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LETTER/산업 LETTER

한국인의 일부가 된 커피, 카페 산업 탐구

by 칲 조 2023. 12. 21.
728x90
반응형

 

종로나 강남과 같은 번화가를 방문해 본 분이시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한 블록에 하나씩, 심지어는 횡단보도 바로 맞은편에 또 다른 스타벅스가 있다는 사실을요. 대한민국에서 카페를 찾기는 매우 쉽습니다. 그 정도로 카페는 우리 생활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카페의 수는 무려 10만 곳에 달합니다.

 

최근, 캐나다의 대표 커피 브랜드 '팀 홀은'이 강남에 첫 매장을 열었습니다. 오픈 전날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거나, 최소 2시간을 기다려 입장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는데요. 이미 한국의 카페 시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플레이어들의 시장 진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꼽히는 인텔리젠시아 커피가 연내 국내 1호점을 열 예정이고, 지난 5월에는 미국 서부지역의 3대 커피로 꼽히는 피츠 커피가 국내에 상표를 내며 한국 진출을 검토 중입니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 카페 시장에 특별한 매력이라도 있기 때문일까요? 한국 카페, 어쩌다 이렇게 많아진 걸까요?


커피와 카페, 한국인의 일상이 되다

카페 수만큼이나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은 대단합니다. 밥보다 커피를 더 많이 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요. 우리나라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357잔으로, 프랑스(551)에 이어 2위입니다. 적어도 하루에 한 잔은 꼭 커피를 마신다는 거죠. 특히나, 프랑스에서는 에스프레소를 선호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대용량의 아메리카노를 주로 마신다는 점을 고려하면, 용량 면에선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커피 한 잔의 의미

150년 전, 커피가 한국에 처음 도입되었을 때, 커피는 선진국의 음료, 상류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소수의 지식인이 주로 찾는 다방 중심의 커피 문화가 있었는데요. 그러나, 1970년대에 동서식품이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하면서, 커피는 대중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부드럽고 깔끔한 맛, 그리고 달콤함이 한국인들의 입맛을 저격하였습니다. 이후 1999년에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첫 매장을 열면서,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한 커피 문화가 확산하였습니다.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마시는 문화가 일반화되었고,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편안하게 쉬거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가 커피 수요 증가를 현재,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 되었으며, 커피 한 잔으로 얻는 여유와 위로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편의점·치킨집보다 많은 카페

커피를 사 마시는 게 일상이 되다 보니, 자연스레 카페 수는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전국의 커피 전문점은 93,414곳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전국의 편의점 수(작년 기준 51,564)보다 약 2, 치킨집 수(작년 기준 85,522)보다도 많은 수치입니다. 특히, 이 중 10만 개에 달하는 카페 중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는 2만 개를 넘어섰습니다. 개인 카페와의 비율은 약 8 2 수준인 겁니다. 브랜드 종류도 2019338개에서 작년 852개로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 프랜차이즈와 개인 카페, 사람들은 어디를 더 많이 갈까?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소형·저가 프랜차이즈 카페, 개인 카페 등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사람들은 더 많이 찾는 카페는 어디일까요?

전국 20~59세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가장 많이 찾는 카페로 나타났습니다. 2위는 소형·저가 프랜차이즈 카페, 3위는 개인 카페였죠. 사람들이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는 이유로는 기프티콘을 사용하기 위해서’, 또는 가격이 저렴하고 집에서 가까워서가 가장 많았습니다. 반면 프랜차이즈 카페에 비해 더 많은 돈을 내는(8,157) 개인 카페를 찾는 이유로는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고 음료가 맛있어서가 가장 많았습니다.

 

💸 커피에 쓰는 돈, 이만큼

거의 매일 마시다시피 하는 커피. 그렇다면 한 달에 커피에 쓰는 돈은 얼마나 될까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성인이 한 달에 커피에 쓰는 돈은 약 104,00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1년이면 약 120만 원에 달하죠. 올해 400~500원씩 오른 커피값을 고려했을 때, 커피비는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레드오션 카페 시장, 빈틈을 노리다

이미 우리나라 카페 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레드오션입니다.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카페 이름만 대도 금방 열 손가락이 넘어가는데요. 프랜차이즈, 개인 카페 상관없이 카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각축전이 매우 활발합니다.

 

 

🧱 스타벅스라는 넘사벽

전 세계 1위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한국 커피 시장에서도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대표적인 커피 프랜차이즈입니다. 작년 기준으로 한국 내의 스타벅스 매장 수는 총 1,750개로, 이는 미국, 중국,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매장 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카페 브랜드 평판 순위와 매출에서 스타벅스는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며, 한국 커피 시장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스타벅스의 매출은 23,856억 원으로, 매출 2~9위를 차지한 다른 9개 브랜드(투썸, 이디야, 빽다방, 메가커피, 커피빈, 할리스, 컴포즈커피, 폴바셋, 탐앤탐스)의 매출 합계(13,698억 원)보다도 약 1조 원이 더 많은 수치입니다.

 

😎 스타벅스보다 매장 많은 카페가 있다고?

