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는 건 물론이고, 급하게 택배를 주고받거나 돈을 찾아야 할 때도 편의점을 찾는 게 일상이 됐는데요. 온라인 유통업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움츠러드는 와중에서도, 편의점을 찾는 발길은 끊기지 않습니다. 마트나 백화점보다 편의점을 더 자주 가는 요즘, 오늘은 편의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편의점 없는 세상, 상상 가능?
편의점 산업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엔데믹 전환 이후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편의점 실적은 날개 돋친 듯 고공행진 중인데요.
지난 2022년과 2023년, 편의점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각각 10.8%, 8.1%였습니다. 전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증가율이 같은 기간 6.0%, 3.7%였다는 걸 고려하면 편의점의 나 홀로 성장은 주목할 만하죠. 편의점의 매출 규모의 성장세도 뚜렷합니다. 2020년 약 26조 원 규모였던 편의점 매출액의 작년 추정 규모는 약 35조 원에 달합니다.
🛍️ 백화점 앞지를까?
이제 편의점의 매출 규모는 오프라인 유통의 1인자 백화점을 능가할 정도입니다. 작년 5대 백화점(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AK 백화점) 70개 점포의 매출은 39억 6,185억 원이었는데요. 그중 3대 백화점(롯데, 신세계, 현대 백화점)의 매출 규모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의 17.4%로, 편의점이 차지하는 비중인 16.7%와 불과 0.7%P 차이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편의점 매출 비중(16.6%)이 백화점(15.2%)을 넘어선 이후, 편의점이 다시 한번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최강자로 떠오를지 눈길이 쏠리는데요. 경기 침체 탓에 명품 소비가 감소하는 등 백화점의 성장세가 둔화한다는 걸 고려하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편의점은 2021년(15.9%)에 이미 대형마트(15.7%)를 넘어서기도 했죠.
🏝️ 편의점, 천국인데?
편의점의 고속 성장, 비결은 편의점이 불황에 강하다는 점입니다. 치솟는 물가에 가성비 제품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편의점이 이런 수요를 충족한 것입니다.
가성비 도시락, 간편식 등을 내세운 편의점은 밥 한 끼를 대충 때우는 곳이 아닌, 저렴한 가격에 그럴듯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변모했습니다. 또 할인 쿠폰을 적용하거나, 1+1행사를 활용해 절약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 역시 편의점 매출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 인기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
최근 1인 가구가 급증한 것도 편의점의 질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은 2019년 처음으로 30%를 넘어선 뒤 매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소비패턴도 당장 필요한 제품만 소량으로 구입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중입니다.
편의점은 이 틈을 잘 파고들었죠. 높은 접근성이라는 무기를 가진 편의점이 소용량·소포장 제품을 내놓자, 편의점을 선호하는 소비층은 한층 넓어졌습니다. 1인분 용량의 밀키트뿐 아니라 소포장 과일·채소 등 신선식품과 생활용품 등으로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죠. 소규모 지역 상권을 촘촘히 장악해 가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한 데 성공한 겁니다.
📱 e커머스도 문제없다
여기에 e커머스의 성장이 편의점의 호실적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줬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일상에 빠르게 자리 잡은 e커머스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대체했는데요. 편의점은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군과, 택배나 금융 서비스 같은 부가 생활 서비스 등을 내세움으로써 e커머스 약진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편의점 라이벌 싸움, 이거 재밌네
현재 편의점 업계의 상황은 흥미진진합니다. 편의점 빅2인 CU와 GS25가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기 때문인데요. 한동안 이어져 온 ‘점포 수 1위 CU, 매출 1위 GS25’의 공식이 깨지기 직전입니다.
👑 편의점 왕좌, 누가 오를까?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와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매출과 점포 수, 영업 이익을 두고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칩니다.
매출
CU는 GS25의 매출을 턱밑까지 쫓았습니다. 작년 GS리테일의 매출은 전년보다 5.3% 증가한 11조 6,125억 원, BGF리테일의 매출은 전년보다 7.6% 증가한 8조 1,948억 원이었는데요.
GS리테일에서 편의점 사업 부문에 해당하는 GS25의 매출은 8조 2,457억 원으로, CU보다 약 500억 원 많았습니다. BGF리테일은 편의점 사업 부문을 별도로 집계하진 않지만, CU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9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CU와 GS25의 매출 격차는 2019년 9,130억 원, 2020년 8,037억 원, 2021년 4,492억 원, 2022년 2,022억 원으로 갈수록 좁혀지고 있습니다.
