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부채, 얼마나 심각할까

한국일보

 

🔎 3줄 요약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세계적으로 봐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2008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저금리, 은행권의 가계대출 선호 등이 원인인데요.

 

가계부채 증가는 경제 성장과 효율적 자원 배분을 가로막는 만큼 강력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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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대출을 동원한 부동산 투자가 급증했기 때문인데요.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를 끼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갭투자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택 관련 대출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약 560조 원으로 전달 대비 7조 6천억 원가량 늘었는데, 이는 통계 집계 후 역대 최고 증가 폭이죠.

 

안 그래도 심각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가 다가올 금리 인하로 인해 더 악화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세계 1위 수준인 우리나라, 대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왜 이렇게 커졌고, 늘어난 가계부채는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오늘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를 파헤쳐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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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계부채, 얼마나 심각하길래?

🥇 가계부채도 세계 1위 안 놓쳐

올해 1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882조 8천억 원에 달합니다. 경제 규모(국내총생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8.9%로 세계 주요 34개국 중 1위를 기록했는데요. 스위스와 호주, 캐나다까지 포함할 경우 세계 4위로 낮아지긴 하지만,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높은 것은 분명합니다.

 

📊 코로나19가 왕창 늘린 가계부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2020년 3분기 100.5%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를 돌파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가계 빚이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넘어선 것인데요. 이후 2022년 1분기 105.5%로 피크를 찍고, 올해 1분기 들어 다시 90%대로 낮아졌습니다. 팬데믹 당시 영끌과 빚투 열풍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했다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며 증가세가 한풀 꺾인 거죠.

 

👀 가계부채, 어느 정도면 괜찮은 거야?

한국은행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약 80% 정도면 적절하다고 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서면 경제 성장이나 금융 안정에 위험하다고 말했는데요. 점진적으로 이 비율을 80%까지 낮춰가는 것이 목표라고도 덧붙였습니다.

 

👎 부채의 질도 안 좋아져

가계부채의 규모도 문제지만, 부채의 질이 나빠진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부채의 질이 나빠진다는 것은 상환 여력이 낮은, 부실화된 빚이 늘어난다는 뜻인데요.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다중채무자 등 취약 차주의 대출 연체율이 점점 높아지는 중입니다. 이렇게 부실채권이 늘어날 경우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이 악화하고,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스템까지 뒤흔들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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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왜 이렇게 늘어났어?

📉 2008 금융위기 이후의 저금리 국면

2008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대출금리가 낮게 유지됐습니다. 금리가 낮다 보니 예금 같은 안전자산의 매력도가 낮아졌는데요. 그러다 보니 금융기관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수익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와 함께 완화적인 대출 규제하에 전세 대출도 확대되면서 가계부채가 꾸준히 증가했죠.

 

🏦 은행들도 선호하는 가계대출

은행이 가계대출을 선호한 것도 한몫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들은 이자 이익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인데요. 이중 특히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은 기업 대출에 비해 연체율이 낮고, 수익성도 높아 은행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이런 관행이 자리 잡게 된 데에도 2008 금융위기의 역할이 컸는데요. 당시 금융위기의 여파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기업 대출이 부실화하자, 기업 대출에 주력하던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로 눈을 돌리게 됐죠.

 

🚧 대출 규제도 뒤늦게 부랴부랴

우리나라의 대출 규제 도입이 늦었던 것도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개인(차주) 단위 대출 규제를 시행 중인데요. 하지만 캐나다와 미국, 이스라엘 등 주요 국가가 2010년대 초중반 규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2019년이 돼서야 이런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도입 후에도 전세자금 대출이나 중도금 대출, 예·적금 담보대출에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죠.

 

🔍 대출 규제를 위한 각종 지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Debt Service Ratio)은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의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킵니다. 대출 규제를 위해 활용되는 대표적인 지표인데요. 현재 국민 누구나 1억 원 이상의 대출을 받을 때 40%의 DSR 제한을 받습니다. 1년에 4천만 원을 벌면 1년 동안 내는 원리금 상환액이 1,600만 원을 넘으면 안 되는 거죠.

