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금지령 75일 유예, 미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작년 4월,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했습니다. 매각 기일은 270일이 주어졌는데, 이 기간 내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미국 사업을 매각하지 않는다면 서비스가 중단될 것이라는 내용이었죠.
결국 지난 18일(현지 시각) 오후 9시, 틱톡의 미국 서비스가 중단됐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 매각 기일을 75일 연장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재개되는 해프닝도 일어났는데요. 오늘은 미국 당국이 이토록 견제하는 틱톡이 어떤 기업인지, 그리고 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대륙의 실수, 400조 헥토콘 바이트댄스
🦄 틱톡으로 헥토콘 등극한 바이트댄스
틱톡은 젊은 연령대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국의 숏폼 동영상 플랫폼입니다. 작년 4월 기준 15억 8,200만 명에 달하는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를 기록하며 사용자 수가 인스타그램(20억 명)의 75%에 달하죠.
틱톡의 운영사는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IT 기업인 ‘바이트댄스’인데요. 바이트댄스는 중국과 홍콩에서는 틱톡과 매우 유사한 숏폼 동영상 플랫폼인 ‘더우인’을, 그 외 지역에서는 틱톡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바이트댄스는 2020년 세계 최초의 헥토콘에 등극했는데, 작년 11월 WSJ은 바이트댄스의 기업가치를 3천억 달러(약 437조 원)로 보도했죠.
🔎 헥토콘: 기업가치가 1천억 달러(약 145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합니다. 통상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이라면 유니콘, 100억 달러 이상이라면 데카콘이라고 칭하죠.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 어떤 회사일까❓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2012년 3월 엔지니어 출신 장이민에 의해 창업됐습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맞춤형 기사를 공급하는 뉴스 앱 등을 제작하던 바이트댄스는 2016년 9월 숏폼 플랫폼인 ‘A.me’를 출시했는데요. A.me는 이후 ‘흔들리는 소리’를 의미하는 더우인(抖音)으로 명칭을 변경했고, 2017년부터는 틱톡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대상 서비스를 시작했죠.
💸 핵심 수입원, 광고와 수수료
틱톡의 주요 수입원은 광고, 수수료, 이커머스입니다. ‘틱톡 비즈니스 센터’를 통해 광고 의뢰를 받으면 접속 화면에 해당 광고를 표시하거나, 동영상 하단에 광고 링크를 달아주는 대가로 일정액의 CPC와 CPM을 징수하죠. 2024년 미국에서만 발생한 광고 수익이 123억4천만 달러(약 18조 원)에 달할 정도로 틱톡은 광고를 통해 막대한 수입을 거둡니다.
🔎 CPC, CPM: 마케팅 용어로 CPC는 소비자가 광고를 클릭할 때마다 광고주가 지불하는 금액을, CPM은 광고가 1천 회 노출될 때 광고주가 지불하는 금액을 의미합니다.
틱톡에는 사용자가 코인을 구매해 크리에이터에게 선물할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이 코인을 구입할 때, 틱톡은 50%의 수수료를 부과하는데요. 이뿐만 아니라 ‘틱톡샵’ 기능을 출시해 플랫폼에 이커머스 기능을 탑재, 각 주문에 대해 6%의 수수료를 떼어가죠. 활성 이용자 15억 명에 달하는 막강한 동영상 공유 플랫폼을 기반으로 광고, 코인, 쇼핑 등 다양한 비즈니스 기능을 탑재해 본격 수익화를 시도하는 모양새입니다.
⚔ 메타 턱밑까지 추격
틱톡과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모두 비상장 회사기 때문에 그동안의 재무 실적은 현지 언론 보도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공개됐습니다.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바이트댄스는 약 1,200억 달러(약 175조 원)의 매출과 280억 달러(약 41조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죠.
이는 매출 기준 2022년 대비 약 40% 성장한 수치로, 2023년 메타의 매출액이 1,349억 달러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미 메타의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2024년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730억 달러(약 106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요. 연간 30%를 상회하는 매출 증가율이 지속되는 점도 눈에 띕니다.
15초의 마법, 세계를 사로잡다
🚀 7년 만에 15억의 사용자 수 확보, 비결은?
2017년 출시 이후 틱톡은 불과 7년 만에 글로벌 MAU 15억8천만 명을, 2025년엔 미국 내 MAU 1억7천만 명을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빠른 성장세의 비결로는 숏폼 콘텐츠, 탁월한 알고리즘 전략, 그리고 챌린지와 밈 문화 등이 꼽히죠.
👁 부담 없이 즐기는 숏폼 콘텐츠
틱톡은 숏폼의 전 세계적 유행을 이끈 것으로 유명합니다. 적어도 15분 이상이던 동영상 분량을 과감하게 15~60초 이내로 줄여 단순하지만 강렬한 즐거움을 갈망하던 사용자들을 사로잡은 건데요. 2023년 한 국내 조사에서 틱톡 사용자의 1인당 월평균 앱 사용 시간은 21시간으로, 7시간에 그친 넷플릭스 사용자들의 3배에 달한다는 조사가 나왔을 정도로 숏폼 콘텐츠는 중독성이 강합니다.
틱톡의 성공을 목격한 주요 소셜미디어 업체는 뒤늦게 짧은 동영상의 유행에 주목했습니다. 이에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릴스와 쇼츠 서비스를 출시해 본격적으로 숏폼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죠.
