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LETTER/산업 LETTER

AI도 전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죠, 꼭 필요한 전력 설비 산업

by 칲 조 2024. 5. 2.
728x90
반응형

 

 

인공지능(AI) 기술이 가져올 변화로 전 세계가 떠들썩한 현재, 관련 업계 종사자는 조금 다른 부분에 집중합니다. 바로 전기인데요. AI는 어마어마한 양의 전력이 필요한 기술입니다. AI의 발전을 위해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죠.

 

“AI 발전을 제약하는 건 변압기와 전력 공급이라고 언급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I엔 이전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라고 말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언급이 이어지는 배경입니다.

 

전력망의 수요는 계속 늘어나지만, 공급을 늘리는 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의 전력망으론 AI 발전의 속도를 감당하기 역부족이란 걱정이 끊이지 않는 배경인데요. 오늘은 AI 열풍을 타고 부상하기 시작한 전력 설비 산업의 동향과 전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전기 없이 불가능한 AI 기술

🔦 AI와 전기, 무슨 사이야?

GPT 같은 생성형 AI를 만들고 활용하기 위해선 상상 이상의 연산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에 복잡한 연산을 빠르게 해낼 수 있는 AI 반도체와, 데이터 저장 및 처리를 담당하는 데이터센터의 중요성도 큰데요.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는 어마어마한 전력을 소모합니다. 구글 검색에 평균 0.3Wh(와트시)의 전력이 쓰인다면, GPT 검색은 그보다 10배가량 많은 2.9Wh의 전력이 필요하죠. 구글에서 전 세계 하루 약 90억 건의 검색이 이뤄진다고 했을 때, 모든 구글 검색을 생성형 AI로 대체할 경우 필요한 전력량은 아일랜드가 1년간 소비하는 전력량(29.2TWh(테라 와트시))에 맞먹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심지어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나 영상을 생성하려면 더 많은 전력이 듭니다.

🔌 커지는 전력 수요

연중무휴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데이터센터 역시 전기 먹는 하마입니다. AI 서버의 작동은 물론 이때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팬 가동에 막대한 양의 전력이 소모되는 건데요. 2022460Twh였던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6년 최소 1,000TWh로 두 배 이상 훌쩍 뛸 예정입니다.

 

이는 일본 연간 전력 소비량(2022939TWh)을 넘어서는 수치죠. 엔비디아가 AI 제품군 생산을 계속 늘린다면, AI 관련 연산에 쓰이는 엔비디아의 전력은 2027년에 최대 134Twh에 달할 것이란 예측도 나옵니다. 이는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스웨덴 등의 연간 전력 소모량과 맞먹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 데이터센터 전경

주목받는 전력기기

AI 상용화로 앞으로 전력량 수요는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기기 공급의 필요성도 더욱 커지는데요. 데이터센터를 더 많이 짓고 AI 반도체를 더 많이 들여놓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송전망이 구축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입니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송전과 배전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데요. 송전과 배전을 위해선 전력 기기가 꼭 필요합니다. 전력 수요가 느는 것은 곧 전력 기기의 수요가 늘어난다는 의미기도 하죠.

🏭 송전과 배전의 차이

전기는 발전소의 변압기에서 만들어진 뒤, 발전소와 선로로 연결된 변전소로 보내집니다. 전압은 154,000V(볼트) 또는 345,000V로 높게 변환돼(승압) 수송되는데요.

 

송전은 발전소에서 일반 가정에까지 전력이 수송되는 과정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배전과 구분되어 쓰일 땐 발전소에서 변전소까지의 수송만을 가리킵니다. 배전은 송전을 통해 수송된 변전소의 전력을 최종 수용처로 보내는 것을 의미하죠. 배전으로 공급되는 전력의 전압은 다시 낮춰져 공급됩니다.


