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 3줄 요약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서는데요.

 

해리스는 검사-범죄자, 진보 흑인 여성-보수 백인 남성의 구도를 내세워 트럼프를 뒤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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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decided the best way forward is to pass the torch to a new generation. That is the best way to unite our nation. (중략) The great thing about America is here, kings and dictators do not rule. The people do. History is in your hands. The power is in your hands. The idea of America — lies in your hands.

나는 새로운 세대에 횃불을 넘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우리나라를 하나로 묶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미국의 위대한 점은 왕과 독재자가 통치하지 않고, 국민이 통치한다는 점입니다. 역사는, 권력은 여러분의 손에 있습니다. 미국의 이념은 여러분의 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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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연설을 갖고 재선 도전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왕과 독재자에 빗대 비판하고, 미국의 통합과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새로운 후보에게 바통을 넘긴다고 말했죠. 그 바통을 넘겨받을 사람은 바로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입니다.

 

사퇴 여부를 두고 오랫동안 고심하던 바이든은 결심이 서자 해리스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에 나섰습니다. 해리스가 "경험이 풍부하고, 강하고, 유능하다"라고 추켜세웠는데요. 해리스에 다소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던 오바마 전 대통령도 바이든의 재선 포기 결정 5일 만에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죠. 순식간에 트럼프를 바짝 추격하며 대선 레이스에 나선 해리스, 오늘에선 해리스가 누구인지, 해리스의 공약과 전략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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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

👶🏻 흑인과 아시아인의 정체성을 갖고 태어나다

카멀라 해리스는 1964년 10월 20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인 도널드 해리스는 자메이카 출신의 경제학자였고, 어머니인 샤말라 고팔란은 인도 출신의 유방암 연구였는데요. 해리스는 훗날 스탠퍼드의 경제학 교수를 지냈고, 고팔란은 유능한 유방암 연구자로 이름을 날렸죠. 그야말로 '초엘리트' 집안에서 태어난 셈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해리스가 7살이 되던 해 이혼했고, 해리스는 주로 어머니인 고팔란 손에서 자랐습니다.

⚖ 스타 검사에서 캘리포니아의 법무부 장관으로

해리스는 워싱턴 D.C의 흑인 명문대인 하워드대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쿨을 거쳐 199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검사로 부임합니다. 2004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찰청의 첫 흑인 여성 지방 검사로 선출되는데요.

 

중범죄 유죄 선고율이 높아 '스타검사'로 이름을 알렸고, 2010년에는 흑인, 그리고 여성 최초로 캘리포니아주의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겸직)으로 선출되기에 이르죠. 해리스는 사형 집행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보다 회복과 교화를 중시하는 등 법 집행에 있어서 진보적인 면모를 보여왔습니다.

 

🗳 사상 두 번째 흑인 상원의원

2015년 캘리포니아주에서 내리 4선을 한 민주당 바바라 박서 상원의원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해리스는 상원의원에 도전합니다. 인종 다양성, 형사 사법 개혁 등 진보적인 의제와 오랜 기간의 검사 경력을 앞세워 당선에 성공하는데요. 당선 이후 각종 청문회에서 날카로운 질문으로 트럼프 정부 인사들을 진땀 빼게 하며 '청문회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죠.

 

🥈 사상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해리스는 2019년엔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민주당 후보 토론회에서 '버싱(busing)'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후 지지율이 정체하고, 선거자금 모금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결국 중도하차한 뒤 바이든을 지지했습니다. 바이든은 유색 인종과 여성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지닌 그녀를 대선 러닝메이트로 지명했고, 2020년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해리스는 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 버싱(busing) 문제: 버싱은 1970년대 미국 교육부가 학교에서의 인종 차별을 없애기 위해 학생을 집 근처 학교가 아닌, 스쿨버스를 타야 할 정도의 멀리 떨어진 학교로 배정한 정책을 뜻합니다. 근처에 사는 같은 인종 학생이 같은 학교로 배정되는 것을 막고, 학교의 인종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됐는데요.

 

주로 도심에 사는 흑인 학생이 버스를 타고 백인 학생이 주로 다니던 교외의 상류층 학교로 통학했죠. 해리스는 2019년 대선 토론 당시 과거 바이든이 버싱 정책에 반대했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민주당의 스타 여성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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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의 공약 모음.zip

🏃 바이든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바이든의 사퇴 이유가 개인 건강상의 문제인 만큼, 바이든을 계승하는 해리스의 정책 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와과학법(CHIPS),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법안을 통해 반도체와 전기차 등 핵심 산업 분야를 강력하게 지원했는데요.