🤖 알고리즘과 AI를 이용한 취향 저격
틱톡의 성공엔 절묘하게 설계된 알고리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틱톡의 알고리즘은 영상 8개를 하나의 묶음으로 생성한 다음 이를 사용자에게 순차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후 사용자의 시청 시간, 좋아요 클릭 여부 등을 종합해 취향에 맞는 영상 묶음을 제공하죠. 다만 이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편향된 콘텐츠만 제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6대 4의 비율로 취향에 맞는 콘텐츠와 새롭게 유행하는 콘텐츠를 섞어 제공합니다.
또한 틱톡은 유해한 콘텐츠를 통제하고 플랫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틱톡의 AI는 유해한 콘텐츠를 폭력, 음주, 흡연, 극단주의 등 4개 영역으로 나누어 판단하는데, 이를 통해 전체 유해 콘텐츠 중 65%를 거를 수 있다고 합니다. 나머지 35%는 4만 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찾아내 삭제하죠.
👯 챌린지와 밈 문화
마지막으로 챌린지와 밈 문화의 유행 또한 틱톡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특히 국경을 초월한 숏폼이라는 특성과 틱톡이 제공하는 다양한 편집 도구들은 챌린지와 밈 문화 유행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는데요. 가나의 장례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커핀 댄스(Coffin Dance)’,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 등은 각각 9천만 회와 1억 2천만 회에 달하는 게시물을 생산하며 많은 사용자 유입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최대 리스크, 글로벌 틱톡 금지령의 향방은?
🙅 세계 각국에서 내려진 틱톡 경계령
이렇게 잘나가던 틱톡은 미국 서비스의 매각을 강제하는 일명 ‘틱톡 금지법’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되며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직면했습니다. 작년 틱톡이 미국에서 거둔 광고 수입만 123억 달러(약 18조 원)에 달하는 만큼 미국 시장의 상실은 틱톡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이죠.
사실 틱톡이 서비스를 금지당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인도는 2020년 6월 중국과의 국경 분쟁을 겪은 후 틱톡의 서비스를 영구 금지했고, 대만, EU, 캐나다, 호주 등도 정부 직원들의 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 중입니다.
🇨🇳 중국과의 연관성, 발목 잡다
세계적인 틱톡 금지령의 근본 원인으로는 틱톡과 중국 당국과의 깊은 연관성이 꼽힙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이 바이트댄스의 중국 계열사 더우인의 황금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바이트댄스의 본사가 베이징에 위치한 만큼 서방 국가 입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자국민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황금주: 단 1주로도 회사의 의사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권리가 부여된 특별 주식을 말합니다.
이에 대해 틱톡 측은 미국 사용자 데이터는 텍사스주의 데이터 센터에, 유럽 사용자 데이터는 유럽 내에 위치한 데이터 센터에 저장할 것이며 중국 본토로 전송하지 않을 것이라 반박했는데요. 그러나 작년 알고리즘 학습 등의 용도로 틱톡 경영진이 중국 바이트댄스와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논란은 더욱 심해져만 갔습니다.
🗑 최악의 경우 폐업도 가능
결국 틱톡의 미국 사업을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법률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며 바이트댄스는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하는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제값을 받고 틱톡의 운영권을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현재 퍼플렉시티, 아마존, 오라클, MS, 일론 머스크 등 다양한 주체들이 틱톡 인수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불확실성이 고조되는데요. 바이트댄스는 자사의 핵심 알고리즘 기술이 탑재된 틱톡 미국 서비스를 미국 기업에 매각할 바에 차라리 서비스 종료를 택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 미국 서비스 종료, 과연 치명적일까?
틱톡이 서비스 종료를 감수할 것이라는 예측은 미국 서비스 종료가 바이트댄스의 실적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에 기반하는데요. 실제로 틱톡 전체 매출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2%이며, 미국 내 틱톡 활성 사용자 수는 더우인까지 포함한 바이트댄스 전체 서비스 사용자 수의 5%에 불과하죠.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틱톡 금지 정책이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입니다. 실제로 2017년 해킹 의혹이 제기되며 미국에서 사용이 금지됐던 러시아 카스퍼스키의 백신 소프트웨어는 이후 최소 25개 국가에서 퇴출당하거나 사용이 감소했다고 하죠. 20일 미국에서 대중 강경책을 펼치는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한 만큼, 이번에도 미국의 우방국을 중심으로 유사한 조치가 확산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 트럼프, 구원투수 되나
하지만,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 금지령을 75일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묘한 변화가 감지됩니다. 아무리 중국에 대한 강경책을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미국인 1억7천만 명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를 하루아침에 금지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트럼프 본인 또한 선거 과정에서 틱톡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틱톡 금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죠.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트댄스와 미국 기업들이 지분 절반씩을 보유한 합작 법인을 설치해 틱톡을 운영하는 구상을 제시하는 등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중국의 틱톡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겨내고, 지속적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틱톡 금지령은 미·중 패권 경쟁이 이젠 소프트파워 영역으로 본격적으로 확장된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고, 틱톡은 이 과정에서의 최대 희생양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번 논란은 틱톡의 입장에서 메타를 뛰어넘는 글로벌 소셜미디어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도 볼 수 있는데요.
만약 틱톡이 성공적으로 미국 기술 기업에 매각된다면, 막강한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기반으로 중국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새로운 도약을 꿈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상황이 어떻게 변화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