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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LETTER/산업 LETTER

줄소송 맞은 빅테크, 목줄 채우려는 미 정부

by 칲 조 2024.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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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FA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구글(Google), 애플(Apple), 페이스북(Facebook·Meta), 아마존(Amazon)의 머리글자를 따서 부르는 말이죠. 하나같이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미국의 거대 IT 기업입니다.

 

미국 정부가 이 네 개 기업 모두와 진검승부에 나섰습니다. 소송을 걸어서 법정 다툼을 시작하고, 기업을 쪼개버리겠다느니 알짜배기 사업부를 강제 매각하겠다느니 하는 과격한 이야기를 꺼냈거든요. 어쩌면 2024, 미국 경제는 물론이고 글로벌 IT 업계의 운명이 바뀌는 역사적인 해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일탈

미국 정부는 선전 포고의 명분으로 반독점(Antitrust)을 내걸었습니다. 지금껏 빅테크를 기르고 보살피면서 나라 경제의 기둥으로 삼았지만, 이제는 몸집이 너무 커져서 도리어 국가 경제를 잡아먹을 지경이 됐다는 판단인데요. 20세기 말엽부터 독점에 꽤 관대했던 미국 정부가 수십 년 만에 큰 결심을 했습니다.

🧩 독점=()경쟁

독점은 홀로() 차지한다()는 뜻입니다. 회사 하나가 시장을 지배하고 거의 유일한 공급자가 되는 상황, 다시 말해 경쟁자가 없는 상황을 말하는데요.

 

회사로선 시장 지배력을 휘두르면서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기에 그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경쟁사를 제거하고 독점적 지위에 오르려는 유혹은 어느 회사에나 달콤하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죠.

🔪 무시무시한 반독점법

과거 미국에선 주요 산업인 철도, 철강, 석유 업계에서 반경쟁적 독점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그 유명한 석유왕 록펠러(John Rockefeller)가 대표적이었는데요.

 

폐해가 지나치다 보니 19세기 말 정부가 반독점법을 만들어 규제의 칼을 갈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반독점법의 서슬은 시퍼렇기 짝이 없었습니다.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사()는 해체를 명령해 34개 회사로 산산이 찢어버릴 정도였습니다.

 

👀 선만 넘지 말자

반독점법이 달라진 건 1970년대의 일입니다.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기울고 일본과 독일 등 쟁쟁한 경쟁자가 떠오르던 시기. 미국 정부로선 독점 기업을 잡는 일보다도, 그 미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기르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그때부터 미국 정부는 독점에 꽤 관대한 태도로 돌아섰습니다. 노골적으로 경쟁자를 제치는 행태 정도는 얼추 눈감고 넘어갔습니다.

 

💝 아껴준 실리콘밸리

특히나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은 관대한 분위기에서 성장했습니다. IT 업계야 스타트업끼리 서로 잡아먹으면서 크는 게 일반적인 생태고, 그렇게 회사가 합쳐지면서 첨단기술이 시너지를 내는 것도 기대할 만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미국 국적의 빅테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일자리를 창출했으니 미국 정부로서도 빅테크가 어여쁘게 보였겠죠.

 

😒 빅테크의 비행

미국 정부와 빅테크의 알콩달콩한 관계는 2010년대 들어 깨져버렸습니다. 빅테크가 이름대로 너무나 커진 데다, 자꾸만 눈엣가시 같은 모습을 보였거든요. 한마디로 말하면, 편하게 돈 벌고 싶다는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매년 수많은 스타트업을 인수해서 경쟁자의 싹을 제거하고,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서 혁신 없이 돈을 만진 겁니다.

 

🗡 플랫폼의 갑질

특히나 빅테크의 플랫폼이 문제였습니다. 플랫폼은 이용자, 공급자, 소비자가 모이는 공간 그 자체인데요. 빅테크가 커다란 플랫폼을 구축해 놓고는 갑질을 일삼는 작태가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플랫폼에서 자사를 우대하면서 경쟁사를 말려 죽이는가 하면, 플랫폼에 입장하려는 중소기업에 과도한 수수료를 매기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줄소송 맞은 빅테크

결국 정부가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2019년부터 연방 법무부와 주 법무부는 물론,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까지 나섰는데요.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빅테크를 향한 칼끝이 더욱 날카로워졌습니다. GAFA 저격수로 유명한 인사를 규제 당국에 기용한 것부터가 분명한 선전 포고였습니다. 그 결과 지금 빅테크는 하나같이 급소를 노리는 소송을 마주했습니다.

