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표는 좋은데 체감이 잘 안돼.. 바이브세션 알아보기

 

🔍 3줄 요약

 

미국 경제의 고용 및 성장 지표는 개선됐지만, 유권자는 경제가 침체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으로는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는 추세지만, 이미 물가가 크게 올라 가계 재정의 압박을 받기 때문인데요.

 

이에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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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앞두고 경제 문제가 유권자들 사이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릅니다. 현재 미국의 경제는 고용과 성장 측면 모두 견조한 상황이지만, 정작 미국 유권자 사이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실패했다거나 미국이 현재 경기 침체에 놓여있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연일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적 무능함을 공격하는데요. 오늘은 경제 지표와 체감 경기와의 괴리를 의미하는 바이브세션의 개념과 미국에서 바이브세션이 나타난 배경, 앞으로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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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세션이란?

🤔 경제 지표는 좋다는데 체감은 안 돼

바이브세션(vibecession)은 분위기를 의미하는 ‘바이브(vibe)’와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리세션(recession)’의 합성어로, 객관적인 경제 상황은 좋은데 경기 침체인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는 2022년, 경제 저술가 카일라 스캔런이 고안한 개념인데요. 최근 각종 경제 지표가 경기 호황을 나타내는 반면,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계속 나빠지면서 '바이브세션'이라는 개념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죠.

 

📈 현재 미국 경제는 호조

미국 경제의 컨트롤 타워로 여겨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은 최근 미국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높은 금리에도 고용시장이 호황을 보인다는 점에서 고무적인데요. 지난 5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은 27만 2,000명 증가해 예상치(19만 명)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실업률 역시 4.0%로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무르죠.

인플레이션의 지표가 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4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해 연준의 목표인 2%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죠. 2022년 6월의 7.1%와 비교하면 2년 만에 3분의 1 정도로 줄어들었고, 작년 4월 수치인 4.4%와 비교해도 크게 개선됐기 때문입니다. 뉴욕 증시 역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활기를 띱니다.

 

😲 절반 이상이 경기침체라고 응답

그러나 미국 국민의 생각은 다릅니다. 지난달 22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응답자의 56%가 "미국이 현재 경기침체를 겪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또 49%의 응답자는 실업률이 50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 인식했는데요.

 

최근 역대급 호황을 누리는 미국 고용 시장 상황과 정반대되는 응답인 거죠. 물가상승률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72%가 물가상승률이 상승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추세인데도 말이죠. 이러한 설문 결과는 최근 미국 사회에 만연한 바이브세션을 상징합니다.

📉 소비자 심리지수도 3개월째 하락

작년 겨울부터 상승 흐름을 보이던 소비자 심리지수 또한 3개월째 하락세입니다. 미시간 소비자 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미래 소비가 증가할 것을 나타내고, 100보다 낮으면 미래 소비가 위축할 것을 의미하는데요.

 

인플레이션이 최고치에 달했던 지난 2022년 6월 50.2까지 떨어졌다가, 작년 겨울부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면서 올해 3월 79.4까지 올랐죠. 그러나 4월엔 77.2, 5월 69.1를 기록하며 상승분을 반납했는데요

 

지난 14일 미시간 대학은 6월의 소비자 심리지수 예비치를 65.6으로 발표하며 3개월 연속 하락을 암시했습니다. 조앤 슈 미시간대 설문조사 책임자는 고물가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면서 개인의 소비 여력이 나빠졌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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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 생각보다 더 싫어해

😖 물가 상승이 실업률 상승보다 두 배 더 싫어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은 반비례 관계입니다. 물가가 치솟으면 실업률은 떨어지고, 실업률이 오르면 물가는 떨어지기 마련이죠. 일반적으로 정책 결정자는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물가와 고용의 중요도를 50대 50으로 보는데요.

 

반면, 시민들은 물가가 오르는 것을 훨씬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스테파니 스탄체바 교수팀이 실시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은 물가가 1%P 오르는 것을 실업률이 1%P 상승하는 것보다 두 배 더 싫어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인플레이션이 생활비 부담을 크게 올리는 동시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주기 때문이죠.

