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결격사유" VS 민희진 " 뉴진스 권리 침해" 갈등 완벽정리

연합뉴스

 

💡 3줄 요약

 

하이브의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독립을 두고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 갈등이 계속됩니다.

 

오는 5월 17일 법원의 판결에 따라 사건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인데요.

 

한편, K-POP의 발전을 위해 건강한 멀티 레이블 체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

지난 4월부터 대형 기획사 하이브와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어도어는 인기 걸그룹 뉴진스를 만든 레이블이라 많은 사람들이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갈등에 주목했는데요. 갈등 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날 선 비판은 물론 공격적인 언행이 이어지며 둘은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오늘은 아직 현재진행형인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 사이의 갈등을 정리했습니다.

경영권 탈취 vs 뉴진스 카피하고 홀대해

🏢 하이브의 경영권 탈취 주장

지난 4월 22일,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의 경영권을 하이브로부터 탈취하려 했다며 감사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어도어의 경영진이 하이브의 내부 정보를 빼돌리고, 이를 바탕으로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의 지분 80%를 매각하게 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했는데요.

 

어도어가 하이브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켜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의 지분을 어도어에 우호적인 인수자에 매각하도록 해 하이브로부터의 독립을 계획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하이브는 어도어에 대한 감사를 시작하는 한편, 민희진 대표의 사임 및 어도어 경영진 교체를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죠.

🧢 어도어, 뉴진스 카피 문제 제기했더니…

민희진 대표는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의혹에 즉각 반박했습니다. 또, 하이브의 또 다른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이 최근 데뷔시킨 걸그룹 아일릿(ILLIT)의 콘셉트나 안무가 뉴진스를 카피한 것 아니냐며 하이브에 문제를 제기했더니, 경영권 탈취 혐의를 씌워 자신을 해임하려 한다고 주장했죠. 하이브가 어도어의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기에 본인이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 하이브, 구체적 증거 공개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를 하이브로부터 독립시키려 했다는 내용이 담긴 구체적인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문서에는 하이브가 어도어의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여 해당 지분을 매수하도록 하는 계획에 대한 논의가 나와 있었습니다.

 

하이브는 어도어의 독립 계획은 아일릿의 데뷔 시점과는 무관하게 오래전부터 계획됐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는데요. 이에 더해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가 무속인으로부터 하이브로부터의 독립에 대한 자문을 구해온 정황까지 공개했습니다.

🎤 민희진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

4월 25일 민희진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에 나섰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민희진 대표는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고, 하이브가 뉴진스를 홀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뉴진스를 하이브의 첫 번째 걸그룹으로 데뷔시키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어기고 르세라핌을 먼저 데뷔시켰다는 것이 첫 번째 근거입니다. 또한 뉴진스를 홍보하는 과정에서도 하이브 측의 지시에 의해 여러 불이익을 받았다는 점도 강조했는데요.

 

민희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욕설을 섞어가며 솔직한 생각과 감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솔직한 감정에 기반한 진정성 있는 모습에 역대급 기자회견이었다는 평가와, 감정에 북받쳐 여러 사안에 대한 해명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공존합니다.

---

갈등의 이면에는 주주간계약이 있다?

📝 주주간계약이란

한편, 기자회견 전후로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갈등은 어도어 주주간계약이 배경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 및 어도어 경영진과 2023년 3월 주주간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주주간계약은 회사의 주주들끼리 체결하는 계약으로, 주주 간 합의 하에 주로 각자 보유한 주식의 양도나 책임 등에 대한 내용을 정하는 계약입니다.

 

1️⃣ 경업금지 조항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 사이의 주주간계약에는 경업금지 조항이 포함됐습니다. 경업금지란 퇴사자가 일정 기간 경쟁사나 동종 업계로 이직하거나 창업하는 것을 막는 조항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조항입니다.

 

다만,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 사이의 주주간계약서에는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거나, 어도어의 주식을 단 1주라도 보유한 경우에는 경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는데요. 보통 재직 중이거나, 주식을 보유한 경우 중 하나의 경우에만 경업을 금지하는데, 특이하게 두 가지 경우 모두에 대해 경업을 금지한 것입니다.

 

2️⃣ 풋옵션 부여

풋옵션이란 미래에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입니다. 주주간계약에 따르면 민희진 대표는 보유한 어도어 지분 18% 중 13%를, 행사 시점 연도와 그 전년도 평균영업이익의 13배를 총발행주식수로 나눈 수준으로 하이브에 매도할 수 있습니다.

 

풋옵션 행사 가능 시점인 2024년 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1,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한편, 남은 5%의 지분은 하이브의 동의 없이는 민희진 대표가 매각할 수 없는 구조인데요. 하이브가 지분 매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민희진 대표는 어도어의 지분을 강제로 보유하게 되고 경업금지 조항에 묶이게 될 수 있습니다.

 

🔁 주주간계약 재협상?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는 주주간계약을 수정하기 위한 재협상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민희진 대표는 풋옵션 적용이 안 되는 나머지 5% 지분에 대해서도 풋옵션을 적용하고, 풋옵션을 행사할 때 13배가 아니라 30배로 멀티플의 수준을 높여달라고 하이브에 요구했습니다.

 

하이브는 30배는 너무 과도한 요구였고, 이를 받아들이면 하이브 경영진 입장에서도 배임죄가 될 수 있어 거절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양측의 주주간계약 재협상은 답보 상태에 빠져 있었죠.

