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증시 폭락의 주범은 일본의 기시다 총리이다?

 

💡 3줄 요약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기시다 총리의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주식 시장이 출렁이면서 일본은행과 기시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데요.

 

기시다와 일본은행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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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이 7월 말 '금리 있는 나라'로의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줄곧 0% 혹은 그 아래에 머무르던 기준금리를 0.25%까지 끌어올렸는데요. 이번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는 엔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을 걱정하던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기시다는 그간 슈퍼 엔저 현상을 크게 우려해 온 것으로 알려졌죠.

 

하지만 이번 금리 인상은 기시다에게 독이 됐습니다. 일본은행의 '깜짝' 금리 인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시작되며 미국과 일본, 한국 등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기 때문인데요. 개인 투자자의 주식 투자를 장려하며 '자산 운용 입국'을 외치던 기시다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습니다. 가뜩이나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시다가 원했던 금리 인상이 오히려 그의 퇴진을 가속하는 모양새입니다. 오늘은 이번 기시다의 입김이 금리 인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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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 혼돈의 기준금리 인상

📈 일본은행 금리를 올리다

지난달 31일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종전 0~0.1%에서 0.25%로 인상했습니다. 지난 4월 마이너스금리에서 탈출한 지 4달 만에 또다시 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요. 최근 엔/달러 환율이 160엔까지 치솟는 등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수입 물가가 오르고, 일본의 전체적인 물가 수준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취해왔던 초저금리 정책이 이제는 경제에 더 큰 부담을 준다는 판단 때문이죠.

 

📉 격하게 반응한 시장

0.25%P의 금리 인상이었지만 시장은 격하게 반응했습니다.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가 줄줄이 폭락한 데 이어, 8월 5일 월요일 일본 증시에선 닛케이225 평균주가가 10% 넘게 하락하며 '블랙 먼데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금융시장이 이토록 충격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일본은행은 이번 금리 인상에 이어 연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했는데, 이 경우 청산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걱정이 커졌죠.

 

🔎 엔 캐리 트레이드: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동안 0%대의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적게는 5%에서 많게는 수십%의 수익률을 보이는 미국 국채와 주식 등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많았는데요.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해외 자산을 팔고 빌렸던 엔화를 갚는 움직임이 활발해집니다. 이를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한다고 하죠.

 

🏦 뒤늦게 수습한 일본은행

일본은행은 예상치 못한 금융시장의 강한 반응에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금리 인상 일주일 후인 지난 7일,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가 나서 "금융 자본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추가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죠. 이 발언 이후 엔화 가치가 다시 하향 안정화되고, 일본 증시도 상승세를 타긴 했습니다.

😰 아직 안심은 못 해

하지만 지난 8일 공개된 일본은행 통화 정책회의 주요 의견에 따르면 정책위원들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금리가 25년 만에 가장 심한 마이너스 상태라며, 기준금리를 중립 금리 수준인 1%까지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죠. 우치다 부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이라며 신중론을 폈지만, 중장기적인 일본은행의 기조는 금리 인상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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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가 금리 인상을 압박했다고?

🏹 화살은 기시다가 맞았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혼란을 겪고, 일본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자 화살은 일본은행과 기시다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동안 기시다 내각은 슈퍼 엔저 현상에 대한 우려를 표출하며,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압박해 왔는데요. 하지만 일본은행의 깜짝 금리 인상으로 증시가 주저앉자,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를 적극 권장해 온 기시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기시다는 왜 금리 인상을 바랐을까❓

기시다가 일본은행에 금리 인상을 주문해 왔던 건 엔화 가치가 지나치게 싸지며 일본 내 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고금리를, 일본은 초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하면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60엔 수준까지 낮아졌는데요.

 

이에 따라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서 급식에서 소고기가 빠지고, 도입하기로 했던 외국산 전투기와 슈퍼컴퓨터의 가격이 치솟는 등 일본이 가난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제 일본의 경제 회복세도 완연해진 만큼, 기시다는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려 엔화 가치를 상향 안정화하고, 물가도 낮춰주길 바랐던 것이죠.

 

🤝 일본은행 총재 만난 기시다

실제로 지난 5월에는 기시다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를 만나 엔화 관련 발언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4월 말 우에다 총재는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엔저 현상이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 않다"라고 말하며 엔저를 용인하는 발언을 내놨는데요.

 

이 발언으로 엔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하자, 절박해진 기시다는 우에다 총재를 만나 이러한 발언을 수정해달라고 부탁한 것이죠. 우에다 총재는 이후 열린 강연회에서 엔저 현상을 주시하겠다며 다소 신중해진 입장을 내놨습니다.

 

💸 주식 투자하랄 때는 언제고?

기시다가 이번 주가 폭락으로 특히 비판받는 배경에는 주식 투자를 적극 장려했던 그의 정책이 있습니다. 기시다 내각은 '자산운용 입국(立國)'을 내세우며 일본 주식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일본인은 주식 투자에 부정적인 인식이 커 대부분의 자산을 은행 예금에 맡겨놓곤 했는데, 이를 주식 시장으로 끌어들여 기업의 자금 확보를 돕고 경제도 살린다는 구상이죠.

 

실제로 기시다 내각은 일본판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인 NISA(소액투자 비과세제도)를 도입해 일정 한도 내에서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를 평생 면제해 주면서 신규 증권 계좌 개설과 투자가 크게 늘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상으로 주가 대폭락 사태가 벌어지며 기시다도 체면을 구기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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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기시다와 일본은행의 고민

📉 지지율이 10%대인 기시다

기시다의 국정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자민당 총재 선거도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설문조사에서 일본인의 절반 이상은 기시다가 오는 9월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응답했는데요. 선거 전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를 잡는 경제 총리의 모습을 보여주려던 기시다는 예상치 못한 주가 폭락으로 더한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 그나마 믿을 건 경제였는데...

기시다의 지지율이 바닥을 기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있습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이 터지고, 기시다를 비롯해 내각 인사들이 아베 신조 전 총리 암살범이 과거 몸담았던 통일교와 연루돼 있다는 의혹까지 이어졌는데요. 일본의 주민등록증 격인 마이넘버 카드 도입 과정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하는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기시다가 자신 있는 분야가 경제였는데요. 임금과 물가가 동시에 오르며 경제가 활성화되는 선순환을 이뤄내고, 주가도 부양했다는 자부심이 기시다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번 금리 인상과 주가 폭락이 경제 성공론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죠.

 

🤔 좁아진 일본은행의 운신 폭

한편, 일본은행도 한발 빠른 금리 인상으로 수세에 몰리게 됐습니다. 일본은행의 성급한 결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발생했다는 비판이 커졌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이번 금리 인상이 기시다 내각의 압박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일본은행 입장에서도 당분간은 금리 인상이란 말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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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정치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지지율이 폭락한 기시다. 마지막 보루로 여겼던 경제에서까지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가뜩이나 낮았던 지지율을 깎아 먹는 모양새인데요. 하지만 자민당 내에서도 기시다를 이을 마땅한 후보가 없어 '포스트 기시다' 시대에 대한 물음표만 커지는 상황입니다. 과연 일본은 저금리-슈퍼 엔저 시대를 끝낼 출구전략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시다는 총리직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