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가 재정증권 발행을 늘려 장기금리를 끌어내린다?

 

👀 3줄 요약

 

재무부가 재정증권 발행을 늘려 장기금리를 끌어내린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재무부가 TBAC에 자문한 결과 현재의 재정증권 발행 비율엔 문제가 없다는 답을 얻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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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AC가 월가의 주요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만큼, 사실상 월가의 큰 손이 재무부의 편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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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justing the maturity profile of its debt issuance, Treasury is dynamically managing financial conditions and through them, the economy, usurping core functions of the Federal Reserve."

재무부는 부채 발행의 만기 프로파일을 조정함으로써 금융 환경과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는 연방준비제도의 핵심 기능을 찬탈한 것이다.

 

얼마 전 미국 정치권에서 한 헤지펀드의 보고서가 큰 논란이 됐습니다. 보고서의 내용은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만기를 조절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을 무력화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이에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국채 시장을 조작해 경기를 띄운다고 비판하고 나섰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경기를 띄우기 위해 그런 전략을 쓰지 않았다며 극구 부인했습니다. 그럼에도 논란은 한동안 이어졌지만, 결국 월가의 '큰손'들이 옐런 장관의 편을 들어주며 일단락됐습니다. 오늘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계와 국채 시장에서 발생한 시장 조작 논란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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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가 연준을 무력화한다고?

📉 재무부가 장기금리를 누르고 있다

문제가 된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미국 재무부가 장기국채 대신 단기국채 발행 비중을 늘려 장기금리를 끌어내린다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준의 긴축정책과 배치되는데요. 연준은 물가를 낮추기 위해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데, 정부가 미세한 조정을 통해 장기금리를 낮춰 경기를 활성화하려 한다는 것이죠. 보고서는 재무부의 이런 행위가 연준의 핵심 기능을 빼앗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작년 가을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 일간 추이. 주황색 동그라미가 11월 1일. 출처: 연합인포맥스. 출처 : 연합인포맥스(https://news.einfomax.co.kr)

🇺🇸 미국 정부가 돈을 빌리는 방법

단기국채와 장기국채, 그리고 금리. 대체 이게 다 무슨 관계일까요?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미국 정부는 세금으로 지출을 모두 충당할 수 없으니, 국채를 발행해 빚을 냅니다. 미국 정부가 돈을 빌리며 발행해 주는 차용증(채권)이 미국 국채죠.

 

미국 정부는 만기가 1년 이하인 재정증권(T-bill)부터, 2년, 5년, 10년, 20년, 30년 등 다양한 국채를 발행하는데요. 단기국채는 자금조달 비용(금리)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만기가 빨리 돌아와 금리가 오른다면 자금조달 비용이 계속 커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반면, 장기국채는 금리는 높아도 만기가 길어 안정적으로 돈을 빌릴 수 있죠. 따라서 미국 정부는 단기물부터 장기물까지 적절한 비중으로 나눠 국채를 발행합니다. 100만 원을 빌린다고 치면 20만 원씩 1년, 2년, 5년, 10년, 30년 만기로 나눠 빌리는 식입니다.

 

💰 단기 재정증권 비중을 일부러 늘렸다고?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만기가 1년 이하인 재정증권의 비중입니다. 원래 만기가 2년~30년인 국채는 재무부가 분기마다 발행 계획과 비중을 발표해야 합니다. 단, 만기가 매우 짧은 재정증권은 이런 절차 없이 재무부가 발행량을 재량껏 조절할 수 있는데요. 물론 발행량을 무제한 늘릴 수는 없습니다.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의 책임자급 인사로 구성된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TBAC, Treasury Borrowing Advisory Committee)가 재정증권의 발행 비중을 전체 국체 잔액의 15~20%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작년 9월 이후 이 재정증권의 비중이 20%를 넘어선 채로 꾸준히 유지됐습니다. 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재무부가 재정증권의 비중을 늘려 장기 금리를 내리려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죠.

 

재정증권과 장기국채는 무슨 관계야❓

재무부가 단기 재정증권 발행을 늘리면, 장기국채 발행량은 덜 늘려도 됩니다. 이 경우 장기국채의 공급이 억제되면서 장기국채 가격이 올라가고, 장기금리는 하락하게 되죠. 보통 장기금리는 투자와 소비, 부동산 등 경제의 여러 부문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기업의 장기 투자 프로젝트를 위한 대출, 가계의 장기 주택담보대출 혹은 자동차 할부 등이 모두 장기 금리를 바탕으로 이뤄지는데요. 장기금리가 내려가면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면서 경기가 부양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채권의 가격과 금리(수익률)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만기 때 11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채권의 현재 가격이 100만 원이라면, 채권의 금리(수익률)는 10%인데요. 만약 채권의 가격이 105만 원으로 올라가면 금리는 약 4.7%((110-105)/105=0.047)로 낮아집니다.

 

🫵 바이든이 대선 전에 일부러 그랬다!

보고서는 이런 재무부의 시장 조작으로 1년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0.25%P 내렸고, 이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1%P 내린 것과 같은 부양 효과를 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화당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바이든 정부와 옐런 재무장관이 대선을 앞두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일부러 권고치 이상으로 재정증권 발행 비중을 늘렸다고 비판했습니다. 금리 조절은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구인 연준의 고유 권한인 만큼, 정부가 이에 개입했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옐런 장관은 그런 일은 없다며 극구 부인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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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아

😌 다행히도 별문제는 없었다

논란이 커지자 미국 국채 시장에선 재무부가 국채 발행량과 향후 가이던스를 수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재무부는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함과 동시에, 향후 여러 분기 동안 국채 발행량을 어떻게 설정할지 예고(가이던스)하는데요. 정치권에서 재무부가 장기국채 발행을 억누른다는 비판이 나온 만큼, 재무부가 장기국채 발행량을 늘리는 쪽으로 국채 발행 계획과 가이던스를 수정할 수도 있다는 거죠.

 

이 경우 장기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장기금리가 올라가면서 경기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7월 31일 발표된 국채 발행 계획은 종전 분기와 동일하게 유지됐고, 재무부는 "향후 여러 분기 동안은 국채 발행을 늘릴 필요가 없다"라고 못 박았죠.

 

🙆 이젠 좀 유연하게 해도 돼

재무부는 정치권의 비판에 차입자문위원회(TBAC)에 재정증권의 비율에 관한 자문을 구했습니다. 원래 TBAC는 15~20%를 적정 비율이라고 권고해 왔습니다. TBAC는 이번에는 20% 정도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비율이라며, 재무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0% 상단을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고, 평균적으로 20% 정도가 되면 된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이런 비율이 채권 발행에 있어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는데요. 핵심은 "규칙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regular and predictable)" 프레임워크를 따르는 것이지, 특정 비율에 갇힐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15~20%라는 범위는 TBAC의 권장 사항이 아니라고도 덧붙였죠. TBAC의 이번 판단으로 재무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국채 시장을 조작했다는 비판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 월가의 큰 손은 재무부 편?

TBAC는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블랙록 등 월가의 대형 투자기관들의 채권 담당자가 참여하는 기구입니다. 재무부가 국채를 발행해도 이들이 국채를 사주지 않으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므로, 재무부는 TBAC와의 논의를 통해 국채 발행 계획을 세우는데요. 이번에 TBAC가 재무부에 우호적인 판단을 내린 것은 사실상 월가의 큰 손들이 재무부의 편을 들어준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