검색과 광고 독점한 Google

202010월 구글은 글로벌 검색 엔진 시장의 점유율(90% 안팎)을 유지하기 위해 불공정한 수단을 사용했다는 혐의로 제소됐습니다. 구글을 아이폰과 기타 웹 브라우저에 기본 엔진으로 탑재하기 위해 100억 달러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했다는 것. 이는 경쟁사의 진입을 막기 위한 반경쟁 행위이므로, 다신 이러지 못하게 크롬 브라우저 등을 매각하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재판은 작년 9월에 시작됐습니다.

 

20231월엔 또 다른 굵직한 소송에 걸렸습니다. 이번은 디지털 광고 시장이 문제가 됐는데요. 구글이 독점을 목표로 경쟁사를 합병했다는 의혹과 함께 여러 광고 업체에 자사의 광고 기술을 강요했다는 혐의가 얹혔습니다. 구글의 광고 경매 플랫폼을 매각해 달라는 요구가 나왔습니다.

 

💡 구글이 검색 엔진 시장을 어떻게 독점했다고?

https://chief-cho.tistory.com/46

 

미정부, 구글 반독점법 위반으로 소송

중알일보 미국 법무부와 구글 간의 반독점법 위반 소송이 현지 시각 12일에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소송은 구글이 검색엔진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는

chief-cho.tistory.com

 

Facebook, 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했어?

올해 1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SNS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페이스북이 30억 명으로 1,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이 20억 명으로 3, 4등입니다. 얼핏 봐선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이 페이스북을 쫓는 경쟁자로 보이나, 사실 모두 한 지붕 아래의 가족입니다. 페이스북(메타)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각각 2012, 2014년 인수했죠.

 

2020FTC는 페이스북이 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의도로 경쟁사를 합병했다고 소를 제기했습니다. 다음 해 재판부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소를 기각했는데요. FTC가 추가 증거를 제출하면서 다시 바짝 달려들었습니다. 지금은 재판을 준비하는 상황입니다.

 

Amazon의 진상 갑질?

20239, 아마존은 다른 이커머스 경쟁사를 견제하려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혐의로 제소됐습니다. 자사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판매자가 동일 상품을 다른 플랫폼에 더 헐값으로 올릴 시 벌칙을 매겼다는데요. 아마존이 판매자에게 지나친 수수료를 부과했다는 점도 지적됐습니다. 자사를 통하지 않으면 판로가 막히는 판매자에게 사실상 갑질을 한 셈입니다.

이용자 가둬둔 Apple

애플은 지난달 21일 소송을 맞았습니다. 요점은 애플의 폐쇄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사용자 이탈을 불합리하게 막았다는 것. 혐의가 여러 개인데요.

 

예를 들어 아이폰에서 타사 스마트워치나 스마트월렛의 호환을 어렵게 해 자사의 상품(애플워치)과 서비스(애플월렛)의 사용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안드로이드와 iOS를 건너서 사용할 수 있는 슈퍼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방해해 아이폰 이용자가 여타 스마트폰으로 갈아타지 못하게 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 애플이 걸린 소송이 하나둘이 아니라는데?

 

https://chief-cho.tistory.com/702

 

미 정부, 애플에 반독점 소송 제기

⚖️ 그간 애플의 성공 비결로 여겨졌던 폐쇄적인 생태계가 애플을 겨냥한 화살로 돌아왔습니다. 미국 정부가 애플의 이러한 전략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보고 소송을 제기한 건데요. 애플 피소

chief-cho.tistory.com

 

https://chief-cho.tistory.com/479

 

미 대법원, 애플 앱스토어 외부결제 금지는 반경쟁적 한국은 지지부진

📱 애플과 구글은 각각 자사 앱 마켓에 입점한 앱에서 인앱 결제가 진행될 때 최대 30%의 수수료를 부과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인앱 결제를 강제해선 안 된다는 판결이 나와서 이목이 쏠렸는

chief-cho.tistory.com

 


소송이 끝이 아니다

빅테크는 소송만 이기면 위기를 넘기는 것 아닌가요? 아뇨, 소송은 시작일 뿐입니다. 미국 정부는 이참에 빅테크의 고삐를 단단히 쥐겠다는 마음입니다.

