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나랏빚 괜찮을까

 

💡 3줄 요약

 

2023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51.2%를 기록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양호한 수준이지만, 저출생 및 고령화에 따른 부채비율 상승이 우려되는데요.

 

국가부채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해 건전재정과 경기부양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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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분기 말 우리나라의 국가채무와 가계 채무가 사상 최초로 3천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직전 분기보다 44조 원 늘어나며 11분기 만에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는데요. 최근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며 나랏빚이 늘고,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며 가계 부채가 급증한 탓입니다.

 

2분기 말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1,145조 9천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30조 4천억 원 늘어났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51%를 살짝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앞으로 꾸준히 증가해 2029년에는 60%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죠. 오늘은 우리나라의 나랏빚 현황과 국가부채의 영향에 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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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나랏빚 어떤 수준이야?

💰 나랏빚, 국가채무야 국가부채야?

나랏빚을 이야기할 때 항상 헷갈리는 것이 국가채무와 국가부채입니다. 단어가 비슷해 혼용되는 경우도 많은데요. 국가채무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확정적으로 갚아야 할 돈을 가리킵니다. 국가부채는 국가채무에 더해, 앞으로 갚아야 할 것으로 추정되는 돈까지 합한 것이죠.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처럼 국가가 언젠가 지급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 돈까지 모두 함께 계산한 것이 국가부채입니다. 국가부채가 국가채무보다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인 셈입니다.

 

🔎 D1부터 D3까지, 나랏빚에도 종류가 있다

정부는 나랏빚과 관련해 총 3가지의 부채 통계를 내놓습니다. 이 3가지는 채무자를 기준으로 분류하는데요. 이와 별개로 연금 등 비확정부채까지 포함한 재무제표상 부채도 발표하죠. 앞서 살펴본 국가채무는 D1, 국가부채는 D4에 해당합니다.

 

D1(국가채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

 

D2(일반정부 부채): D1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것

 

D3(공공부문 부채): D2에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더한 것

 

재무제표상 부채(국가부채): 각종 국가채무에 공적연금 충당부채까지 더한 것

 

이중 국제적인 비교를 위해 활용되는 것은 D2(일반정부 부채)입니다. 다만, 국제기구에 따라 D2 산출 방식이 다른데요. 우리나라 기획재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GFS 방식을 활용하며, OECD는 이와 달리 SNA 방식을 활용합니다.

 

🏦 국가채무와 국가부채, 얼마나 있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D1)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1,145조 9천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2023년 말 기준, GDP 대비 국가채무(D1) 비율은 46.9%*, GDP 대비 정부부채(D2) 비율은 51.4%를 기록했습니다. 당초 결산 기준으로는 각각 50.4%, 55.2%를 기록했지만, GDP 계산에 사용되는 국민 계정통계의 기준년 변경으로 명목 GDP 규모가 커지며 비율이 낮아졌습니다.

 

🌎 우리나라 나랏빚, 어떤 수준이야?

국제적인 수준에서 보면 경제 규모 대비 부채 비율은 꽤 양호한 수준입니다. 주요 7개국(G7) 중에선 일본이 252.4%로 압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이탈리아(137.3%)와 미국(122.1%)이 그 뒤를 잇는데요. 프랑스(110.6%), 캐나다(107.1%), 영국(101.1%), 독일(64.3%)과 비교해도 우리나라가 더 낮은 상황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기축통화(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 8대 준비통화)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 중에선 지난 10년간 부채 증가 폭이 싱가포르(63.9%)에 이어 두 번째로 컸습니다. 비기축통화국 중에선 부채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편에 속한다는 의미인데요. 저출생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향후 정부부채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우려할 만한 지점입니다.

 

👀 미국과 일본은 왜 이렇게 높은 거야?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장기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크게 늘려왔습니다. 특히 아베 전 총리 집권 이후 이른바 '대담한 통화정책'과 '기동적 재정정책'을 동원해 막대한 돈을 찍어 풀며 부채가 크게 늘었습니다.

