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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LETTER/산업 LETTER

새로운 인공지능 ASIC 시장의 선두주자, 브로드컴

by 칲 조 2025.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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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역을 이용한 인터넷 네트워크,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같은 무선 통신, 클라우드 컴퓨팅 등 정보통신 서비스는 현대 인류 문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프라로 꼽힙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브로드컴의 반도체가 탑재되지 않는다면 한순간도 운영될 수 없다는 사실, 알고 계시는가요?

 

브로드컴은 지난 12일엔 어닝 서프라이즈 소식과 함께 빅테크와 AI 반도체 공동 개발 소식을 전하면서 며칠 사이 주가가 40% 가까이 오르기도 할 정도로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입니다. 오늘은 브로드컴의 역사와 최근의 주가 상승 이유, 마지막으로 브로드컴의 전망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브로드컴, 모든 것을 연결하다

🤝 교수와 제자의 공동 창업

브로드컴은 19918UCLA 전기공학과 교수 헨리 사무엘리와 그의 대학원 제자 헨리 니콜라스에 의해 설립됐습니다. 1980년대에는 전화선을 활용한 인터넷 접속망이 표준이었는데요. 두 사람은 군에서 사용하던 광대역 통신 시스템을 보다 저렴하게 개편해 민간에 도입하려는 연구를 진행했죠.

브로드컴 코퍼레이션을 창업한 헨리 니콜라스

 

그러던 중 통신업계 관계자가 사무엘리에게 관련 제품을 직접 개발해 볼 것을 권유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만들 게 된 것이 바로 브로드컴이죠. “Connecting Everything(모든 것을 연결하다)”이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두 사람의 목표는 창업 초기부터 통신용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 셋톱박스 반도체 개발 성공, 날개를 달다

1993년 브로드컴은 통신 장비 제조사인 사이언티픽 애틀랜타에 TV 셋톱박스용 반도체를 납품하며 첫 성공을 거뒀습니다. 1994년 회사의 매출은 500만 달러를 돌파했고, 1996년쯤엔 인터넷 사용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며 모뎀용 고성능 반도체를 개발하던 브로드컴의 매출도 폭증했죠.

 

1997, 브로드컴의 매출은 3,700만 달러를 달성하며 불과 3년 만에 7배 이상의 성장세를 자랑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1998년엔 시장의 열렬한 관심을 받으며 나스닥에 입성했는데요. 상장 당시 브로드컴은 15개국에서 11,750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당당한 정보통신 생태계의 주축으로 떠오른 상태였습니다.

 

가장 강력한 무기, 공격적인 인수합병

브로드컴은 상장 이후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단행하며 단기간에 규모를 확장했습니다. 19991월 컴퓨터 네트워킹 스타트업 매버릭 네트웍스 인수를 시작으로 4월에는 홈 네트워킹 스타트업 에피그램, 2000년에는 인터넷 보안 솔루션 기업 블루스틸 네트웍스를 인수한 건데요. 2000년 한 해에만 11개의 기업을 인수할 정도로 열성적인 모습입니다.

 

브로드컴은 2011년까지 기준을 넓히면 누적 50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수없는 인수를 통해, 그들은 15천 개 이상의 특허를 확보하면서 꾸준히 미래 사업의 기반을 닦을 기술력을 확보했죠. 많은 분야에 걸친 강소 스타트업을 꾸준히 인수한 덕에 와이파이·블루투스 통합 반도체 등 다방면의 기술을 융합한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 2015, 아바고에 인수되다

2015, 브로드컴은 반도체 기업 아바고(Avago)370억 달러(53조 원)로 인수됐습니다. 아바고는 미국 전자제품 업체 HP의 반도체 부문이 분사해 탄생한 기업으로 당시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었고, 2014년에도 반도체 팹리스 LSI 코퍼레이션을 66억 달러(9.5조 원)에 인수하는 등 매우 공격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구사하던 기업입니다.

 

아바고는 유·무선용 반도체에서 인지도가 뛰어나던 브로드컴의 브랜드를 활용하기 위해 아예 사명을 피인수 기업인 브로드컴으로 변경했습니다. 2017년 브로드컴은 1,210억 달러(175조 원)에 오랜 라이벌 퀄컴을 인수하려 했으나 규제 당국의 개입으로 실패했고, 대신 2023VM웨어를 610억 달러(88조 원)에 인수하는 등 여전히 활발한 인수합병 시도를 이어가죠.

 

💡 반도체와 인프라, 2축 사업구조

브로드컴의 사업 부문은 크게 반도체 솔루션과 인프라 소프트웨어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반도체 솔루션 부문에선 유·무선 통신, 서버 스토리지, 광대역 등 다양한 용도의 반도체를 설계 및 판매하며, 인프라 소프트웨어 부문에선 보안, 클라우드, 데이터 관리 등의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죠.

