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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사이클, 2024년에는 올까?

by 칲 조 2024.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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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반도체 시장은 암울했습니다. 단적으로 SK하이닉스가 3분기까지 적자를 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다행히 올해 들어선 반도체 시장이 살아날 조짐이 보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꽉 잡은 만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슈퍼사이클이 올 거란 전망에 기대감이 큽니다. 오늘은 우리나라 반도체 시장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반도체 시장의 사이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반도체 사이클의 기본 개념

🔄 반도체 사이클이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흔히 4년 정도 주기를 가지고 호황과 불황이 반복된다고 합니다. 2~2.5년 정도 호황(슈퍼사이클)이 이어지고 나면 1.5~2년 정도의 불황(다운사이클)이 찾아온다는 건데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호황일 때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강해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라갑니다. 이렇게 늘어난 수요에 따라 공급도 늘어나지만, 곧이어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면서 가격이 내려가죠.

 

이러한 반도체 사이클은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나타나기에 메모리 반도체가 강점인 우리나라 반도체 시장은 반도체 사이클에 민감합니다. 반도체 사이클이 생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수요-공급의 불일치와 경기의 호황-불황 사이클입니다.

🧐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메모리 반도체에서 반도체 사이클이 생기는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가 범용적인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사의 주문을 받고 맞춤형으로 제작해 판매되는 비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메모리 반도체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계로 동일한 반도체를 많이 만들고 이를 여기저기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수요와 공급에 민감하죠.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 기업들은 반도체 생산을 늘리고, 공급도 덩달아 늘어납니다. 그러면 반도체 가격은 내려가고 재고가 쌓이는데요. 재고가 쌓이면 공급이 수요보다 커지는 과잉 공급 상태가 돼 다시 반도체 가격이 내려갑니다. 이 흐름이 계속 반복되며 사이클이 생기는 것입니다.

1️⃣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대표적인 이유는 PC나 모바일 등 IT 기기의 수요 증가입니다. 특히 2002PC 보급, 2008년 스마트폰 대중화 등 새로운 IT 기기의 등장이나,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IT 기기 보급이 가속화될 때 반도체 수요가 늘어 호황이 시작됩니다.

2️⃣ 반도체 공급이 늘어나는 이유

반도체 공급은 반도체 기업이 설비를 증설하면 증가합니다.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반도체 생산 설비가 늘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 경기의 호황-불황 사이클

반도체 사이클이 생기는 두 번째 이유는 거시적인 경제 환경입니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으면 소비자들이 전자기기 등을 많이 소비합니다.

 

자연스레 여러 IT 기업도 더 많은 기기를 만들고,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죠. 반대로 경기가 불황이면 반도체 시장도 불황을 겪게 됩니다. 이렇듯 반도체 자체의 수요와 공급에 더해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작용해 반도체 사이클이 만들어집니다.

 

💰 왜 잘나갈 때 꼭 설비투자를 할까?

앞서 반도체 공급이 과도해지면서 불황 사이클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렇다면 과잉 공급을 막기 위해 호황일 때 설비 증설을 안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설비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IT 기기가 발전하면서 점점 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요구하기 때문인데요. 새로운 설비를 도입해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장기적으로도 인공지능(AI)과 컴퓨팅 기술이 발전하면 점점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해져 설비 증설은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설비 증설에는 최소 2년 정도가 필요한데요. 반도체가 호황이라 자금적 여유가 있을 때 반도체 기업이 미리 설비 증설에 투자하는 이유입니다.

 

💸 반도체 사이클과 주가

반도체 사이클과 반도체 기업의 주가 사이에도 어느 정도 관계성이 존재합니다. 보통 반도체 호황이 시작되기 1~3달 정도 전부터 주가가 오르는데요. 이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를 1~3달 정도 먼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반도체를 주로 공급받는 기업의 재고를 보면 앞으로의 수요를 예측할 수 있죠. 특히 요즘에는 수요 예측이 더욱 정밀해지면서 예전 사이클 때보다 주가가 선반영되는 시기가 점점 더 빨라집니다.

 


요즘 반도체 사이클의 특징

점점 주기가 짧아진다?

반도체 사이클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짧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가는 기기가 정말 다양해졌기 때문인데요. PC 시장의 침체로 불황이 찾아와도,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나면 불황 사이클이 조기에 종료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분석에 따르면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공정의 난이도가 높다는 점, 그동안의 반도체 사이클을 겪으며 반도체 기업의 수요 예측 능력이 성장했다는 점도 반도체 사이클 주기를 짧게 만드는 요인이죠.

 

📉 다 같이 감산 나선 메모리 반도체 업계?