점포 수
CU의 점포 수는 GS25를 앞섭니다. 작년 기준 전체 국내 점포 수는 CU가 1만 7,762개, GS25가 1만 7,390개로 집계됐는데요. 2021년부터 지난 3년간 CU가 GS25보다 약 300개 더 많았습니다. 작년 한 해 증가한 신규 점포 수 역시 CU가 더 많았습니다. CU는 975개, GS25는 942개가 늘었죠.
영업이익
CU는 영업이익에서도 GS25를 따돌렸습니다. 작년 BGF리테일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 증가한 2,549억 원으로 추산되는데요. GS리테일은 10% 감소한 2,188억 원에 그칠 전망입니다. GS25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영업이익 우위를 지키다, 2022년에 CU에 자리를 내줬습니다.
🐢 선두 싸움에 가려진 자
한편, 편의점 업계의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모두가 웃을 수만은 없습니다. 매출, 점포 수, 영업이익 모든 면에서 업계 3위인 세븐일레븐과 4위 이마트24는 영업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인데요.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작년에 덩치가 비슷한 미니스톱을 인수하며 승부수를 걸었으나, 일부 미니스톱 점주가 세븐일레븐이 아닌 CU와 GS25로 전환되기를 선택하며 외려 두 회사의 점포 수가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이에 최근 코리아세븐의 모기업인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수익성이 낮은 세븐일레븐 일부 사업의 구조조정 추진 의사를 밝히는 등 효율화를 꾀하는데요. 이마트의 자회사 이마트24는 10년간 지속된 이마트의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실적 부진을 떨치지 못하는 중입니다. 신규 출점과 사업 전략의 전환 같은 노력이 보다 절실한 때죠.
🌬️ 미니스톱, 그러고 보니 언제 사라졌지?
2022년, 롯데그룹은 일본 이온그룹의 미니스톱이 가지고 있는 한국 미니스톱의 지분 100%를 3,133억 원에 사들였습니다. 당시 한국 미니스톱은 편의점 업계 5위로, 점포 수는 2,600개 정도였는데요.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의 통합에 따라 미니스톱의 브랜드 사용권은 오는 3월 만료될 예정입니다. 지난 1월 기준 미니스톱의 점포 전환율은 95%로, 세븐일레븐은 기한 만료 때까지 모든 점포를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죠. 그러나 남은 미니스톱 점주들은 브랜드 사용 계약 기간이 만료할 때 자유롭게 브랜드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에 세븐일레븐을 비롯한 나머지 빅2 편의점은 매력적인 입지와 넓은 매장이 강점인 미니스톱을 매력적인 매물로 눈여겨봅니다.
편의점, 어디까지 진화할까
편의점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을 넘어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변신하면서 이젠 일상에 없어선 안 되는 곳이 되었습니다. 웬만한 마트와 백화점과 맞먹는 편의점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돈데요.
🍛 열일하는 편의점
일부러 편의점을 찾아가는 이유, 편의점마다 선보이는 PB 제품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각 편의점은 차별화된 자체 상품을 내세워 소비자의 발길을 유도하는데요. 작년에 전체 편의점 매출 중 PB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할 정도입니다.
CU의 대표 PB 제품인 연세우유 크림빵 시리즈는 출시된 지 2년 만에 누적 판매 5,000만 개를 달성했고, GS25의 점보라면 시리즈는 신라면과 육개장 등 일반 라면을 제치고 매출 상위권을 기록했죠.
세븐일레븐은 전 세계에 진출해 있다는 강점을 살려 일본, 대만, 태국, 베트남, 미국 등 5개국에서 인기 있는 PB 제품을 선별해 국내에 출시했습니다. PB 제품이 매출 상승의 필승 전략으로 통하면서, 편의점 업계의 PB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입니다.
🔍 PB(Private Brand): 유통업체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자체 브랜드를 의미합니다. 제조업체가 제품을 기획·제작해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일반 제품과 달리, PB 제품은 유통업체가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제조업체에 제작을 의뢰하는데요. 유통이나 마케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절약되기에 가격경쟁력이 높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편의점 PB는 삼각김밥, 도시락, 커피 등을 거쳐 ‘유어스’(GS25), ‘헤이루’(CU) 등의 자체 브랜드로까지 발전했죠.
🎁 편의점에서 설 선물 해결하신 분?
이제는 명절 선물도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시대입니다. 지난 설, 편의점 업계는 골드바, 고가의 한정판 위스키 등 이색적인 선물을 공개했는데요.