 

🏷 물가상승률과 물가 수준은 달라

또한 스텐체바 교수는 사람들이 경제 지표를 불신하며 슈퍼마켓이나 주유소에서 자신이 직접 느끼는 물가에 더 큰 비중을 둔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상승률과 소비자가 접하는 물가 수준은 다르다는 건데요.

 

물가상승률은 인플레이션의 정도를 의미한다면 물가 수준은 인플레이션의 결과로 책정된 현재 물건의 가격을 의미하는데요. 예를 들어 사과 가격이 매월 5%씩 오르다가 최근에는 2%씩 오르고 있다고 가정할 때,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완화했다고 말하지만, 소비자들은 사과 가격이 몇 년 전보다 몇 배 올랐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실제로 현재 미국 국민들이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다고 느끼는 가장 큰 원인은 주거비입니다. 지난 3월 미국의 주택가격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6.5%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요. 집값과 월세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이 2%대로 하락했다는 정부의 발표는 설득력이 떨어지죠.

주택가격지수

👛 임금이 오르지 않는 것처럼 보여

스텐체바 교수는 또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을 혐오하는 이유로 월급이 물가가 오른 만큼 따라 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명목 임금 상승률을 물가상승률로 나누어 계산하는 실질임금 개념과 연관돼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 이래 연평균 실질 임금 증가율은 0.5%를 넘지 않았죠. 명목상으론 월급이 크게 오른 것 같아보여도 가파른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월급이 이전과 비슷하거나 줄어든다는 거죠. 이와 관련해 아예 통화정책의 목표를 물가상승률 대신 명목 임금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죠.

 

이에 일각에서는 통화정책의 목표를 물가 안정화가 아니라 실질 임금 증가로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래야 금리를 올린다는 소식이 부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줄어든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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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 끼칠 영향

🤬 고물가 물고 늘어지는 트럼프

미국 CBS 방송과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지난 5~7일 유권자 2,063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가장 중요한 대선 이슈로 경제(88%)와 인플레이션(75%)을 꼽았습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일 물가 상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는데요. 트럼프 정부 때의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9%에 불과했지만 바이든 정부 때는 5.3%로 급등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자극하죠.

👍 다른 경제 지표는 바이든 우위

그러나 물가 상승을 제외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객관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보다 우세합니다. 트럼프 정부 4년간 평균 경제 성장률이 1.4%였던 것과 비교해 바이든 정부 3년간 평균 경제 성장률은 3.4%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평균 실업률 역시 트럼프 정부 시절 5%에서 바이든 정부 시절 4.2%로 낮아졌죠.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의 성장과 고용에서의 경제적 성과가 물가에 묻히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 유권자 인식 돌리는 데 집중해야

다만 최근 유권자의 경제 인식이 조금씩 변화한다는 신호도 나옵니다. 지난 9일 파이낸셜타임스와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이 공동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의 경제 정책이 경제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률이 작년 11월 26%에서 이달 32%로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대선 경쟁에서 트럼프의 맹공격을 방어하기엔 아직 역부족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석좌교수는 현재 바이든 캠프가 미국 사회에 만연한 바이브세션 때문에 손해를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바이든 캠프는 작년 11월 여론조사 이후 바이든 정부의 경제적 성과를 강조하는 신조어인 ‘바이드노믹스’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는데요. 이를 두고 ‘사실 우리 경제는 좋다’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했을 때 되레 유권자들이 ‘내가 경기가 안 좋다고 느낀다는데 왜 당신들이 내 경험을 무시하느냐’라고 반감을 품을 것이 두려워 바이든 캠프가 경제 성과를 제대로 홍보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러나 크루그먼 교수는 유권자들에게 경기가 나쁠 땐 나빠서, 좋을 땐 좋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면 대선에서의 패배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 선거 전에 금리 낮출까

이런 상황을 미루어 보아 선거 전에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금리를 내렸다가 물가상승률이 더 오른다면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6월 FOMC에서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둔화한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좀 더 좋은 지표가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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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토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미국 대선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예상대로 인플레이션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TV토론으로 경제적 성과에 대한 대중의 오해를 풀 수 있을지, 아니면 오해가 더욱 깊어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