가장 최근 다운사이클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TOP3(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모두 반도체 감산에 들어갔습니다. 이들이 반도체 감산에 들어간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인데요.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기에, 적자를 보더라도 생산량을 계속 늘려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TOP3 체제로 시장이 안정화됐고, 점유율 경쟁보다는 수익성 확보가 더 중요해지면서 반도체 생산을 줄인 것입니다.

 

이렇듯 최근에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감산에 나서면 공급이 빠르게 감소하기 때문에 다운사이클이 이전보다 빨리 끝나곤 합니다.

⬇️ 설비투자도 줄여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그동안 지속됐던 설비투자도 규모를 줄였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에는 확실히 수요가 확보된 제품만 생산을 확대할 것이고, 보수적 투자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죠.

 

마이크론 역시 슈퍼사이클이 전망되는 상황임에도 작년과 비슷한 투자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특히 마이크론은 현금성 자산이 역대 최고 수준인 상황임에도 섣불리 설비투자를 늘리지 않았습니다. 반도체 기업이 더 이상 공급을 마구잡이로 늘리지 않고 반도체 사이클을 어느 정도 조절하고자 한다는 의미입니다.

 


AI 시대의 반도체 사이클

🎉 AI가 불러오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바야흐로 AI 시대입니다. AI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한데요. 특히 AI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고성능,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적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고대역폭 메모리(HBM).

 

과거 PC가 처음 도입될 때와 스마트폰이 대중화될 때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왔었던 것처럼 AI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불러오리라는 기대가 높은 이유입니다. 빅테크 기업을 필두로 너도나도 AI 사업에 뛰어들면서 AI 수요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인데요. 이에 따라 AI가 불러오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역시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

🔑 핵심은 서버용 반도체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서버용 반도체의 중요성도 점점 커집니다. 원래 2023년은 클라우드 기업들이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의 서버 교체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그러나 이들은 AI 수요가 늘어나면서 서버 교체는 잠시 미루고, AI 서버에 많은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덕분에 올해부터 미뤄뒀던 일반 서버 교체가 진행되며 일반 서버용 반도체는 물론, 여전히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AI 서버용 반도체까지 수요가 늘어날 전망입니다. 특히 서버용 반도체는 PC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슈퍼사이클은 더욱 강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맞춤형 반도체의 시작

원래 메모리 반도체는 소품종 대량 생산 방식으로 공급됩니다. 그러나 AI에 필요한 HBM 등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는 점차 고객에 맞춤형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으로 진화합니다. 높은 성능을 내려면 각 고객사의 설계에 최적화된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맞춤형 반도체는 고객사마다 미리 주문을 넣기 때문에 과잉 공급이 될 우려가 적고, 따라서 사이클을 거의 타지 않습니다. 앞으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맞춤형 트렌드가 더욱 확산하면 반도체 사이클의 영향은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 아직은 비중이 낮은 HBM

AIHBM이 불러올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생각보다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존재합니다. 아직 HBM은 전체 D램 생산량의 18% 정도만을 차지하기에, 전체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당장 이번 사이클에서는 AI로 인한 호재보다는 2023년 반도체 감산으로 인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IT 수요 회복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죠. 그러나 장기적으로 탄탄한 AI 수요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금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슈퍼사이클을 맞아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는 중입니다. 특히 미국 테일러 공장의 투자 규모를 기존 170억 달러에서 450억 달러로 크게 늘렸죠. 미국 테일러 공장은 이르면 올해 중반부터 가동이 시작될 예정이고,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에서 HBM 등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할 방침입니다.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추가 투자 소식을 전했습니다. 국내 청주 공장에 5조 원 규모의 추가 투자 소식을 발표했는데요. HBM 생산에 필요한 D램 생산을 늘리기 위한 추가 투자입니다. 또한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HBM 제조를 위한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 반도체 투자 흐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일반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보다는 AI용 반도체 설비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AI가 장기적으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확신한 모습이죠.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설비투자보다도 더욱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어내기 위한 R&D와 기술에 많은 투자가 이뤄집니다. 경쟁사보다 더욱 성능이 좋은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어야 AI가 만들어낼 대량의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독차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3년 메모리 반도체 TOP3가 동시에 감산에 나서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출혈 경쟁은 막을 내리고 수익성이 중요한 안정적인 시장으로 들어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AI의 발전으로 메모리 반도체 TOP3는 또다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개발 전쟁에 뛰어들었습니다.

 

다만 HBM AI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는 이전과 다르게 맞춤형 반도체가 중요해지고, 새로운 설비도 필요한 만큼, 반도체 사이클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사이클과는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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