 

전통적으로 매출액이 반도체 솔루션 부문에 편중돼 있었던 브로드컴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2018년 인프라 및 보안 솔루션 소프트웨어 기업 CA 테크놀로지를, 작년 가상화 소프트웨어의 선두 주자 VA웨어를 인수했습니다. 덕분에 점차 편중됐던 사업 구조가 개선되는 모습인데요. 올해 3분기 기준 반도체 솔루션 부문이 72.7억 달러의 매출을, 인프라 소프트웨어 부문이 58억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브로드컴 매출 변화('19~'24) (출처: App Economy Insights)


새로운 기회, 인공지능 ASIC 시장

AI 시대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준공

202211월 오픈AI가 챗GPT를 세상에 선보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AI 시대가 개막했습니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테슬라 등 빅테크는 고객에게 양질의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사의 AI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 앞다퉈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준공하는데요. 기존의 데이터센터에 비해 압도적인 규모로 추진되는 이런 데이터 센터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 센터라고 부릅니다.

 

🔎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기준이 하나로 정의되진 않았지만, 통상 5,000대 이상의 서버에 1만 제곱미터 이상의 면적을 차지하는 데이터센터를 지칭합니다. 최근에는 기준이 향상돼 10만 대 이상의 서버에 22,500제곱미터의 면적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의 핵심이 될 엔비디아의 AI B200의 가격은 개당 3만 달러(4,300만 원) 수준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입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스타게이트는 엔비디아의 AI 칩 구입에만 1천억 달러(145조 원)가 쓰일 전망인데요. 이렇듯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해서는 웬만한 기업은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죠.

 

💪 대안으로 떠오른 ASIC

이미 엔비디아가 독점 구도를 굳힌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가격임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엔비디아의 GPU를 구입해왔던 AI 업계에서 최근 ASIC(특정 목적 집적회로)가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ASIC는 특정 용도 혹은 특정 기기에 알맞게 설계된 반도체를 의미하는데요. 표준 규격이 존재해 다양한 제품에 탑재되는 범용 반도체와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H100, H200, 그리고 차기작인 B100, B200 등 엔비디아의 AI 칩이 대표적인 범용 반도체로 볼 수 있지만, 범용이라는 특성 때문에 데이터 학습 또는 추론과 같이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에 최적화되진 않았습니다. 이에 특정 기능에서는 엔비디아의 AI 칩보다 뛰어난 성능을 제공하는 ASIC를 사용자가 자체 설계할 수 있다면 더욱 향상된 결과물을 얻고, 동시에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힘을 얻죠.

 

🚀 브로드컴, ASIC 열풍에 올라타다

이런 흐름 속에서 ASIC 역량을 갖춘 브로드컴의 역할이 주목받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선 매우 복잡한 인공지능 ASIC를 온전히 본인의 힘으로 설계하는 것보다 브로드컴과 협력을 통하는 것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죠. 브로드컴은 그 대가로 해당 기업으로부터 개발 비용과 IP(설계 자산) 사용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가 이득입니다.

 

🔎 반도체 IP(설계 자산): 반도체 설계 과정에서 쓰이는, 기능 단위로 블록화된 설계 데이터를 의미합니다. 이를 활용하면 새로운 칩을 설계할 때 이전에 만들었던 설계 구조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으므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죠. 따라서 팹리스의 입장에서는 고품질의 IP를 최대한 많이 확보할수록 칩 개발 과정에서 유리함을 점할 수 있습니다.

 

브로드컴은 현재 구글, 오픈AI, 메타, 바이트댄스 등 수많은 빅테크와 ASIC 협력 사업을 진행하는데요. 무려 60%를 상회하는 이익률을 기록하며 상당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최근 JP모건은 인공지능 ASIC 시장이 향후 연평균 20%씩 급성장할 것이며, 특히 현재 브로드컴이 55~6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지배적 위치를 굳히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죠.

 

👑 ASIC 경쟁력의 비밀

브로드컴이 ASIC 역량에 있어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비결은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의 오랜 업력 및 인수합병을 통해 이룩한 IP 자산과 기술력, 그리고 주요 기업과 구축한 오랜 협업 관계가 꼽힙니다.

 

1️⃣ 오랜 업력을 통해 검증된 기술력

브로드컴은 창업 초기부터 꾸준한 칩 설계 경험을 쌓았고, 현재는 이더넷 구동에 필요한 제리코3-AI, 토마호크5, 토르2 등 자체 설계한 반도체를 TSMC의 첨단 공정을 통해 생산합니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브로드컴의 IP 자산 및 기술력은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됐죠. 브로드컴은 자사의 ASIC 설계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칩 출시 주기를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 이더넷: 이더넷은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데이터를 유선으로 연결하고 전송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술입니다. 주로 회사나 집 같은 한정적인 공간에서 쓰이고, 데이터를 잘게 나눠 전달해 빠르고 안정적인 통신을 제공합니다. 오늘날 가장 널리 사용되는 네트워킹 기술 중 하나죠.