가장 비싼 선물이 백화점이 아닌 편의점에서 나왔을 정도입니다. 5억 원에 달하는 CU의 ‘윈저 다이아몬드 쥬빌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그러나 사실 편의점들이 실제 판매를 노리고 고가의 명절 선물을 내놓는 건 아닙니다. 백화점 못지않게 고가의 명절 선물을 판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더 큰데요. 따라서 편의점 본사 역시 이런 선물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게 아니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있다면 수입판매업체에 주문하는 식으로 중개·유통만 합니다.
🏦 이게 진짜 편의점이라고?
편의점의 진화는 매장 공간 자체의 변신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일반적인 점포와는 다른 특화 점포가 성행하기 시작한 건데요.
CU는 작년 12월 홍대 지역에 ‘라면 라이브러리’(CU 홍대상상점)를 열고 오직 라면에 특화한 체험형 매장을 선보였습니다. 일반 편의점과 비교해 라면으로 벌어들이는 매출은 20배나 더 많았죠. GS25 역시 2022년 성수동에 팝업스토어가 접목된 특화매장 ‘도어투성수’를 열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이외에 금융특화매장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편의점에서 ATM을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금융기업과 협업을 통해 공과금 납부, 예금, 대출, 환전 같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했죠. GS25는 업계 최초로 카드 발급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특화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많을수록 매출도 늘어날 거란 기대가 뒤따르죠.
📬 느리지만 꽤 괜찮은 편의점
반값 또는 알뜰 택배 역시 편의점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GS25가 2019년 선보인 반값 택배는 편의점 간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길면 4일까지 걸리지만, 저렴한 배송비 덕에 꾸준한 수요를 보여 왔습니다.
GS25는 편의점 상품을 유통하는 기존 물류 시스템에 택배 물건만 얹음으로써 합리적인 가격으로 택배 상품을 내놓을 수 있었죠. CU 또한 알뜰 택배 서비스를 도입하며 약 422% 수준의 이용 건수 성장세를 보인 적 있습니다. 다만, 소비자의 택배 수요를 물건 구매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은 편의점의 숙제로 남습니다.
편의점은 멈추지 않아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준 편의점 업계지만, 우상향의 성장 곡선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업계 평균 매출은 증가하나,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탓에 점포당 평균 매출액은 1% 수준에 그치기도 하는데요. 이에 미래를 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여기 한국인가 혹시?
편의점은 해외 점포를 늘리는 등 해외 사업 판로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 정체의 돌파구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인데요. 편의점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거나, 이미 해외 편의점 브랜드가 자리 잡은 곳에서 한국의 편의점 문화는 점점 확산하는 중입니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주요 편의점은 약 1,000개 이상의 해외 점포를 운영 중이었죠. CU는 2018년 몽골에 첫 해외 점포를 낸 후 작년 말 기준 해외 점포 510개를 달성했고, GS25는 지난 7일, 해외 점포 수가 작년 말(498개)보다 늘어난 518개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CU의 해외 매출액(2018~2022년)은 연평균 12%씩 성장했고, GS25의 2022년 해외 매출액은 2018년 첫 진출 당시보다 35배 불어났습니다.
🗺️ PB는 한국 밖에서도 통한다
편의점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은 PB 제품의 직수출 성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 편의점 4사는 인기 PB 제품을 수출하면서 해외 사업을 확대하는데요.
CU는 현재까지 미국, 중국, 영국, 네덜란드, 몽골, 말레이시아 등 20여 개 국가에 PB 상품을 수출하고 올해 1,000만 달러라는 연간 수출액 목표까지 세웠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일본 대표 잡화점 돈키호테에 PB 제품을 직수출할 계획이죠.
GS25 역시 PB 제품을 전 세계 33개국에 수출하면서 작년 수출액 100억 원을 넘겼습니다. 세븐일레븐은 하와이, 대만 등에 PB 제품 약 40개 품목을 수출했고, 이마트24 역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 있는 해외 점포를 비롯해 미국 H마트와 홍콩 소매업체 JHC 등에 PB 제품을 수출하죠.
🤖 미래형 편의점 미리보기
AI의 열풍은 편의점 산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AI 기술을 접목한 무인 편의점이 대표적인데요. 편의점 앱에서 생성된 QR코드를 찍으면 제품을 들고 퇴장해도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식이죠. 셀프계산대가 마련된 기존의 무인-반무인 하이브리드 편의점과는 엄연히 다른 형태입니다. 계산 오류 등의 한계가 있기에 아직 테스트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자동화를 향한 업계의 의지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트렌드를 알고 싶다면 편의점에 가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편의점 업계는 성장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데요. 별생각 없이 방문할 수 있는 편의점이지만, 알고 보면 편의점만큼 우리 사회의 단면과 사람들의 심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도 없는 것 같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편의점이 또 어떻게 보여줄지, 앞으로도 기대되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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