한국 커피 시장에서 스타벅스보다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이디야인데요. 이디야는 스타벅스의 두 배에 가까운 3,80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디야 커피는 스타벅스와 동일한 시기인 2001년에 처음 문을 열었으며,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유지해 왔습니다. 일부 대형 매장을 제외하고 매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인테리어에도 비용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적은 초기 자본금으로 공격적인 매장 확장이 가능했습니다. 테이크아웃 고객을 주 타깃으로 설정하고, 수익성이 높은 위치에만 매장을 설치하는 전략이 독보적인 매장 수를 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 노란 간판 카페, 또 생겼네

스타벅스가 한국 커피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와중에도 국내 카페 생태계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카페 별로 명확한 브랜드 컨셉을 추구하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한 결과인데요. 특히 최근엔 저가형 카페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며 커피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그중에서도 스타벅스에 이어 브랜드평판지수 2위를 기록한 메가커피는 매장 수, 매출 모두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2017187개에 불과하던 매장은 올해 2,306개까지 늘어났고 작년 매출은 1,748억 원으로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가성비 높은 메뉴와 손흥민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며 고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컴포즈커피나 빽다방 같은 다른 저가형 카페도 각각 매장 수 5, 6(2021년 기준)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이디야의 1년간 신규 출점 수를 종합하면 하루 평균 약 4~5개씩 새로운 매장이 생기는 중이죠.


땡큐, 코로나?

저가형 카페가 속속 생겨날 수 있었던 데에는 코로나19의 유행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대면 모임 제한과 카공감소 등으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불황을 맞았지만, 저가형 카페에는 오히려 기회가 됐습니다. 단체 테이크아웃 커피 주문이 늘고, 회식 등 술자리 대신 커피를 마시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됐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거나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와중 소자본과 적은 인력으로도 창업이 가능한 점 역시 매력적이었습니다. 실제 2020262,933개였던 전국 카페는 이듬해 72,686개로 15.5% 늘었습니다. 다른 요식업에 비해 창업 진입장벽이 낮다는 특징은 엔데믹 전환 이후에도 은퇴 후 카페 창업’ ‘퇴사 후 카페 창업바람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 이런 카페 본 적 있어?

커피만이 아닌 차별화된 공간 혹은 경험을 강조하며 등장하는 새로운 카페도 있습니다. 미국의 스페셜티 커피 프랜차이즈 블루보틀은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지역 고유의 개성을 살리는 공간을 내세우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2019년 성수동에 첫 한국 매장을 열 때는 전 세계에서 단 4곳밖에 없는 로스터리를 통유리창으로 디자인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블루보틀 명동점은 한옥을 컨셉으로, 조선시대의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죠. 캐나다의 팀홀튼은 일부 식재료를 캐나다 현지에서 조달하는 등 현지의 맛을 강조합니다. 메이플 라떼와 메이플 햄앤치즈 멜트 등 오직 한국 시장을 위해 개발한 메뉴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개인 카페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인테리어와 인증샷을 위한 음료 개발에 공을 들여 사람들의 발길을 유도합니다. 공장에 들어온 듯한 대형 카페, 신발 모양 케이크나 대왕 크루아상을 판매하는 카페 등이 있죠.


카페 포화상태, 이러다 망하진 않을까?

커피 시장의 규모는 2021년 약 6조 원에서 올해 86,0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러나 몇몇 카페들은 이런 성장세 속에서도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요. 단꿈을 품고 카페 시장에 뛰어든 자영업자들은 많아도 너무 많은 경쟁자에 가까스로 버티는 실정입니다.

 

😏 될놈될, 안될안

업계를 평정한 일부 카페는 나날이 확장세를 떨치는 데 반해, 나머지 카페들은 수익 부진의 늪을 헤어 나오기 어렵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카페베네인데요. 20122,200억 원대 매출까지 기록했던 카페베네는 작년 187억 원까지 내려앉았습니다. 매장 수 역시 20131000호 점까지 돌파했지만, 잇따른 실적 악화와 신규사업의 실패로 작년 기준 236개까지 줄었습니다. 기업회생절차를 거친 이후 브랜드 리뉴얼을 감행하면서 재기를 다짐했으나, 여전히 카페 시장에서 휘청이는 모습입니다.

 

😱 대형 카페의 위기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중에선 투썸플레이스가 그나마 체면치레하는 모양입니다. 투썸플레이스는 작년 기준 4,282억 원의 매출을 내면서 스타벅스 다음으로 매출 2인자 자리를 지켰는데요. 할리스, 커피빈, 탐앤탐스는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2019년 당기순이익 90억 원이었던 할리스는 202118.9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는데요. 2021년 커피빈과 탐앤탐스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51, -88억 원을 기록하면서 존립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저가형 카페나 새로운 외국 브랜드 등 후발주자에 밀려 대형 프랜차이즈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될 수 있습니다.

 

👋 2곳 생길 때 1곳은 폐업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작년 상반기 서울에서 새로 연 카페는 2,587곳이었는데요. 폐업한 카페도 1,239곳에 달했습니다. 카페의 평균 존속 기간은 31개월에 그쳐 다른 업종에 비해(100대 생활업종 평균 사업 존속 연수 89개월) 1/3 수준에 그쳤습니다. 가뜩이나 치열한 시장에 새로운 카페가 우후죽순 늘어나며 이익 나눠 먹기 현상이 심해지고, 고물가로 인해 원가 부담도 커진 탓입니다. 1년 단위로 원두를 대량 선구매하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달리, 개인 카페는 원두 도소매 유통업체를 통해 소량으로 발주를 넣기 때문에 원자잿값 인상의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 그만 생기게 해주세요

이처럼 우후죽순 늘어나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맹점주의 손해가 늘어나자,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도 커집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출점 제한 조치를 뒀다가 2년 만에 폐지한 바 있습니다. 당시 기존 가맹점에서 반경 500m 이내 신규 출점을 금지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가맹이 아닌 직영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가 규제를 피해 가면서 실질적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죠. 그럼에도 가맹점주는 다시 출점 제한 조치가 부활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프랜차이즈 카페 본사의 자체 규정만으로는 도저히 과열된 커피 시장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