 

미국 역시 2008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지출을 늘리며 부채가 급증했죠.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큰 달러화와 엔화의 발권력을 가진 국가로, 높은 부채비율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편입니다.

 

🔎 팬데믹에 급상승한 부채 비율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2020년부터입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30%대를 유지하던 정부부채 비율은 2018년 처음으로 40%를 기록하더니, 2020년 전년 대비 6.6%P 증가한 48.7%를 기록했는데요. 이후 매년 꾸준히 2%P가량 증가하는 모양새입니다.

 

2020년 들어 정부부채 비율이 갑자기 높아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입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자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추가 경정 예산(추경)을 4차례 편성했는데요. 팬데믹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와 세수 감소 역시 정부부채를 늘리는 데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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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가 많으면 나쁜 걸까?

💸 정부부채, 많다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일반적인 가계 빚과 달리 정부가 진 빚은 많다고 모두 나쁜 것은 아닙니다. 정부는 채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 교육 등에 투자함으로써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데요. 또, 경기가 좋지 않은 시기엔 빚을 내 지출을 늘리면서 소비와 투자를 진작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정부가 부채를 활용하면 자연재해나 팬데믹 같은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부채는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되기만 한다면 국가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부채를 억지로 줄이려 한다면 전체 경제에서 정부 지출이 담당하던 부분이 쪼그라들며 경제 전체가 수축할 수 있죠.

 

⚠ 그럼에도 너무 많으면 위험해

부채의 긍정적 영향도 있지만, 물론 무조건 많다고 좋은 것도 아닙니다. 일단 전체 경제에서 정부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민간 투자와 소비가 줄어드는 구축효과가 일어납니다. 구축효과란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서 이자율이 높아지고, 기업과 가계의 자금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투자와 소비가 감소하는 것을 뜻하죠. 국가부채가 너무 커진다면 이자 비용이 점점 늘어나고, 정부의 대외 신용도가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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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재정 vs 확장 재정

💪 이제 건전재정 합시다!

윤석열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합니다. 이전 정권에서 국가채무가 크게 늘었다면서,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정부의 재정 운용에 있어 수치화된 목표를 규정한 재정 준칙 입법을 지속해서 추진 중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내년도 예산 안에선 지출 증가율이 경상성장률(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전망치인 4.5%보다 크게 낮은 3.2%를 기록해 '긴축 예산'이란 평가까지 나왔죠.

 

🔍 재정 준칙: 재정수지, 재정지출, 국가채무 등 각종 재정지표와 관련해 수치화된 목표를 세우고 달성 방안과 함께 법제화해 재정 운용에 제약을 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방만한 국가 재정 운용을 방지하고 미래세대에 건전한 재정을 물려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 세금 줄이면서 건전재정 될까?

야당은 건전재정을 강조하는 윤 대통령에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윤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국가채무가 400조 원가량 늘어 정부가 일하기 힘들어졌다"라고 말했는데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당시 국가채무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으로 불가피했던 일이라며, 윤 대통령이 오히려 각종 감세와 부담금 감면으로 세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죠. 이와 별개로 민주당은 민생 회복지원금과 추경 등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한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꾸준히 요구해 왔습니다.

 

💸 요즘 문제는 세수 부족

정부와 야당이 건전재정과 확장 재정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세수 부족이 국가채무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경기가 침체하면서 기업들의 이익이 줄어들고, 법인세 수입이 크게 줄었는데요. 올해 7월까지 걷힌 국세는 전체 세입예산의 57% 수준으로, 사상 최대의 세수 결손(총 56조 원)이 발생했던 작년 7월(63%)에 비해 한참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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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다간 올해도 세수 결손에 따른 재정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올해 상반기 재정적자는 103조 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상반기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정부가 지출 억제에만 나설 것이 아니라, 세수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