활기 띠는 관련 업계

전력망은 단기간에 확장하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전력망을 구축하는 데는 통상 515년이 걸리는데요. 수요에 비해 부족한 전력 공급 상황에 AI 기업은 골머리를 앓지만, 전력 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산업은 호황기를 맞았습니다. 원자재 시장에선 구리 가격이 급등하고, 국내 전선 및 전력 설비 기업의 주가는 나날이 상승세죠. 20년 만에 업계 사이클이 돌아왔다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고공행진 구리 가격

구리는 전선과 변압기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입니다. 전력망 확장을 위해선 구리가 필수죠. 이에 AI의 발전을 위해선 더 많은 구리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잇따릅니다. 원자재 중개업체 트라피구라는 AI 서버를 구동하기 위해 2030년까지 구리의 수요가 100만 톤 이상 늘어날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급증하는 구리 수요로 구리의 몸값 역시 우상향의 상승곡선을 그립니다. 지난 27, 런던금속거래소 기준 구리 선물(3개월물) 가격은 2년 만에 1만 달러를 돌파했는데요. 골드만삭스와 씨티은행은 내년 구리 가격의 전망치를 각각 톤당 12,000달러, 15,000만 달러로 높여 잡기도 했습니다.

🏢 관련 기업도 방긋

전력 수요 증가는 전선 기업과 변압기 제조업체 등 전력망 인프라 구축 관련 기업에도 덩달아 호재입니다. 중소형 변압기를 생산하는 제룡전기의 주가는 지난 26일 기준 연초 대비 207.2% 급등했는데요.

 

대한전선의 주가는 한 달 사이 46.7%, 가온전선은 39.5%, 일진전기는 50.3% 상승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선 기업의 실적은 구리 가격에 좌우되기에 수주 시 구리 가격이 상승했다면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해 매출 확대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

송전에 쓰이는 초고압 변압기를 비롯해 차단기 등 전력 기기를 생산하는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실적 호조를 기록했습니다. 초고압 변압기는 송전에 쓰이는 전력 기기로, HD현대일렉트릭은 북미와 중동 시장을 주요 수출국으로 삼는데요. 최근 북미와 중동 지역에서 고변압기 물량의 매출이 늘어나면서 전력 및 배전 기기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올해 초 전력 생산 설비 확충에 투자해 생산 능력을 현재보다 약 두 배 늘릴 거란 계획도 밝혔죠.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주가는 2년 전과 비교해 무려 1,000% 이상 뛰었습니다(425일 기준).

 

여기에 2022년부터 높아진 변압기 단가와 환율은 실적 증대에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1분기 16.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전력 기기 업체로는 이례적인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습니다.

💵 환율 오르면 수출 기업이 웃는 이유

https://chief-cho.tistory.com/381

 

환율이 상승하면 어떻게 될까?

🙏 2022년 자료 재구성 요새 환율이 심상치 않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한때 1,300원을 돌파하면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까지 나서 외환시장 개입을 시사하기도 했습니

chief-cho.tistory.com

 

효성중공업

마찬가지로 초고압 변압기, 배전 기기 등 전력 설비를 생산하는 전력 분야 사업을 주력으로 합니다. 북미, 인도, 유럽 등 전 세계 시장에 변압기를 납품하며, 최근 전력 기기 산업 호황에 힘입어서 특히 초고압 변압기의 신규 수주가 이어지는 추세인데요

 

신규 수주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8.6% 늘어난 562억 원을 기록했으며, 수주잔고는 작년 매출의 1.5년 치인 41,000억 원 수준입니다. 증권업계는 연내 실적 호조세가 계속되면서 주가도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LS일렉트릭

LS그룹을 모기업으로 두는 LS일렉트릭은 구리 제련과 송전, 배전 등 전력 산업 전반에서 사업을 영위합니다. 특히 북미 지역을 기반으로 배전 사업과 초고압 변압기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인데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실적 강세를 기록 중입니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작년 동기 대비 각각 6.4%, 14.6%, 57.9% 늘었죠. 수주 잔고는 작년 말 기준 23,000억 원에서 올 1분기 26,000억 원으로 증가했으며, 202024% 비중을 차지했던 해외 매출 역시 작년 36%, 1분기 43%로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베트남 저압 전력기기 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등 동남아시아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도 돋보입니다. 지난 26일에는 사우디 정부와 전력 인프라 관련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 ETF 수익률 가장 높은 종목은?