 

해리스도 경제 정책의 큰 방향성은 그대로 이어가려 하죠. 실제로 18일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해리스는 "바이든과 나는 약 80만 개의 새로운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했다"라며 바이드노믹스의 성과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해리스가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과 핵심 가치를 잘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 기후·복지 정책 더 선명해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보다 기후와 복지 정책에 있어 더 강경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해리스는 약 10조 달러 규모의 기후 계획을 제안하고, 화석 연료에 대한 연방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환경 오염 논란이 컸던 셰일가스 시추(프래킹)에 반대하며, 이를 위한 공공토지 임대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죠. 또, 저소득 근로자와 여성, 소상공인 등에 경제 정책의 초점을 맞춰 중산층을 확대하고, 노년층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어를 강화할 전망입니다.

 

👀 바이든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지점은?

해리스는 낙태권 문제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한 대응에선 바이든 행정부와 다른 모습을 보이리란 관측이 나옵니다. 해리스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흑인 여성 단체를 찾아 트럼프의 의도대로 폐기됐던 낙태권을 되돌리겠다고 선언하는 등 여성과 진보 지지층 결집에 나섰는데요.

 

한편, 이스라엘에 관대했던 바이든과 달리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전쟁 조기 종식을 촉구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이 끝나야 한다고 말하는 등 중동 문제에서도 차별화되는 입장을 보이죠.

 

🚧 이민정책은 해결해야 할 숙제

다만, 이민정책은 해리스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힙니다. 트럼프도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은 이민 범죄로 파괴될 것"이라며 맹공격에 나섰는데요. 해리스는 과거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이민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부통령이 된 후엔 이민 정책에선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은데요.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이민자 문제 해결을 맡겼지만, 불법 이민자 수가 급증하고 국경 수용 시설의 열악한 실태가 드러나는 등 사실상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왔죠. 트럼프는 "바이든이 해리스를 국경의 차르(황제)로 임명했지만, 해리스는 단 한 번도 국경에 가지 않았고, 우리에게 최악의 국경을 선물했다"라며 해리스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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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vs 트럼프, 뚜렷한 대비

해리스가 바이든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이제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후보는 여러 면에서 뚜렷한 대비를 보입니다. 바이든의 나이 문제를 물고 늘어졌던 트럼프는 이제 어느덧 사상 최고령 대선 후보가 되고 말았는데요. 해리스는 이런 구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트럼프를 바짝 뒤쫓습니다.

🧑‍⚖ 검사 vs 범죄자 구도

해리스는 본인의 강골 검사 이미지를 활용해 '검사 vs 범죄자' 프레임을 구축 중입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전 성 추문을 덮기 위해 회삿돈을 빼돌려 전직 성인영화 배우에게 지급했다가 올해 5월 30일 유죄 평결을 받았는데요. 해리스는 사상 최초의 '중범죄자' 전직 대통령이 된 트럼프를 '포식자' '사기꾼'으로 묘사하며 공격에 나섰습니다. 본인이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트럼프와 같은 사람(가해자)을 많이 봤다며, 본인의 경력을 트럼프를 잡는 데 쓰겠다고까지 했죠.

 

🔥 진보 흑인 여성 vs 보수 백인 남성 구도

주류 백인 남성으로 보수적 가치를 중시하는 트럼프와 완전히 반대되는 이미지 역시 해리스의 무기입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 유권자 중 해리스를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70%에 달했지만, 트럼프를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5%에 불과했는데요. 그간 인종차별과 성차별 발언으로 숱한 논란을 빚은 트럼프와 그 측근 인사들에게 질린 유권자들의 관심이 해리스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J. D. 밴스는 과거 해리스에 대해 "자식이 없는 비참한 캣맘들은 국가의 미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라고 막말을 퍼부었다가, 최근 해당 발언이 조명되며 역풍을 맞기도 했죠. 해리스는 2014년 더글러스 엠호프와 결혼해 그가 전처 사이에서 나은 아들과 딸을 키워왔습니다.

🤯 다급해진 트럼프

바이든과의 토론 이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6%P 차이로 앞서 나가던 트럼프는 해리스의 등판 이후 1~2%P 차이로 쫓기는 처지가 됐습니다. 지지율 차이가 오차 범위 내로 좁혀지면서 이제 미국 대선 결과는 안갯속으로 들어섰는데요. 해리스가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하고 나서자, 트럼프도 본인의 핵심 지지층 다지기에 나섰습니다.

 

극우 기독교 지지자에겐 "기독교인들은 이번만 투표하면 다시는 투표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는가 하면 가상화폐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검사-범죄자 구도를 만드는 해리스에 대해선 "우리는 쓰레기들과 상대하고 있다" "역겹다"라며 맹폭을 가하죠. 지지층 결집을 위해 트럼프가 매일 막말을 퍼붓자 공화당에선 트럼프의 발언이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며 경계하는 모습도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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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후보가 해리스로 교체되며 지지율 격차를 줄이긴 했지만, 아직까진 트럼프가 좀 더 앞서나가는 상황. 해리스는 트럼프와 부통령 후보 밴스를 어딘가 이상한(weird) 사람으로, 반대로 트럼프는 해리스를 '극좌 미치광이(radical left lunatic)'로 규정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는데요. 과연 100일가량 남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