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보호주의로 보는 라인야후 사태

 

💡 3줄 요약

 

일본 정부가 자국민의 데이터 안보를 명목으로 네이버의 라인 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했는데요.

 

데이터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관리하려는 데이터 보호주의의 일례로 풀이됩니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적으로 데이터 보호주의의 흐름이 거세지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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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은 라인 야후 사태가 양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데요. 일본 정부가 지른 불이 양국 외교는 물론이고, 과거사에 배인 기억, 한국의 국내 정치 등등 다양한 이슈를 땔감 삼아 빠르게 번지는 모양인데요. 지금으로선 일본 정부와 네이버가 한 발짝씩 물러나 숨을 고르고 있으나, 언제 다시 불길이 거세질지 모르겠습니다.

 

이슈가 시끌시끌할수록 시야가 좁아지기 십상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우리로선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이 국민 기업을 건든다니 열이 달아오르는 게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냉정하게 바라봐야만 이슈를 깊이 이해하고 대처를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라인 야후 사태를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시대적이고 세계적인 맥락으로 이해해 보고자 합니다.

 

💡 라인 야후 사태의 생생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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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 네이버로부터 독립 발표,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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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네이버에 라인 지분 팔고 떠나라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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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왜 무리수를 두었을까?

우선 일본의 이야기부터 곰곰이 뜯어보는 게 좋겠습니다. 일본 정부가 상도덕도 없이 막무가내로 나오는 게 당황스러울 따름이지만, 일본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일을 벌인 건 아닌데요. 일본 정계와 정책 관계자로부터 흘러나오는 발언에 귀를 기울여 보면 하나의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국적입니다.

신중호 라인플러스 대표

💬 국민 메신저 라인

일본에서 라인(LINE)은 한국의 카카오톡처럼 국민 메신저로 쓰입니다. 일본 인구 1억2천만 명 가운데 1억 명 가까이가 라인을 사용하죠. 라인 야후 사태는 작년 11월 일본 라인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면서 시작됩니다. 라인의 서버를 위탁 운영하는 네이버 클라우드에 구멍이 뚫리면서 약 50만 건가량의 정보가 샌 걸로 밝혀졌습니다.

 

🗣️ 정부의 행정 지원

국민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만큼 일본 정부가 나서서 대응하는 건 당연합니다. 일본의 총무성은 지난 3월과 4월 라인의 운영사 라인 야후에 행정 지도를 시행했습니다. 라인 야후가 사용자 개인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자체 보안을 강화하는 한편, 서버 운영 위탁 시 그 감시와 감독을 철저히 실시할 걸 요구했습니다. 여기까지라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만한 상식적인 주문인데요. 일본 정부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네이버와의 관계를 문제 삼았습니다.

 

🏢 네이버 때문이야

네이버 클라우드는 보안이 미비했다 쳐도, 라인 야후는 어째서 진즉에 네이버 클라우드의 허점을 지적하지 않았을까요? 일본 정부는 네이버가 라인 야후의 모회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라인 야후의 지분 약 65%는 A홀딩스라는 지주 회사가 쥐고 있는데요. A홀딩스의 지분은 한국의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나눠 가졌습니다. 일본 총무성은 라인 야후가 모회사 네이버에 하청을 준 탓에 보안을 적절히 감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 난데없는 급발진

네이버가 라인 야후의 모회사인 게 원인이라 진단했다면, 처방은 간단합니다. 라인 야후와 네이버의 지분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것. 네이버가 13년 동안 기술을 쏟아 키운 라인 야후인데, 일본 정부는 네이버 보고 손을 떼고 철수하라 으름장을 놓은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기업의 보안 사고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이번처럼 정부가 나서서 민간 기업의 지분 관계를 거론하는 일은 이례적입니다.

 

🤔 일본은 왜?

보안 사고를 이유로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건 일본 정부의 무리수입니다. 다만 중요한 건 일본이 그렇게나 무리수를 둔 까닭이겠죠. 아래는 4월 초 일본의 주간지에서 일본 총리 관저 관계자(한국의 대통령실에 대응)의 발언을 인용한 대목입니다.