 

빅테크의 개별적인 반독점 행태를 다스리는 걸 넘어서, 반독점을 규제하는 접근법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태세인데요. 정부와 빅테크의 결투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법원만 아니라 의회도 지켜봐야 합니다.

 

🤝 초당적인 공감대

미국 정부의 움직임은 공화당 트럼프 정부부터 시작됐습니다. 이후 민주당 바이든 정부가 보다 적극적이긴 했으나, 빅테크를 규율하는 일이 민주당만의 생각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미국 정계엔 빅테크가 지나치게 커버렸다는 위기의식이 초당적으로 형성됐습니다. 단순히 시장 경제만 아니라 사회, 정치, 안보 전방위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 있었죠.

🏛하원의 청문회

그런 측면에서 20206월의 장면은 꽤 상징적입니다. 미국 연방 하원의 반독점 소위원회 청문회에 GAFACEO가 출석한 일인데요. 당시 소위원회 위원장은 청문회를 마치면서 빅테크가 독점적 권력을 지녔다고 단언하기까지 했습니다. 의회에서도 빅테크를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 빅테크 저격 법안

그로부터 1년 후 같은 소위원회에서 GAFA를 규제하는 패키지 법안 더 강력한 온라인 경제: 기회, 혁신, 선택(A Stronger Online Economy: Opportunity, Innovation, Choice)’을 발의했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이 초당적으로 발의한 법안인데요. 그 내용이 상당히 급진적이었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미국 정부는 1970년대 이래 독점을 규율하는 데 신중했습니다. 사실상 독점 기업이고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행태를 보였다 해도, 소비자 후생을 해치지 않는 한 규율하지 않았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독점 기업이 가격이나 품질로 장난치거나 억지로 다른 상품을 끼워 팔지만 않으면 내버려두겠다는 기조였는데요.

 

미 하원의 초당적 법안은 그런 기조를 완전히 뒤집는 내용이었습니다. 소비자 효용이 실제로 줄어들었는지에 대한 판단과 무관하게, 플랫폼 기업의 경쟁사 인수합병과 자사를 우대하는 불공정 경쟁,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무분별한 확장을 규제하도록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 새로운 접근법

이건 독점을 규율하는 접근법이 요동치는 신호입니다. '시장을 지배하는 플랫폼 빅테크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는가?' 이 질문에 매몰되지 않고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이 장기적으로 불러올 위험을 의식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합병해 어떤 폐해를 낳았는지를 보기 전에, 일단 합병 자체를 막겠다는 적극적인 접근법인 셈이죠.

 

👤 반독점의 아이콘

독점을 규율하는 패러다임이 움직이는 중심에 FTC의 수장 리나 칸(Lina Khan)이 있습니다. 칸은 2017년 발표한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기존의 반독점 패러다임으로는 아마존을 비롯한 플랫폼 기업의 독점에 적절히 대처할 수 없다며, 보다 선제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이후 바이든 정부에서 FTC의 위원장으로 발탁돼 빅테크 공격의 선봉에 섰습니다. 기대와 달리 FTC 수장으로서의 실적이 실망스럽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된 리나 칸

🚫 법안은 폐기됐지만

하원의 법안이 파격적이기는 했지만, 끝내 통과되지는 못했습니다. 독점을 잡다가 도리어 혁신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거센 데다, 지금 미국 빅테크를 때리면 중국만 웃을 거라는 걱정에 망설이기도 했는데요. 빅테크의 독점을 다스리려는 시도가 완전히 좌초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기존의 소극적인 접근법과 새로운 적극적 접근법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단계로 보이죠.


빅테크와의 힘겨루기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빅테크가 인간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빅테크를 관리하려는 고민은 우연하기보다는 필연적이기 때문입니다.

 

빅테크의 확장에 맞서는 전 세계적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 테크래시(technology+backlash)라는 신조어가 나왔을 정도입니다. 현재 EU도 애플과 구글의 반독점 행위를 고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빅테크의 전진 앞에 방어선을 세우려는 상황인데요. 정치와 경제, 그리고 빅테크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시도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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