 

🧐 주주간계약에 대한 양측의 입장은?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가 요구한 주주간계약 수정사항이 민희진 대표에 유리한 만큼, 이 또한 어도어의 독립을 위한 계획의 일부였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반대로 민희진 대표는 30배의 멀티플은 미래 보이그룹 데뷔를 고려해 제안한 것이며, 핵심 요구사항은 과도한 경업금지 조항을 수정해달라는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

지켜봐야 할 건 어도어의 주주총회

🏢 하이브, 이사회 소집 요청

하이브는 어도어에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미 회사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등 손해가 막심하기에, 하루라도 빨리 민희진 대표를 해임하고 어도어의 경영진도 교체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민희진 대표가 요청에 불응해 이사회가 소집되지 않았고, 하이브는 법원에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고 접수했습니다. 법원의 심문 이후 어도어는 5월 10일 이사회를 소집했죠.

 

📄 이사회에서 결정한 것

어도어는 하이브 측 감사를 포함한 모든 이사를 불러 모았습니다. 이사회는 오늘 5월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는데요. 임시주주총회에서는 민희진 대표를 비롯한 기존 어도어의 이사진을 해임하고, 하이브 측 이사진을 새롭게 구성하는 안건이 논의될 전망입니다.

 

🔍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차이

주주총회는 회사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가장 큰 기구입니다. 그러나 모든 결정을 주주총회를 통해 내리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기에, 주주들은 실무적인 결정을 대신해 줄 기구인 이사회를 만들고 이사들을 선임합니다. 회사의 큰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실무적인 결정은 이사회에서 내리는 것이죠. 참고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려면 이사회의 결정이 필요합니다.

 

👨‍⚖️ 민희진 대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

5월 7일,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가 임시주주총회에서 민희진 대표 해임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주주간계약에 따르면 민희진 대표는 5년간 어도어의 대표이사로 근무해야 하는데,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다루는 임시주주총회에서 하이브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주주간계약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은 오는 5월 17일 진행됩니다.

 

🔑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쟁점은?

민희진 대표 측은 5년이라는 대표이사 근무 기간이 지켜져야 함을 근거로 듭니다. 또한 어도어의 독립에 관한 여러 논의는 모두 사적인 이야기였으며 실제적인 액션은 없었다고 주장하는데요. 만약 어도어를 하이브로부터 독립시키고자 행동에 나섰다면 이는 업무상 배임이 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하이브 측은 어도어의 독립이 장기적인 계획이었고 실제로 계획이 진행 중이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하이브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결정적인 근거를 법원의 심문 과정에서 제시할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데요.

 

만약 민희진 대표 측이 이긴다면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갈등은 장기화할 전망입니다. 반대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임시주주총회에서 민희진 대표가 해임되고, 하이브가 빠르게 사태를 정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멀티레이블 체제의 맹점?

💽 레이블(Label)이란

레이블이란 음악을 만드는 회사를 폭넓게 의미합니다. 과거 LP판으로 음악을 듣던 시절, LP판 가운데에 음반 제작자의 정보가 적힌 라벨(Label)이 붙어있었는데요. 이 라벨이 유래가 돼 이제는 음악을 만드는 회사를 레이블이라고 부릅니다.

 

🏘️ 멀티 레이블 체제

멀티 레이블이란 하나의 회사 아래에 여러 레이블이 존재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멀티 레이블 체제는 2018년 JYP가 가장 먼저 도입했고 점점 더 많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데요.

 

하이브는 아래에 방탄소년단이 속한 빅히트뮤직을 비롯해 어도어, 이타카홀딩스, 쏘스뮤직, 빌리프랩 등 여러 레이블을 거느리죠. 카카오 역시 스타쉽, EDAM, 하이업 등 여러 레이블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승인받기도 했습니다.

👍 멀티 레이블의 장점

멀티 레이블 체제는 음악적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생겨났습니다. 원래는 팝(Pop)만 하던 엔터사가 재즈 레이블을 아래에 두고 재즈로 분야를 확장하는 것처럼, 여러 분야의 음악을 수준 높게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멀티 레이블 체제 아래에서 각 레이블은 각자의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습니다. 홍보나 각종 행정적인 업무는 하이브처럼 특정 회사가 도맡아 효율적으로 업무를 나눌 수 있죠.

 

👎 멀티 레이블의 단점

레이블이 너무 많아지다 보면 이해상충 관계가 생기게 됩니다. 두 레이블에서 동시에 아티스트가 컴백하게 되면 홍보 리소스도 나눠 써야 하고, 대중의 관심도 둘로 나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이브 사태에서만 보더라도 르세라핌의 데뷔와 뉴진스의 데뷔를 두고 하이브와 어도어 간 갈등이 생겨났었죠. 산하 레이블이 많아질수록 관리에 많은 노력이 필요해집니다.

---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갈등을 두고 업계에서는 건강한 멀티 레이블 체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읍니다. K-POP 중에서도 아이돌에 국한된 멀티 레이블 체제가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멀티 레이블로 산하 레이블 간 경쟁을 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또한 서로의 성공 방정식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산하 레이블 각자가 독창적인 매력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산하 레이블의 독립성은 유지하되 원활한 소통으로 레이블 간 갈등을 예방하고 서로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경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