“현재의 윤석열 정권은 카카오톡 등 IT 기업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그만큼 기업 측도 정부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 [한국의] 자본이 지배하고 시스템도 장악하는 이상 일본인의 개인 정보가 한국 측에 이용될 우려가 크다.”

「現在の尹錫悦ユンソンニヨル政権はカカオトークなどIT企業に厳しい姿勢を見せていますが、その分、企業側も政府には協力的になっている。資本の支配があり、システムも握られている以上、日本人の個人情報が韓国側に利用される懸念は尽きません」

 

🏳️ 라인의 국적

기업의 보안 문제를 두고서 ‘한국’이라든지 ‘윤석열 정권’을 운운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은 라인 야후 사태를 기업과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국가의 문제로 이해합니다.

 

일본 정부는 네이버라는 기업이 미덥지 않은 것이 아니라, 네이버의 국적이 일본이 아닌 게 마뜩잖은 겁니다. 네이버라는 기업이 보안을 어떻게 강화하든지 간에, 네이버가 한국 기업인 이상 일본 정부는 네이버를 믿을 수 없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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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흐름: 데이터 보호주의

네이버가 한국 기업인 게 무엇이 그렇게나 문제일까요? 자국민의 개인 정보가 얼마나 중요하길래 잘만 영업하는 외국 기업을 내쫓는지, 사실 데이터는 핑계고 본심은 잘 차려진 플랫폼을 집어삼키려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들지도 모르는데요. 그렇게도 볼 여지도 있습니다만, 데이터를 단지 핑곗거리로만 이해하는 쪽도 썩 적절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세계의 정치 경제에서 데이터는 핑계 이상의 중요한 이슈기 때문입니다.

🌏 정보의 세계화

세계화는 국경 안에 갇혀 있던 것들이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현상을 이릅니다. 대체로 상품을 교역하거나 해외에 자본을 투자하고 인력이 이동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위 도표에서 교역과 자본, 인력보다도 두드러지는 그래프가 있습니다. 바로 정보입니다. 정보의 세계적인 흐름은 부침 없이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https://www.dhl.com/content/dam/dhl/global/delivered/documents/pdf/dhl-global-connectedness-report-2024-complete.pdf

데이터 안보

세계화에 따라 정보, 즉 데이터가 국경을 넘어 움직이면서 곧바로 경고가 따라붙습니다. 데이터의 초국적 이동이 국가 안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인데요. 다국적 플랫폼 기업이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개인 정보를 오·남용하는 문제는 익숙하게 접해보셨을 겁니다. 나아가선 초국적으로 이전된 데이터를 적성국이 수집해 군사적으로 활용할 위험도 제기되죠.

 

💽 경제 안보의 논리

더구나 오늘날 세계 경제에선 데이터가 곧 돈이요, 산업입니다. 국가가 첨단 기술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자국의 경제 안보를 굳건히 하는 데 데이터는 그 자체로 자원이 됩니다. 최근 각국이 경제 안보를 기치로 걸고 반도체 산업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보조금을 투입하는 걸 보았을 텐데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데이터는 결코 반도체의 뒷줄이 아닙니다.

🤖 데이터에서 AI까지

예컨대 국제적인 전략 경쟁에서 AI가 핵심 기술로 떠오르는데요. 당장 AI를 개발하기 위해선 학습할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일국이 AI 산업을 발전시키고 싶다면 그만큼 데이터를 축적한 기업이 먼저 존재해야 합니다. 최근 들어 대형 플랫폼부터 시작해 대규모 언어 모델을 거쳐 생성형 AI에 이르는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각국이 치열하게 노력하는 배경이죠.

 

🚪 데이터 보호주의

데이터가 국가의 약점이자 자원이라면, 정부는 그동안 그래왔듯 자국의 데이터가 국경 너머로 움직이는 걸 방관할 수가 없습니다. 과거라면 경제적 효율성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겁니다.

