위험성도 높고 투자 규모도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키우려다 오리온의 본질인 식품 사업이 흔들려 기업 가치가 훼손되는 상황을 걱정하는 것이죠.
😨 제과 사업 괜찮을까
이러한 우려는 중국 제과 시장의 성장 둔화에 따라 더욱 부각됩니다. 10년 전 오리온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시기에는 중국 제과 시장 연평균 성장률이 9.2%였지만, 최근 들어 이 수치가 3분의 1로 줄었는데요. 신제품 매출 증가와 판매 채널 확대 등으로 매출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식품 사업 투자가 감소한다면 과거만큼 좋은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 ADC 시장, 성공만 한다면 긍정적
다행히 오리온이 새롭게 투자하는 ADC 시장 전망은 밝은 편입니다. 2022년 기준 글로벌 ADC 시장의 규모는 73억 5,000만 달러(약 9조 5,800억 원)로 전년 대비 34.9%나 증가했습니다. 오는 2028년까지 ADC 시장은 매년 25.4%씩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오리온이 레고켐바이오의 뛰어난 기술력을 적극 활용해 ADC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한다면, 식품 사업을 넘어 주요 바이오 기업으로의 도약도 가능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지난 몇 년간 이어져 온 오리온의 제약 바이오 분야 확장 전략과 이에 따라 예상되는 오리온의 미래까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ADC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오리온이 레고켐바이오와의 협력을 통해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기대되는데요. 커지는 시장의 우려 속에서 오리온이 과연 기존 제과 사업과 제약 바이오 사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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