 

2️⃣ 활발한 인수합병

자체 확보한 기술력 외에도 브로드컴은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을 통해 피인수 기업이 보유한 고품질의 IP 자산과 기술력을 빠르게 습득했습니다. 브로드컴이 2014년 인수한 LSI 코퍼레이션은 ASIC 분야에서 40년 이상의 경험을 보유한 업체가 대표적으로, 초창기 ASIC 시장의 개척자로 평가받죠. 자체 반도체 IP 저장소 Coreware를 기반으로 과거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맞춤형 CPU를 설계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3️⃣ 탄탄한 협력관계

브로드컴은 이미 2016년 이전부터 TPU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구글과 협력을 시작했는데, 협업 관계는 차기작인 TPU v7 개발 프로젝트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메타 또한 자사의 1·2세대 AI 훈련용 반도체 MTIA 설계 과정 초기부터 브로드컴과 협업했으며, 브로드컴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바이낸스,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애플과도 협업을 진행 중이죠. 인공지능 ASIC 시장 초기부터 입지를 굳혔던 것이 성공의 초석이 된 셈입니다.

구글 TPU

 

🔎 TPUMTIA: TPU(Tensor Processing Unit)는 머신러닝에 최적화된 반도체로 구글에 의해 개발됐습니다. 20131세대 TPU 개발 이후 현재는 6세대 TPU 트릴리움(Trillium)이 공개됐죠. 한편 MTIA(Meta Training and Inference Accelerator)2023년 메타가 개발한 추론형 반도체로 자사의 SNS 서비스에서 순위 추천 및 광고 제공 알고리즘 구동에 활용되고 있죠.

 


산적한 난제, 그럼에도 기대되는 이유

기존의 성장 공식, 이젠 쉽지 않다?

튼튼한 기술력과 사업 경쟁력을 통해 견실한 성장을 이어가는 브로드컴이지만, 아예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최근 전 세계 반도체 업계 인수합병이 반독점 문제 및 지정학적 사유로 좌절되는 사례가 늘어나는데요. 엔비디아 역시 ASIC 사업에 진출하는 등 지각변동을 맞이했죠.

 

점차 높아지는 M&A 허들

현재 브로드컴의 전신인 아바고와 구 브로드컴 모두 거침없는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과 반도체 설계 자산을 흡수하고, 빠르게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반독점 이슈가 떠오르는 한편, ·중 갈등 등 지정학적 문제가 결합하며 반도체 업계 내 인수합병에 대한 견제가 강해지는데요. 결국 인수합병이라는 과거의 성장 공식이 위협받는 것이죠.

 

2017년 브로드컴은 퀄컴을 1,210(175조 원) 달러에 인수하려 시도했지만, 독점 우려로 극심한 반대를 받았습니다. 특히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브로드컴의 본사가 싱가포르고, 중국계 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는 점을 비판하며 해당 인수 시도를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했죠. 최근 브로드컴의 VA웨어 인수 시도에서도 독점 우려가 제기돼 곤란을 겪었는데, 점차 반도체 빅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립니다.

🤦 과열되는 ASIC 시장

인공지능 ASIC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글로벌 반도체 거인의 진입이 증가하고, 점차 경쟁이 과열된다는 점도 우려할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가 최근 메모리, 파운드리 등 반도체 전 분야에 두루 확보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ASIC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최근 네이버와 추론용 칩 마하 1을 개발하는 등 가시화된 성과도 눈앞인 상황이죠.

 

심지어 범용 GPU에 집중하던 엔비디아 역시 올해 ASIC 사업부를 신설하며 시장에 뛰어들었고, 대만의 노바텍, 미디어텍도 미국 기업과 ASIC 협력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격해지는 경쟁 환경 속에서 브로드컴이 ASIC 사업 관련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과거와 다른 수준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1조 클럽 가입, AI 대장주 등극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브로드컴의 시가총액은 2024년에 1조 달러(1,446조 원)를 돌파하며 역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했습니다. 주요 경쟁자 엔비디아의 주가가 최근 횡보하는 가운데 달성한 의미 있는 성과인데요. 그만큼 시장에서 브로드컴의 고유한 경쟁력을 인정받는다는 신호로도 읽을 수 있죠.

 

일각에서 제기되는, 브로드컴이 엔비디아를 제치고 새로운 AI 대장주로 올라섰다는 분석이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 환경에도 불구하고 브로드컴이 과거의 혁신 DNA를 유지하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브로드컴은 지금과 같이 세계의 주목을 받기 전에도 교수와 그의 대학원 제자의 의기투합으로 탄생하고, 불과 5년 만에 나스닥에 입성했던 드라마 같은 기업입니다. 그럼에도 안주하지 않고 끝없는 노력을 통해 마침내 올해 1조 달러의 기업가치라는 금자탑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은데요. 특히 중요한 고비마다 수십조 규모의 인수합병을 결단하고, 끝없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진정한 기업가 정신으로도 볼 수 있죠. 최근 불경기를 지나며 방향성을 잃고, 침체에 빠진 많은 기업에도 브로드컴의 성공 신화는 훌륭한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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