 

외국의 플랫폼이 자국 이용자의 효용을 증진하기만 한다면 정보의 이동에는 크게 개입하지 않았을 텐데요. 이제는 효율성의 관점이 국익의 관점으로 전환됐습니다. 정보의 자유로운 이동보다도 국익에 부합하는 이동이 관건입니다. 국익에 어긋난다면 정보를 통제하는 것도 서슴지 않죠. 이런 세계적인 흐름을 데이터 보호주의라고 말합니다.

 

🇯🇵 일본이라는 사례

라인 야후 사태도 데이터 보호주의의 일례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라인은 개인의 사적 대화는 물론이고 기업 데이터와 금융 데이터, 관공서의 행정 데이터가 오가는 플랫폼입니다.

 

이 데이터가 해외로 반출되거나 외국 정부가 데이터에 접근할 가능성을 큰 위협으로 느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라도 라인의 데이터를 한국이 아니라 자국 기업이 통제해야 할 필요를 절감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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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그리고 유럽도

사실 일본뿐만이 아닙니다. 전 세계에 데이터 보호주의의 물결이 흐르는데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국가들이 앞다퉈 자국 데이터를 통제할 방안을 마련하는 분위기입니다.

🇺🇸 원래 미국은

미국으로선 데이터 보호주의에 맞서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을 주장하는 편이 국익에 부합합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여러 미국 기업이 해외에 진출했고, 이 기업들은 해외에서 자유롭게 데이터를 수집할수록 더욱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까닭에 미국은 오랫동안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을 규범화하는 한편, 데이터 보호주의를 꺼내든 국가를 외교적, 경제적으로 압박해 왔는데요.

 

📱 틱톡 금지법

그런 미국마저도 데이터의 보호를 도외시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나 중국과 지정학적 갈등에 돌입한 이후로는 말이죠. 대표적인 사례는 틱톡 금지법입니다.

 

미국 정부는 2019년 무렵부터 틱톡의 데이터 보안을 문제 삼고, 중국 정부가 미국인의 개인 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한다는 비판을 제기했는데요. 결국 지난달 국내적 반발과 중국의 항의를 무릅쓰고 틱톡의 모회사가 미국 내 틱톡 사업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게 하는 법안을 도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 보호주의의 원조 중국

중국은 러시아나 인도 등과 함께 데이터 주권을 강조하는 축에 속합니다. 중국 정부의 시선에서 데이터는 자유로워야 할 흐름이기보다 국가가 국익을 위해 관리해야 할 자원인데요. 그 때문에 중국은 데이터 현지화 기조를 채택해 왔습니다.

 

중국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중국 현지에 저장하고 해외 반출을 까다롭게 규제했죠. 또한 지난달엔 미국의 틱톡 금지법에 보복하기 위해 중국 내 애플 앱스토어에서 미국 메타가 서비스하는 SNS 왓츠앱과 스레드를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 유럽의 GDPR

틱톡을 매각시키는 미국이나 데이터 반출을 엄격히 규제하는 중국에 비하면 유럽은 온건한 편입니다. 하지만 극단적이지만 않을 뿐 EU도 조용하고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 왔는데요. 대표적으로 2018년 제정된 일반 개인정보보호법 GDPR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역내 데이터는 제3국에 이전될 수 있으나, 제3국이 EU만큼 개인 정보를 안전히 보호한다는 조건에서만 그렇습니다. 데이터 안보를 굳건히 하는 한편, 미국 IT 기업을 견제하고 유럽 역내 데이터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 수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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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이르면, 일본 정부의 난데없는 어깃장을 납득하진 못해도 이해할 수는 있을 텐데요. 그렇다고 일본 정부의 행보가 적절했다고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외국 플랫폼 기업, 심지어 적성국도 아닌 우방국의 기업을 콕 집어 매각을 압박한 건 국제 통상 규범에 어긋나는 데다, 외교적으로도 섬세하지 못한 접근법입니다. 일본의 조치는 결국 한국 여론의 분노를 자극하고 양국의 외교에 긴장을 더했으니 성공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