최근 ETF 시장을 휩쓴 건 전력 인프라 ETF였습니다. 지난 28일 기준, 올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장지수펀드(ETF)‘HANARO원자력iSelect’가 대표적이죠.

 

올해 상승률은 45.78%,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는 ETF임에도 미국 빅테크의 ETF 수익률을 앞질렀는데요. ETF 자산의 25.5%를 차지하는 HD현대일렉트릭과 12.6%를 차지하는 LS일렉트릭의 주가 상승세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을 비롯해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전력 등 전력·원자력 인프라 관련주에 투자하는 종목 역시 수익률 상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ACE원자력테마딥서치(31.79%’ ‘HANARO CAPEX설비투자iSelect(28.49%)’ 등이 대표적이죠. 전력 인프라 관련주와 함께 원자력 인프라 관련주가 함께 강세를 보이는 건 전력 수요 부족을 극복할 방법으로 원자력 발전(원전)이 꼽히기 때문입니다. 원전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는 선택지로 떠올랐죠.


앞으로도 꽃길만?

전력 설비 업계의 황금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거스를 수 없는 AI 열풍과 20년 만의 전력 설비 교체 사이클이 겹치면서 강세 사이클이 좀처럼 꺾이지 않을 거란 예측인데요. 일각에선 2030년 이후까지 이러한 전력기기 슈퍼 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합니다.

🇰🇷 국내 기업에 기회

심화하는 미·중 패권 경쟁은 전력 설비 분야로도 옮겨왔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선 안보 문제를 이유로 중국 전력 설비 업체가 배제되는 분위기인데요. 국내 업체엔 희소식입니다. 미국 변압기의 중국산 비중이 202212.4%에서 20238.4%로 줄어든 반면, 한국산 비중은 같은 기간 5.1%에서 9.7%로 증가했습니다.

 

💪 우위기도 하니까

특히 전 세계 변압기를 생산하는 업체 20여 개 중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등 5곳이 채 안 됩니다. 공급 능력의 한계로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장은 판매자 우위의 특성을 보이는데요.

 

주요 업체들은 생산능력(CAPA, 캐파) 확장에도 보수적이라,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에 최소 2028년까지 미국 내 변압기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높은 가격과 수익성 구조가 유지될 거란 예측이 있습니다.

 

🔄 노후 전력 설비 교체 시작

여기에 미국의 노후 전력 설비 교체 사이클도 전력 설비 시장의 성장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미국 내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 내 변압기와 전선의 70%가 설치된 지 25년이 넘었는데요.

 

지난 25, 백악관은 미국 송전 용량을 확대하기 위해 향후 5년간 10만 마일(16)의 송전선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등에선 전력 공급이 24시간 이뤄져야 하는 만큼, 노후 전력 설비의 교체 수요는 더욱 커지기죠.

 

글로벌 조사기관 모더 인텔리전스는 미국 전력기기 시장이 연평균 6.4% 성장률을 보이며 2030년에는 그 규모가 644,000만 달러(85,000억 원) 수준으로 증가할 거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 하반기엔 글쎄

그러나 구리 등 원자재 가격과 환율의 변동으로 인한 우려도 존재합니다. 구리 가격이 계속 상승한다면 이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는데요. 업계의 실적 호황 배경엔 기록적인 고환율의 요인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반기 금리 인하 등의 조치로 강달러 현상이 완화될 경우, 수익성은 가라앉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죠.


매일 쏟아지는 AI 관련 뉴스 못지않게 전력 설비 업계의 역대급 실적 경신 뉴스가 눈길을 끕니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국내 전력 설비 업체에 전 세계의 러브콜이 끊이질 않는데요. 모처럼 찾아온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성장 곡선이 어디까지 치솟을지 기대가 됩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