 

LTV(주택담보인정비율)

LTV(Loan To Value ratio)는 우리말로 '담보인정비율’이라고 합니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적용되는 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 가능 한도를 의미합니다. 예컨대, LTV가 70%라면 은행은 10억짜리 아파트 담보로 7억까지 대출 자금을 제공할 수 있죠.

 

DTI(총부채상환비율)

DTI(Debt To Income Ratio)의 약자로 연 소득 대비 대출 상환액을 의미합니다. LTV의 기준이 주택 가격이라면 한다면, DTI는 돈을 빌리는 사람의 상환 능력이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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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괜찮을까?

🆗 엄청 위험한 건 아니지만 좋진 않아

늘어난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 전체를 뒤흔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왔기에, 한순간에 대출이 부실화할 우려는 크지 않은데요.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위기에 몰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이 늘고, 최근 들어선 연체율까지 급증하는 점은 위험 요소입니다. 높은 가계부채 비율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성을 갉아먹는다는 점에서도 부정적이죠.

 

1️⃣ 가계부채 늘면 안 좋은 이유1 – 소비저해

가계부채가 늘면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늘어나면서 소비가 줄어들고, 그에 따라 경기가 둔화할 수 있습니다. 저금리 국면이 오래 지속되면 큰 문제가 없지만, 지금처럼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가 장기화할 경우 높아진 이자 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소비를 줄이거나 파산하는 가계가 늘어날 수 있는데요. 소비가 줄면 자연스레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도 덜 팔리고, 경기도 나빠지겠죠.

 

2️⃣ 가계부채 늘면 안 좋은 이유2 – 부동산

부동산에 집중된 가계부채는 사회 전반적으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합니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산업 중 부동산 관련 산업의 대출 집중도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전체 GDP 대비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24% 수준으로,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을 크게 상회하는데요. 부동산이나 임대업은 산업의 특성상 생산성이 낮은 편입니다. 돈이 투입되는 것에 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 적다는 거죠. 전자 산업이나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은 매우 낮지만, 대출 집중도는 훨씬 높아 우리나라의 경제적 성장을 가로막기 쉽습니다.

 

3️⃣ 가계부채 늘면 안 좋은 이유3 – 자산불평등

가계대출의 증가는 자산 불평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보통 고소득자일수록 대출 접근성도 높기에, 고소득자는 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산을 더 쉽게 증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득이 높아질수록 소비 성향도 낮아지는데요. 이미 소득이 높으니, 투자로 얻은 추가 소득을 써버리기보단 또다시 자산 증식에 활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고소득자의 경우 대출이 늘더라도 사회 전체적인 소비가 크게 늘진 않는데요. 정작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은 대출 접근성이 낮아 소비를 쉽게 늘리기 어려워집니다. 이렇게 가계부채의 증가는 사회 전체적으로 자산 불평등을 유발하고, 경제 전체의 활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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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할까?

🏢 은행이 기업 대출을 늘리도록

공급 측면에선 금융기관이 가계대출보다 기업 대출을 선호할 여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은행이 기업 대출채권을 쉽게 유동화(현금화)할 수 있게 만들어 기업 대출 유인을 높이고, 공공 보증기관 혹은 민간 보증기관의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낮춰 가계대출 유인을 줄이는 식으로 유도할 수 있죠.

 

⛔ 더 강력한 대출수요 규제

수요 측면에선 가계대출 자체를 억제하고, 가계대출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는 걸 막아야 합니다. 정부는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정책자금 대출금리를 소폭 인상했고, 오는 9월 1일부터는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으로 대출 한도를 옥죄는데요. 이러한 조치에도 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전세대출과 정책자금 대출에도 DSR 규제를 적용하는 등 더 강력한 조치에 나설 예정입니다.

 

🔍 스트레스 DSR: 대출금리 상승으로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날 것을 감안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낮추는 제도입니다. 과도한 가계대출 확대를 막고 가계부채 질적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올해 2월부터 도입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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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가계대출이 부동산 시장과 맞물리며 서로서로 키워가는 구조입니다. 멈추지 않는 서울 집값 상승세가 부동산 매매 수요와 대출 수요를 부추기는데요. 이번에도 대출과 부동산의 강력한 연결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가계부채 문제는 물론 집값 문제 해결도 요원해지는 만큼, 정부의 날카로운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